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욕망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

2013_1120 ▶ 2013_1220 

 

 월요일 휴관

 

 

함명수_Times Square_캔버스에 유채_220×274.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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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수 블로그_www.artham.net


초대일시 / 2013_1120_수요일_05:00pm

기획 /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사비나미술관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안국동 159번지Tel. +82.2.736.4371

www.savinamuseum.com


한 화가의 그리기에 대한 욕망 ● 사비나미술관은 화가 함명수의 전시를 마련한다. 그동안 붓 터치를 이용한 세필의 다양한 기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함명수는 이번 전시에서 기법과 형식이 변화된 새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소재의 선택과 캔버스 화면에 등장하는 변화된 붓 터치이다. 수년 간 도시 연작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큰 붓의 굵은 선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세필을 이용해 양감을 주어 반짝이고 미끄러운 메탈 질감을 표현한다. 나아가 입체작업으로의 또다른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함명수_Times Square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3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들 중 주목할만한 작품은 뉴욕 타임스퀘어의 야경이다. 함명수는 2012년 12월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26년 12월 모스크바로 떠났던 발터 벤야민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 건 왜일까. 발터 벤야민이 두 달 동안 머물면서 기록한 『모스크바 일기』에는 이방인의 눈에 투영된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는 도시풍경이 숨막히게 들어차 있다. 문단이 전혀 나눠져 있지 않은 벤야민의 일기처럼 함명수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가 품고 있는 거대한 욕망의 풍경을 집요한 붓 터치로 빼곡히 채워나갔다. 작가는 이곳에서 현대인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간의 아바타와 같은 도시를 발견한다. 화면에 도시는 세상을 집어 삼킬 듯 건물을 휘휘 감고 있는 간판들과 마치 폭죽처럼 타오르는 전광판으로 가득 차 있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마치 영혼을 팔아버린 허깨비처럼 보인다. 또한 이렇게 흐물거리는 화면은 타임스퀘어 거리를 마치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 환상의 세계, 상상의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함명수_Tears of Star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1

함명수_Tears of Star_FRP에 유채_170×95×30cm_2013


작가는 그리기에 적합하도록 입력된 규칙적인 호흡과 리듬을 타고 꿈틀거리거나 흘러내리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자극하는 과장되고 기묘한 새로운 형태로 대상을 표현한다. 작품 「Tears of Star」 연작은 흘러내리는 액체의 볼륨감을 극대화 해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촉각적 형태가 마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입체작업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기법에 의존하는 작가의 이미지에서 기량을 뛰어넘는 도전과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에 시작하여 완성한 함명수의 지독한 그리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해골」과 「나비」 연작은 소재 위에 자연과 문명을 상징하는 작가만의 기법을 덧입혀 생성과 소멸, 욕망의 덧없음의 의미를 담는다.



함명수_Skeleton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13

'면발풍경'으로 알려지게 된 함명수의 회화에 있어 그리기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함명수에게 그리기란 무엇일까. 작가는 '그리기에 있어 특정한 사유를 실현하려고 애쓰지 않고 오히려 그리는 과정에서 사유를 유발 시킨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기법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보슬보슬한 털실이나 풀을 연상시키는 기법, 두 번째는 양감을 살려 차갑고 반짝이는 메탈 질감으로 보이도록 큰 붓으로 사용하여 매끈하게 그려내는 기법이다. 함명수의 그리기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큰 붓으로 거친 면을 만들고 세필을 사용하여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수차례 물감이 올려진 화면은 점점 본래의 형태가 변형되고, 리듬감과 속도감이 생기면서 그 안에 시간을 축적한다. ● 풍납동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곳곳에서 고집스런 그리기 방식의 기나긴 여정과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년 동안 고민의 흔적이 담긴 작가의 드로잉을 추려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기에 대한 집착과 충동과 욕망은 쉼없이 작가의 손목을 움직이게 한다. 함명수에게 그리기란 결국 무의식의 결핍에서 오는 놀이, 유희, 쾌락의 욕망과 같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처럼 작가의 그리기에 대한 욕망이 거침없이 캔버스 위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리라. 20여 년 동안 천착해온 지독한 그리기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함명수의 이번 개인전은 그가 매일 빼곡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그리기에 대한 욕망의 흔적이자 풍경이라 하겠다. 또한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그리기의 기법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함명수의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라 할 수 있다. ■ 강재현

