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인생학교’

 

▲ 지난 21일 `이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광주에 왔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신나는 인생은 “최대한 단순하고, 순박하게 사는 것”이다.


▶“교육? 지 공부하도록 해야지 아니면 세뇌” 
  

  “왜 사나? 그냥 사는 거지 왜 이유를 만들어? 태어나는 것도 기적인데, 기적처럼 태어나서 일생을 한 번 여행하는 거, 신나게 합시다. 쫓기지 말고.”

 올해 여든이 된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은 여전히 청년이다. 아이들을 보면 지루한 훈계를 하기보다 아이스크림을 뺏어 먹는다. 스스로도 “참 철 없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어른’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얘기는 우리가 놓치고 있었거나 외면하려 했던 부분을 찌른다. 때로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때로는 위로를 준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이 시대의 스승’으로 통한다. 그는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상실감과 허무를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꼭 만나봐야 할 ‘어른’이다.

 

▶“광주시민에게 신세 많이 졌다”

  채 이사장이 지난 21일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 청소년문화의집, 스토리박스, 컬쳐네트워크, 예기치못한 기쁨이 주관하고 광주시가 주최한 ‘2014시민배움터-젊은 벗들을 위한 인생학교’가 첫 출발하는 자리의 주인공으로 초청한 것이다.

 채 이사장은 한 때 강원도 삼척에서 부친과 함께 흥국탄광을 운영하며 우리나라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였다. 하지만 자신이 얻은 부를 혼자 누리고 살진 않았다. 유신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을 뒤에서 돕거나 활동 자금을 대기도 했고, 탄광도 정리해서 종업원들과 노동자들에게 다 나눠줬다.

 지금은 경남 양산에서 개운중, 효암고를 운영하는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있는데, 그는 자신을 ‘교육자’라고는 소개하지 않았다.

 “괜히 잘난 체 하는 것 같고, 누구 앞에서 말할 위인도 아닌데, 그냥 친할라고 하는 말이다, 그렇게 들어줘요.”

 광주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이날 강연의 주제는 ‘채현국의 여행이야기’. 그는 광주에는 “여러번 놀러 왔다”고 했다. 무등산도 자주 오고, 5·18묘지도 몇 번씩 왔다갔다하고. 하지만 “괜히 뭐 사달라고 할까봐 사람은 별로 안 만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고 말했다. “정말 덕분에 전두환이 같은 사람도 감옥에 가게 되고,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호남민들에게 여러번 신세를 집니다. 내가 이렇게 신세 진 광주분들이 날 청한다는 게 조금 송구스럽습니다. 늘 나로서는 신념 없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전두환 정권에 대항해 5·18민중항쟁을 일으킨 광주시민들을 보면서 그가 느꼈던 심경이다.

 

▶“보수쪽 사람들도 결국 정치 희생자”

  채 이사장은 ‘열려 있는’ 사람이다. 그 어떤 것도 ‘결정돼 있는 건 없다’고 그는 주장한다. 옳고 그름, 선악, 정의와 불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사회적 갈등을 먹고 사는 ‘통치하는 권력’이 만들어 내고 있는 구조에 우리가 이끌려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신념보다는 통념과 고정관념 속에서 헤매고 있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틀린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이건 엉터립니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게 바로 고정관념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그는 “우리의 삶의 뜻을 너무 정치에서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생각을 시비에서 조금 자유롭게 하자고 했다. “너무 무책임하게 들릴 겁니다. 시원하게 욕하게 해줄 걸 기대했는데, 늙은이 같은 소리만 하고 있으니. 그런데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우리끼리 만나면 누가 이명박 찍고, 누가 박근혜 찍을 사람 아무도 없어요. 근데 찍는 걸? 그게 사실인 걸. 하지만 우리하고 좀 달라도 ‘큰 것’이 같으면 친할 수 있도록 억지로 힘쓰고 싶어요. 새누리당 쓰레기들 하나 모인데 가가지고 ‘아 냄새가 왜 이리 시큼시큼해’ ‘내가 똥밟았네’ 이런 헛소리도 할 수 있지만, 눈이 안 사나운 놈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합시다’ 이게 낫지 않나? 그들(보수화된 사람들)도 결국 정치의 희생자들이니까, 지금도 이용당하고 있잖아요. 정말 괴로운 건 자기 자신들이거든.”

 학교법인의 이사장으로 있는 그에게 ‘교육이란 뭔가요?’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그는 “스스로 1초도 교육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서도 “자발되게끔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나게 공부를 하고 싶게 어떻게 꼬시느냐? 여기엔 약간의 사기성, 약간의 배우처럼 하는 게 필요하겠죠. (아이들이)지 공부 하도록 해야지 강력하게 가르치면 그건 세뇌에요. 뭐가 옳고 그런지를 왜 선생 마음대로 세뇌를 해? 지는 수학이 재미있어서 수학선생님 됐지만, 애들이 수학이 재밌을라면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필요한 거지. 근데 그 아이하고 신나게 살믄 (그런 일이)일어나지 않겠어요? 선생님이 애들하고 살면서 속 썩는 시간이 자기 시간이라고 못 느끼면 아주 허무해 집니다. 그 애들하고 속 썩는 시간, 속 썩는 깊이, 그 답 없는 일을 머리카락 다 빠지고 이 빠지도록 하는 사람들, 그거 밖에는 남는 거 없지.”

 

▶“신나게 공부하고 싶게 어떻게 꼬시느냐?”

  그 역시 젊은 이들에게 말을 할 때 “어떻게 하면 금방 잊어버리고 지 생각을 하게 할까를 고민한다”고 했다. 학교 교사들에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도록 등을 떠민다. “제가 아주 악질입니다. 선생들 등 두들겨서 애들하고 시간 보내게 슬슬 몰아넣는 게 내 전문이에요.”

 이 시대 부모들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부모님과 학부형의 차이가 있다잖아요. 그게 본능에 쫓기듯 자기 자손을 위해 무한 욕심을 내도 잘못이나 범죄가 아니라는 생각, 그건 아주 엉터립니다. 그럴 수 없죠. 자기가 실현 못한 인생을 살아달라고 강제하는 수단 아닙니까? 제발 자식을 위해서라고 거짓말 하는 치사한 짓은 하지 맙시다. 부모를 위한다고 하면 몰라도.” 그는 계속 “태어난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사회가 강제로 쥐어준 사명감, 본능에 쫓기지 말자”고. “일생을 한번 여행하는 건데 신나게 해야지 않겠어요?”

 우리는 살면서 몇 번식 ‘왜 사나?’ 질문을 던지는데, 그는 이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벗어나라고 했다. “그냥 사는 거지, 왜 이유를 만들어요? 무슨 유행가도 아니야. ‘왜사나~ 왜사나~ 왜사나’ 저는 대학교 때 철학과를 다니면서 한 번도 왜 사나하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우리는 ‘왜’ 살지 않아요. 특히, 우리 현대인들 꼭 뭔가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려고 하는데, 계획, 약속, 결심 이거 안 하면 삶이 아닌가요? 허무고 낭비인가요? 아니거든요. 이제부터 그것만은 바로 봅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망치지 않도록 단순·순박해지도록 노력합시다.”

광주드림 / 글·사진=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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