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마초 피운 범법자다.

 

나른한 현충일 오후, 시인 김명성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형! 국서형 집에 갈 건데, 인사동 나올 수 없어?"

알았다고 했으나 하던 일을 마무리하느라 좀 늦었다.

 

 인사동 '유목민'에는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시인, 연극배우, 사업가 등

여러 명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는데, 모두들 이미 취해있었다.

연출가 기국서 댁에 가기는 너무 늦었다며 술을 더 시켰다.

술은 같이 취해야 하는데, 서로 사이클이 맞지 않아 약간의 거부감도 생겼다.

후배가 정선에 간 것은 대마농사 지으러 갔느냐고 물었다.

 

정선에 들어 간 것은 20여년 전에 동강 사진 찍기 위해 들어갔다.

당시 캠프로 빌려 쓴 주변 환경에 정들어 그냥 눌러 앉았을 뿐이다.

떠돌며 사는 유랑기질 때문에 행여 떠날까봐, 어머니까지 그 곳에 묻었다.

 

그동안 전국 장터와 인사동을 떠돌다 보니 정선보다 서울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다람쥐 쳇바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바쁜 현실에 지쳤을 때,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던지는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꺼져가는 등불처럼 가물거리는 삭막한 인사동을 지켜보며,

이제 막 내리고 정선으로 떠날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마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60년도 쯤, 내가 어린 시절이었다.

겨울철, 양지바른 담벼락에 기대어 마른 삼 잎을 비벼 신문지에 말아 피우던 이웃 머슴을 보았다.

담배가 없어 피우는데, 피울 만 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대마초가 뭔지도 모르고 피웠겠지만 엄청 행복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길삼 삼는 일부지방에서만 관리재배 되지만, 옛날에는 없어서는 안될 작물이었다.

 

종이, 알콜, 담배 등 미국의 거대한 재벌들 음모에 놀아나 대마가 마약으로 둔갑했는데,

우리나라는 그 놀음에 등 떠밀려 70년도부터 습관성의약품관리법으로 규제한 것이다.

만약 대마가 여러가지 산업 용도로 활용되었다면 엄청난 변화를 맞을 수 밖에 없는데, 

기존의 특권자들이 그냥 둘리 없었다.

 

반전과 평화의 상징인  대마를 처음 피운 것은 70년대 중반 무렵이었다.

부산 에덴공원에서 ‘하늘목장’이란 음악실을 운영할 땐데, 미군들이 자주 들락거려 대마초를 얻어 피울 수 있었다.

정말 기쁨과 행복을 주는 신비로운 풀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당시는 길거리에서 대마초를 피워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75년 김추자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대마초 흡연사건이 터져 된서리를 맞았고,

78년도 무렵, 교사들이 대마초 피운다며 나팔 분 사건에 엮여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부산 대연동의 ‘마약중독자진료소’라 써 붙인, 수용소인지 고문실인지 분간 안 되는 음습한데 끌려 가

쇠파이프에 두들겨 맞기도 하고, 다른 친구를 불라며 코에다 물까지 부어재켰다.

그렇게 짐승처럼 주무러다 결국 구속시켰는데, 그들 말처럼 마약중독자라면 병원에 보내 치료 받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단속하는 경찰 공무원들이, 압수한 대마초를 피워대는 아이러니도 엿보았다.

 

담배나 술보다 해가 적은 대마에 마약이란 덜미까지 씌우는 이유는 바로 습관성인데,

습관성이라면 술과 담배가 더 하다.  무엇이든 좋으면 계속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요즘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밤낮으로 끌려 다니는 사람들을 보듯,

술이나 담배, 대마초도 끌려 다니지 않고 스스로 끌고 다니면 된다.

필요할 때, 있으면 하고 없으면 구차하게 구걸하지 않았다.

 

술과 대마를 비교한다면, 술은 업 필이고 대마초는 다운 필이라 술처럼 폭력성도 없고 오히려 온순해 진다.

그리고 청각, 미각, 시각, 지각 등 감성적인 부분이 예민해져 집중력이 생긴다.

입맛이 돋아 식욕이 생기고 천식이나 이뇨, 간질, 진통에도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서도 유용하다. 

