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낭비 Holy Waste
이순종展 / LEESOONJONG / 李純鍾 / painting.installation
2023_0414 ▶ 2023_0514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23_0415_토요일_01:00pm
주최,주관 / 토탈미술관
관람시간
화~토요일_12:00pm~06:00pm
일요일_01:00pm~06:00pm
05:30pm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토탈미술관
TOTAL MUSEUM
서울 종로구 평창32길 8(평창동 465-16번지)
Tel. +82.(0)2.379.7037
나는 나를 본다. 또한 나는 나에게 보인다 보여진다. 나와 나 사이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나와 나 사이에 인과의 법칙은 무효하다. 사이에는 역설, 모순, 충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생각, 상상, 이미지를 생산한다. 생산된 것들은 쓰여야 쓰여져야 한다. 낭비되어야 한다. 안 그러면 부패하니까... 써 버리는 일, 낭비하는 짓을 예술이라 해도 좋다. 왜냐하면 때때로 경이와 신비를 맛보니까... 거룩한 낭비!
미술관 카페 정원, 미술관 입구, 돌방에 설치된 작품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거푸집 틀을 복제한 것들이다. 팔과 다리가 소실되고 몸통만 있는 상태로 덩그라니 놓았다. 서양 근대 미술의 대표작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껍데기 거푸집을 미술관에 놓았다. 'Men in Pose'라 명명했다. 인류세를 살고 있는 지금 사람들의 어떤 상태 같기도 하고, 뭔가를 모색하는 인류의 상황 같기도 하다. 돌방에는 Men in Pose들이 둥글게 모여 마치 무슨 음모를 꾸미는 듯하고 오래전에 만들어진 나 자신의 영상 이미지가 그들의 음모를 비웃는 듯하다. 나는 이런 당혹스런 모순과 충돌 속에서 무의식의 심연에 떠도는 어떤 이미지들을 낭비하는 듯하다.
나는 '다이소'라는 저렴한 일상용품 가게에서 식기, 유리그릇을 보고 그 디자인과 가성비에 매료되어 필요도 없이 사기 시작했다. 워낙 저렴해서 재미로라도 살 만큼 물건들이 맵씨있었고 질도 좋았다. 그 회사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이 천원짜리 물건을 사서 좋아할 때 본인은 정말 행복하다고... 마치 팝 아티스트의 스피릿을 보는 것 같다. 유리 그릇과 식기를 조합한 램프들을 우아하고 장엄하게 장식장 위에 놓았다. 우주를 떠다니는 거대한 곤충같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름답다. 실제 소용을 낭비해 써버리고 다른 가치를 획득하는 교환의 즐거움...
메자닌 방에 미인도가 있다. 나는 오래전에 미인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출발한 미인도는 성스러움과 속스러움의 교차 속에서 어느 한 지점에 포획되지 않고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지점을 더듬는 듯 하다. 이 짓 또한 낭비이다. 그리고 예술의 속성이다. ● 이런 모든 실속 없어 보이는 무목적적 행위와 사고는 낭비로 여겨지지만, 세상은, 세계는, 우주는 이런 낭비로 돌고 돈다. 그것은 재창조의 패턴이고, 열리고 확장하는 거룩한 일 자체이기도 하다. 거룩한 낭비이다. ■ 이순종
Vol.20230422b | 이순종展 / LEESOONJONG / 李純鍾 / painting.insta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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