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 for the Heart
김명숙展 / KIMMYUNGSOOK / 金明淑 / painting
2023_0525 ▶ 2023_0627 / 월요일 휴관
김명숙_HT20_종이에 혼합재료_170×130cm_2019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_SEOUL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2007년 무렵부터 2018년경까지 이어진 이 심장연작은 가슴의 상흔들에 관한 공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업들은 나의 심우도였을지도 모를 미노타오르스 연작과 Works for Workers 연작, 그리고 자신의 심연에로의 하강에 관한 Katabasis 연작들과 동시에 진행되어 아마도 그 연작들에 내재되어 있을 상흔들이 Heart라는 도상을 빌어 재현된 것이리라. 연작들 중에는 극심한 신경증에 시달리던 환자가 고통에 못 이겨 자기도 모르게 쥐어뜯어 삼킨 머리카락들이 어지러이 뭉쳐있는 흉부 X레이 사진을 보았던 기억을 되살려, 머리카락들과 담뱃재를 자리공이라는 식물의 즙에 섞어 그린 심장이 있다. 민간에서 자리공은 살충제나 지혈제로 쓰인 약재이며 신선들에게는 불로장생의 음식이었다고 한다. 심장을 인체화한 삼면화는 정신의 구심력과 원심력, 아니마와 아니무스를 형상화한 작업이었다. 이 삼면화에서도 상처에서 흐르는 피와 그 피를 지혈해주는 제의적 의미로 자리공의 즙이 사용되었는데, 몇 년이 지나니 탈색이 되어 마른 피 자국처럼 되어버렸다.
김명숙_HT16_종이에 혼합재료_170×130cm_2016
작업을 하면서 읽었던 '심장의 역사'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심장이 뇌로 간주되었으며 그들은 심장으로 생각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한편 수피즘에서 심장은 내부의 황제로서 감정과 욕망을 다스리고, 신성으로 통하는 문으로 인식되었으며, 인도인들에게 심장은 브라만이 거처하는 마음의 지성소였다. 니체의 심연의 아이들은 '빛나는 어둠'의 세계인 가장 깊은 정신의 심연으로 내려가 마침내 심장의 박동 소리에 맞춰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대지의 아이들로 다시 태어난다.
김명숙_영정07_종이에 먹물_95×75cm_2013
심장 연작이 마무리될 무렵, 작업실의 심장 그림들은 더이상 물감으로 재현(represent)되기를 거부하며 오브제로 제시(present)되기를 요구하였다. 폐차에서 떼어낸 찌그러지고 녹슬고 삭은 부품들로, 숯으로, 재로, 얼음으로, 깨진 거울들로, 누더기로, 피 묻은 거즈로, 오래된 문짝으로, 진주를 품은 조개로, 연꽃으로… 하지만 제한된 작업실 공간에서 거대한 심장 오브제들을 작업하기는 아무래도 여의치 않아 마음 속 무한의 공간에 하나씩 만들어 두기로 하였다. 비록 그날 심장들의 요구에 응하지는 못했지만, 작업실에 오래도록 놓여있던 의학 사전과 응급처치법에 관한 소책자로 Heart of Master를 재현해 보았다. 낡은 의학 사전은 도교에서 말하는 일곱 개의 구멍이 난 깨달은 자의 심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자신이 살면서 앓는 모든 육체적, 정신적 질병을 스스로 진단하고 치료하면서 마침내 깨달은 자가 된 자의 심장에 나있다는 일곱 개의 구멍의 의미는 몇 년 뒤 우연히 어린 손녀에 의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그 무렵 처음으로 엄마 없이 두 주일을 보내게 된 손녀가 내게 이런 문자들을 보내왔다. "가슴에 구멍이 세 개쯤 뚫린 것 같아요." "오늘은 가슴에 구멍이 열 개도 더 뚫린 것 같아요." 살면서 가슴에 수없이 많은 구멍이 뚫릴 만큼의 고통을 겪어낸 자만이 비로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이리라… First Aid라고 적혀있는 낡은 소책자에는 내 자신에게 응급처치가 되어 줄 만한 문장들을 발췌하여 군데군데 적어놓았다. 돌 심장 오브제들은 아파트 화단에서 우연히 하트모양의 돌을 주운 것을 시작으로, 몇 년에 걸쳐 오가며 눈에 띄어 하나씩 모아진 것으로 심장연작의 완결작으로 미루어 왔던 Bulletproof Heart, 즉 마침내 어떠한 고통도 견뎌낼 수 있게 된 방탄심장을 대신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작은 돌 심장은 손녀가 작업실 구석의 방탄심장들을 보고는 며칠 뒤 길에서 손톱만한 돌맹이를 주워 "이건 상처가 다 아물고 새 살이 돋아나는 심장이야."라며 내 손바닥에 올려 준 것이다.
김명숙_새_종이에 혼합재료_220×320cm_2004
1990년대 초반에 그려진 화산 연작은 휴화산 상태의 나의 심장이 표현되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아직 그려내지 못한 채 오래도록 마음에만 품고 있는 심장들이 있다. 전사의 심장, 제단에 바쳐진 심장, 인간의 영혼에 깃든 신성이 육화된 심장, 그리고 벙어리 냉가슴… ■ 김명숙
김명숙_Harassed land_종이에 혼합재료_245×245cm_1990
이 심장들에는 관객을 향해 마주한 인물이 내재되어 있다. 분해되어 타들어가는 마음/정신을 환유하는 심장/뇌에는 고뇌하는 인물이 내재되어 있다. 베로니카의 손수건처럼 바탕에 상처로부터 흘러나온 체액이 베어든듯한 장기는 추락/비상이라는 작가의 주제와 연결하면 날개처럼도 보인다, 그것들은 날 수 없는 묵직한 날개, 다치고 피흘려서 비상할 수 없는 날개들이다. ■ 이선영
Vol.20230525d | 김명숙展 / KIMMYUNGSOOK / 金明淑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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