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목판화가 정비파씨의 기획초대전 '국토'가 지난 15일 오후5시30분, 인사동 '아라아트'센터 지하1-2층 전시실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우리나라 산과 강의 혈맥들을 섬뜩하게 드러낸 정비파씨의 방대한 목판화 작품들을 보며 기가 번쩍 솟는 느낌을 받았다.

한 작가의 끈질긴 집념이 이루어 낸 결과들인데, 그 6미터에 달하는 대작들을 경주 작업실에서 어떻게 옮겨 왔는지도 궁금했다.

이 날 개막식에는 작가 정비파 가족들을 비롯하여 우리의 건달 할배 채현국선생, 서양화가 신학철, 임옥상, 박진화, 정복수, 김정대, 성기준씨 목판화가 류연복, 김영만씨 제주4,3연구소 김상철이사장, 아라아트 김명성회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종률총장, 국회의원 임수경씨,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 미술평론가 곽대원, 최석태, 유근오씨, 무도가 하태웅씨, 문학평론가 구중서씨, 사진가 정영신씨, 소설가 구중관씨, 손예진, 오덕훈, 신상철, 한소라, 김영진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광복7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정비파 목판화전은 오는 8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꼭 한 번 볼만한 전시다.

사진,글 / 조문호

 

 

 

 

 

 

 

 

 

 

 

 

 

 

 

 

 

 

 

 

 

 

 

 

 

 

 

 

 

 

 

 

 

 

 

 

 

 

 

 

 

 

 

 

 

 

 

 

용기만 있었다면 세상사 비우고 사는 스님처럼 살 수도 있었겠으나

팔자가 그렇지 않은지 돈과 일, 인연에 얽힌 갖가지 욕망에 시달리며 산다.

돈은 아예 나와 인연이 없었던지 일찍부터 욕망의 조절대상이 되지 못했으나

사진과 관련된 일에서는 그 욕망을 버릴 수도 조절도 되지 않는다.

 

인사동으로 가거나 장에 가거나 어딜 가던 사진은 찍게 되는데,

많은 것들을 찍다보니, 찍는 것 못지않게 정리하는 일도 만만찮다.

그래서 밤늦도록 컴퓨터와 씨름해 아내로부터 종종 잔소리를 듣게 된다.

그의 중독 수준이라며...

 

아내 말처럼 적당하게 하면 좋으련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

조금만조금만 하며 일에 빠지다보면 금세 한두 시간이 지나버린다.

특히 블로그 관리하느라 매일 같이 인터넷에 접속하다보니 더 하다.

카페까지 버리며 멀리하려 했으나, 이젠 블로그에 덜미 잡힌 셈이다.

 

블로그는 일기 쓰 듯, 인사동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이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인사동을 더나드는 사람들을 찍다보니

당사자의 사적 기록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일을 만드는 셈이다.

다 인연에 얽혀 사는데, 내가 할 일과 아닌 것을 칼같이 자르기도 쉽지 않았다.

 

몇일 전, 아내가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얻게 되어 함께 돌아다닐 기회가 생겼다.

그 동안만이라도 컴퓨터에서 해방되기 위해 일단 사진정리부터 않기로 작정했다.

김포 문영태씨의 살림집 전시회를 비롯하여 채현국선생 강연회와

춘천의 무세중선생 공연, 인사동, 정선 귤암리 등 곳곳을 기록했지만, 모두 그대로 뒀다.

 

그런데 닷새 만에 사진을 정리하려 책상 앞에 앉아보니, 이게 장난 아니다.

하루 온 종일 걸릴 분량인데, 어디 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물론, 적당이 한다는 말이 참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닥치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그냥 지나칠 수도 없지만, 미뤄 둘 일도 아닌 것이다.

 

여지 것 작업은 ‘꾸준하게’라는 말을 좌우명처럼 살아왔으나

이젠 ‘적당하게’라는 말을, 더 마음에 새길 때가 된 것 같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한 때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였던 철학자,

채현국선생의 팔순 잔치가 지난 5월4일 '낭만'에서 열렸다.

 

채현국선생은 작년 초 '한겨레신문'의 인터뷰로 뜬 분이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모든 건 이기면 썪는다.
아비들도 처음부터 썪진 않았지. 노인 세대를 절대 봐 주지마라."

 

"예외는 없다. 돈이나 권력은 마술 같아서,

아무리 작은 거라도 자기가 휘두르기 시작하면 썪는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한 것뿐이다.