Vol.20131120j |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

 


21세기의 시각으로 울을 재조명, 세계 탑 디자이너들의 울을 이용한 혁신적인 패션, 예술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 전시회 울모던이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18일 오픈 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 후원으로 개체되는 이번 전시는 2011년 영국에서 시작된 이후, 독일, 호주,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2번째로 개최되는 것으로 명망 있는 국내외 패션, 산업디자이너 작품 68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영국, 파리 등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 디자인 거장들과 신진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해 눈길을 끈다.

디자인 한류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패션, 산업디자이너 문영희, 정구호, 우영미, 최철용, 정욱준, 최유돈 6인과 오화진, 디자인메소즈, 우기하&강현석, 더줌, 캄캄 산업디자이너 5팀이 참여했다.

또한 존갈리아노(Joan Galliano), 랑방Lanvin), 폴스미스(Paul Smith) 등 세계 탑 패션, 산업디자이너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19일부터 25일까지 울위크(Wool Week)기간 동안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공공전시로 진행되며 누구나 관람 할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 울 소재를 주로 사용하여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구호 디자이너는 ‘탈피(Talpi)’라는 타이틀로 이미 만들어진 자켓을 이어 붙여 구조적인 실루엣을 완성했다.

울모던 오프닝 행사


영국에서 활동 중인 산업디자인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는 우기하&강현석팀은 패브릭.에이션(Fabric.ation)이란 주제로 울이 지닌 생분해성과 재생가능성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계와 콘센트, 라디오로 해석,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분해되는 울의 특성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국제 울 섬유기구 피터 아크로이드 회장은 “울마크 컴퍼니는 메리노울을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왔으며, 울모던 전시를 통해 상상을 뛰어넘는 다양한 디자인의 울을 만날 수 있다”면서 “특히 이정선씨와 오화진씨의 작품은 특별함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부대행사로, 전시 기간 중 참여 디자이너 오화진과 큐레이터 샬롯루럿(Charlotte Lurot) 등이 직접 패션, 섬유, 산업 다자인 등 관련 학과 대학생들에게 울 소재를 활용한 제작 방식과 과정을 보여주는 특별 세미나를 11월 19,21,22일 4회에 걸쳐 진행한다.

또한, 울위크 기간 동안 지속 가능한 자연친화 섬유인 울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국내 주요 패션, 유통업계와의 콜라보도 진행된다.

올모던 전시장
울모던 VIP 오프닝 행사에 참석한 호주디자이너 카밀라앤마크


롯데백화점 브리티시페어 기간에는 캠페인 포 울의 일환으로 영국 브랜드 닥스와 패션쇼를 진행한다. 캠브리지 멤버스, 울시, 바버, 존스메들리 등 유명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는 울 제품 구매고객 대상으로 소정의 선물을 지급한다. 온라인에서는 울마크 코리아 페이스북에서 신상 울 액세서리를 받을 수 있는 경품 이벤트가 진행된다,

울모던은 캠페인 포 울의 일환으로 울위크기간 동안 진행되는 세계 순회 전시이다. 세계 탑 디자이너들이 울이 지닌 뛰어난 자연친화적 특징과 다양한 가능성을 활용, 단순한 제품이 아닌 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이를 통해 울의 유용성을 알리고 차세대 디자이너들에게는 작품에 대한 영감을 주고자 한다.

캠페인 포 울)은 자연이 만든 천연 섬유인 울이 지구환경을 보호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됐다.

