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긴 인사동, 날릴 파리도 없다.

 

화랑들은 건물주 눈치만 보고

작가들은 희멀건 하늘만 본다.

 

세말의 구세군 종소리조차 처량하다.

 

그 와중에 골목골목 포스터가 나붙었네.

나서는 자 제대로 된 작가 보지 못했다.

 

똥파리들 몰리니 똥은 많은 모양이다.

 

코로나야! 코로나야! 너는 누구 말만 듣니?

하나님이냐? 부처님이냐? 신령님이냐?

 

신도 손쓰지 못하는 걸 보니, 말세는 말세로다.

 

사진, 글 / 조문호

 

 

대개의 전시가 시작되는 수요일의 인사동은 길거리에서 쉽게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지난 25일의 수요일에는 ‘인사아트프라자’에서는 김윤수선생 2주기 추모전이 열렸고,

‘나무아트’에서는 나종희씨의 ‘터널’전이 열렸다.

그래서 인지 두 전시장 사이의 짧은 거리를 지나며 반가운 화가를 여럿 만났다.

 

난 안면은 있지만 마스크에 가려 헷갈릴 때가 많다.

화가 박흥순씨와 두시영씨도 만났고 김재홍씨도 만났다.

 

‘나무화랑’에 올라 가려니, 버스킹 나온 번개가 시비 걸었다.

 

“형은 좋아하는 노래가 뭐요?”

기다렸다는 듯이 ‘봄날은 간다’ 아이가‘ 했더니,

바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렸다.

 

아무리 갈길이 급해도 청성 맞은 그 노래를 2절까지 다 들었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는 마지막 대목에서 눈물을 짠다.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 길 건너에 자리한 낙원동은 주머니 가벼운 노인들의 안식처다.

그러나 오 갈 때 없는 노인들의 도피처에 다름 아니다.

 

이곳에서는 만 원짜리 한 장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이발도 할 수 있고 헌책도 살 수 있다.

따뜻한 국밥으로 허기를 메우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즐긴다,

그리고 대포 한 잔으로 시름도 풀 수 있는 곳이 바로 낙원동이다.

 

소뼈와 우거지로 밤 세워 끓여낸 국밥 한 그릇이 2천 원이다.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에다 이발도 염색도 5천 원이면 충분하고,

맥주 컵에 따라 주는 천원의 잔술 한 잔에 하루가 지나간다.

 

서쪽의 인사동과 북쪽의 익선동, 남쪽의 종로에 비해

낙원동은 제반 시설이 낙후된 데다 노인이 많아서 인지,

길 하나 사이에 가게 임대료조차 세배나 차이 난다.

 

낙원상가 지하에는 청국장으로 유명한 ‘일미식당’도 있고 ‘맛국수’와 ‘엄마김밥’도 있다.

탑골공원 북문 쪽으로는 ‘유진식당’ 등 싸고 맛있는 식당이 즐비하다.

 

지난6일, 인사동에서 낙원동으로 발길을 옮겼다.

계단 밑에 자리잡은 ‘다리 밑 집’에서 길만 건너면 낙원동이다.

탑골공원 북문 쪽에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장기를 두고 있었다

장기판 하나에 훈수꾼은 여러 명 붙어 있었다.

 

한 할아버지가 "아! 씨발, 마가 왼쪽으로 갔으면 막을 수 있었잖아!"고

투덜거리자 구경꾼들이 모두 웃었다. 다들 처음 만났지만, 이내 친해졌다.

인천에서 왔다는 서씨는 "아는 사람 없어도 그냥 와서 이야기하다보면 친해진다"고 한다.

장기 두는 사람도 훈수 두는 사람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게 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이곳은 사회적 격리도 통하지 않는 노인들의 천국이다.

 

탑골공원으로 출근하는 노인들이 늘어난 것은

무료 급식도 있지만, 파격적으로 싼 식당이나 이발소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현궁 맞은편에 있는 노인복지센터와 낙원상가에 있는 실버영화관 등

노인들 시간 보낼 곳이 몰린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한 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노인들에게 몸 파는 '박카스 아줌마'들이 종묘 쪽으로 옮겼다.

“나랑 연애한번 할래요? 잘해 드릴게”라며 박카스를 내미는 장면은

이제 탑골공원 주변에서는 볼 수 없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면

지금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늙어감에 따라 찾아오는 죽음을 막을 수야 없지만,

노년의 가난함과 외로움, 그리고 노인의 성 문제 등 사회가 터부시하는

여러 요소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바로 ‘박카스 아줌마’가 아닌가 생각된다.