그건 세상에 나눠야 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세상에 '정답'이란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와 같이 선생께서 남긴 수많은 어록들은 지금도 인터넷에 회자되어

7만 여명이 페이스북과 트위트로 공유하며 선생의 어록을 인용했다.
그 때문에 전국 곳곳에 강연 다니고, 수많은 사람 만나느라 바쁘시단다.

 

2014년 환경재단의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여러 매체에서 '올 해의 인물'로 뽑혀 유명세를 더해가신다.
아쉬운 건 채현국선생을 인사동에서 자주 뵐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존경스러운 오척단구의 거한 채현국선생께서 팔순을 맞아 

모처럼 인사동에 흥겨운 잔치판을 벌였다.

 

정오에는 강 민, 심우성, 이계익, 김승환, 우병철, 서립규, 김자동, 김이준, 이부영씨 등
많은 친구분들이 모여 축하오찬회를 가졌다고 한다.

오후6시경 있었던 만찬모임에는 채현국, 윤병희 내외분을 비롯하여 원로언론인 임재경선생,

국회의원 윤영석, 이인영씨, 연출가 임진택씨, 최혁배 변호사, 이희종, 박현수 교수,

서양화가 박불똥, 장경호씨, 김명성시인, 장순향 민예총부이사장, 전 경기도문화재단

전종덕 사무총장, 영화평론가 정준성씨, 무용평론가 이만주씨, '작은책' 유이분 대표와

안건모 발행인, 조경연, 공윤희, 노광래, 강선화, 이세기, 박혜숙, 박연화, 이요상, 김일호,

김영복씨등 50여명이 자리하여 선생의 생신을 축하했다.

그 날 축하연에서 임진택씨의 소리 한 마당이 잔치 분위기를 잔득 돋구었고,

채선생께서 부른 러시아민요 '볼가강의 뱃노래'가 절정을 이루었다.


사진,글/ 조문호

 

 

 

 

 

 

 

 

 

 

 

 

 

 

 

 

 

 

 

 

 

 

 

 

 

 

 

 

 

 

 

 

 

 

 

 

 

 

 

 

 

 

 

 

 

 

 

 

 

 

 

 

 

 

 





 

 

인사동 낭인들의 활빈당주였던 철학자 채현국선생의 팔순잔치가
지난 4일 오후6시경 인사동 '낭만'에서 열렸다.

최혁배, 강선화씨등 50여명이 참석한 축하연에서
평소 선생의 십팔번인 러시아민요 "볼가강의 뱃노래'를
열창해 축하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7일 우리시장 기살리는 '장에 가자' 전람회가 한 달간의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동안 많은 관람객들이 본 프로젝트에 동참하였고, 1,216명의 초상사진을 촬영해 드렸습니다.
전시 첫 날에는 개막행사로 인해 참석하신 많은 분들을 촬영해드리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KBS다큐 촬영에 의해 정선으로 떠난  2일에는 사진가 곽명우씨가 수고해 주셨고,
전시 마지막 날에는 누님 장례 치루느라 약속을 못 지켜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4월부터 전국 장터를 순회하며 힘을 결집할 생각입니다.
캠페인에 함께 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지속적인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도예가 김용문씨

 

철학자 채현국선생

 

원로 언론인 임재경선생

 

가정주부 장봉숙씨

 

사업가 이대훈씨

 

아프리카 봉사활동가 노인자씨

 

장봉숙, 심우성, 강송림시인

 

포항MBC 편성국장 최부식씨 부자

 

미래촌 김만수 동장

 

클라라, 사업가 김영재씨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유승근 인력물자부장

 

서양화가 서길원씨

 

회사원 김기훈씨

 

사업가 권영진씨

 

시인 강송림씨

 

소설가 김정례씨

 

도예가 황예숙씨

 

문화기획가 홍명도, 이상철부부

 

사업가 김욱수씨

 

영화배우 양희경씨

 

사진가 이기명씨

 

회사원 심지윤씨

 

회사원 김중호씨

 

경기도미술관장 최효준씨

 

사업가 김택호씨

 

가정주부 조근숙씨

 

 

 

 

 

 

 

 

 

 

 

 

 

 

 

 

 

 

 

 

 

 

 

 


지난 20일, 한정식선생과의 오찬 약속으로 인사동에 나갔으나,
할 일이 많아 서둘러 귀가해야 했다.

