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원로부터 신진 작가까지 주제가 있는 사진집… “사진, 편식하지 마세요”

 

이미지 가공이 범람하는 시대에 ‘기록과 재현’이라는 사진의 본질에 충실한 미공개 신작 중심의 사진집 ‘눈빛사진가선’ 1차분 10권이 출간됐다.

사진전문 출판사인 ‘눈빛’이 펴내는 ‘눈빛사진가선’은 원로부터 신진 작가까지 각자 일관된 주제 아래 작업한 작품 50여점을 싣고, 사진비평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 필자들의 해설을 수록한다.

​1차분은 구본창의 ‘DMZ’(해설 신수진), 김금순의 ‘동해남부선’(이광수), 김문호의 ‘온 더 로드’(최옥정), 김병훈의 ‘산책이 그리운 이유·동물학’(진동선·박영택), 김지연의 ‘삼천원의 식사’(김영춘), 민병헌의 ‘잔설’(김화자), 변순철의 ‘전국노래자랑’(최범), 신은경의 ‘가마미해수욕장’(송수정), 임재천의 ‘소양호 속 품걸리’(강영숙), 임재천의 '소양호 속 품걸리'(강영숙), 전민조의 '손에 관한 명상’(미재 김원숙)이 나왔다.

눈빛의 이규상 대표는 “사진계가 디지털 사진문화의 거대 소비집단이 되고, 현대미술에 매몰돼버린 상황이지만 오늘도 사진 본질을 구현하는 열정적 작업을 하는 사진가들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리고, 용기를 주고 싶다”며 “유명 사진가 몇명에게만 관심을 두는 대중의 ‘편식’을 변화시키는 데도 사진가선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진출판의 어려움이 가중되지만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사진집 단가는 낮추고, 사진의 질적 수준은 높이려 했다”며 “사진가선이 향후 100권, 200권을 넘어서 한국 사진사의 1차 사료이자, 사진에 대한 개념과 사진미학의 재정립에도 이바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각권 110쪽 내외·1만2000원.

 

[경향신문]


사진가 김지연씨 여덟 번째 개인전… 15일부터 전주 ‘서학동 사진관’서

 

 

 

김지연 씨의 작품 ‘막걸리 1병 2000원. 완주’

 

 

사진가 김지연 씨(66)의 시선은 사라져가는 것이나 낡은 것들을 고집스럽게 향해 있다. 옛것들에 대한 추억이나 감상에 그치지 않고 역사의 발자취와 민중의 삶을 기록하려는 일관된 시선을 고수한다.

그의 여덟 번째 개인전 ‘삼천 원의 식사’가 15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서학동 사진관’에서 열린다. 3000원 안팎에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국수 국밥 두부 찐빵 막걸리를 받쳐 든 사람들의 사진 30여 점이 걸린다.

그는 “어떤 장사꾼이든 장사를 취미나 재미로 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걸고 매일매일 삶 속에서 투쟁한다. 서민 생활의 기본적인 물가 단위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각인되는 숫자인지, 세월이 지나면 어떤 무게로 기억될지 알고 싶다. 그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서민들의 삶의 무게며 단위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02년 ‘정미소전’을 시작으로 ‘근대화상회’ ‘시골 이장’ ‘이발소’ ‘묏동(무덤)’ ‘낡은 방’ 등 익숙하지만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진에 담아왔다.

2006년 전북 진안의 문 닫은 정미소를 사들여 꾸민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를 2012년까지 운영했다. 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찍어 주고 집집마다 안방 액자에 걸린 빛바랜 가족사진과 ‘진안군 졸업사진첩’ 등을 전시해 지역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을 나누는 문화공간으로 꾸려 나갔다. 지난해 3월에는 전주교대 후문 근처 오래된 한옥을 고쳐 서학동사진관으로 개관했다. 현실에 뿌리 내린 기록성 있는 사진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15일 오후 5시 오픈행사 때 새로 펴낸 사진집 ‘한국사진가 10선’(눈빛출판사) 출판기념회도 연다. 063-905-2366

동아일보 /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제1회 수림사진문화상시상식’이 지난 22일 서울 팔판동 한벽원갤러리에서 있었다.

두 개 부문으로 나눠서 진행된 시상식에서 작가상은 류은규·박현두·이원철·임수식·임안나 작가 등 5명이 수상했고, 공로상은 윤세영 월간 사진예술 편집장과 이규상 눈빛출판사 대표가 받았다.

