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30일 인사동에 나갈 일이 생겼다.

 

전시일정을 소개한 소식지 한 권 얻으러 갔더니, 비가 내렸다.

젖지 않을 정도라, 비를 맞으며 인사동 길을 걸었는데,

왜 비만 오면 술 생각부터 나는지 모르겠다.

비 소리조차 부슬부슬이 아니라 부술부술 내리는 것 같다.

 

마실 나온 젊은이들의 총총거리는 발걸음 속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눈길이 마주치자 “어~ 형!‘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한다.

마주친 고 헌은 한 때 가로등 찍는 사진가로 활동 했지만, 체질이 백수다.

지독한 애주가로 한 잔 들어가면 기타 연주하는 폼의 애드립 바로 들어간다.

 

형!이라고 부르고는 말을 못 잇는 간절함은 바로 술이다.

한 잔 하고 싶지만, 둘 다 개털이니 가자는 이야기를 못 꺼내는 것이다.

마트에서 소주 한 병 사서 한 컵씩 나누어 마시면 좋으련만,

차를 골목에 주차시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아쉬운 듯 돌아서는 발길이 무거워 보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킹 하는 우크라이나인의 비올라 소리가 감싼다.

열렬히 키스해 달라는 달콤한 멜로디가 장송곡처럼 들린다.

 

베사메 무초~

 

글,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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