그리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더러는 너무 앞서거나 현실적이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등 평범하고 안정적인 일에는 효과적이지만,

대마 본성이 스포츠나 바쁘게 움직이는 활동에는 부적합하다.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다 갑작스런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뭐든 스스로 길들여 기본과 원칙을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긴 세월 지켜본 바로는 대마초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아직까지 건재하지만,

술을 좋아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죽었다는 점이다. 술이 더 무섭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80년대에는 대마초를 쉽게 구할 수 없어, 자주 피울 수 없었다.

그러다 80년도 중반쯤 동강 댐 건설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정선 귤암리에 갔는데,

그 곳 동네는 곳곳이 삼을 키우는 대마 밭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마 재배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삼베용이나 씨앗을 필요로 하는 재배용 삼 잎은 곁가지 없이 키만 크기 때문에, 별 효능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잘못 채취하면 농작물 재배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힌다는 것이다.

그 이후 동강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며 지역주민들은 대마농사를 포기하게 되었다.

 

 

 

난, 예전에는 세 가지 경우에 한해서만 대마를 피워왔다.

첫째는 울화가 치밀 때이고, 둘째는 장거리 운전에서 졸음이 올 때이고,

셋째는 좋은 일이 있어 무한한 행복감을 느낄 때였다.

 

첫째, 화가 날 때 대마를 피우게 되면 화를 다스릴 수 있어 좋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화가 수그러들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러니 가족들과의 불화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나는 오랜 기간 전국 사찰과 장터를 돌아다녀 상당한 시간을 운전에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장시간 운전에 최고의 적은 졸음이다. 졸음이란 아무 생각 없는 무료함에서 오는데,

대마초를 피우면 무언가 생각에 빠져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안성마춤인 것이다.

운전에 위험하다는 사람도 있으나, 자제력과 침착성이 생겨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단지 옆 좌석의 돌출행동에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엉뚱한데 집중력을 뺏겨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행복감을 느낄 때이다. 그 행복함을 오래 유지하려 피우는데, 그 사치스러움을 맛본지가 오래다.

 

 

 

보성에서 길삼용 대마를 수확하고 있다.

 

난, 오랜세월 대마초를 피워왔으나 아직 건강하다.

 

대마초로 인한 신체적 문제점이나 교통사고를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대마초를 사서 피우거나 팔아 본 적도 없다.

대마는 서로 나누어 피우는 깨달음의 풀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긴 세월 나를 지켜 본 아내가 증인이다. 문제가 있었으면 그냥 둘리 있겠는가

 

그런데도 대마를 마약에 포함시켜 강력범으로 처벌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색하게도 관문이론, 또는 단계론을 내놓고 있다. 즉 대마초를 피우다 더 강한 마약으로 발전해 간다는 말이다.

 

본인의 경험에 의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단정한다.

포도주 애호가들이 더 취하기 위해 위스키에 빠지지 않는 논리와 같다.

70년대 중반 무렵 우연히 미군에게 얻은 LSD와 친구에게 얻은 필로폰을 각각 한차례씩 투약해 본 적이 있다.

 

LSD에서는 마치 진리를 깨우치듯 초월적인 의식을 경험하며 무섭도록 빠져 들게 하였고,

필로폰은 주사바늘을 빼는 순간 기(氣)가 번쩍 솟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둘 다 무서웠다. 아! 이것이 마약이구나.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다른 마약에 호기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대마초가 제일 안전하다며 대마초 최고 론을 주장했다.

그리고 대마초를 피워도 스스로 정한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필요성을 느낄 때만 피웠다.

 

이젠 쉬쉬하며 강제할 것이 아니라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여 일반인들에게 대마나 마약에 대한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시켜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델란드에서는 대마를 오래전부터 합법화하여 관광상품으로 활용했고,

최근 미국의 50개주 중 콜로라도나 워싱턴, 알래스카 등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에서 기호식품이나 의료용으로 대마초를 합법화 했다. 이에 맞추어 ‘뉴욕타임스’에서는 논설위원 전체 명의로 된 사설을 통해 “연방차원의 대마초 합법화 운동”을 선언했다.

