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 출간한 황정수

 

미술평론가 황정수가 지난 11일 서울 인사동 황정수미술연구소 사무실에서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는 현장 취재와 발굴의 결과물이다. 돈이 생길 때마다 그림을 샀다는 그의 작업실엔 그림과 문헌 자료가 가득하다. 실물을 확인하지 않으면 작품 평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갖고 있다. 김종목 기자

“작품을 소유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소문난 수집·애호가
조선 말부터 한국전쟁 전후까지의 화가와 작품 찾아 ‘있는 그대로’ 기록
“서구 인상파 영향 받은 이인성, 정확히 말하자면 구로다 세이키 영향”

 

“탑골공원에 가면 심전 안중식(1861~1919)의 ‘탑원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가 떠오르고, 정관 이건중(1916~1979)의 사진 ‘탑골공원’도 생각나죠.” 미술평론가 황정수는 옛 서울의 흔적이 남은 곳에 갈 때면 관련 작품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탑골공원에서는 “그림 네댓 개가, 사람 네댓 명이 머릿속으로 싹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서예가 오세창(1864~1953)이 살던 집은 탑골공원 근처라 ‘탑원’이라 불렸다. ‘탑원도소회지도’는 안중식·오세창 등 여덟 친구가 달빛 아래, 원각사지십층석탑을 뒤로 두고 시·서·화를 즐기던 모습을 담았다.

황정수가 최근 출간한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푸른역사) 북촌·서촌 편 2권(사진)에는 조선시대 말기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전후까지 격변기를 살아낸 화가와 작품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은 ‘황정수, 근대 그림들의 장소를 거닐다’로 여겨도 된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한 주상복합건물에 있는 황정수미술연구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황정수는 경성 화가들의 자취를 빠뜨리지 않으려고 기록을 하나하나씩 뒤져 다 찾아다녔다고 한다. “뜻밖에 화가가 많았어요. 대부분 서울 중심부, 그중에서도 북촌과 서촌에서 활동했더라고요.”

 

인물과 인맥, 지리, 미술사에 관한 육하원칙이 줄줄 이어진다. “오원 장승업(1843~1897)은 광통교 쪽에서 활동했다.” “인사동은 일제강점기 서화골동(書畵骨董) 유통의 본거지다.” “일본인 화가들은 주로 남산 아래 남촌으로 들어갔다.” 황정수는 “인사동을 중심으로 북촌과 서촌, 남촌이 하나의 미술 벨트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왜 ‘경성 화가들’이었을까. “이중섭이나 김환기는 1950년 이전에 그린 작품으로 남은 게 다섯 점 될까 말까합니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라 불리는 춘곡 고희동(1886~1965)의 작품은 서양화 석 점만 남았어요. 근대기 작품을 여럿 남긴 다른 작가는 왜 연구하지 않는지가 불만이었죠.”

 

근대기는 ‘일본 미술’ ‘일본인 화가’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그는 “여러 연구자가 자랑스럽지 못한 일제강점기 역사 때문에 미술 분야에서 발전한 일본이 발전되지 못한 한국에 영향을 줬다는 식의 서술을 하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파를 배운 일본인이 도쿄에 온 한국인에게 그림을 가르쳤는데, 이 한국인 제자가 나중에 한국에서 유명 화가가 되었어요. ‘서구 인상파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1886년 프랑스에서 화가 라파엘 콜랭에게 배운 구로다 세이키의 영향을 받아 그런 그림을 그렸다고 얘기하지 않는다는 거죠.” 이 유명 화가는 고희동 등이다. 황정수는 “일본의 누구한테 무엇을 배웠는지, 왜 그런 작품을 그렸는지 하는 연구가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는 2018년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이숲)를 출간했다. “일종의 한·일 문화교류사의 사초”로 책을 정의했다. 1908년 한국에 들어와 미술을 가르친 일본인 화가 시미즈 도운의 ‘최제우 참형도’와 ‘최시형 참형도’ 등 여러 작품을 발굴해 책에 실어 알리기도 했다. 그는 “(한국인 화가든, 일본인 화가든) 내가 제일 중요하게 여긴 건 미술사에 이름은 남았지만, 작품이 남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했다.