‘Live Naturally and Choose Wool’의 메시지와 함께 석유를 사용해 만들어 내는 대체품 대신 울을 사용하도록 촉진, 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시켜 울산업을 진작시키고 지구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사명으로 2009년부터 전시, 공공 프로모션, 교육프로그램 등의 활동을 통해 영국, 호주, 독일, 일본 등 전세계 주요 국가와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역 목양 농장부터 세계적 브랜드와 디자이너까지 울 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출범 이후 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주한영국대사관, 주한호주대사관, 한국패션협회, 대한모방협회, GS샵, 아즈텍WB, 아라아트센터가 후원한다.

안성찬 스포츠문화부장 golfahn@

ECOLE "아름다움과 나눔전이 11월20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이즈'3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난 11월20일 오후6시에 가진 개막식에는 참여작가들을 비롯하여 기획자인 김종근교수,

김상현, 정영신, 이창우, 박상희씨 등 여럿사람이 참여하여 마산 이강용씨의 전시 출품을 축하했다.

 

-전시참여작가-

길정현, 김민경, 김연옥, 김정선, 김정애, 김현미, 김현숙, 김현정, 박선주, 박희숙, 배수봉,

서윤석, 염효란, 오근표, 오기근, 오혜련, 유옥자, 유하라, 윤순로, 이강용, 이승린, 이정희,

이향미, 정세훈, 정재은, 조강남, 조미향, 조영재, 조원영, 조철숙. 조현애, 주혜경, 허정화,

황연하

 

 

 

 

 

 

 

 

 

 

 

 

 

 

 

 

 

 

 


 

박권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한데 뭉쳤다.

박인식(소설가), 최민식(영화배우)씨를 공동대표로 각 분야의 지인 100여명이 모여 "박권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약칭)"박.그.사"를 발족시켰다.
그 첫번째 사업인 유작전 추진을 위해 지난 7일 오후6시경, 안국동 '로마네 꽁띠'에 모였다.

그 자리에는 박인식 공동대표를 비롯하여 박권수씨의 부인이며 도예가인 황예숙씨, 박세경, 김상현,

김정남, 정영신, 이상철씨 등 20여명이 참석하여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공모- 관상이야기] 경직된 얼굴때문에 눈뜬 또 하나의 세상

 

 

날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연구실에는 아직 난로를 켜지 않았다. 따스하면 머리가 명징하게 맑아지지 않는다. 덧버선과 따스한 실내화, 두꺼운 카디건을 입고 붓을 잡고 작업하기에 그다지 춥지는 않다. 휴일이라 이웃에 사는 딸에게 연락이 와서 함께 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딸이 말한다.

"엄마! 뭐가 그리 언짢아?"
"아닌데… 행사가 있어 종일 다리가 좀 아프고 힘들었지만 기분은 영향없는데… 왜 그러니?"
"신경이 날카롭고 피곤하고 금방 짜증이 터질 것 같아."

딸과 후후 불면서 식사를 한참 하고 나니 또 딸이 말한다.

"엄마! 아까 하고 얼굴이 확 달라졌어! 하하. 아까는 몸이 차가워서 엄마가 그리 경색되었나보지?"
"응… 엄마는 원래 그렇지. 혈기가 안 돌면 얼굴 신경이 뻣뻣해지니깐…."

"저 아이는 누구 닮아 저럴꼬?" 왜 나만 다를까

초등학교 3학년까지 나는 특이체질로 엄마의 등에 업혀있는 때가 많았다. 너무 까매서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면 베트콩 아이라고도 하고 제주도 보자기라고도 놀림을 받았다. 바깥의 온도가 내 몸 온도와 차이가 많이 나면 나는 저절로 온몸이 경직되고 표정도 사색에 가깝게 경색이 된다. 그래서 오해를 참 많이 받고 살았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동네 밖에 나가기만 하면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저 아이는 누구 닮아 저럴꼬? 제 언니 오빠들과 닮지도 않고… 쯧쯧 제대로 살아갈랑가 몰라. "

