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현씨 일행이 ‘대왕송’ 촬영을 위해 불법 벌목한 현장 사진 아래쪽에 잘려나간 ‘신하송’의 그루터기가 보인다. 

아래 사진은 잘려나간 ‘신하송’ 그루터기 확대된 모습. 독자 제공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불법 출입
2년간 3차례 걸쳐 나무 잘라내
사진 전시 장당 수백만원에 팔아
“이런 일 다신 없을 것” 잘못 시인
산림보호법 위반 500만원 벌금형

 


금강송을 전문적으로 찍어 외국 전시회까지 연 사진작가가 작품의 구도 설정 등 촬영에 방해가 된다며 대표적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군 산림보호구역 내 금강송을 멋대로 베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주변의 금강송을 무단 벌채한 뒤 찍은 금강송 사진은 국내외 전시회에 출품돼 수백만원에 거래됐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작가는 자신의 잘못을 일부 시인했다.


사진작가 장국현(71·사진)씨

대구지법 영덕지원 염경호 판사는 허가 없이 산림보호구역 안 나무 25그루를 벌채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약식기소된 사진작가 장국현(71·사진)씨에게 지난 5월21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장씨는 앞서 2011년 7월과 2012년 봄, 2013년 봄까지 세차례에 걸쳐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군 서면 소광리 산림보호구역에 들어가 수령이 220년 된 것을 포함한 금강송 11그루, 활엽수 14그루를 무단 벌채한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장씨는 현지 주민을 일당 5만~10만원에 고용해 금강송을 베어내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이처럼 무단 벌목을 한 뒤 찍은 ‘대왕(금강)송’ 사진을 2012년 프랑스 파리, 2014년 서울 예술의전당, 대구문화예술회관 등에서 전시했다. 이 대왕송 사진은 한장에 400만~5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3월 이 소나무 사진들을 담은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

춘양목이나 황장목으로도 불리는 금강송은 소나무의 한 종류로 더디게 자라는 대신 나이테가 촘촘하며 강도가 높다. 또 구부러지지 않은 매끈한 모양새를 자랑하고, 잘 썩거나 갈라지지 않는 최고급 소나무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울진 소광리 금강송은 조선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짤 때만 사용하는 등 엄격하게 관리돼 왔다.


장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나무는 양지식물이라서 햇빛을 가리면 죽는다. 참나무가 많아서 잘랐다. 또 사진을 찍는 데 (앞을 가로막아 앵글이 나오지 않아서)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220년 된 금강송을 잘라낸 것에 대해서는 “(사진 소재인) 대왕송이 키가 9m 정도밖에 안 되는데, (옆에 있는 작은 나무인) ‘신하송’이 더 성장하면 대왕송을 가리게 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잘린 신하송은 대왕송보다 아래쪽에 있다.


장씨는 ‘국유림에서는 벌목뿐 아니라 무단 출입 자체가 불법임을 아느냐’는 질문에 “울진 소광리는 5~6번 들어가서 찍었는데 한 번도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불법임을 인정한다”고 했다. 또 ‘금강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며 금강송을 베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이제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이경재(58) 박사는 “워낙 오지여서 본래 유전적 특성을 잘 보존하고 있는 울진 소광리 금강송은 줄기가 곧고 수관(몸통에서 나온 줄기)은 가늘고 좁으며, 지하고(지면에서 첫 가지까지의 높이)는 높은 특징이 있다”며 “문화적, 경제적으로 가치가 큰 자원이므로 잘 관리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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