집에 도착해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유목민’의 전활철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형! 오늘 전시오프닝 아닙니까? 신용이 형과 조해인씨가 와서 기다립니다.”
"아뿔사!" 일전에 술좌석에서 한 말을 그대로 믿고 나온 모양이었다.
몸이 천근같이 무거웠지만 다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목민”에는 김신용씨와 조해인씨가 마주앉아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이미 김신용씨는 불콰하게 취해 있었지만,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게 술잔을 나누었다.
얼마 전 출간된 김신용씨의 소설 ‘새를 아십니까?’가 독립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
그리고 조해인씨의 소설이 내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는 등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조금 있으니 김명성, 박인식, 전인미, 김억씨 등 지인들이 나타났고,
나중에는 채현국선생께서 많은 손님들을 모시고 오셨다.
년 말 분위기가 무르익은 대폿집 ‘유목민’은 시끌벅적 달아올랐다.
한 사람 두 사람 빠져나간 자정 무렵에는, 몸도 마음도 취해 비틀거렸다.

 

사진,글/ 조문호

 

 

 

 

 

 

 

 

 

 

 

 

 




이건희, 이명박 그리고 홍성대는 그의 인터뷰를 읽었을까?

"미디어스" 미디어뉴스비평 / 김완 기자

언론은 곧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실을 논하는 장이다. 그래서 인터뷰는 가장 흔한 언론의 형식 가운데 하나이다.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의 인터뷰이가 언론을 장식한다. 인터뷰로 감동을 전하기란 그래서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한 편의 인터뷰가 실로 엄청난 울림과 반향을 일으켰다. 출고된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무려 3만여 건에 달하는 SNS 공유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실로 오랜만에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된 인터뷰가 등장했다.

뜻밖이다. 화려한 연예인도 아니고, 동경의 대상이 될 스타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어르신이다. 아니, 이제는 진귀해진 진짜 어른이다. 한겨레 토요판 ‘이진순의 열림’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을 인터뷰했다. 한겨레가 뽑은 인터뷰 제목은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였다. 굉장히 공세적이면서도 역설적인 제목이었다. 그리고 단 한 문장만으로 당대가 마주하고 있는 모순의 지점들을 모두 뒤섞어 버린 ‘일갈’이었다.

                                    ▲ 1월 4일자 한겨레신문 20면에 실린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인터뷰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언론학자 이진순은 채현국 이사장을 만난 이유에 대해 “신문을 펼치는 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만큼 불길한 나날들, 불빛도 없이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어른을 만나고 싶었다”고 밝혔다. “격동의 시대에 휘둘리지 않고 세속의 욕망에 영혼을 팔지 않은 어른이라면 따끔한 회초리든 날 선 질책이든 달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진순의 이 바람과 고백은 인터뷰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채현국 이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독지가라고 쓰지 말고, 미화하지 말고, 누구를 도왔다고 쓰지 말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한다.

채 이사장의 인터뷰는 사실 별다르지 않다. 하지만 매우 특별하다. 시대를 관통해 온 삶을 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범하다. 하지만 그 비범함의 끝에서 이르러 많은 사람들은 그 비범함의 대가로 거머쥐게 된 ‘성공’과 ‘명예’를 과시한다. 그래서 인터뷰를 읽는 이들은 어떤 이가 인터뷰이로 선정된 까닭이 시대를 관통해온 비범함인지 아니면 그 비범함 이후의 당연한 성취를 ‘관람’하라는 것인지 헛갈릴 때가 많다. 하지만 채현국 이사장은 그야말로 비범함 이후에 철저히 평범해지는 길을 선택함으로서 그 누구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담대한 세계를 구축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한때, 탄광을 운영하며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거부였던 그는 “유신 시절 쫓기고 핍박받는 민주화 인사들의 마지막 보루”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력에 대해 채현국 이사장은 “난 내 몫의, 내 일을 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죽은 탄광”을 한 자신은 절대 “칭찬받는 일이나 이름나는 일에 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선하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거나 반도체 산업을 일구며 국내 제일의 재벌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칭송되며 건국 이래 가장 큰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어떤 재벌의 세상에서 채현국 이사장의 이런 견해는 전복적이기까지 하다.