 

애잔하면서도 불편한 존재가 노인들이다.

어쩌다 나이 드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으며 고통이 되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더 슬픈 것은 가족 부양하느라 정신없이 돈벌이에 급급하다 

미처 재미있게 사는 '놀이'조차 배우지 못한 것이다.

몰입할 놀이도 없는 남자들에게 불어난 잉여시간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노인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누구나 거쳐야 할 인생행로다.

낙원동이 노인들의 도피처가 아니라 이름처럼 낙원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다들 밤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공원 주변엔 길 잃은 노숙자만 남는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그들의 삶이 안타깝다.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 요소요소에 빈 점포들이 늘려있다.

코로나 시국이라 다들 나설 엄두를 못 내지만, 어쩌면 위기가 기회일지도 모른다.

업종만 잘 선택하면 몫 좋은 곳은 물론 좋은 조건으로 임대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인사동 거리를 메우는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인사동을 찾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막연한 갈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 마시고 술 마실 곳이야 많지만, 전시장 외의 문화공간이 별로 없다.

연인과 함께 연극이나 공연을 볼 수 있는 소극장도 절실하다.

 

성업을 이루던 싸구려 잡화상들이 지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젠 몇 곳 남지 않았는데, 임대료가 싼 골목 안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 빈 가게에 젊은이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살려내면 어떨까?

 

중국산 싸구려 상품이 아니라 연인들 끼리 품격 있는 선물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아트상품 매장들이 들어섰으면 좋겠다.

예술적 감성에 목마른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

 

지난 2일은 인터뷰에 불려나간 정영신씨 따라 인사동에 나왔다.

끝날 동안 인사동 거리를 돌아 다녔는데, 빈 가게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유재만씨가 직영하던 대형 음식점 ‘아라랑가든’까지 문 닫았더라.

 

‘보물창고’,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나락실’ 등 문 닫은 지 오래된 점포들이 늘렸지만

‘황금연못’, ‘까망글씨’등 새로 개업한 가게도 생겨나고 있었다.

 

한정식 ‘옥정’은 ‘853’이란 고기집으로 간판을 바꾸었고,

호텔 ’쿠레타케소‘도 언제 개업했는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마스크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

근성으로 답례를 하고 돌아설 때야 누군지 생각이 났다.

바로 꿈길 속의 춤을 찍는 양재문씨였다.

 

가는 분을 불러 사진을 찍는 헤프닝까지 벌였다.

빨리 복면의 시대가 끝나야 할 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청각은 물론 인지 능력까지 떨어져 종종 실수를 한다.

 

나도 쪽방에서 예전에 살던 인사동 옥탑 방으로 옮길 생각이다.

다시 한 번 인사동의 봄을 꿈꾼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주말은 모처럼 인사동이 붐볐다.

 

사람이 많아 반갑기는 했으나,

코로나 감염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인사동에 사람이 없어도 걱정이고 많아도 걱정이다.

 

외국관광객이 사라지니 잡화상들도 하나 둘 문을 닫았다.

살아남은 잡화상도 오래가지 못할 것 같았다.

 

태엽 장식물 파는 ‘기정아트’만 사람이 몰렸다.

벽에 걸린 태엽이 움직이는 형상에 시각적 흥미를 느낀 것이다.

 

인사동에 빈 점포가 제법 남아 있었다.

하기야! 이 불경기에 누가 장사하러 들어오겠는가?

 

문닫는 가게가 속출하는 것이 어디 인사동만의 문제겠는가?

빨리 코로나가 끝나고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길 빌 뿐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0일 토요일 오후 무렵의 인사동 거리 풍경이다.

 

연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는데, 주로 가족 나들이였다.

 

이젠 마스크 쓰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는 복면의 시대가 되어버렸다.

복면의 인파가 휩쓰는 거리는 마치 유령의 도시 같다.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때도 많을 것이다.

사람 만나기를 기피하고 얼굴까지 가리고 살아야 하니, 사는 게 말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누군가 다가 와 살갑게 인사했다.

알아보지 못해 머뭇거렸더니, '시가연’이란다.

‘시가연’ 주인이라면 김영희씨인데, 아무리 보아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마스크를 벗겨 확인할 수야 없지 않은가?

