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동안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여 죽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코로나119'로 사회적 거리두기란 캠페인에 방콕해서 그런 게 아니라

김명성씨로부터 전달받은 돈도 한 몫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검찰이나 정치꾼들의 비인간적인 꼴에 간도 뒤집히지만,

몇 일 전에는 동자동 쪽방 촌의 유영기씨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왜 나쁜 놈들은 잘 살게 놔두고 착한 사람만 데려가는지 모르겠다. 과연 신이란 게 존재하는 것인가?.

종교라는 자체가 인간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역할은 하지만, ‘신천지꼴을 보니 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벌금 내라며 김명성씨가 200만원 상당의 사진을 팔아주었는데, 죽어도 벌금을 내기 싫은 것이다.

그 사건을 담당한 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판결 내린 판사도 똑 같은 놈이었다.

돈에 눈깔 뒤집혀 자연환경을 망가트리는 개인의 명예가 중요한가? 공익이 중요한가?

그런 개좆같은 판결에 승복하는 자신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서울역을 떠도는 부랑자나 쪽방 촌 친구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 만찬이라도 벌이고 싶었다.

요즘 식당도 텅텅 비었으니,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 아닌가?

그러나 나를 걱정해 주는 이들이 눈에 밟히기도 하지만, 죽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몇 날을 누워 이런 저런 생각만 하다 보니, 일단 주변정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쪽방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페친을 정리하는 일 뿐이었다.

그동안 내가 지적한 일의 반감으로 뒤통수치거나, 한 통속이 되어 반응 없는 페친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대부분 오래된 인연이라 차마 친구 끊기를 못했는데, 이참에 100여명을 골라 삭제해버렸다.

그 대신 페친이 넘쳐 받아주지 못했던 잘 모르는 분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분풀이 치고는 치졸했으나, 엉뚱한데 신경 쓰지 않고 내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였다.


 

지난 18일은 모처럼 외출할 준비를 했다.

정영신씨께 연락해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열리는 변승훈씨와 강경구씨 전시를 보기로 했다.

개막식은 오후 다섯시였으나 요즘 전염병 때문에 사람 많이 만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오프닝에 날아들 똥파리를 피해 일찍 나선 것이다.


 

인사동도 며칠 전과 달리 사람들이 제법 나왔더라.

달라진 풍경이라면, 때 거리로 몰려다니는 외국관광객이 사라졌다는 것과

수도약국 앞에 마스크 사려고 줄선 행렬이었다.


 

강경구씨 전시가 열리는 통인가게’ 5층부터 올라갔더니, 관우선생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따라주는 와인 한 잔들고 전시작들을 돌아보았는데, 작품이 너무 좋았다.

마치 고뇌하는 오늘의 인간상을 그린 듯한데, 어찌 보면 이글어진 내 모습 같기도 했다.

좋은 작품들을 보니 마음이 편안했다.


 

다음에 볼 전시는 지하에서 열리는 변승훈씨의 도예전 手作禪이었다.

반갑게도 작가 변승훈씨도 있었고 이계선관장도 있었다.

오래 된 작품에서 부터 최근작까지 골고루 전시되었는데, 분청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변승훈씨만의 독창적인 작업이었다.

특히 최근에 제작한 불상 형태의 작품들을 보며 신은 인간자체란 생각이 들었다.

그 작품은 불상이 아니라, 안성장터에서 몇 십년 동안 자리를 지킨 할머니들을 모델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술의 힘은 무서웠다. 온갖 근심 걱정을 다 떠안은 불편한 마음이 눈 녹듯 녹아 내렸다.

전시들이 곳곳에서 열리지만, 별 의미 없는 불편한 전시가 더 많은 현실이라 운도 따라야 한다.




인사동에서 믿을 수 있는 갤러리로는 통인가게전시장과 나무화랑정도로 꼽는다.

통인은 대관에 의지하지 않고, 관우선생과 이관장의 안목으로 초대되는 전시라 일단 보증할 수 있고,

나무화랑역시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운영하는 화랑이라 실망시키는 전시가 별로 없다.


 

좋은 전시들을 보아 기분이 좋으니, 반가운 연락까지 왔다.

정영신씨가 며느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데, 아들 내외와 손녀 하랑이가 온다는 것이다.

부리나케 정영신씨 녹번동 집에 갔더니, 더디어 귀여운 공주님이 나타난 것이다.



