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워 인사동에 나간다.

인사동 어디에선가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지만, 때론 만나자는 연락들을 주고 받기도 한다.

 

인사동하면 그림판이고, 그림판하면 서양화가 장경호씨를 떠 올린다.

인사동 그림판의 마당발 장경호씨를 만난 지가 한 달도 넘어

오랜만에 저녁식사라도 같이 하자며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싫어하는 사람 안 보고, 싫어하는 말에 참지 못하는 꼬장꼬장한 성격으로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징그러운 그런 사이다.

 

지난 5일 오후 6시30분경 인사동 ‘툇마루’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난감한 일이 생겼다.

끌고 다니던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아 수리를 해야 했다.

몇일 전에도 정선의 급경사 절벽 앞에서 후진이 되지 않아 가까스로 견인된 일이 있었다.

더 이상 돈 들이기 아까웠지만, 할 수 없어 수리를 맡겼는데 시간이 30분이나 지체되어 버렸다.

 

뒤늦게 아내와 나간 인사동 거리는 메르스인지 메리야스인지 헷갈리는 전염병으로

거리에 사람들도 줄었지만, 마스크 가판대란 별난 것도 생겨났다.

 

‘툇마루’에는 장경호씨와 한양대 무용과 장순향 교수가 먼저 와서 마시고 있었다.

민예총 부이사장 직책까지 뒤집어 쓴 장순향씨는 매번 돈 안 되는 공연에 끌려 다니다 모처럼 돈 되는 공연 하나 생겼는데,

망할 놈의 메르스란 병 때문에 공연 자체가 취소되었다며 불만을 털어 놓았다.

 

그 날은 우연찮게 시작된 자동차이야기로, 술 마시는 내내 자동차로 시작해 자동차로 끝났다.

 

장경호씨가 형한테 딱 맞는 차라며 추천했으나 차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9인승 밴 종류의 차 이름은 다 들먹였으나 모두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다 사방팔방에 전화를 해 대는 것이다.

끝내 알지 못하자 타 보았던 차 주인을 수배해 결국 ‘트라제’란 이름을 알아낸 것이다. 정말 의지의 사나이였다.

얼마나 그 차에 쏠렸으면, 다음 달쯤 자기가 돈을 마련해 줄 테니 중고차 하나 사라는 것이다.

 

자동차이야기로 두어 시간을 보내다 ‘무다헌’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곳에는 노래 부르는 ‘마로니에’ 일행들이 먼저 장악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들린 ‘무다헌’의 실내 분위기도 약간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고장 난 노래방 기계 덕분에 돼지 목 따는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나

장경호씨가 특별 부탁한 한대수 노래 ‘하루아침’이 최고의 분위기로 이끌었다.

“소주나 한 잔 마시고 소주나 두 잔 마시고 소주나 석 잔 마시고 일어났다.”

 

모두들 취해 뿔뿔이 헤어졌다.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듯 ‘유목민’에 잠시 들렸는데,

연극배우 이명희씨가 일본화가 木內 万宇씨를 비롯한 전진열, 설 송씨와 함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명희씨가 반가웠으나, 그동안 고관절이 부러져 두 달이나 입원했었다고 한다.

왜 연락하지 않았냐며 나무랐지만, 인사동 사람들의 경조사를 알려주던 ‘창예헌’의 존재가 세삼 아쉬웠다.

 

아무리 각박한 인심 속에 산다지만 서로 연락하고, 만날 수 있는 비상구 하나 쯤은 있어얄텐데...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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