오히려 합법화한 콜로라도주에서는 살인사건이 절반이상 줄어드는 등 강력범이 많이 감소하였고, 단속에 따른 예산액 절감과 대마 사업에 의한 세수확대, 그리고 수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늘어나는 세수 때문에 모두들 합법화 분위기로 가고 있고, 새로운 자원 개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철학자 채현국선생의 말씀처럼 국가나 법 자체가 민중을 지배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지만,

잘 못된 엉터리 법들은 빨리 고쳐야 한다.

잘 못된 것을 알면서도 서로의 이해타산에 물려 애 궂은 국민들만 범죄자로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지금도 수많은 대마흡연자들이 마약중독자 취급받아가며 지하에서 가슴 졸이고 있다.

사실상 습관성을 이유로 술이나 담배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었다면 국가체제가 흔들리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또 그 엄청난 세금은 다 어디서 메우고...

 

결론적으로 대마를 권장하지는 못할지라도 마약이란 올가미에 씌워 대마를 모르는 국민들에게 범죄자로 인식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 때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만 생기면 만만한 연예인들을 줄줄이 대마올가미에 엮어 여론을 피해가지 않았던가?

 

영화배우 김부선씨의 헌법소원을 기각한 재판관들이 과연 대마초를 얼마나 알며, 소신 껏 하기는 했을까?

무슨 죽을 죄를 지었다고 반 평생을 죄인으로 살게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잘 못된 것은 모두 바뀌어져야 한다.

우리는 잘 못된 법을 바꿀 권리도 있고, 행복을 누릴 권리도 있다.

 

 조문호

 

인사동 ‘유목민’에 조해인 시인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벗들을 만나 거나하게 취했는데,

옆 좌석에 프랑스 소녀 두 명이 앉았다.

 

눈길 마주친 환한 미소에 좋아라

그들 옆에 옮겨 앉았다.

 

어눌한 영어 몇 마디에도 통하지 않아

누구 불어 하는 사람 없냐며 돌아보았다.

 

옆에 있던 정기영씨 왈

“나는 음주운주에만 불어한다”

 

 

사진,글 / 조문호

 

오랜만에 시인 강 민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 21일 오후1시경 ’하누소‘에서 만나 이행자시인과 함께 식사를 하였고,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한 잔 더했다.
강민 선생께서는 한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했으나, 이젠 한결 나아졌다고 하셨다.
그날은 가난한 이행자 시인께서 밥값 술값을 계산했는데, 신발마저 예뻤다.

오후6시에는 조준영시인과의 만찬약속이 있었다.
정영신과 함께 한 ‘유목민’ 옆자리에는 노현덕, 정기영씨의 모습도 보였다.
나중에는 뜻밖에도 조해인시인 내외가 나타나 함께 어울렸다.

조해인씨는 명상에 관한 글을 탈고해 ‘해냄출판사’대표를 만나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천상병시인의 근거지를 빨리 인사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천상병문학상'의 선정기준도 작품의 우월성에만 한정하지 말고,
천선생의 시 색깔에 맞는 작가를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고인의 친구 분들은 물론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등 돌린 의정부행사보다는
생전 선생의 삶과 창작의 근거지였던 인사동에서 주관할 것을 모두들 바라고 있다.
천상병시인을 내세워서라도 인사동문화와 풍류를 되살렸으면 좋겠다.

사진,글 / 조문호

 

 

 

 

 

 

 

 

 

 

‘장에 가자’ 전시에 이어 ‘청량리588’ 사진전을 또 열었다.

돈이 없는 게 결정적인 탈이지만, 너무 다급하다 보니 일은 뒤죽박죽이었다.
오픈을 하루 남기고 프린트를 시작했는데, 늦은 밤 기계마저 고장 나는 바람에 새벽4시경에야 간신이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잘 못된 프린트도 더러 보였으나 손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정오 무렵에서야 아슬아슬하게  디스플레이를 끝내니, 아는 손님들이 한 분 두 분 찾아들기 시작했다.

연이은 전시라 오프닝 파티는 생략했으나, 전시장 찾은 분들과 와인 한잔 나누며 정담 나누는 시간은 가졌다.