귀신같이 생긴 내 모습에 울기도 하고, 제 모습을 담은 동영상에 깔깔거리기도 했다.

변화무쌍한 하랑이의 표정과 쉼 없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부근에 있는 연안식당으로 옮겨 외식까지 했는데, 밥도 엄청 잘 먹었다.


 

그래, 좋은 일에 위안 받고 살자. 사는 게 별 것 있겠나.

 

사진, / 조문호













 

 


고 유영기이사장, 작년 6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촬영



지난 16일 오전7시 '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유영기(66)이사장이
급성호흡기능 부전으로 영등포 '신화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년 초만 해도 멀쩡한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화들짝 놀랐다.

혹시 '코로나119'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지 걱정되어서다.

만약 그렇다면 동자동 쪽방 촌도 모두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인이 폐암이라 했다.



올 들어 유독 피곤하고 힘든 증상이 자주나타나

지난 2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폐암진단을 받았는데,

척추로 전이된 상태라 방사선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입원환자에 대한 전원 퇴원조치로, 2월말 '경희대병원'으로 옮겼는데,

폐렴증세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1인실에 격리되었단다,


 

항암치료는 계속 받아왔으나 하반신이 마비되며 통증이 심해 힘들어 했는데,

2주 이상 입원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신화요양병원'으로 옮긴지 3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위중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문제는 사망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례를 치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벌써 일주일이 가깝도록 냉동실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쪽방 촌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죽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기간 화장도 못한 채 방치되거나, 가족이 나타나도 시신을 포기하여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대신 치러 주는 실정이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지만,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빨리 가족이 나타나야 장례를 치룰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리고 사랑방마을협동회의 정기총회를 비롯하여 할 일도 많은데,

갑작스런 이사장의 죽음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지난 17사망 소식을 듣고  동자동사랑방’을 들렸는데,

선동수 간사장은 가족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홍렬, 유한수, 이남기, 황춘화, 씨 등 많은 이웃을 만났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술을 마시거나 평소와 다름없었다.

어차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초연할 수밖에 없다.



 

죽어도 저승마저 편히 못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정거장에 기다리지만, 부디 극락왕생을 빕니다.

 

사진, / 조문호































일이 꼬여 구치소에 들어가 수양 좀 하고 오려는데,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지난 3월16일부터 4월4일까지 20일 동안 구치소에 갈 작정으로,
병원에서 평소 먹는 약 처방전도 받아오고, 쪽방 달세도 미리 줘야했다.
정선 가서 땅도 파 뒤집어 둬야 하는 등 이리저리 마음이 바빴다.


그 일은 5년 전 수난 당하는 동강할미꽃이란 칼럼을 신문에 투고했는데,

야생화 사진하는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뒤늦게 벌금이 이백만원 나온 것이다.

벌금 낼 돈도 없지만, 승복하기 싫어 몸으로 때울 작정을 했다.

친구나 후배들께 빌릴 수도 있지만, 민폐 끼치기도 싫었다.

구치소에서 편한 밥 얻어 먹고 규칙적인 생활로 몸 관리하면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정영신씨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이

한사코 벌금을 마련할 테니 들어가지 말라고 종용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공윤희씨와 김수길씨가 찾아와 잘 다녀오라며 위로주 까지 얻어 마셨다.

 

그런데, 다음 날 김명성씨가 오래전에 부탁해 만들어 둔 작품을 팔아주겠다며 벌금을 내란다.

벌금은 안 낸다고 버티니, 정영신씨 한데 다시 전화했던 모양이다.

정영신씨 말로는 남에게 도움 받는 것만 민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부담 주는 것도 민폐란다.

구치소 가는 사람이야 마음 편할지 모르겠으나, 밖에 있는 사람이 어찌 다리 펴고 자겠냐는 것이다.

그 말도 맞긴 하지만, 정영신씨 된소리에 그만 깨갱하고 꼬리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명예훼손 건은 무혐의 판결받았어야 할 사건이었다.

판결 통보서만 받았다면 당연히 항소할 사건인데, 항소기한이 지난 후에야 독촉장을 받은 것이다.

왜 판결통지서는 보내지 않았을까?

 

쪽방 우편물은 일층계단에 40여개 쪽방의 우편물을 한꺼번에 모아두는데,

대부분 독촉장이나 행정명령 등의 불편한 우편물인데다 량이 너무 많아 잘 보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십 통이 쌓여 딩굴다 유실되고 마는데, 거지들이라 우편배달부도 무시 하는것 같다                                            

다른 곳에서 우편물을 이렇게 처리하면 가만 두겠는가?

