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7일, 인천에서 전시를 잘 마친 김보섭씨가  인사동에서 오찬모임을 마련하였다.

약속장소인 한정식선생 오피스텔로 나갔으나 카메라가 말썽을 부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동차처럼 카메라마저 늙은 나를 닮아 수시로 애를 먹인다.
자동초점이 고장나 수동으로 렌즈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옛날에는 모두들 그렇게 찍었지만, 습관이 바뀐 지금은 번번이 셔터 찬스를 놓치기 일 수였다.
그건 그래도 괜찮으나 밝은 곳만 가면 노출 오버로 화면에 이미지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마치 고장 난 총으로 전장을 누비는 병사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겨누었고, 요행을 바라며 셔터를 눌러댔다.

'툇마루'에서 가진 오찬모임에는 김보섭씨를 비롯하여 한정식, 전민조, 이완교, 최경자씨가

참석했는데, 김기찬선생 미망인 최경자씨로 부터 건강관리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함께 즐거운 시간들을 가졌지만,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어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다.

자리가 파한 후 충무로 AS센터로 달려갔다.
근로자의 날에 벌어진 인사동 시위 때,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게 원인인 것 같았는데,

고물 카메라에 비해 수리비가 더 크다는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수리비도 수리비지만, 한 동안 카메라 없이 지낼 일이 더 막막했다.

마침 충무로에서 옛 사우들의 모임이 있었다.
태국에 갔던 고영준씨가 일시 귀국하여 마련한 자리였는데,

이수영, 유성준, 하상일, 배창환, 정동석, 이혜순, 윤봉수, 선우인영,

장막동, 이혜순씨 등 열두 명이나 모여 있었다.

그 날은 무장해제된 허탈한 심정이라 술을 좀 과음했다.
고영준씨가 가져 온 양주로 폭탄주까지 만들어 부어라 마시어라 했는데,
이차 노래방에선 잠자던 객기마저 슬그머니 도져 별 난리를 다 피웠다.

왜? 술만 취하면 이렇게 간이 커지는지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집에 갈 요량으로 트럭에 매달렸는데,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는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뛰어내리기도 했다.

아마 죽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진,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