 

▲ 류은규 ‘김규식선생의 딸 김현태’, 1994

 

부상으로 작가상 수상자와 공로상 수상자에게는 지원금 500만원과 300만원이 각각 전달됐다. 수상자들의 대표작 40여 점은 30일까지 한벽원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유용태 추진위원장은 “역량 있는 사진가와 사진계의 숨은 일꾼들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을 기획한 수림문화재단(이사장 하정웅)은 중앙대학교를 운영한 고 김희수 선생이 ‘인간·미래·문화·창조’의 목표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세계 으뜸가는 문화국가로 이끌겠다는 ‘문화입국’의 큰 뜻을 담아 2009년에 설립됐다.

서울신문 /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리뷰] 김산 사진집 <흐르지 않는 강>

 

'흐르지 않는 강'표지 / 눈빛출판사 / 200쪽 / 값25,000원

 

 

 

우리 국민에게 아까운 국토

지난달 가장 무더운 중복을 맞아 남설악 계곡에서 1박 2일 야영을 했다. 그날 밤, 아름다운 계곡에서 다섯 사람이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가장 연장인 일산에 사는 여아무개 선생은 올해 79 세로 지난 삶의 경력이 다채롭고 화려했다.

그분은 젊은날 공직에 있을 때 이런저런 일로 해외출장을 자주 다녔고, 공직을 떠난 이후에도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날밤 그 분은 오대양 6대주를 누빈 이야기를 하시면서 결론은 우리나라처럼 산수가 아름답고 아담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당신의 결론을 다음 한 마디로 요약했다.

"우리 국토는 솔직히 우리 국민에게는 아깝습니다."

우물 안의 개구리는 자기가 살고 있는 우물이 넓은지 좁은지 모르고 산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이 좋은지 나쁜지 모른 채 살아간다. 나도 그렇게 50여 년을 우물인 개구리로 살았다. 남의 얘기만 듣고 남의 나라가 마냥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가 유럽, 미국, 러시아와 이웃 중국과 일본, 동남아 등을 돌아본 후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결코, 이 세상에 천혜의 낙원은 없고, 낙원은 거기에 사는 사람이 만든다는 것과 우리나라는 이전에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점이다.

그 으뜸 이유는, 우리나라의 산수가 매우 아름답고 기후가 사람 살기에 알맞다는  점이다. 스위스가 아름다워보였지만, 국토 대부분은 산지로 평야가 적은데다가 산세가 험악하고 바다가 없으며, 지하 자원이 빈약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소렌토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내 보기에는 우리나라의 동해안이나 제주 바다보다 훨씬 못했다.


 


 경북 상주 2009

 

 

 

'금빛 모래의 강'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갈변 살자

이 시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로, 가수 정훈희씨가 불러 히트한 노래의 가사이기도 하다. 시의 운율이 경쾌한데다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표현이 잘 어울러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시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일찍이 영국 왕립지리학회의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영국 성공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그는 1894년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 Korea and Her Neighbours>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당신의 책에서 서울의 한강을 '금빛 모래의 강'으로 묘사하면서, 그 아름다움이 '천국의 향기와 같았다'고 탄복했다. 이마도 영국의 흐린 템스 강을 보다가 맑은 한강을 보니까, 그런 묘사와 경탄이 나왔으리라.

나는 유소년 시절을 낙동강 강가에서 자랐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소를 몰고 낙동강으로 가서 강둑에서 소를 뜯긴 뒤, 날씨가 무더우면 소년들은 자기가 몰고 온 소를 샛강으로 몰았다. 소들은 헤엄을 곧잘 쳤다. 그러면 소년들은 소꼬리를 잡거나 아니면 소등을 타고 천연의 수상스키를 즐겼다.

우리들은 그 놀이마저도 싫증이 나면 발가벗고 낙동강으로 뛰어들어 피라미를 잡아 자기 고무신에 넣으면서 서로 많이 잡는 시합도 했고, 갯밭의 감자를 서리하여 모래톱에서 구워먹기도 했다. 그 모래들은 금빛으로, 낙동강 역시 '금빛 모래의 강'이었다. 곧 우리나라의 모든 강들은 다 그랬다.