그리고 판결통보서 같은 중요한 문서는 등기로 보내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그래서, 누가 책을 보내준다 해도 분실되니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건, 이미 엎질러 진 물이라 말할 필요조차 없겠으나,

봄만 되면 동강할미꽃을 예쁘게 찍기 위해 마른 풀을 뽑아내거나

물을 뿌려 말라죽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해 기어이 고쳐야 할 일이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자가  전시했던 사진을 보면 햇볕이 나야 피는 꽃에 이슬이 맺혔거나

꽃 주변이 말끔한데다, 심지어는 배경에서 인공조명까지 사용한 흔적이 뚜렷해 

검찰에 소명서까지 제출했으나, 몇 년이 지나서야 벌금 독촉장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그자는 야생화 전문가라 캘린더를 만들어 팔거나 사진 원고로 살아 개인적인 피해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건은 개인의 명예에 앞서 공익에 관한 문제다.




그 신문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으로 많은 아마츄어 사진인들이

야생화는 말끔하고 예쁘게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처럼 자연을 해치는 사진인들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사협공모전에 심사도 하니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은 이 사건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명예훼손 문제로 신경이 날카롭다.

, 원칙에 벗어나는 나쁜 일은 아무리 가까운 분이라도 그냥두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더러운 세상 바로잡기 위한 고충이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잘 못해도 싫은 소리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데 있다.

나 역시 남에게 미움 받는 소리 하기 싫지만, 나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더구나 신문 발행인이 칼럼 제목을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로 정해 놓았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매번 빼딱한 소리만 하니 고개까지 돌아갈 지경인지라, 칼럼은 2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동안 그러한 일로 고소를 당 하거나 등 돌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오죽하면 사람이 좋아 한 평생 사람만 찍어 왔으나, 사람이 싫어진다.

 

구속이 아니라 사형을 시킨다 해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쁜 일이라면

죽을 때까지 까 발릴 생각에는 변함 없으나, 이제 합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요즘 이광수교수의 정치평론에 관심 가지면서, 꼭 원칙만이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칙을 지키려는 진보정당과 개혁을 위해 합리성을 택하는 여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사인에 게재된 폭력성에 도취된 사진가의 거리 사진이란 기사를 우연히 보았는데,

일본의 스즈키 다쓰오란 거리사진가의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촬영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 역시 인사동에서 거리사진을 종종 찍기 때문에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아는 분이야 가깝게도 찍지만, 대부분 멀리서 가리풍경 위주로 찍는데,

얼굴을 가리거나 싫어하면 지웠으니, 촬영으로 여지 것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동자동이나 부랑자의 사진도 대부분 인터뷰하며 찍거나 양해를 구해 찍는다.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 다들 이해하는데,

실상을 모르는 분들은 몰카로 오해할 지도 몰라 심기가 편치 않았다.


좌우지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상충하는 문제들이라 조심해야 할 일은 틀림없다.

요즘, 공익과 개인의 명예, 원칙과 합리에 대한 갈등으로 머리가 아프다.

때로는 비겁하게 다 떨쳐버리고 정선에 처박혀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솔직히 옛날같이 바보처럼 살고 싶다.


사진, / 조문호
















 




부랑자의 꿈은 부귀영화 누리며 잘 사는게 아니다.

지친 몸 하나 누울 수 있는 쪽방 한 칸과

일할 수 있는 곳과 아프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한 희망은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아무도 부랑자에게 관심두지 않는다.

관심은 커녕, 죄인처럼 손가락질 한다.



그들이 기댈 곳은 가보지도 못한 저승 뿐이다.

이승의 생이 끝나면 짐승으로 환생할 꿈을 꾼다.

사람보다 애완동물이 더 사랑받는 세상이 아니던가? 




이제 모든 희망 버리고 떠날 준비되었다.

서울역 후미진 곳에서 천국가는 열차를 기다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코로나라는 요상한 전염병 때문에 전 국민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이겨낼 수야 있겠지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난한 이들의 삶이 걱정스럽다.

나라에 재난이 생기면 제일 먼저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걸인들이다.

부랑자에게 밥 주는 곳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여유 있는 이는 버틸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돈 벌려고 눈이 벌겋게 설치겠지만...




