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588’ 사진전이 시작된 이틀 만에 작품 하나가 팔렸다.
그것도 가난하기 그지없는 서양화가 장경호씨가 샀기에 더 뉴스거리다.

588사진들은 일 이 십만 원 정도의 싼 작품이 아니다. 한 컷에 두 장만 뽑는 오리지널
프린트라 11X14인치 소품 한 점에 300만원이고, 최고는 1,000만원씩이나 한다.

돈이 없어 허덕이며 연이어 전시를 하는 우리 내외가 안 서러워 도와주려는 마음이
앞섰겠으나, 사진을 소장하고 싶은 가치도 알았던 것 같다.

지난 26일 정오 무렵, ‘백련’에서 막걸리 반주에 추어탕을 같이 먹고 올라와서는

두둑한 돈 봉투를 아내에게 내밀며 작품을 사겠다는 것이다.
그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처지라  놀랐으나, 그 속 깊은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건 감동 자체다.
너무 고마워 정우일씨와 화신포차에서 한 잔 한 후, ‘무다헌’에서 한 잔 사고 싶었으나 술값을 먼저 내 미안하게 만들었다.
밤 늦은 시간, 술이 취해 마지막 전철을 타고 오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진집출판으로 우연찮게 연이은 전시를 하지만, 두 달 가까이 정신없이 뛰다보니 그의 탈진상태다.

주변 사람들 걱정처럼 스스로의 대책 없음도 자책했지만, 지난 작업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다.

세월의 무게에 실린 588사진들이 된장이나 와인처럼 숙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좀 더 부지런히 남기지 못했음도 한스러웠다.

전시 둘째 날에는 한국일보, 조선일보 기자들한테 잡혀 취조를 당하기도 했고,

장경호씨를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기국서씨, 미술평론가 윤범모씨, 시인 정우일, 홍행숙씨, 무도인 김형진씨, 이종률,  공윤희씨 그리고 이계익선생을 모시고 나온 노광래, 편근희씨를 만났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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