 


 전북 임실 2009

 

 

강은 생명의 젖줄이다

2014년 8월, 눈빛출판사에서 발간한 '증언, 4대강 개발사업 <흐르지 않는 강>'의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분노했다. 나는 4대강 개발론자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고자 책장을 덮고 이튿날 아침 다시 책을 펴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예로부터 강은 생명의 젖줄이라고 했다. 모든 문명은 강에서 비롯되었으며, 강은 흐르며 넘치며 풍요를 기약해 왔다. 이제 그 강은 흐르지 못하는 강이 되어 버렸다. 오랫동안 4대강 개발사진작업을 해 온 작가 김산은 아마 강의 울음을 들은 것 같다. 사진에 나타난 그것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개발독재시대에 잉태된 인간의 욕망은 드디어 자연에까지 미쳐 4대강마저 무참히 할퀴고 찢어 놓았다. 가공할 폭력이며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김산의 사진은 4대강 사업에 관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수천 년 면면히 흘러온 4대강에 대한 최후의 변론이다.
 - <흐르지 않는 강> 5쪽 '이 책을 펴내며'

작가는 4대강 개발사업 착수 직전인 2009년부터 이 사업이 마무리된 2012년 전후까지 4대강을 촬영해 온 98컷을 이 책에 수록하고 있다. 작가는 무분별한 개발의 기록을 남기고자 4대강 구석구석을 누볐다. 한강 최상류에서 낙동강 하구까지, 산골 작은 개울에서 드넓은 평야까지 그는 곧 사라지게 될 강의 모습을 그는 후세에 남기고자 소명감을 가지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경기 여주 강천보 2010

 

 

민들은 속았다

이 책 제1부 '흐르던 강'은 개발 이전 '금빛 모래의 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국토에 면면히 흐르던 자연 그대로의 강이다.

제2부 '수난의 강'은 끊임없는 트럭 행렬, 포클레인, 모래, 준설 등 개발사업으로 찢기고 훼손되어 가는 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죽어가는 강을 위해 작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그래서 후일 증언자가 되고, 사료로 남기는 것뿐이었다.

개발론자들은 4대강을 파헤치고자 군사작전처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강에는 불을 밝혔고, 트럭과 포클레인은 물속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하여 강변 농경지에는 거대한 모래 산이 수 없이 생겼다. 그러자 사람들은 강가를 떠나야 했고,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도 없었다.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십자가를 세웠고, 목청을 높였건만 강을 죽이는 그 광란만은 막을 수는 없었다. 작가는 개발을 향한 인간의 탐욕에 발기발기 찢겨나가는 강의 끔찍한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경기 여주 2010

 

제3부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의 흐름을 막는 각종 설치물들과 그로 인해 발생한 오염과 녹조 현상을 기록한 사진들로 엮었다. 흐르지 않는 강은 썩게 마련으로, 악취를 풍기는, 날로 번져가는 녹조떼에서  뭔가 하늘의 벌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공되면 우리나라는 엄청 발전할 것으로 홍보했다. 홍수도 가뭄도 없어지고 수질문제도 모두 해결될 것이며, 강가에서 수영도 하고 요트도 타면서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되어,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 최고 권력자를 비롯한 몇몇 사람의 생각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시작되었고, 불과 2년 만에 완공되었다. 그 결과는 지금 눈앞에 보는 그대로이다. 
- <흐르지 않는 강> 5쪽 작가의 말에서

 

▲  경남 합천, 2012

 

 

역천자망(逆天者亡)

사진들을 훑어보다 보니 이 사진들을 찍으며 사진가가 느꼈을 아픔이 전해진다. 반짝이는 백사장을 가진 강둑 위로 나란히 꽂힌 노랗고 빨간 깃발에 쓰인 숫자들, 눈 어두운 나에게는 무의미한 숫자이지만, 그에게는 거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물에 잠긴다는 묵시록의 예언으로 보였을 것이다. 너무나 아팠을 텐데 그는 눈을 돌리지 않고 강이 잘리고 잠기고 죽어가는 것을 마지막까지 기록했다.

이 사진들은 누구보다 강을 사랑했던 한 사람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강을 향해 바친 눈물의 고해성사다. 이 사진들은 또한 고발이다. 눈 밝은 그가 사진으로 남겨놓은 이 증거들은 곧 강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자들과 그들이 이런 짓을 하도록 허용한 우리 모두의 어리석음에 대한 공소장이다. 
- 최승호(뉴스타파 앵커, 전 MBC 피디수첩 피디)

나는 이 책을 덮자 맹자의 한 말씀이 떠올랐다.

