전염병으로 한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지만,

인사동 전시장에는 따뜻한 훈풍이 불었다.

 

‘마루아트’ 2층에서는 한센촌 주민들이 기록한 ‘만종’이 열렸고,

3층에서는 사진가 양재문씨의 ‘舞夢’이 열렸다.

 

양재문씨의 환상적인 ‘비천몽’은 여러 차례 보았지만,

"처용 나르샤" 시리즈는 처음 보았다.

 

오방색 치맛바람 휘날리는 사진들은 언제보아도 설렌다.

꿈결 같은 춤 자락이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웠다.

 

양재문씨 말로는 갑작스레 이루어진 전시라 했다.

빈 공간을 메워준 전시였지만, 두 점이 팔리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무몽’은 20일까지 열리고, ‘만종’은 23일까지 열린다.

전시를 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전시장을 나오다 사진가 권양수씨와 김효성씨를 만났다.

신단수란 필명을 가진 김효성씨는 알아주는 역술가인데,

이번에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도 주었다.

 

축하주를 한 잔 했으면 좋으련만, 차를 끌고 나와버렸다.

오래 마스크를 쓸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부자 병에 걸린 탓이다.

 

인사동에서 주차비가 가장 싼 대일빌딩에 세웠지만,

꾸물대면 밥 한 끼가 통 채로 날아간다.

정확하게 한 시간 10분 걸렸는데, 주차비는 3500원이었다.

 

돌아서는 내 발길만 무거운 게 아니라 지나치는 노작가의 발길도 무거워 보였다.

늙어가는 설움에 무거운 게 아니라 외로움의 설움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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