우리 형제는 위에서 부터 모두 2살 터울인데 내 위에만 5살 터울이니 나는 늦둥이 인셈이기도 하고, 7남매 막내로서 엄마가 나를 노산으로 낳아서 어릴 적부터 유달리 병약했다. 신경장애로 잘 넘어지기도 했던 탓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그럴 때마다 나는 오빠, 언니들과 나를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모두들 피부가 하얗고 건강한데 나만 까맣고 허약하다든가 또는 모두 밝은 태양 아래 태어났는데 나만 한밤중에 태어났다든가 모두들 청력에 이상이 없는데 나만 청신경장애라든가… 나는 얼굴만 다른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항상 내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까만 얼굴에 사방에 눈치를 살피고 잘 울었다. 나는 항상 내가 긍정적이고 명랑하다고 자부하는데 주변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중학교에 들어 가면서 나는 선생님들에게 출석부로 머리나 등짝으로 자주 얻어 맞았다. 내 얼굴이 불만이 있는 것처럼 경직돼있거나, 대답을 안 해서 선생을 무시한다는 오해 때문이었다.

매 시간마다 선생이 바뀌어 들어오는 중학교 때는 사춘기의 시작이었다. 내 장애에 대해 스스로 제대로 자각하고 인정하고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내가 청신경장애인이라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다고 선생들이나 급우들에게 내가 나를 변호할 만큼 당당하지 못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 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나는 선생을 무시한다는 오해를 받았고 급우들에게 왕따를 당했다.

성인 이후 얼굴은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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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용의 '호수'를 캘리그라피로 제작한 작품.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시작갤러리에서 침묵의 기쁨전에 전시할 예정.
ⓒ 이영미

 


청신경장애 뿐만 아니라 몸이 워낙 차가워 피가 돌지 않으면 혈색이 좋지 않아 그것도 표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나는 내 표정으로 인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자연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접한 게 책이었다.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만화에서부터 철학과 에세이, 여행담, 사회과학, 공상소설과 모든 책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점점 문학과 철학쪽으로 집중해서 골라 보게 되었다. 어느 날 한 책에서 본 글귀 두 개가 내 온몸을 쭈뼛거리게 만들었다. 얼굴에 대한 이야기 였다.

'사람의 얼굴은 20세까지는 부모가 만들어 준 얼굴이지만 40세의 얼굴은 스스로가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는 내용과 그 뒤에 다시 어떤 책에서 읽은 '수상보다 중요한 것은 관상이고 관상보다 중요한 것은 심상이다. 따라서 심상에 따라 관상이 나오고 수상은 변할 수 있다'는 내용.

성인 이후의 얼굴은 만들어진다는 것은 15세 사춘기 아이에게 아주 획기적이었다. 마치 돈 안 들이고 성형수술을 할 수 있다는 말과 똑같은 효과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 튀어나온 입을 바로 잡기 위해 틈만 나면 입술에 연필을 물고 코와 귓볼에는 빨래집게를 꼽았다. 물론 이 세상 아무도 모르게….

지금 생각해도 좀 웃기는 것은 결혼해서 내 딸들이 어릴 때도 아이들이 잠잘 때는 코에 안아픈 집게를 해주고 귓볼을 자주 당겨주었다는 것이다. 코가 좀 높아야 복이 들어오고 귓볼이 좀 늘어져야 덕성스럽다는 말을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물리적인 행위 말고도 나는 '심상'이 달라지기 위해 마음 공부를 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50대, 내가 바라는 노년의 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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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라는 노년의 관상은 눈가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안성기처럼 부채살 같이 온화한 눈주름이 생기고 지금의 눈빛이 흐려지지 않는 것이다.
ⓒ CJ엔터테인먼트

 


어릴 때 엄마는 식구들의 사주도 종종 보았는데 가끔 내 손을 잡고 남몰래 우셨다. 내 사주가 초반에 잘 못 먹고 오래 못사는 고비가 있고 그 고비를 넘기면 말년에는 잘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내가 못 먹을 정도로 가난하고 오래 못 산다는것을 유념하면서 바짝 긴장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20세가 되면 '30세까지 살까?', 30세가 되면 '40세까지 살까? 50세까지 살까?' 생각했고, 50이 넘은 지금도 나는 '60세까지인가?'하고 가끔 어리석게 꼽아본다.