천하가 어지러워 질서를 잃으면 소국은 대국의 지배를 받고, 약국은 강국의 지배를 받는다. 자연의 도리를 따르는 자는 유지되고, 이를 어기는 자는 망할 것이다.
- <맹자> '이루장구 상편'에서

그 아름답던 강과 금빛 모래톱이 녹조로 덮이는 강,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래톱을 보면서 "우리 국토는 솔직히 우리 국민에게는 아깝습니다"는 여 선생의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왜 그들은 갑작스럽게 천문학적 돈을 퍼부어가며 4대강을 개발해야 했나? 우선 하나의 강만 개발해 본 뒤, 다음 강을 개발하면 안 되는 그 무엇이라도 있었나? 개발책임자를 청문회에라도 불러 그 변이라도 한번 시원하게 들어봤으면 좋겠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 벌을 하늘은 어떻게 내리는지? 우리 세대, 아니면 다음 세대에게 닥칠 하늘의 재앙이 마냥 두렵기만 하다.


 경기 여주 이포보, 2010

 

[출처: 오마이뉴스 / 박 도 기자]

 

 

 


 

 

 

 

 

 

 

 

 

 

 

 

 

 

 

 

 

 

 


 

 

 

 

 

 

 

 

 

 

 

 

 


 

눈빛아카이브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눈빛출판사’(대표:이규상)가 또 다른 사진문화운동을 펼쳐

사진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8월5일 오전 점심식사를 같이 하자는 '눈빛' 편집장 안미숙씨의 전화를 받아, 

출판사 부근의 추어탕 집에서 이규상대표와 함께 만났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안미숙씨의 모습이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

마치 20대 소녀처럼 가녀린 모습이라 어디 아프기라도 한지 걱정스러웠는데,

동안 꾸준한 다이어트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움직이는 종합병원이나 마찬가지인 아내의 부러워하는 표정이 내심 걱정되기도 했다.

반주로 막걸리를 나누는 자리에서 "또 큰 일을  벌렸다”며 이규상씨가 말을 꺼냈다.
눈빛아카이브에 이어 사진가들의 대표작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사진선집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사진인들이 잘 살아야 사진출판사도 살아 날 수 있다”는 평소지론으로 사진이 좋은 작가들을 꾸준히 발굴해 온 그였다.

가난한 출판사에서 돈이 되던 안 되던, 유명이건 무명이건, 개의치 않고 좋은 사진집 출판에 메달려 왔기에

여 문을 닫게 되지나 않을까 늘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그의 황소고집을 아무도 말릴 수 없으나, 오히려 그 고집 때문에 오늘의 ‘눈빛’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새로 만들게 되는 사진선집은 시 선집처럼 작가별 대표작 50여점으로 엮게되며,

한 가지 주제에 의한 사진집과 병행해서 시리즈로 출판하겠다는 것이다.

일단은 독자들의 부담을 줄여 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가격을 저렴하게 하는 대신,

중요한 작품들만 간추려 그 작가의 작품세계나 주제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편집한다고 한다.

그리고 순수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순수사진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니는 만드는 사진이나

비 사진적인 작품들은 여전히 배제하겠다고 말했다.

외관에 치중한 호화 판형보다는 쉽게 펼쳐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사진집들이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


5년 내 100권을 출판한다는 목표아래 가까운 시일 내에 20여권을 선보일 예정이라는 이규상씨로부터

사진을 정리해보라는 출판의뢰까지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이냐, 아니면 누구나 좋아하는 객관적인 사진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겠지만,

일단은 먼지묻은 필름 파일들을 뒤져가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 사진은 '눈빛출판사'에서 발행한 사진집 ‘한국전쟁2’ 에 수록된 사진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1951년 3월1일 미국 종군기자에 의해 전주에서 포착된 사진이다.
손자와 함께 피난길에 나선 노부부의 모습을 촬영하였는데, 할아버지는 양식이 든 가마니와 이불을 짊어진 채, 발길을 멈춘 손자를 추스르고 있고, 할머니는 실의에 빠진 모습으로 양동이와 바가지 등의 부엌살림을 갖고 뒤따르고 있다. 아마 군대에 징용되었을 것 같은 자식의 안위도 걱정스럽지만,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 고난의 피난살이를 해야 할지 모르는 암울했던 시기의 상흔이 강하게 전달된다.




이 가족들은 달구지라도 있어 장작에다 귀여운 손녀까지 태웠다.

아래사진은 서울 수복 후의 장면인데, 서대문으로 보이는 곳에서 임시 시장이 열리고 있다.

