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제주에 귀향 갔던 변 사또로 부터 전화가 왔다.
“형! 내일 서울 올라가니 얼굴 좀 봅시다”
반갑기는 하지만, 년 초부터 술에 젖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지난 2일 오후7시가 지나서야 인사동에 있는 ‘유목민’으로 나갔다.
‘유목민’ 입구에는 변순우씨와  조해인 거사, 보훈처에서 일하는 나재문씨,

별나라로 간 강용대의 동생 강용석씨가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인사동에서 유일하게 담배 피울 수 있었던 ‘유목민’마저 이제 금연령이 내렸나보다.
하기야 새해부터 업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리면, 업주도 상당한 벌금을 문다니

그냥 내 버려 둘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국산담배를 피워왔으나, 새해 첫날부터 오르지 않은 양담배를 어렵게 샀다.

돈 있는 사람들이야 몸 생각해 안 피우는 사람이 많겠지만,

대부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서민들이 마지 못해 피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담배에다 세금 폭탄을 내리다니,... 

국민건강을 위해 담배 값을 올렸다지만,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다.
피울 사람은 한 갑에 만원씩 해도 피운다.
올해부터는 아예 담배 농사지어 만들어 피울 생각이다.

괜히 정초부터 담배 때문에 열 올렸나보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변순우씨의 패션이 눈에 띄었다.
마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란 영화에 나오는 할아버지 패션을 연상시킨다.
빨간 자켓에 도리꾸찌 모자를 눌러 쓴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가 빠져 말이 샌다.

뒷자리에는 유진오씨가 노랗게 구운 두부안주를 시켜놓고 혼자 고독을 씹고 있었다.
뒤늦게 노광래씨가 합류하였지만, 년 초라 그런지 ‘유목민’도 한가했다.
제주에 귀향 간 변순우씨는 장기간 자동차를 방치한 죄로 벌금을 물게 되었단다.
그 사건을 해결하러 서울까지 어려운 걸음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적당한 취기로 어깨가 펴진 이들의 이야기가 펄펄 날아다니고, 감정도 달아 올랐다.
그러나 담배 없는  술자리는 앙코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담배 피울 수 있는 ‘사랑방 모텔’로 옮겨 한 잔 더 하자지만, 그냥 줄행랑쳤다.
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는 김명성씨가 더욱 그리운, 그런 하루였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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