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코로나’에 겁먹어 방구석에 처박혀 사는  이 비상시국에 김명성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했지만, 온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냅다 진관동으로 달려갔다.


 

‘한옥집’이라는 삼겹살 집을 물어물어 찾아 갔더니, 김명성씨와 김상현, 심재문씨가 와 있었고,
나중에는 전활철, 유진오씨가 나타났다.



 
이른 시간부터 인사동에서 한 잔하고 오는지, 둘 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들어왔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 만나 삼겹살 구워 술 한 잔 했다.




김명성씨는 독립운동자료 기획전을 추진하다 연기했다는데, 사태가 진정되면 전시를 열 모양이었다.
빨리 전염병이 사라져야 ‘한옥마을’로 봄나들이 갈 텐데, 일정이 맞아 떨어질지 염려된다.
이 달 중 20일 동안 어디 갔다 와야 할 일이 있어서다.




술자리가 끝나 김상현씨와 김명성씨 집에 차 한 잔 하러 갔는데,
혼자 사는 집이 티끌 하나 없이 반들반들 했다. 참 부지런하고 꼼꼼한 친구였다.
요즘은 음악에 심취해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마침 Ravel의 ‘Bolero’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음악에 미쳐 살던 아득한 옛 날이 떠올랐다. 
Deep purple의 ‘April’이 생각나 신청하였더니, 김상현씨가 찾아서 들려 주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노랫말처럼, 잔인한 4월을 맞을 것 같은 예감이었지만,
음악이 흐를수록 희열이 느껴졌다.




뒤이어 김상현씨가 선곡한 ‘Black Orpheus’ 반주에 푹 빠져 들기도 했는데,
추천 곡으로 ‘Once upon a time in america’도 시간나면 들어보라고 권했다.




음악도 마약 같아, 한 번 빠져들면 끝이 없어 겁난다.
젊은 시절엔 삼천여장이나 되는 LP판을 처분한 적도 있었는데, 왜 적당히 즐길 줄 모를까?




모처럼 옛날 생각하며 음악에 취한 즐거운 밤이었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ㅉㅉ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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