두 사진 모두 임응식선생의 사진으로 1950년과 1951년에 촬영한 사진이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발행한 '한국현대사진 60년'에 수록된 사진이다.







[2013년 12월 28일 작성]

차라리 한 폭의 그림이었더라면...

 

죽을 구덩이를 파기 전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옆에 서서 웃고 있는 군인의 가증스런 모습에 더 분노를 느낀다.

 

자신이 판 구덩이에 들어가 억울하게 죽어가는 부역자들

 

 

얼마 전  부역자들의 참혹한 학살 장면들이 담긴 눈빛출판사의 ‘한국전쟁’을 보며 그 끔찍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물며 짐승이라도 그렇게 죽일 수는 없을텐데, 어쩌면 그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었는지 전쟁의 잔혹성에 온 몸을 떨어야 했다. 부역자들을 일렬로 기둥에 묶어 총살하는 장면은 더러 접한 적이 있으나 쉽게 사체들을 처리하기 위해 나란히 눕혀 총살하거나 그도 못해 스스로 구덩이를 파게 한 다음, 한 곳에 몰아넣어 총살하는 것은 상상도 못한 장면이었다. 더욱이 부역자란 죄목으로 억울하게 죽어 간 양민들에 대한 어떤 보상이나 명예회복도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펐다. 그리고 더 부끄러운 것은 이 책들이 세상에 빛을 본지가 어언 10여년이 되었는데도 여지껏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소설가 박 도씨가 미국립문서기록보관청을  드나들며 발굴한 사진으로 “지울 수 없는 이미지”3권을 출판하였고, 2010년에는 ‘한국전쟁’이란 제호로 개정판을 냈는데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 숨어있는 전쟁사진들을 세상에 끌어 낸 박 도선생의 끈질긴 집념이나 눈빛출판사의 노력에 새삼 고마움과 경의를 표한다.

 

 나에게도 한국전쟁하면 희미하지만 잊을 수 없는 가슴 떨리는 일이 있었다. 북한군이 나의 고향인 영산까지 밀고 내려왔을 때의 일이다. 낙동강전투의 최후 보루인 내 고향은 피비린내 나는 전장의 한 복판이 되어 버렸다. 남산에는 유엔군들이 진을 치고 북쪽에 있는 영축산에는 북한군들이 포진하여 서로 포격을 해대니 온 마을이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며칠후 전쟁 포화가 잠잠해 질 즈음 어머니는 나를 업고 총총걸음으로 살던 집을 찾아 나섰다. 유엔군들이 진을 친 남산아래 미나리꽝 뚝 길로 지나갈 무렵이었다. 갑자기 피를 흘리고 쓰러진 군인이 “물, 물, 물!”이라 부르짖으며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움켜잡았고, 옆에 선 군인은 그냥 가라며 총부리로 위협하였다. 곳 곳에 널려있는 시체들과 부상병들의 참혹한 모습은 숱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한데, 혹시 '한국전쟁'사진집에 그 때의 기록도 있을까 하여 살펴보기도 했다. 

 

오랜기간 신문과 TV는 물론,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사진잡지 한 권 사 보지 않으며 살아왔다. 그러니 세상물정도 어둡고, 사진판 돌아가는 것도 잘 모른다. 얼마 전에는 핸드폰마저 내버려 가까운 사람들의 연락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아날로그로 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달 전 불의의 사고를 당해 가족에게조차 연락할 수 없었던 일이 생긴 후로 아내의 강압으로 다시 휴대폰을 개통하게 되었고, ‘눈빛서원전’의 충격으로 사진잡지도 한 권 쯤은 구독할 작정이다.

 

‘사진위주 갤러리 류가헌’에서 있었던 ‘눈빛서원전’은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임을 확인시켜 준 전시였다. ‘한국전쟁’을 위시하여 청계천변 판자촌들을 기록한 ‘노무라 리포트’, ‘일제강점기’, ‘신동삼 컬렉션’, 등 보석 같이 귀중한 사진집들이 수두룩하건만 전혀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전시를 시작한 첫 날은 지방촬영으로 너무 늦게 참석하여 책들을 볼 시간이 없었고, 두 번째 초대한 날은 오랜만에 만난 사우들과 이야기 나누느라 볼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전시가 끝나기 전 날 다시 들려 전시된 책들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좋은 사진집들이 너무 많아 무슨 책부터 살지 망설이기도 했으나, 일단은 눈빛의 엄청난 업적에 놀랐다.