 

책을 낼 때 ‘친일·반일’ 프레임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황정수는 “일본인 화가들은 빼고 근대기 한국 미술과 경성 화가들의 면모를 볼 수가 없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자는 신념으로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 신념은 <경성의 화가들, 근대를 거닐다>에도 적용됐다. 작업실은 온갖 작품으로 가득했다. 황정수는 소문난 수집가이자 애호가다. “작품을 소유하지 않으면 작품을 알 수 없다”는 신념으로 여유가 생기는 대로 작품을 사들였다. 부모님 드릴 용돈을 빼곤 다 그림을 샀다고 했다. 통틀어 1만점가량을 가졌다. 그는 “너무 그림이 좋으니까 안 사면 못 배기는 그런 병이 생긴 것”이라며 웃었다.

 

30여년간 작품을 수집하면서, 주식이나 부동산에 욕심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나 다른 그림을 구입하기 위해 갖고 있던 그림을 팔고서는 한 번도 즐거웠던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림을 팔아야 한다면, (화랑이나 개인이 아니라) ‘반값’에라도 미술관에 팔려고 한다”고 했다. “미술관에 가면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까요.”

 

황정수는 한밤에 깨면 불현듯 보고 싶은 작품이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둘이 마주 앉으면 그림과 어떤 대화가 이루어져요. 미술품은 살아 있는 생물이에요. 무속인들의 접신 비슷한 걸 느낄 때도 있죠. 작가의 마음이 된 듯도 하고요. 그 희열이 매력적이죠.”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미술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는 “내 눈으로 보고, 내 발로 가본 곳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것”이라고 했다. “미술이 인간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걸 조금이나마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소를 찾았을 때 황정수는 출판사 요청으로 신간에 사인을 하고 있었다. 이름 곁에 “畵中有詩 詩中有畵(화중유시 시중유화: 그림을 보면 시가 떠오르고 시를 읽으면 그림이 떠오른다)”를 적었다.

 

경향신문 / 김종목기자

미완의 헤테로토피아

 

장보윤展 / JANGBOYOON / 張輔允 / painting 

2022_0316 ▶ 2022_0321

 

장보윤_캄파눌라_캔버스에 유채_97&amp;times;145.5cm_2022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관훈동 100-5번지)

Tel. +82.(0)2.736.6669/737.6669

www.galleryis.com

 

나의 작업은 시각을 포함한 모든 감각에 상상력을 더해 여러 공간과 오브제를 배치하여 현실에서 멀어진 미완의 헤테로토피아를 설명한다. 불안이라는 무의식이 꿈에서도 발현되어 현실에서의 도피를 시도한다. 완벽하지 않은 꿈속에서의 공간에서도 또 다시 현실세계로 탈출한다. 작업에 나타나는 악몽의 이미지는 나의 불안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불안감을 느꼈다. 안 보이던 눈은 다시 보이게 되었지만 실명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이 불안감은 잠깐 눈을 감는 것도 두렵게 만들었다. 이 불안감을 떨치려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으나 긍정적인 생각과 부정적인 생각의 무한 반복이었다.

 

보윤_은방울꽃_캔버스에 유채_97&amp;times;145.5cm_2022
장보윤_은목서_캔버스에 유채_97&amp;times;145.5cm_2022
장보윤_행복한쿼카_캔버스에 유채_89.4&amp;times;130.3cm_2021
장보윤_솜사탕_캔버스에 혼합재료_112.1&amp;times;162.2cm_2022
장보윤_솜사탕2_캔버스에 혼합재료_162.2&amp;times;112.1cm_2022