요즘은 전염병 핑계로 전화기를 멀리하고 일에만 파묻혀 산다.

20일 동안 어디 떠날 일이 생겨, 가기 전에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하는 중이다.

쪽방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기는 하나 끼니 잇는 게 제일 걱정이다.



이틀 동안 라면만 먹다보니, 밥 생각이 간절해 모처럼 밖에 나갔다.

급식소는 진즉 문을 닫았지만, 이젠 ‘식도락’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동자동 사랑방’을 비롯하여 푸드메켓 까지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나야 어디서라도 먹을 수 있으나, 노숙인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한다.

사람이 없어 구걸도 쉽지 않지만 구걸해도 술 마시지, 밥은 안 사 먹는다.



그런데, 거지들은 마스크도 없으며 소독은 커녕 손 한번 씻지 않는다.

아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걸 보니, 전염병까지 없는 놈을 차별하는 것 같다.

무임승차해 좀 편하게 떠나는 것도 좋으련만, 그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식당도 손님이 없어 가게나 뜯어 고치고,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다.

언론에서 지나치게 나팔 불어 지레 겁먹어 외출도 외식도 일체 하지 않는다.



마침, 이태선씨를 만나 자판기 커피 한 잔 얻어먹고, 사진 한 장 찍어주었다.

이제 오십대지만, 고생으로 겉늙어 일흔은 되어 보인다.



공원에도 사람이 없어 ‘동자희망나눔센터’로 마스크 구하러 갔는데,

열 검사를 하더니 마스크 한 장을 공짜로 주네.

여지 것 마스크 사러 줄 한번 서보지 않았는데, 이럴 땐 거지 덕도 보는구나,

그나저나 이놈의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야 할텐데, 죄 없는 사람 다 잡겠다.



조용한 아랫 길로 내려가니 맞바람 부는 찬 바닥에 누군가 자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 힘이 없어 쓰러져 자는 것 같았다.

무슨 놈의 팔자가 그리도 기구한지 모르겠다.




병학이가 펼쳐놓은 자리에서 술 한잔 얻어 마시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코로나야 제발 선량한 사람 힘들게 하지말고, 나쁜 놈들이나 잡아가 다오.

돈과 권력에 환장해 나쁜질을 밥 먹듯 하는 놈들, 눈깔 뒤집힌 국개의원들, 정신나간 떡검들,

그기에 부화뇌동하는 기레기까지 모조리 청소해 주고 떠나라.


사진, 글 / 조문호












부산 남포동 1979, 5


가난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50년대 겨울, 등굣길에서 마주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노숙인이 길가 집 아궁이에 엎드린 채 얼굴이 새까맣게 불타 죽었는데,

연탄아궁이에 불을 쬐다 질식되어 머리를 불구덩이에 처박은 것이다.

 

70년대 봄, 아기를 안고 잠든 여성 노숙인과도 마주쳤다.

젓이 나오지 않아 울다 치친 아기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서울 동자동 2017, 1

 

하기야! 한국전쟁 이후는 거리에 널린 거지만이 아니라

대개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빈곤의 문제는 결코 나라가 가난해서 만도 아니었다.

금융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거리로 내 몰린 사람도 많았지만,

잘 살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절대빈곤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구의 노숙자들은 물질문명을 부정하는 방랑자들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는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빈곤자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역 2017, 2

 

서울역 주변을 맴도는 노숙인과 잠재적 노숙인에 해당하는

동자동 쪽방 촌 빈민들을 기록하며 지켜본 게 벌써 4년차다.


쪽방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독거들의 외로움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거처할 곳 없는 노숙인들의 위태로운 삶이다.


지자체에서 제공한 노숙인 쉼터를 마다하고 거리를 떠도는 것도 문제지만,

질서를 지켜야하는 공동생활을 기피하는 노숙인의 습성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막바지에 내몰린 처지에 누가 간섭 받으며 살고 싶겠는가?

세상 고통을 유일하게 잊게 해주는 것이 술인데...



서울 동자동 2018. 7

 

정부에서 주는 최소한의 혜택마저 비켜 선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한다.

갖가지 고통을 잊기 위해 구걸하여 술을 사 마시며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81세라지만, 노숙인들의 평균 수명은 48세이고,

한 해에 죽어가는 무 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의 처절한 삶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그들에 대한 외면이나 방관보다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서울역 지하도 2016. 10

 

다들 젊은 놈들이 일은 안 하고 술만 마신다’며 손가락질 하지만,

그들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알콜 중독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에게 누가 일자리를 주겠는가?