 

 전시된 사진집들을 고르고 고르다 눈빛 아카이브에서 몇 권 골라왔는데, 그 사진들을 반복해서 보느라 주말을 온전히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데 소진해야 했다. 하지만 나에게 교훈과 채찍이 되어 준 보람된 시간이었다.

 



-눈빛 도서전에서 구입했던 사진집들-

다음 기회에 구입하고 싶은 책은 '일제강점기', '개화기의 대한제국', '신동삼 컬렉션'등이다.




-미 해외참전용사협회에서 엮은 맥아더.클라크.리지웨이 보고서-

[총768면 / 가격 29.000원]

 

-'한국전쟁1'에 실린 수 많은 사진 중의 한 장-

 

진주 주민들이 북한군이 학살한 가족의 시신을 찾고 있다.

당시 무고한 사람 수 백명이 퇴각하던 공산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 당했다.

 

 

 

 박도씨가 '미국립문서기록보관청'에서 찾아 내 출판한 '지울 수 없는 이미지'1-3권을 모은 사진집이다.

[총768면 / 가격 29.000원]

 

이데올로기가 무엇인지도 모른채 억울하게 죽어 간 양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 사진들을 발굴한 소설가 박 도씨는 이 책 외에도 '지울 수 없는 이미지','나를 울린 한국전쟁 100장면','개화기 대한제국','일제강점기',

등을 눈빛출판사에서 출판하였고, 지금은 '미군정기'를 집필 중이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계속해서 펴 낼 것이라고 한다.

 

부역자들의 시신을 일일이 점검하면서 확인사살하는 헌병들

 

 

-목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모토유키가 68년부터 3년동안 청계천변 움막집들을 기록한 사진집-

[총528면 / 가격 29,000원]

 

이 사진집을 보며 놀란 것은 움막집에서 살아가는 빈민들의 생활상을 한국인도 아닌 일본인이 기록했다는 점이다.

그 무렵의 청계천사진으로 구와바라 시세이, 홍순태 선생께서 기록한 청계3가에서 6가 사이의 판자집들은 보았으나,

답십리 마장동, 사근동, 용답동에 걸쳐 널려 있었던 움막집들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사진가도 아닌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가 73년부터 76년까지 기록해 두어 그 실상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사진가들은 그 당시 무엇을 찍고 있었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사진가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울 뿐이다.

 

청계천변 개미촌 움막집 소녀가 카메라를 쳐다보며 웃고 있다.

 

개미촌 움막집의 사람들 / 청계천변 제방을 파고 판재를 얼기설기 엮어 지어진

이 움막촌은 판자촌보다 주거환경이 더 열악해 일명 '개미촌'으로 불렀다.

1976년 판자촌 철거와 함께 정비되어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서울 변두리나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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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부터 79년까지, 제3공화국의 유신시절의 보도사진들을 집대성한 사진집이다.

[총500면 / 가격 29,000원]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 매년 발행해 온 보도사진년감이 정선의 우리집 서재에 모두 꽂혀 있지만,  

그 많은 책들을 뒤져 필요한 자료 찾기도 쉽지 않고, 분량이 너무 많아 쉽게 손이 가지 않기에 구입했다. .

13년 동안의 중요한 기록들만 집대성하여 한 권으로 묶은 이 책은 살아가는데 반면교사가 될만한 중요한 사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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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파동의 소용돌이가 학원으로 번져 동국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 나왔다.

500여명이 교문 밖으로 나오다 기동경찰대의 제지와 헬리곱터의 권유로 일단 해산됐으나

일부는 장충단공원 쪽으로 빠져 투석전을 벌이다 완전포위되어 포로아닌 포로가 되었다. [이창성기자]

 

겨울마다 찾아오는 연탄전쟁은 서민들의 생활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눈이 오는 추운 날 서민들이 리어카로 연탄을 실어 나르고 있다.

 

 

 

 



눈빛출판사 창립25주년 감사의 밤 행사가 지난 12월 17일 오후5시 ‘눈빛서원전’이 열리고 있는 ‘사진위주갤러리 류가헌’에서 있었다.
그 자리에는 눈빛 이규상 대표와 안미숙 편집장을 비롯하여 이병훈, 박 도, 진용원, 사진가 김한용, 윤주영, 조명동, 오상조, 전민조, 엄상빈, 김문호, 김보섭, 조문호, 김지연, 이수길, 곽명우, 정영신, 원덕희, 성윤미,백남이 씨 등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어려운 길을 헤쳐 나온 눈빛의 노고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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