긍정적인 생각은 한편으로는 현실 도피이다. 사회 문제의 외면, 무관심 또한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회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리고 무기력한 여러 핑계로 관심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관심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맞닥뜨린 문제에 대해 도피하려는 감정을 도피처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나타낸다. 여러 가지 상상의 공간과 현실의 공간을 중첩시켜 헤테로피아를 표현한다. ■ 장보윤

 

 

Vol.20220316a | 장보윤展 / JANGBOYOON / 張輔允 / painting

송현동 부지에 인사동 잇는 지름길 조성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

이건희 소장품 기증관을 비롯한 문화공원으로 조성

 

 

문화공원으로 조성될 송현동 부지 / 사진: 서울시제공

서울시는 올 하반기부터 오랜 기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방치되어 온 송현동 부지를 시민들에게 임시 개방할 계획이다.

경복궁과 북촌, 그리고 인사동을 잇는 송현 지름길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팔을 걷어 부쳤다. 그동안 경복궁과 북촌에서 인사동을 오가기 위해서는 송현동 부지 담장을 빙 둘러 이동해야 했다.

지난해 대한항공, 한국토지공사(LH)와 3자 매매·교환 방식으로 서울시에서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여,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경험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도 밝힌바 있다.

특히 송현동 부지에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을 보존·전시하는 '이건희 기증관'(가칭)을 송현동 부지 내에 대지면적 9787㎡ 규모로 건립할 계획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공사추진 이전에 송현동 부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모 하겠다”고 밝혔다. 공모는 일상의 휴식과 비일상의 문화예술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위한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된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오는 3월 8일까지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선정된 아이디어는 올 하반기까지 진행되는 공사 내용에 반영할 예정이다. 심사는 예비심사 후 본 심사를 거쳐 20여점을 선정하고, 총 500만원 상당의 상금 중 최우수작은 100만원이 수여된다. 당선작은 3월18일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

​홍선기 서울시 공공개발기획단장은 "송현동 일대를 광화문, 주변 문화 인프라와 어우러지는 문화 명소로 조성하기 위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전을 마련했다"며 "지역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혔다.

글 / 조문호

-이달에 볼만한 전시-

 

길종갑전 “화전” / 2022.2.4- 2022.2.23 / 금보성아트센터

박재동 ‘시사만평전’ / 2022, 2, 7- 2022.2.26 / 갤러리 산촌

안창홍전 ‘유령패션’ / 2022.2.23-2022.5.29 / 사비나미술관

한정식전 ‘고요_존재는 고요하다’ /2022,1.19- 2022.3.3 / KP갤러리

용해숙전 '유토피아 삼경'-강룡사 / 2022. 2. 4 - 2022. 2. 17 / 나무아트

가나문화재단 신소장품전(2020-2021)/ 2022,1,21- 2022,2.20 / 인사아트센터 본전시관

정남선 한국화전 / 2022,1,5-2022,2,5 / 장은선갤러리​

완상의 벽전 / 2022,1,13-2022,2,26 / oci미술관

김선우전 ‘PARADiSE' / 2022.1.27-2022.2.27 / 가나아트센터

금보성전 '한글민화 의자' /2022.1.26-2022.2, 7 / 콩세유갤러리(마루아트)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2022.1.29-2022.4.24 / THE HYUNDAI SEOUL ALT,1

노정란전 ‘Colors Play by jungran Noh'/ 2022.3.11-2022.4,9 / 표갤러리

이건희컬렉션 한국미술명작전 / 2021년7월21일-3월13일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어느 도시학자가 꿈 꾼 서울전 / 2021,10,29-2022,3,6 / 서울역사박물관

김상진,방정아,오민,최찬숙‘올해의작가상’/2021.10.20.-3.20 / 국립현대미술관

박수근전 / 2021.11.11.- 2022. 3.1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정영신전 '장날' / 2021.11.16-2022,2.6 / 돈화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1-2관

고궁연화(경복궁 발굴. 복원 30주년 기념전)/ 2021,12,1-2022,2,27 / 국립고궁박물관

송상희전 / 2021,12,16-2022,2,27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분관

게티이미지사진전 ‘세상을 연결하다’ / 2021.12.22-2022.3.27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앙리 마티스전 / 2021.12.21-2022.4.10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러시아 아방가르드:혁명의 예술전 / 2021.12.31.- 2022.4.17.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2년 2월호]

성원해 주신 덕에 ‘인사동 이야기’ 출판기념전을 잘 마쳤습니다.