다들 부모 잘 못 만나 가난을 물려받았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죄다.

 

벼랑에 내 몰린 노숙인들을 구제할 정책마련이 절실하다.

추위나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진, / 조문호


 서울 도동 2019, 1







 













정영신씨로 부터 호출이 떨어졌다.
2월13일 오후 일곱시에 인사동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영신씨가 장터와 지역문화를 엮는 작업을 2년에 걸쳐 해왔는데,
그 결과물을 넘기는 자리에 같이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에 반갑기는 했으나, 결과가 염려스럽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작업한 것이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로 찍고 쓴 작업인데...

경비가 없어 쩔쩔 매면서도 기어이 해낸 것이 고맙기는 하나,

자칫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젠, 책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남길 수 있고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번 작업은 다행히 이숲출판사와 사전 협의하여 진행하는 일이라 안심은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출판사는 작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할애비 원고라도 편집자 생각대로 휘어잡아 추진해야 한다.

만들 책의 가치만 분명하다면, 팔 수 있는 최선의 작전도 짜야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소장하기 위해 만드는 책이 아니라면,

팔리지 않는 책은 말짱 도루묵이다.

서고에 딩굴다 버려지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 팔리지도 않고 창고에 쌓여있는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난달엔 나 역시 그런 일에 부딪혀 난처한 적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인사동이 싫어 책이나 만들고 끝내겠다는 푸념을 페북에 올렸더니,

부산의 이광수교수께서 가까운 후배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연결시켜준 것이다.


젊고 패기 있는 진보 출판사 대표라 내심 인사동에 대한 혜안과 복안도 기대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에 올린 것들은 무시하고 역사적이거나 풍류적이거나

한 가지 주제를 잡아 다시 보완작업을 할 작정인데,

출판 날자와 전시일 까지 정해 놓고 원고 넘기는 대로 편집하겠단다.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독자층을 겨냥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획자체가 없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팔 불어 홍보할 수 있는 건수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한다면, 사진 찍은 나도 쪽팔리지만, 출판사도 쪽팔리지 않겠나?.

별 영양가 없는 일이라면 할애비가 부탁해도 말리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만 막판에 재 뿌리는 일이라 면전에서 말도 못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돌아왔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인사동 일은 종료가 아니라 진행형이라 서두러면 되지도 않지만,

최소한 책 만들어 손해 보지 않을 방법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기껏 책 팔 방법이 전시하며 책 판다는 것이다.




, 전시라면 질겁하는 놈인데, 그 지긋지긋한 전시를 또 한단 말인가?

다시 민폐 끼치는 전시 하면 손목대기를 자르겠다고 맹세했는데...


 

어쩔 수 없어, 비겁하지만 정영신씨에게 부탁해 스리 쿠숀을 넣은 것이다.

출판사 김대표는 물론 이광수교수나 김남진관장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


 

이숲출판사 이나무씨는 인사동 툇마루에서 그 날 처음 만났다.

페친이라 내 사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젊은 시절 파리에서 공부했다는데, ‘샘터편집장을 20여년 하다 출판사를 차렸단다.

근간에 출판한 책이라며 황정수씨가 쓴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책 한 권 선물 받았다.

툇마루된장비빔밥과 녹두빈대떡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정영신씨와 장터문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부랑자사진집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프랑스는 홈리스에 관한 책들이 수십 권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한 권도 없단다.


 

귀가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사실, 대개의 빈민이나 노숙자들이 불쌍하다는 동정의 시선이 앞서 가려진 부분도 많다.

들게 살다보면 양아치 같은 짓도 하게 된다. 똑 같은 사람이다.

거침없이 까발리는 나조차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그 기생충의 생리를...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지만, 올인 해 볼 작정으로 즉석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술 마시며 이나무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사동과 연이 깊은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인사동에서 살아 인사동의 옛날 일을 많이 알았다

골동품상 금당의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이차는 유목민으로 갔다.

요즘 점염병에 장사들이 죽 쑨다지만, 그날은 유목민에 손님이 가득 찼다.

옆 자리에는 신단수란 필명으로 오늘의 운세를 여러 곳에 쓰는 김효성씨가 앉아 있었다.

