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정동지 자매 따라 용인 천주교 성당 묘역을 찾아갔다.

그곳은 정영신씨 어머니 김덕순씨와 언니 정정숙씨 유골함이 아래 위로 모셔졌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신만 되면 평소 좋아하시던 복숭아와 옥수수, 고구마 등을 삶아 가는데, 

성묘 가는 길은 항상 소풍 가는 것 처럼 즐겁다.

성묘객이 없어 한적한 이번 성묘 길에는 정동지의 동생 정주영씨도 함께 했다.

 

 국화를 영전에 놓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두 자매의 모습이 정겨웠다.

 

이런저런 옛이야기로 추억을 떠올리던 정주영씨 말끝에 서운함이 묻어났다.

엄만 맨 날 언니만 챙겼잖아

자식 중에 유별나게 언니를 편애한 지난 생각이 떠오른 것 같았다.

 

서울로 돌아와서는 정주영씨가 저녁을 사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일인분에 삼만원이나 하는 섬진강 민물 장어를...

돌아가신 현대 정주영 회장님 이름값을 했다.

 

하기야! 불광동 역세권에 수십억짜리 아파트를 가졌으니, 회장보다 배짱은 더 편할 것이다.

정력에 좋다는 장어 안주 덕에 소주 한 병이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하루 걸러서는 정동지의 돌아가신 언니 정정숙씨 기일이었다.

오후 늦게 정동지 자매와 함께 김포 조카 지윤씨 댁을 찾아간 것이다.

 

오랜만에 갔더니, 조카사위 김중오씨는 다리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병인지 모르지만, 빨리 완쾌되길 빌 뿐이다.

그리고 꼬맹이 시절 보았던 유원이는 키가 엄마보다 더 큰 소녀가 되어있었다.

애들 자라는 모습에서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상다리가 부르지도록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내기에,

생전에 한 번도 뵌적은 없으나, 술 한잔 올린 후 고인을 기리며 절을 올렸다.

 

제사상을 물린 후 먹는 제삿밥 또한 자주 맛볼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다.

운전 때문에 술은 마실 수 없었지만, 제삿밥을 비벼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돌아가신 분들 덕에 연이어 몸보신을 했는데,

이 넘치는 정력은 어찌할까나...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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