 

그러나 코로나가 설치는 때이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편치 않은 전시임은 틀림없었다.

한 달 전의 민폐가 체 가시기도 전이라 염치없는 짓이었다.

 

책이라도 좀 팔려는 욕심의 신중하지 못한 결정임을 뒤늦게 후회했으나

이미 전시안내를 올린 터라 빼도 박도 못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보도자료에서 부터 일체의 전시홍보를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일기처럼 매일 올리는 중계방송까지 멈추고, 한 분이라도 알게 될까 전전긍긍한 것이다.

그러나 다녀간 분들의 페북 연결로 알만한 분은 다 알게 되어버렸다.

 

그 벌은 전시장을 지켜는 내내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아는 분이 오시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으니, 고문도 그런 고문은 없었다.

심지어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자기가 왜 빠졌냐며 원망하는 지인까지 여럿 있었다.

그래서 정동지에게 맡겨둔 채 전시장 비우기를 밥 먹듯 했다.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한정된 지면에 어찌 다 수용할 수 있겠는가?

11년 전 초판 나올 때 찍은 분도 다 게재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촬영까지 했으니 쩔쩔 맨 것이다..

하다못해 사진 질에 따라 선정하라며 출판사 편집자에 위임해 버렸다.

 

예전에는 만나는 대로 촬영했으나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달랐다.

친분보다 인사동과의 관계성에 중점을 두어 신중하게 선택했지만, 이 또한 갑 질에 다름 아니었다.

 

내년에 출판될 인사동 책에는 개인 입상사진보다 인사동 행사장을 비롯한

특정 공간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많이 할용해 당시의 현장 이야기까지 곁들일 생각이다.

많은 분이 참여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도 약속드린다.

 

이번 전시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민폐는 끼쳤지만, 더 좋은 책을 준비하는 수업료로 여긴다.

그 덕에 ‘인사동 이야기’ 책도 100여권이나 팔았고, 사진도 여러 점 판매해 손해는 보지 않았다.

 

그런데, 대전에 계시는 사진가 박순규씨는 전시 때마다 먼 길을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마치 자식 챙기듯, 올 때 마다 농산물이나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 송구스럽게 만들었다.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을 찾아 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전시 첫날인 24일은 ‘유목민’에서 간단한 뒤풀이를 했는데,

이한성씨가 술값으로 백만원을 술집에 맡겨주는 통에 지난 전시 때와 달리 술값 걱정은 덜게 되었다,

그 날은 조해인, 김수길, 정동용, 김 구, 김제홍, 장경호, 임경일, 이명희씨와 함께 마셨다.

 

그 다음 날인 25일에는 마지막 들린 황정수씨 내외와 한 잔했는데,

먼저 술집으로 안내해 드린 화가 김정헌, 이태호씨도 자리 잡고 있었다.

술자리에서 황정수씨와 사진가 양승우씨가 친하게 된 경위와

서지학자 김영복씨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관계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셋째 날인 26일은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와 조준영씨가 전시장 문 닫을 무렵에 나타나

모처럼 ‘부산식당’에서 생태찌개를 먹을 기회가 생겼다.

 

오랜만에 들린 ‘부산식당’은 방에서 의자로 실내장식이 바뀌었으나

13년 전 찍어 준 조성민씨 사진은 그대로 걸려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시고 아들이 물려받았는데,

마치 부친의 입상사진이 ‘부산식당’ 트레이드 마크처럼 벽면을 지켰다.