이 친구도 자기 친형 김명성씨 못지않게 나를 걱정하는 친구다.

내 사주가 거지 사주였던가?


 

요즘은 선거철이 다가오니, 청치꾼들 앞날 점치는 일로, 아마 대목일 게다.

그저께는 친구인 김두관씨 만나러 양산 간 김에 니산도예의 정명수씨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했다.

좋은 책이 될 수 있는지 쓰레기가 될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이제 그 일을 하려면 몸이 받쳐 주어야한다.

함께 술을 마셔도, 한 잔을 열 번으로 나누어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노숙하는 친구들의 철칙도 남에게 술을 권하거나, 절대 급하게 마시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즐기며 일할 각오로 그날도 찔끔 찔끔 마셨더니, 아무렇지도 않더라.

살아남는 방법이 너무 비참하다. 기생충처럼...

 

사진, / 조문호






























쪽방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좁은 공간에서 티브이를 끼고 산다

세상을 내다보는 유일한 통로지만, 마약에 가까운 중독성이 있다.

요즘은 티브이가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 겁주는 방송 뿐이라

쪽방 사람들은 방에서 꼼짝도 않는다. 말 잘 듣는 착한 백성들이다.



난, 티브이 중독성에 등 돌린 지 오래되었지만, 페북은 더 심했다.

가진 자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티브이보다 더 상세히 보게되니 

사람 좋아하는 인간이 사람에 대한 혐오감이 생길 정도다.

오죽하면 사람 만나기가 싫어 핸드폰을 꺼 놓거나, 방에 갇혀 있을 때가 더 많겠는가?



지난 10일 녹번동에서 어울려 마신 후유증에 몸이 말이 아니다.

그 다음 날 소주 석 잔에 맛이 가 진땀까지 흘리며 빌빌거렸으나, 술과 원수지기는 싫다.

아껴 오래 먹어야겠다.

그 날처럼 온종일 어울려 코가 비틀어지게 마실 기회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겠는가?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으니, 죽어도 고다.



요즘은 아무 생각 없이 천정만 쳐다보는 시간이 제일 편하다.

예전엔 하루 종일 쪽방에 갇혀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도 동화되어 가는 것 같다. 아니 동화가 아나라 편했다.

방에서 담배를 피우던 딸딸이를 치던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잖은가? 

그러니 독신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12일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 또 술 생각이 났다.

술병이 나서 골골거리는 형편인데도, 정말 대책 없는 인간이다.

그렇지만 혼 술은 절대 안 마신다. 라면을 끓여 속이나 풀었다.

 


밖에는 날씨가 포근해, 마치 봄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동네를 돌아다녔으나, 술 마실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술은 핑게일 뿐, 사람들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동자동은 마치 민방위 훈련하듯 조용했다.

할매의 고함소리도 술꾼들의 술주정도 들을 수 없었다.



전 날도 누군가를 기다리던 이남기씨만 만났을 뿐이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 혼자 누워있는 사람도 있었다.

무슨 고민이 있는지, 고독을 즐기는지,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동자동에서 아는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지난 9일은 동자동에 사람이 없어 서울역으로 갔다.

토요일도 아닌데, 무슨 집회를 하는지 소란스러웠다.



문정권을 저주하는 문구로 뒤덮인 봉고차에서 흘러 나오는 확성기소린데,

엄청난 소음으로 주민들을 괴롭히는 이런 짓은 제재할 수 없는 것인가?



마스크를 쓰고 술은 어떻게 마실 것인지, 막걸리 가진 천씨가 약 올렸다.

‘한 잔 줄까? 말까?’ 술잔도 없잖아~



그런데, 서울역에도 노숙자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다들 ‘다시서기’에서 티브이나 보는 줄 알았는데,

‘천국과 지옥은 분명히 있다’는 텐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어 주며, 예수 믿으라는 설교가 한 창인데,

예수님 찾으면 전염병이 얼씬도 안하는 갑다.

다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설교를 들었다.

한 장뿐인 마스크는 걸레나 마찬가지라, 안 쓰는 게 낫다.



양지바른 곳에서 죽치는 몇몇 거사들이 있을 뿐, 서울역도 한산했다.



이제 곧 전염병이 물러나며 따뜻한 봄날이 찾아 올 것이다.

다들 방에서 나와 슬슬 몸이나 풀자.

동자동의 봄을 찾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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