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갤러리] 시간을 여행하는 박경화의 콜라주전…
“이 작품들이 제 모습이죠”
“대학을 졸업하고 첫 전시를 한 때가 1988년이었으니까 올해로부터 꼭 25년이 되었어요. 그 이후 다시 전시를 하기까지 이리 오래 걸릴지 몰랐습니다.”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생애 두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는 박경화 작가는 설레임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화여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88년 갤러리 현대에서 첫 개인전을 연 것을 끝으로 그림 그리는 일과는 사실상 멀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 작품활동을 했다. 당연히 화가로서 큰 꿈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백기간이 무려 25년이나 된다. 사연의 강이 깊을 것 같다.
“뉴욕의 제 작업실에 있으면서도 신이 안 나고 즐겁지가 않고 괴롭더라고요. 이게 왜 괴로운가. 저는 무조건 작업을 해야 되고 아티스트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게 왜 이렇게 힘이 드나를 생각한 거죠.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너무 힘드니까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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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것을 포기할 무렵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아이 둘을 출산하고 이런저런 가정사를 겪었다. 그림을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안 그려지는 딜레마 속에 빠졌다. 주부의 삶은 도토리 키재기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자식을 낳아 키워야 하고 자식에 대한 사랑 만큼은 누구나 일등으로 베풀고자 하는 게 한국 여인들의 마음 아닌가. 뜻대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 공식 중 하나 아니던가. 그렇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열심히 살다보니 세월은 저 만치 먼저 앞서가고 있었다. 이제는 그림이 그려질 때도 됐는데 아직 내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그림이 안 그려지는 건 아닐까 고민도 해봤다.
“언제 누가 저에게 작가가 그림을 그리다 막히면 그걸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카운셀링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해줬어요. 그 말이 그렇게 저에게 매혹적으로 들리더라고요. 그때 알아서 이걸 해야겠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저도 모르게 종교도 열심히 심취해보고, 지금도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게 된 거예요.”
종교도 그의 마음을 다잡아 주지 못했는데 심리학라는 학문이 자신을 거울처럼 들여다 보게 해주었다.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심리학을 배우며 제 자신을 계속 들여다 보니까 제가 이런 이런 어려움이 있어서 억지로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제가 까다롭고 마음이 약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티스트란 이름으로 해나갈 수가 없었어요. 제 스스로가 우러나오는 그림을 그릴 때까지는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작업이 다 끝났는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아이들 두 명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서 제 품을 떠나면서 저한테 그런 자유로운 시간이 팍 오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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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인연이 그렇게 그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었다. 이제 그 앞에 놓여있는 건 자유로움이었다. 진정한 예술은 자유를 주고 자유 속에서 예술을 꽃피울 수 있음을 문득 깨달았을까.
“25년이라는 세월은 저에게 해야만 할 거 같은 작업을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시간이 되었을 뿐 아니라 20대의 젊고 야망에 찬 젊은 화가의 모습에서 머리가 희끗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서야 하고 싶은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한 콜라주 방식이 저에겐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작업형태란 것을 알게 되었죠.”
늦게 열린 문이지만 그는 활짝 열린 문을 통해 그동안 마음 속에 쌓아두었던 열정을 쏟았다. 작품이 엄청 커질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정반대다. 그의 작품은 손바닥 한 두개를 합쳐놓은 크기가 대부분이다. 절제의 미가 생긴 것일까.
“지금 이 작업이 제 모습 같아요. 작은 작업이 살림하면서 부담 없고 편해요. 25년 전에도 유화 그릴 때 사진, 천 등 다양한매체를 동원했어요. 그런 걸 잘 다루는 편이죠. 예전에 만든 소품의 드로잉, 판화와 사진 작품을 꺼내 보니 지금의 내용과 비슷한 맥락이라 놀라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며 작업한 큰 사이즈의 유화들과는 달리 이런 즉흥적이고 짧은 시간에 표현되어지는 작품들에게서 제 모습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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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만든 작품을을 벽에 걸오놓고 혼자 즐겨왔다. ‘나만 좋지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볼까’ 걱정도 됐다. 무의식적으로 별 생각없이 작업을 한다. 나고 난 후 스스로 ‘마음에 든다, 예쁘다’는 생각이 실제로 드는 작품이 대다수다. 그의 작품을 본 주변 사람들도 거들고 나섰다. 그도 자신감이 생겼다. 언젠가는 이 작품들로 전시를 하고싶다고 소원했다. 그 꿈은 현실 속에서 꽃피우고 있다.
박경화 작가의 전시는 인사동 한국미술센터에서 19일까지 이어진다. (02)6262-8114
강민영 기자 mykang@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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