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장에 가자’전이 끝나는 날, 신사동 “뮤 아트‘에서 파장 잔치가 열렸다.

 

이 파장 잔치는 뮤지션 김상현씨가 정영신씨의 출판을 기념하는 음악회를 열어준 것이다.

 

고맙긴 하지만 정영신씨가 부담스러워하는데다, 나 역시 옛날 같잖아 몸이 편치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로 바짝 쫄았는데, 누굴 초대하겠는가?

전시 철수한 차를 녹번동에 갖다두고. 정영신씨와 둘이서 '뮤 아트'로 갔다.

 

신사동 5번 출구로 나가니, 미술 평론하는 황정수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을 기다렸다.

며칠 전 충무로 술자리에서의 초청에 나와 준 것이다.

정영신씨와 나 뿐 인줄 알았는데, 천만다행이었다.

 

‘뮤 아트’에는 김상현씨 혼자 기다리고 있었다.

쿠바 뒷골목의 담배연기 자욱한 어느 선술집 같은 분위기다.

금방이라도 누군가 쌍권총을 들고 나타날 것 같은 그런 퀴퀴한 분위기....

실내 곳곳에는 김상현씨가 살아 온 오랜 삶의 흔적이 농축되어 있다.

 

좀 있으니, 황정수씨와 오란석씨가 들어 와 술자리가 어울어졌다.

뒤 따라 에쉬와 정태호씨 등 뮤지션들도 속속 등장했다.

 

먼저 김상현씨가 선사한 노래는 “떠날 때는 말없이‘였다.

김상현씨의 십팔번이기도 하지만, 노래의 절절함이 너무 가슴 아프다.

 

“아 그 밤이 꿈이었나

비 오는데 두고두고 못 다한 말 가슴에 새기면서

떠날 때는 말 없이 말 없이 가오리다“

 

두 번째는 정영신씨가 좋아하는 노래 ‘검은 상처의 부루스’를 불러주었다.

나 역시 술만 취하면 정영신이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대는데,

피를 토할 듯,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눈물을 짠다.

 

이 노래 또한 스스로가 비참해지는 슬픈 노래다.

 

“그대 나를 버리고 어느 님의 품에 갔나

가슴에 상처 잊을 길 없네

그대여 이 밤도 나는 목메어 운다“

 

김상현씨의 노래에는 깊은 한이 배어있다.

그 한이 30년이 가깝도록 “뮤 아트”에 묶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엔 환상의 트리오가 어울렸다.

정태호의 피아노 연주에 Ahreum Ash Hanyo가 노래 불렀다.

 

플롯 선율을 감싸 안으며 부르는 에쉬의 음색은 귀가 막혔다.

마치 솜방망이로 두드리는 것 같은 부드러운 저음의 울림이었다.

 

피아노와 플룻의 조화도 일품이었다.

이 아름다운 음악을 우리만 듣기가 아까웠다.

 

노래가 끝난 뒤 에쉬의 노래가 담긴 씨디 한 장도 선물 받았다.

 

음악들으랴! 박수치랴! 술 마시랴! 바빴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홀짝 홀짝 마신 술에 취해버렸다.

 

자정이 가까울 무렵, 인사동에서 전활철씨로 부터 오겠다는 연락이 왔다.

안원규씨도 따라 붙었는데,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술병을 마이크 삼아 노래 부르며 분위기를 잡았는데,

술이 취해 무슨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음악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너도 취하고 나도 취하고

술 술 취해버린 파장이었다.

 

사진:정영신 / 글: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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