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조형미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온 금보성 작가의 ‘한글문자’전이

지난 17일부터 인사 마루아트센터 5관에서 열리고 있다.

 

금보성은 문자와 회화의 결합으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화가로,

30여 년 동안 74번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글은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한글은 한국인의 생각이며 정신이다.

그는 글자 하나하나를 풀어 또 다른 세상을 일구는 것을 화업으로 삼은 작가다.

이번 전시에 30년 전 처음 시도한 한글 작업의 초상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한글 초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금보성의 한글 문자 작업이 기하학적 추상처럼 보이지만, 그와 의미가 다르다.

한글 문자화는 수학적인 환원이 아니라 역동적인 우주철학의 구현이다.

그리고 수학적인 차가운 기하학이 아니라, 신명난 놀이의 뜨거운 기하학이다.

 

그동안 필자가 본 작업만도 때로는 윷놀이가 된 것도 있고, 춤이 된 한글도 있었다.

의자 형태로 가족의 사랑을 나타내는가 하면, 테이프를 붙여 형상화하는 등 수를 헤아릴 수없다.

이번 전시는 어린아이들의 놀이였던 종이 찢기 방법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문자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며 놀이 속에 감춰진 한글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그리고 한글 문자에 ’신 훈민정음 해독‘이라는 부재가 붙어있었다.

어린이처럼 한글 문법을 새로 배운다는, 또 다른 접근인 셈이다.

어린이들의 색종이 찢기를 캔버스에 그대로 옮겼는데. 실제 찢은 것처럼 입체감을 극대화했다.

 

우리 민족은 윷놀이나 탈춤, 강강술래 등 여러 형태의 ’놀이’를 즐겼다.

놀이는 ’신명‘을 바탕으로 고유의 해학을 창조한다.

김홍도의 풍자와 해학이 서양미술에서 찾아볼 수 없듯이, 결이 다른 미학 정신을 창출해 낸다.

 

금보성씨는 “한글은 내성적 자아에서 외향적 자아로 변환이 가능한 문자이기에 단어와 문장으로서 표현될 때

서양적 구조로 바뀐다. 상생의 소리 파장은 물질의 변화까지 에너지로 변환한다”고 말했다.

 

”한글의 내면에는 동양적 내적 기운과 서양적 외적 기운이 모여있으며, 이것이 바로 몸과 정신이다. 소리와 문자로 드러내는 한글은 감정이 전달되는 전류나 에너지로 바뀐다”며 그 뜻은 ㄱ 공의 공평/ ㄴ 나눔/ ㄷ 돕다/ ㅁ 마음/ ㅂ 빛.비움/ ㅅ 소유와 순종/ ㅇ 하늘.우주/ ㅈ 자유/ ㅊ 처음/ ㅋ 크다/ ㅌ 탄생/ ㅍ 평화/ ㅎ 하나. 크다 로 해석하였으며, 모음으로는 ㅡ : 땅(의ㅡ)대지.평등/ ㅣ : 인간(이ㅣ)서다 라고 해석했다.

 

한글에 대해 “자음과 모음이 하나가 되어 문자가 되어질 땐 새로운 기운과 파장이 형성된다.

 

최진석 평론가는 이번 작업에 대해 “금보성 작업은 두 개의 프로젝트에 호응한다. 첫번째는 한글의 중심에 존재하는 힘과 에너지를 드러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바로 어떻게 이 힘과 에너지가 한국인의 영혼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구성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것”이라며 “작가의 어떤 그림들은 강렬한 색의 기하학적인 선들로 구성되어 있다. 풍부한 색채의 작은 사각형들로 이루어진 다른 회화작품들은 엄격히 기하학적인 모습이다. 추상적이면서도 동시에 견고한 형태를 표현해내기 위해 선과 글자는 서로서로 섞여든다. 여기서 우리는 금보성의 한글 문자 작업을 통해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현대 미술의 원형을 지켜보는 예술적 흐름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말한다.

 

전시가 29일까지라. 서둘러 관람할 것을 권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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