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욕망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

2013_1120 ▶ 2013_1220 

 

 월요일 휴관

 

 

함명수_Times Square_캔버스에 유채_220×274.5cm_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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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명수 블로그_www.artham.net


초대일시 / 2013_1120_수요일_05:00pm

기획 /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

관람료 /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월요일 휴관


사비나미술관Savina Museum of Contemporary Art

서울 종로구 안국동 159번지Tel. +82.2.736.4371

www.savinamuseum.com


한 화가의 그리기에 대한 욕망 ● 사비나미술관은 화가 함명수의 전시를 마련한다. 그동안 붓 터치를 이용한 세필의 다양한 기법으로 우리에게 알려진 함명수는 이번 전시에서 기법과 형식이 변화된 새로운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시와 자연을 아우르는 소재의 선택과 캔버스 화면에 등장하는 변화된 붓 터치이다. 수년 간 도시 연작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큰 붓의 굵은 선으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세필을 이용해 양감을 주어 반짝이고 미끄러운 메탈 질감을 표현한다. 나아가 입체작업으로의 또다른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다.

 


함명수_Times Square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3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신작들 중 주목할만한 작품은 뉴욕 타임스퀘어의 야경이다. 함명수는 2012년 12월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926년 12월 모스크바로 떠났던 발터 벤야민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 건 왜일까. 발터 벤야민이 두 달 동안 머물면서 기록한 『모스크바 일기』에는 이방인의 눈에 투영된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는 도시풍경이 숨막히게 들어차 있다. 문단이 전혀 나눠져 있지 않은 벤야민의 일기처럼 함명수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가 품고 있는 거대한 욕망의 풍경을 집요한 붓 터치로 빼곡히 채워나갔다. 작가는 이곳에서 현대인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간의 아바타와 같은 도시를 발견한다. 화면에 도시는 세상을 집어 삼킬 듯 건물을 휘휘 감고 있는 간판들과 마치 폭죽처럼 타오르는 전광판으로 가득 차 있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마치 영혼을 팔아버린 허깨비처럼 보인다. 또한 이렇게 흐물거리는 화면은 타임스퀘어 거리를 마치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 환상의 세계, 상상의 세계로 만들어 버린다.



함명수_Tears of Star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11

함명수_Tears of Star_FRP에 유채_170×95×30cm_2013


작가는 그리기에 적합하도록 입력된 규칙적인 호흡과 리듬을 타고 꿈틀거리거나 흘러내리는,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을 자극하는 과장되고 기묘한 새로운 형태로 대상을 표현한다. 작품 「Tears of Star」 연작은 흘러내리는 액체의 볼륨감을 극대화 해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촉각적 형태가 마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 입체작업으로 선보인다. 이러한 시도는 기법에 의존하는 작가의 이미지에서 기량을 뛰어넘는 도전과 실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2008년에 시작하여 완성한 함명수의 지독한 그리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 「해골」과 「나비」 연작은 소재 위에 자연과 문명을 상징하는 작가만의 기법을 덧입혀 생성과 소멸, 욕망의 덧없음의 의미를 담는다.



함명수_Skeleton_캔버스에 유채_162.2×130.3cm_2008~13

'면발풍경'으로 알려지게 된 함명수의 회화에 있어 그리기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다. 함명수에게 그리기란 무엇일까. 작가는 '그리기에 있어 특정한 사유를 실현하려고 애쓰지 않고 오히려 그리는 과정에서 사유를 유발 시킨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기법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보슬보슬한 털실이나 풀을 연상시키는 기법, 두 번째는 양감을 살려 차갑고 반짝이는 메탈 질감으로 보이도록 큰 붓으로 사용하여 매끈하게 그려내는 기법이다. 함명수의 그리기는 시간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큰 붓으로 거친 면을 만들고 세필을 사용하여 흐름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렇게 수차례 물감이 올려진 화면은 점점 본래의 형태가 변형되고, 리듬감과 속도감이 생기면서 그 안에 시간을 축적한다. ● 풍납동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 곳곳에서 고집스런 그리기 방식의 기나긴 여정과 흔적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20여 년 동안 고민의 흔적이 담긴 작가의 드로잉을 추려 한자리에 모았다. 그리기에 대한 집착과 충동과 욕망은 쉼없이 작가의 손목을 움직이게 한다. 함명수에게 그리기란 결국 무의식의 결핍에서 오는 놀이, 유희, 쾌락의 욕망과 같은 것이 아닐까.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처럼 작가의 그리기에 대한 욕망이 거침없이 캔버스 위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리라. 20여 년 동안 천착해온 지독한 그리기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함명수의 이번 개인전은 그가 매일 빼곡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그리기에 대한 욕망의 흔적이자 풍경이라 하겠다. 또한 작가에게 이번 전시는 그리기의 기법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함명수의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라 할 수 있다. ■ 강재현

Vol.20131120j | 함명수展 / HAMMYUNGSU / 咸明洙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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