관상과 사주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참고하면 내가 걸어가는 삶의 길에 유용한 거름도 되는 것 같다. 잘 못 먹는다는 것이 가난해서 못 먹는 것보다 신체적인 위장의 허함으로 소화를 잘 못하는 것이나 그것을 보완하면 별 탈이 없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는 거였다. 마찬가지로 오래 살든 못 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나는 매 순간 내 마음을 최대한 평화롭게 하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늘 입술에 미소를 지으려 노력한다. 사람들과 미팅하기 전이나 강의실에 들어가기 전에는 화장실이나 차 안에서 어릴 적과 똑같이 볼펜이니 종이를 물고 노래를 하거나 거울을 보면서 안색을 펴는 눈 운동 눈썹 운동, 입 운동을 한 후에 들어간다.

그런데 웃지 않고 얼굴이 경직되었을 때도 사람들이 간간히 오해를 하더니 이제는 늘 웃어도 오해를 하는 일들이 또 생긴다. 속상해야 하는 어떤 상황에서 표정이 어둡지 않고 밝으니 '사오정'이란 놀림을 받기도 하고' 비웃는 건가요?' 하는 오해도 받는 것이다.

얼굴 표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어릴 적과 얼굴 표정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의 나 사이에는 40여 년의 세월 간격이 있다. 그러나 그 세월과 무관하게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존재는 그냥 그대로 안녕히 세월의 줄타기를 타고 있고, 사람들도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롭게 착각하고 있다. 그 세상살이가 나는 여전히 신기하고 신비하다.

유달리 어둡고 경직된 나의 관상 덕분에 나는 심상의 세상에 눈을 떴고 그것이 참 감사하다. 만약 내 관상이 유달리 좋았다면 나는 심상을 모르고 보이는 형상의 세상에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인간이 되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래서 사주대로 요절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바라는 노년의 관상은 눈가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 안성기처럼 부채살 같이 온화한 눈주름이 생기고 지금의 눈빛이 흐려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입술 운동을 하지 않아도 입이 저절로 백일이나 돌된 아이나 문수동자상처럼 이래도 저래도 잘 웃었으면 좋겠다. 심상은 "당신이 있어서 오늘 나도 기쁩니다"하는 내 살아있는 심장의 두근거림이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잘 전해지면 바랄 바가 없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관상이야기 응모글입니다.

 

 

 

정지용의 '침묵의 기쁨'展 안내

 

12월 4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시작갤러리에서

[SW갤러리] 시간을 여행하는 박경화의 콜라주전…

“이 작품들이 제 모습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첫 전시를 한 때가 1988년이었으니까 올해로부터 꼭 25년이 되었어요. 그 이후 다시 전시를 하기까지 이리 오래 걸릴지 몰랐습니다.”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생애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경화 작가는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갤러리 현대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끝으로 그림 그리는 일과는 사실상 멀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작품활동을 했다. 당연히 화가로서 큰 꿈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백기간이 무려 25년이나 된다. 사연의 강이 깊을 것 같다.

“뉴욕의 제 작업실에 있으면서도 신이 안 나고 즐겁지가 않고 괴롭더라고요. 이게 왜 괴로운가. 저는 무조건 작업을 해야 되고 아티스트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힘이 드나를 생각한 거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너무 힘드니까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할 무렵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아이 둘을 출산하고 이런저런 가정사를 겪었다.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안 그려지는 딜레마 속에 빠졌다. 주부의 삶은 도토리 키재기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자식을 낳아 키워야 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 만큼은 누구나 일등으로 베풀고자 하는 게 한국 여인들의 마음 아닌가.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 공식 중 하나 아니던가. 그렇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살다보니 세월은 저 만치 먼저 앞서가고 있었다. 이제는 그림이 그려질 때도 됐는데 아직 내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그림이 안 그려지는 건 아닐까 고민도 해봤다.

