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조세현,
아오모리를 거닐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조세현은 지난 1년에 걸쳐 아오모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시라카미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20주년을 맞아 조세현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아오모리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1. 6월 18일 조세현 작가가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관객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2,  박재갑 국립의료원 암센터 원장, 조세현 작가, 김문수 경기지사,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이 전시 오프닝 행사에 참석했다
3, 약 2600그루의 벚나무에 둘러싸인 히로사키 성.

 


조세현과 아오모리의 조우

사진작가 조세현이 아오모리 사진을 찍게 된 건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대표 패션 사진작가인 조세현은 2010년부터 아오모리를 배경으로 여러 차례 패션 화보를 진행했다.

그의 작품을 본 아오모리 현의 미무라 신고 지사가 그의 사진에 감명을 받아 이번 시라카미산지의 세계자연유산 지정 20주년 기념 사진전을 조세현에게 의뢰하게 되었다.

일본 네 개의 섬 중 혼슈 북단에 있는 아오모리는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위도가 비슷해 사계절이 뚜렷하다. 게다가 다양한 지리적 특성이 있어 벚꽃, 단풍, 설경이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

조세현 작가는 지난 일 년 동안 아오모리를 6~7회 방문하면서 자연을 렌즈에 담았다.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에서 열린 이번 전시는 조세현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본의 아오모리 관계자들에게 또다시 감동을 주었다.

조세현과 아오모리를 이어준 건 어찌 보면 아오모리 명예 지사인 배우 이서진이다. 아오모리의 겨울을 배경으로 이서진을 촬영한 사진을 모아 사진집 『Dream of Aomori』를 출간했고, 동시에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서 사진전도 열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아오모리 현의 미무라 신고 지사에게 남다른 영감을 주었고, 그는 조세현에게 아오모리의 사계절을 카메라에 담아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번 전시는 그간 조세현 작가의 사진들과는 다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주로 인물 사진을 찍던 그에게 아오모리의 사계절을 표현한 이번 전시는 색다른 도전이다. "제가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이런 제안이 들어왔을 때 무척 반가웠어요. 이번 사진전은 저에게도 의미가 깊어요. 저는 원래 인물 작가예요. 이 프로젝트에선 주로 자연의 모습을 담았죠. 잠시 외도를 한 거죠."

이번 사진전은 그뿐 아니라 모두에게 뜻깊다. 아오모리 현의 입장에선 지역을 알릴 기회가 되었고, 관람객들은 그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4, 네부타 축제가 열리는 동안 현민들은 전통 춤과 음악을 준비하고, 마차와 함께 거리를 활보한다.
5, 히로사키 성에선 망루와 성을 둘러싼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볼 수 있다.
6,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아오모리 현의 네부타 축제. 매년 8월 초에 열린다.
7, 네부타 축제를 준비하는 시민들

8, 깨끗한 물이 유명한 핫코다의 설경이 티 없이 맑다.

 

자연, 그 거대함 앞에서 셔터를 누르다

아오모리는 일본 네 개의 섬 중 혼슈 최북단에 홋카이도와 근접해 있는데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같은 위도에 위치한다. "고려 시대에 백두산이 폭발한 적이 있어요. 그때 화산재가 날아와 이곳에 쌓이게 되었죠. 이곳의 환경은 백두산과 흡사해요. 비슷한 토질에 비슷한 날씨와 환경을 가졌어요. 촬영 때문에 백두산을 몇 번 방문한 적 있었는데 느낌이 비슷해요. 만약 백두산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오모리를 방문해도 좋을 거 같아요." 조세현 작가의 말처럼 이곳은 가장 동양적인 자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히로사키 성은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벚꽃 명소로 약 2600그루의 벚나무가 성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도와다 호수는 산 위에 있는 이중식 칼데라 호로 가을의 단풍과 함께 유람선을 즐길 수 있다. 산간 지역인 핫코다는 습원과 고산 식물의 보고이다. 겨울철에는 수빙을 관찰할 수 있다.

아오모리가 가장 빛나는 계절은 여름이다. 수백 년 전통의 축제가 곳곳에서 열린다. 8월 초에 열리는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는 일본을 대표하는 3대 축제 중 하나로 아오모리의 여름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사람 모형을 그려 넣은 장식 수레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전통 음악과 춤이 한데 어우러진다. 사계절 중 어느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곳이지만, 조세현 작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따로 있다.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핫코다의 '수빙'이에요. 이걸 보려고 해발 1500m정도 되는 곳에 10번도 더 갔어요. '수빙'은 핫코다에서만 볼 수 명물이에요." 수빙은 공기 중 수분이 얼어붙어 만들어진 천연 조각이다.

"저 얼음 속에 나무가 있어요. 이것들은 단지 춥다고 만들어지지 않아요. 적당한 습도와 온도가 있어야 하죠. 저 사진을 보면 마치 사람 같다는 기분이 들지 않나요? 짐을 짊어진 사람 같기도 하고, 어디론가 끌려가는 노예 같기도 해요. 저는 원래 인물 작가잖아요. 나도 모르게 자연 속에서 사람을 찾고 있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마음에 가장 크게 와 닿았던 생각은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거죠. 자연 안에도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게 많아요. 여전히 저에겐 사람이 중요해요."

원래 이 기획의 취지대로 조세현 작가는 많은 풍경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을수록 자신은 인물 사진작가라는 것을 더욱 깨달았다. 자연 속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사람의 형상을 찾고 있었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솔직히 말하면 영혼을 담아내는 인물 사진이 더 좋아요. 그 촬영 현장에 있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풍경 사진도 다른 매력이 있어요.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어요. 사진을 찍을 때, 공간 안에 제가 있잖아요. 그 상황을 기억하고, 다시 저를 되돌아보는 거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토그래퍼지만 대자연 앞에서 그는 겸손하다. 이번 작업을 통해 많은 걸 보고 느꼈다는 말과 함께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기획_이석창(프리랜서) 사진_아이콘스튜디오 제공
여성중앙 201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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