 

27일 늦게는 판화가 류연복씨, 사진가 김문호씨, 화가 신상덕씨가 나타나

전시장에서 와인으로 목을 축이다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겼다.

 

술 마시는 중에 신상덕씨와 ‘귀천’에 모과차 마시러 갔더니 목영선씨가 반겼다.

목순옥여사가 운영했던 ‘귀천’을 조카 목영선씨가 물려받았는데, 벌써 23년의 세월이 흘렀단다.

다섯 살짜리 아들이 스물여덟의 청년이 된 것이다.

 

28일은 ‘진인진출판사’ 김태진대표가 꽃다발과 축하선물까지 사 오셨다.

오래전 부터 인사동에 관한 출판 계약을 한 상태에서 같은 주제의 사진집 복간 기념전을 열었으니,

죄송스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고마운 분이다.

 

그 날은 마지막 들린 화가 이인철씨와 어울려 불편한 마음을 위안했다.

 

전시 철수 전 날인 29일은 최석태, 장경호씨 등 여러 명과 어울려 자리를 옮겨가며 마셨다.

 

전시장에선 매일 주눅 들어 지내지만 문 닫기가 무섭게 술집에서 지냈다.

 일주일 내내 술독에 빠지는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그런데 전시 끝나는 날 이한성씨가 다시 나타났다.

맡겨두고 간 술값이 소진될만하니 다시 찾아 온 것이다.

그 날은 장경호씨 앞으로 술 값 백만원을 맡겨두고 간 것이다.

 

이한성씨는 20여 년 전 인사동 주막 ‘작은뜨락’을 자주 찾았는데,

늘 가난한 예술가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자선 사업가다.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야박한 현실이 아니던가?

이런 분들이 인사동 풍류객의 주체로 버티는 한 인사동 앞 날은 결코 어둡지만 않을 것이다.

 

전시를 철수하는 날은 전시 디피에서부터 마무리까지 도와 준 김진하관장과 한 잔 했는데,

김수길, 전활철, 임경일, 노광래씨와 어울려 마지막 술잔을 들었다.

 

그동안 전시장을 비워 만나 뵙지 못한 분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해 아쉽지만, 아래 방명록에 적힌 성함이라도 오래 동안 기억하렵니다.

"고마웠고, 미안합니다"

 

조해인, 이명희, 한배규, 석은미, 김인재, 박경하, 이종승, 전강호, 양시영, 박홍순, 노광래, 박상희, 변정대섭,

편근희, 손기환, 전태수, 양상용, 김이하, 정영철, 나종희, 조정애, 김재홍, 황영선, 우문명, 곽숙경, 공윤희,

박옥수, 박서연, 박상희, 박 건, 조경연, 박불똥, 임태종, 서인형, 박태종, 김진하, 박서호, 안정희 ,최인기,

임경일, 안동해, 정동용, 김 구, 김수길, 박은태, 변성진, 박찬원, 성기준, 현영애, 박순규, 최효준, 이종구,

김발렌티노, 이태호, 김정헌, 황정수, 이만주, 김윤기, 최연하, 이규상, 조준영, 최영호, 이기정, 이성은,

김지연, 곽명우, 최태만, 양정애, 최동락, 박종면, 고 헌, 송주원, 전민조, 김문호, 유광식, 신상덕, 류연복,

이승곤, 양재문, 이병진, 김태진, 이인철, 문성식, 박순영, 이한복, 서정란, 임정희, 강찬모, 이상훈, 최석태,

금보성, 하형우, 이태호, 임동은, 고영준, 전활철

 

사진 : 정영신, 조문호 / 글 : 조문호

 

-이달에 볼만한 전시-

 

이건희컬렉션 한국미술명작전 / 2021년7월21일-3월13일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천경자전 / 2021,8,16-12,31 /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김상진,방정아,오민,최찬숙 ‘올해의작가상’/2021.10.20.-3.20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어느 도시학자가 꿈 꾼 서울전 / 2021,10,29-2022,3,6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인사동 출토유물공개전/ 2021,11,3-12,31 / 국립고궁박물관