“언제 누가 저에게 작가가 그림을 그리다 막히면 그걸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카운셀링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그렇게 저에게 매혹적으로 들리더라고요. 그때 알아서 이걸 해야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저도 모르게 종교도 열심히 심취해보고, 지금도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게 된 거예요.”

종교도 그의 마음을 다잡아 주지 못했는데 심리학라는 학문이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 보게 해주었다.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심리학을 배우며 제 자신을 계속 들여다 보니까 제가 이런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억지로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제가 까다롭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티스트란 이름으로 해나갈 수가 없었어요. 제 스스로가 우러나오는 그림을 그릴 때까지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작업이 다 끝났는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아이들 두 명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서 제 품을 떠나면서 저한테 그런 자유로운 시간이 팍 오게 된 거예요.” 

 

세상의 인연이 그렇게 그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었다. 이제 그 앞에 놓여있는 건 자유로움이었다. 진정한 예술은 자유를 주고 자유 속에서 예술을 꽃피울 수 있음을 문득 깨달았을까.

“25년이라는 세월은 저에게 해야만 할 거 같은 작업을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시간이 되었을 뿐 아니라 20대의 젊고 야망에 찬 젊은 화가의 모습에서 머리가 희끗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서야 하고 싶은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한 콜라주 방식이 저에겐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작업형태란 것을 알게 되었죠.”

늦게 열린 문이지만 그는 활짝 열린 문을 통해 그동안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열정을 쏟았다. 작품이 엄청 커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그의 작품은 손바닥 한 두개를 합쳐놓은 크기가 대부분이다. 절제의 미가 생긴 것일까.

“지금 이 작업이 제 모습 같아요. 작은 작업이 살림하면서 부담 없고 편해요. 25년 전에도 유화 그릴 때 사진, 천 등 다양한매체를 동원했어요. 그런 걸 잘 다루는 편이죠. 예전에 만든 소품의 드로잉, 판화와 사진 작품을 꺼내 보니 지금의 내용과 비슷한 맥락이라 놀라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며 작업한 큰 사이즈의 유화들과는 달리 이런 즉흥적이고 짧은 시간에 표현되어지는 작품들에게서 제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만든 작품을을 벽에 걸오놓고 혼자 즐겨왔다. ‘나만 좋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다. 무의식적으로 별 생각없이 작업을 한다. 나고 난 후 스스로 ‘마음에 든다, 예쁘다’는 생각이 실제로 드는 작품이 대다수다. 그의 작품을 본 주변 사람들도 거들고 나섰다. 그도 자신감이 생겼다. 언젠가는 이 작품들로 전시를 하고싶다고 소원했다. 그 꿈은 현실 속에서 꽃피우고 있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은 “박경화 작가의 작품은 보편적인 경향을 넘어 콜라주 기법을 조화와 균형이라는 의식으로 내세워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나는 세상의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공존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작품의 주제를 이야기하듯 따스한 조형적인 어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작품의 주제에 담긴 철학적이고 일상적인 사실들을 마치 시간을 여행하듯 주섬주섬 꾸려나가는 것은 회화 전공과 함께 심리학을 공부한 작가의 영향을 의미한다. 일상의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심리적인 면에서 마음의 바탕을 이루는 영혼을 주제로 해체해 가는 사실과 삶의 경험에서 인지되는 의식을 대상으로 접근하는 사유에 대한 학문적인 의식들을 회화라는 행위적인 작업을 통해 표현해 가는 작가만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는 배경이다”고 평했다.

박경화 작가의 전시는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19일까지 이어진다. (02)6262-8114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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