재산을 정리하고 이후 재산을 활용한 방식에 있어서도 채현국 이사장의 행태는 가히 ‘기인’이라고 할 만하다. 개인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사람이야 많지만 채현국 이사장은 아예 “개인 재산이란 게 어딨나? 다 이 세상 거지. 공산당 얘기가 아니다. 재산은 세상 것이다. 이 세상 것을 내가 잠시 맡아서 잘한 것뿐이다. 그럼 세상에 나눠야 해. 그건 자식한테 물려줄 게 아니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엄청난 재산을 갖고 권력까지 탐하다가 그 재산이 문제가 되자 허울뿐인 공익재단을 세워 있는 생색 없는 생색은 다 내며 재산을 환원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전직 대통령은 채현국 이사장의 이 말에 어떤 생각을 갖을지 궁금하다.

채현국 이사장은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를 운영하는 이사장이지만 대개는 작업복 차림으로 학교 정원일이나 하고 있어 학생들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그가 운영하는 학교에는 돌멩이에 ‘쓴맛이 사는 맛’이라고 써있다고 한다. 쓴맛이 사는 맛이라고 믿는 그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대해 “날조 조작하는 이 언론판에 조종당하지 않고 그렇게 터져 나오니 참 고맙다”며 “역시 젊은 놈들이 믿을 만하구나. 암만 늙은이들이 잘못해도 그 덕에 산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비들도 처음부터 썩지는 않았다…노인 세대를 절대로 봐주지 마라”고 당부했다. 채현국 이사장의 이 말을 그와 엇비슷한 연배이고 사립학교 이사장이란 엇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전주 성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성산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역사왜곡 논란이 있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채 동문은 물론 신입생과 재학생 그리고 전국적 시민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 꿈쩍없음의 뒤에는 <수학의 정석>으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홍성대 이사장의 의지가 있고 말이다.

이건희, 이명박 그리고 홍성대 같은 부와 명예 그리고 성공을 모두 거두고도 여전히 한 치의 기득권도 내려놓고 있지 않은 노인들에게 채현국 이사장이 물었다. 이 사회에서 노인들은 왜 이 모양이냐고.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당부했다. 노인 세대를 절대로 봐주지 말라고. 날이 갈수록 ‘노인을 위한 나라’로 향하고 있는 정치적 파국의 시대에, 이 특별한 노인의 얘기는 앞으로도 꽤 오래 화두로 떠다닐 것 같다.


이 시대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인생학교’

 

▲ 지난 21일 `이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광주에 왔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신나는 인생은 “최대한 단순하고, 순박하게 사는 것”이다.


▶“교육? 지 공부하도록 해야지 아니면 세뇌” 
  

  “왜 사나? 그냥 사는 거지 왜 이유를 만들어? 태어나는 것도 기적인데, 기적처럼 태어나서 일생을 한 번 여행하는 거, 신나게 합시다. 쫓기지 말고.”

 올해 여든이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여전히 청년이다. 아이들을 보면 지루한 훈계를 하기보다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는다. 스스로도 “참 철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른’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얘기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거나 외면하려 했던 부분을 찌른다. 때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위로를 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시대의 스승’으로 통한다. 그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상실감과 허무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꼭 만나봐야 할 ‘어른’이다.

 

▶“광주시민에게 신세 많이 졌다”

  채 이사장이 지난 21일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 청소년문화의집, 스토리박스, 컬쳐네트워크, 예기치못한 기쁨이 주관하고 광주시가 주최한 ‘2014시민배움터-젊은 벗들을 위한 인생학교’가 첫 출발하는 자리의 주인공으로 초청한 것이다.

 채 이사장은 한 때 강원도 삼척에서 부친과 함께 흥국탄광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였다. 하지만 자신이 얻은 부를 혼자 누리고 살진 않았다.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뒤에서 돕거나 활동 자금을 대기도 했고, 탄광도 정리해서 종업원들과 노동자들에게 다 나눠줬다.

 지금은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를 운영하는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있는데, 그는 자신을 ‘교육자’라고는 소개하지 않았다.

 “괜히 잘난 체 하는 것 같고, 누구 앞에서 말할 위인도 아닌데, 그냥 친할라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들어줘요.”

 광주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이날 강연의 주제는 ‘채현국의 여행이야기’. 그는 광주에는 “여러번 놀러 왔다”고 했다. 무등산도 자주 오고, 5·18묘지도 몇 번씩 왔다갔다하고. 하지만 “괜히 뭐 사달라고 할까봐 사람은 별로 안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고 말했다. “정말 덕분에 전두환이 같은 사람도 감옥에 가게 되고,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호남민들에게 여러번 신세를 집니다. 내가 이렇게 신세 진 광주분들이 날 청한다는 게 조금 송구스럽습니다. 늘 나로서는 신념 없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전두환 정권에 대항해 5·18민중항쟁을 일으킨 광주시민들을 보면서 그가 느꼈던 심경이다.