박수근전 / 2021.11.11.- 2022. 3.1.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김태호전 / 2021,11,11- 2022,1.22 / 갤러리시몬

이강승전 / 2021,11,17-12..31 / 갤러리 현대

최병훈전 ‘A SILENT MESSAGE’ / 2021.11.12.-12.12 / 가나아트센터

강미선전 ‘수묵, 쓰고 그리다’ / 2021.11.19.-2.6 / 금호미술관

조성희전 / 2021,12,1-12,31 / 학고재

파올로 살바도르전 / 2021,11,24-2022,1,29 / 일우스페이스

이목을전 / 2021.11.12.-12.5 / 갤러리도올

김종원전 '화성을 훔친 남자' / 2021.12.8-12,14 / 토포하우스 제2전시실

정영신전 '장날' / 2021.11.16-2022,1.31 / 돈화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1-2관

양정욱전 / 2021.10.28.-12.18 / OCI미술관

최은경조각전 / 2021,11,1-2022,1.31 / 갤러리헬렌.A

양재문사진전 / 2021.11.23.-12.2 / 비움갤러리

김수영시인100주기전 / 2021,12,22-12,28 / 인사아트센터

김보섭사진전 / 2021,12.22-12,28 / 토포하우스 3전시실

임보령전 / 2021,12,8-2022,1,11 / 희수갤러리​

 

 

[스크랩 : 서울아트가이드 2021년 12월호]

은행잎이 인사동을 금칠 한다

또 한 해의 끝자락이 몰려온다.

 

세월따라 가겠지만 모두 바뀐다.

인사동 거리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복면의 시대라 사람도 잘 몰라본다,

사람이 사람 만나기를 겁낸다.

 

더 큰 건물 지으려고 ‘지리산’을 철거한다.

인사동의 기억을 지운다.

 

풍류객 잔당들의 마지막 저지선 '벽치기골목' 

 

‘유목민’에 모여 앉아 음모 꾸민다.

이름하여 ‘풍류 쿠테타’

 

사진, 글 / 조문호

 

이충재 평론가 “작품집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작품”

 

홍찬선 시인의 시집 '서울특별詩'가 출간(스타북스 출판사)됐다. 홍찬선 시인은 제10시집 『서울특별詩』 <시작보고서>에서 “서울은 양파”라고 비유했다. 양파를 까도, 까도 비슷한 모양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안다고 가보면 전혀 새로운 것들이 쑥쑥 불거져 나오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게 많아지는 서울의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홍 시인은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서울 100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과거에서 현재를 찾고, 현재에서 미래를 가늠해보는 ‘특별한 작업’을 했다. 서울의 다양한 장소와 그것이 갖고 있는 의미를 시로 소개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집 제목도 『서울특별詩』다.

 