시인 강 민선생을 비롯하여 강송림, 김승환, 방동규, 심우성선생, 만화가 박재동씨, 서양화가 정복수, 전강호씨, 연극배우 이명희씨, 시인 조준영, 조해인, 공윤희, 김명성씨를 만났고, 90년도 '사진집단 사실'에 함께 했던 사진가 김문호, 안해룡, 김봉규 씨 그리고 눈빛출판사의 이규상씨를 비롯하여 이주영씨,'한겨레신문'의 곽윤섭, 노형석 기자등과 어울려 ‘부산식당’에서 소주 꽤나 땄다.

 

술이 취해 ‘노래방’까지 갔다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안국동거리는 택시잡는 취객들만  바빴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새해 첫 날, 제주에 귀향 갔던 변 사또로 부터 전화가 왔다.
“형! 내일 서울 올라가니 얼굴 좀 봅시다”
반갑기는 하지만, 년 초부터 술에 젖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지난 2일 오후7시가 지나서야 인사동에 있는 ‘유목민’으로 나갔다.
‘유목민’ 입구에는 변순우씨와  조해인 거사, 보훈처에서 일하는 나재문씨,

별나라로 간 강용대의 동생 강용석씨가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인사동에서 유일하게 담배 피울 수 있었던 ‘유목민’마저 이제 금연령이 내렸나보다.
하기야 새해부터 업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면, 업주도 상당한 벌금을 문다니

그냥 내 버려 둘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국산담배를 피워왔으나, 새해 첫날부터 오르지 않은 양담배를 어렵게 샀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몸 생각해 안 피우는 사람이 많겠지만,

대부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마지 못해 피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담배에다 세금 폭탄을 내리다니,...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 값을 올렸다지만,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다.
피울 사람은 한 갑에 만원씩 해도 피운다.
올해부터는 아예 담배 농사지어 만들어 피울 생각이다.

괜히 정초부터 담배 때문에 열 올렸나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변순우씨의 패션이 눈에 띄었다.
마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에 나오는 할아버지 패션을 연상시킨다.
빨간 자켓에 도리꾸찌 모자를 눌러 쓴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가 빠져 말이 샌다.

뒷자리에는 유진오씨가 노랗게 구운 두부안주를 시켜놓고 혼자 고독을 씹고 있었다.
뒤늦게 노광래씨가 합류하였지만, 년 초라 그런지 ‘유목민’도 한가했다.
제주에 귀향 간 변순우씨는 장기간 자동차를 방치한 죄로 벌금을 물게 되었단다.
그 사건을 해결하러 서울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적당한 취기로 어깨가 펴진 이들의 이야기가 펄펄 날아다니고, 감정도 달아 올랐다.
그러나 담배 없는  술자리는 앙코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담배 피울 수 있는 ‘사랑방 모텔’로 옮겨 한 잔 더 하자지만, 그냥 줄행랑쳤다.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김명성씨가 더욱 그리운, 그런 하루였다.

 

사진,글 / 조문호

 

 

 

 

 

 

 

 

 

 

 

 

 

 



지난 20일, 한정식선생과의 오찬 약속으로 인사동에 나갔으나,
할 일이 많아 서둘러 귀가해야 했다.

집에 도착해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유목민’의 전활철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형! 오늘 전시오프닝 아닙니까? 신용이 형과 조해인씨가 와서 기다립니다.”
"아뿔사!" 일전에 술좌석에서 한 말을 그대로 믿고 나온 모양이었다.
몸이 천근같이 무거웠지만 다시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목민”에는 김신용씨와 조해인씨가 마주앉아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이미 김신용씨는 불콰하게 취해 있었지만, 오랜만의 만남이라 반갑게 술잔을 나누었다.
얼마 전 출간된 김신용씨의 소설 ‘새를 아십니까?’가 독립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
그리고 조해인씨의 소설이 내년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는 등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조금 있으니 김명성, 박인식, 전인미, 김억씨 등 지인들이 나타났고,
나중에는 채현국선생께서 많은 손님들을 모시고 오셨다.
년 말 분위기가 무르익은 대폿집 ‘유목민’은 시끌벅적 달아올랐다.
한 사람 두 사람 빠져나간 자정 무렵에는, 몸도 마음도 취해 비틀거렸다.

 

사진,글/ 조문호

 

 

 

 

 

 

 

 

 

 

 

 

 





소설 쓰고 시 쓰다 지금은 수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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