 

이 날은 인사동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지인만도 여섯 분이나 되었다.

전시 작품들이 보고 싶었지만, 들릴 수가 없었다.

스스로 약속한 일이라 어딘 가고 어딘 안 갈수 없어서다.

코로나가 사라지기 전엔 사람 모이는 곳을 피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 쓰면 숨이 가빠 일이십 분도 견디지 못하는 호흡기환자가

목숨 걸고, 민폐 끼쳐가며 찾아다닐 필요야 없지 않겠는가.

 

이젠 전시하는 분들이 온라인 전시도 병행했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으니, 한 번 고려해 볼 문제다.

 

어차피, 시대흐름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러다 사랑도 온라인으로 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두렵다.

 

살다 살다 별일을 다 겪는다.

 

사진, 글 / 조문호

 

추석을 맞아 이청운화백 문병가자는 연락이 왔다.

병문안 간지가 2년이 넘어 늘 마음에 걸렸는데, 전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때라 걱정되었다.

이미 간다는 약속이 된 터라 내가 안 된다고 우길 일은 아니었다.

 

죽고 사는 것은 운에 맡기고, 죽기 전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생각에서 따라 나섰다.

약속한 서부경찰서 앞으로 가니, 전활철, 김명성, 조해인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뒤이어 김상현씨가 나타나 다섯 명이 모여 병문안을 한것이다.

 

이화백이 자리에 누운 지가 벌써 6년이 지났다.

작업실에 들어서니 부인 이상랑여사가 반겼는데, 얼마나 고생 했으면 늙어보였다.

밤낮을 지극히 보살피니 지성이면 감천이라듯, 자리 털고 일어날 때도 되었다.

 

! 그런데 이청운화백을 보니 화색이 좋아졌고, 눈빛에서 재기의 자심감이 보였다.

오래 전 만났을 때, ‘5년만 더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애통한 눈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 빨리 일어나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미완성 그림에 혼을 불어 넣어라.

 

오래 있을 수 없어 다들 연신내로 자리를 옮겨 술 한 잔 했다.

미리 약속했는지, 선수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었다.

먼저 온 네 사람 외에도 김각환, 최석규, 이상훈, 서길헌, 강찬모씨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복권 일등이 여덟 번이나 나왔다는 연신내 복권매장에서

김명성씨가 복권10장을 사와 한 장씩 나누어 주었다.

나야 복권 살 돈도 없지만, 어떻게 번호를 맞추는지도 모른다.

 

오래전에도 한 장 얻었는데, 주머니에서 돌아다니다 결국 확인도 못한 채 버렸다.

평소 요행을 바라지도 않지만,

만약 일억짜리에 당첨되었다면 어디에 쓸 것인가의 물음에 멍해졌다.

돈이 생겼다는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팠다.

 

방향이 같은 조해인씨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코로나는 물러가고, 이청운화백도 일어나라.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사진, / 조문호

 

 

 

 

 

 

대마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현영애 감독으로 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현 감독은 페이스 북에서 알았는데, 그 용기가 대단했다.

대마라는 말만 나와도 쉬쉬하며 주눅 드는 세상이 아니던가?

대마 명예회복을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기대되는 바도 컸다.

 

지난 2일 오후4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약속시간보다 일러 인사동 거리를 돌아다녔다.

추석 연휴라 그런지 평소보다 사람이 많았다.

단골 악사가 연주하는 비올라 리듬의 템포도 빨라졌다.

 

시간이 빠른건지 오래지 않았는데, 금방 약속시간이 지나 버렸다.

서둘러 갔더니, ‘귀천’의 목영선씨가 반겨주었다.

첫 대면이라 못 알아볼까 걱정했는데, 마침 찻집에 여자 손님은 한 분 뿐이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는데, 좀 머쓱했다.

‘귀천’에서의 첫 만남은 이런 저런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쳤다.

현감독이 보여 준 영화제작 기획안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눈이 어두워 대충 보았지만 관심가는 내용이 많았다.

 

특별한 용건이 없어 혼자 콩팔칠팔 지껄였으나,

좋은 기록물이 될 수 있도록 힘 닿는데까지 도울 생각이다.

 

부디 마약으로 왜곡된 대마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아, 대마합법화에 기여하기 바란다.

 

자원의 보고인 대마 해방을 위해 많은 분들의 관심과 협력을 부탁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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