 

▶“보수쪽 사람들도 결국 정치 희생자”

  채 이사장은 ‘열려 있는’ 사람이다. 그 어떤 것도 ‘결정돼 있는 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옳고 그름, 선악, 정의와 불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사회적 갈등을 먹고 사는 ‘통치하는 권력’이 만들어 내고 있는 구조에 우리가 이끌려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신념보다는 통념과 고정관념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틀린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이건 엉터립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그는 “우리의 삶의 뜻을 너무 정치에서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각을 시비에서 조금 자유롭게 하자고 했다. “너무 무책임하게 들릴 겁니다. 시원하게 욕하게 해줄 걸 기대했는데, 늙은이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우리끼리 만나면 누가 이명박 찍고, 누가 박근혜 찍을 사람 아무도 없어요. 근데 찍는 걸? 그게 사실인 걸. 하지만 우리하고 좀 달라도 ‘큰 것’이 같으면 친할 수 있도록 억지로 힘쓰고 싶어요. 새누리당 쓰레기들 하나 모인데 가가지고 ‘아 냄새가 왜 이리 시큼시큼해’ ‘내가 똥밟았네’ 이런 헛소리도 할 수 있지만, 눈이 안 사나운 놈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합시다’ 이게 낫지 않나? 그들(보수화된 사람들)도 결국 정치의 희생자들이니까, 지금도 이용당하고 있잖아요. 정말 괴로운 건 자기 자신들이거든.”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있는 그에게 ‘교육이란 뭔가요?’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스스로 1초도 교육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자발되게끔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게 공부를 하고 싶게 어떻게 꼬시느냐? 여기엔 약간의 사기성, 약간의 배우처럼 하는 게 필요하겠죠. (아이들이)지 공부 하도록 해야지 강력하게 가르치면 그건 세뇌에요. 뭐가 옳고 그런지를 왜 선생 마음대로 세뇌를 해? 지는 수학이 재미있어서 수학선생님 됐지만, 애들이 수학이 재밌을라면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필요한 거지. 근데 그 아이하고 신나게 살믄 (그런 일이)일어나지 않겠어요? 선생님이 애들하고 살면서 속 썩는 시간이 자기 시간이라고 못 느끼면 아주 허무해 집니다. 그 애들하고 속 썩는 시간, 속 썩는 깊이, 그 답 없는 일을 머리카락 다 빠지고 이 빠지도록 하는 사람들, 그거 밖에는 남는 거 없지.”

 

▶“신나게 공부하고 싶게 어떻게 꼬시느냐?”

  그 역시 젊은 이들에게 말을 할 때 “어떻게 하면 금방 잊어버리고 지 생각을 하게 할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학교 교사들에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등을 떠민다. “제가 아주 악질입니다. 선생들 등 두들겨서 애들하고 시간 보내게 슬슬 몰아넣는 게 내 전문이에요.”

 이 시대 부모들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부모님과 학부형의 차이가 있다잖아요. 그게 본능에 쫓기듯 자기 자손을 위해 무한 욕심을 내도 잘못이나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 그건 아주 엉터립니다. 그럴 수 없죠. 자기가 실현 못한 인생을 살아달라고 강제하는 수단 아닙니까? 제발 자식을 위해서라고 거짓말 하는 치사한 짓은 하지 맙시다. 부모를 위한다고 하면 몰라도.” 그는 계속 “태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사회가 강제로 쥐어준 사명감, 본능에 쫓기지 말자”고. “일생을 한번 여행하는 건데 신나게 해야지 않겠어요?”

 우리는 살면서 몇 번식 ‘왜 사나?’ 질문을 던지는데, 그는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벗어나라고 했다. “그냥 사는 거지, 왜 이유를 만들어요? 무슨 유행가도 아니야. ‘왜사나~ 왜사나~ 왜사나’ 저는 대학교 때 철학과를 다니면서 한 번도 왜 사나하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우리는 ‘왜’ 살지 않아요. 특히, 우리 현대인들 꼭 뭔가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려고 하는데, 계획, 약속, 결심 이거 안 하면 삶이 아닌가요? 허무고 낭비인가요? 아니거든요. 이제부터 그것만은 바로 봅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망치지 않도록 단순·순박해지도록 노력합시다.”

광주드림 / 글·사진=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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