홍 시인은 “시는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시는 손으로 쓰는 것도 아니다. 시는 발로 줍는 것”이라는 독특한 시론(詩論)을 편다. “발품을 팔아야 보지 못하던 것을 보고, 몸품을 팔아야 알 수 없었던 맛을 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가 고플 때마다 불쑥 떠나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 놓은 시를 발로 주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꽃피는 봄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이열치열로, 울긋불긋 단풍비가 내리는 가을에는 넓고 깊은 혜윰으로, 함박눈 펑펑 내릴 때는 푸근한 엄마 품을 그리워하며 서울의 골목을 누비며 시를 주웠다.”고 했다. 그렇게 돌아다닐 때마다 “민들레와 소나기와 낙엽과 하얀 눈이 벗이 되어 코로나로 도둑맞은 삶과 시간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홍 시인은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해와 달이 뜨고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코로나가 아무리 몽니를 부려도 코로나를 이겨내고 우리의 삶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며 “ 『서울특별詩』를 쓰면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충재 평론가(시인)는 시평에서 “홍찬선 시인은 감히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열정과 세밀함을 겸비한 시인이며, 일정분야를 놓고 본받고 싶은 부분이 많은 시인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 번에 출간한 제10시집 『서울특별詩』 시집도 그렇고, 이전의 시집 서너 권 《남한산성 100처 100시》, 《가는 곳마다 예술이요 보는 것마다 역사이다》, 《아름다운 이 나라 역사를 만든 여성들》외 작품집들이 모두 머리가 아닌 발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열정을 지닌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도 역시 그에서 멀지 않은 아주 가까운, 그리고 유사한 열정이 빚어낸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시집은 출간되지 않았다. 이는 시인 특유의 특파원, 기자, 편집자의 달란트가 총집결되어 이루어진 소산이란 점에서 우리가 편히 앉아서 문화적으로 큰 유익을 경험하게 되는 기회를 선물로 받았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의 시인의 열정이 이토록 수많은 독자들에게 엔돌핀이란 감성을 선물하게 됨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평하고 “이 시집은 서울특별시의 문화사업에 관계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귀한 자료가 될 듯싶다. 그리고 시를 편협한 곳에 머물게 하여 자유를 잃고 있는 시인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며 기쁜 마음을 전한다. 이제는 시인들이 시를 가지고 어떤 역할자로 나서야 할 것인가에 대한 아주 특이하고도 애정 어린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학문적 혹은 문학적으로 미시적 테마에 천착하여 유희의 대상으로만 치부하기엔 독자들이 너무 멀다. 그 책임은 여전히 시인들에게 있음을 부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 시인들의 영혼이 지나치게 빈궁한 상태에 이르거나, 순수성을 잃고 방황하거나, 한량의 오두막집이나 기웃거리며 스스로 내적 멋과 에너지를 잃은 까닭이다. 그런 시인들이라면 홍찬선 시인의 열정과 문화를 사랑하는 그 삶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를 자청한다면, 아마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시집 『서울특별詩』의 대표 시 소개

 

1) 시인이 되자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풀벌레 귀뚜라미 세레나데에

며느리 얼굴 고추잠자리처럼 붉히고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두리둥실

노란 국화 쿠린 은행과 사귀는 속에

 

겨울에도 시인이 되자

새하얀 고드름에 시래기 삭히고

모진 눈보라에도 씨종자 굳게 지키며

꽉 찬 사랑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젊음의 시를 쓰자

 

코로나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거센 비바람에도 어둠이 물러가듯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용기로

여름에도 믿음의 시를 노래하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말고

따듯한 마음 푸근한 살림 전하는 

사시사철 시인이 되자

거짓과 탐욕에 휘둘리는 가짜가 아니라

참과 양심에 우러나는 진짜 시인이 되자 

 

2) 서울광장

 

서울광장에는 삶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두둥실 떠오른

파란 보름달을 맛보며 어슬렁거리는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사랑의 삶이 퐁퐁 솟고

 

서울광장에는 문화가 숨 쉰다

121개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하얀 스케이트장에선 추위를 뜨겁게 달구며

고향장터가 열리고 록, 드럼 페스티벌과 

공연예술제를 즐기는 문화가 꽃 피어

  

서울광장에는 역사가 살아 있다

고종이 대안문大安門 앞에 만든 도로와 광장이

3.1대한독립만세운동과 6.10민주항쟁으로 

2002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함성으로 이어져

배달겨레를 한 마음으로 만든 역사가 서리고  

 

서울광장은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에게 교통광장으로 내주고

사람은 땅 밑으로만 다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온다

 

3) 인사동

 

인사동의 시간은 

들쭉날쭉 흐른다

별 볼 일 있는 사람은 느긋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아인슈타인에 앞서 걷는다

 

인사동의 나이는

제 멋대로 먹는다

삶 맛 아는 사람은 맛갈스럽게

삶 맛 모르는 놈은 퍽퍽하게

갈지자 맘대로 오고간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 보이는

인사동은 인생판,

어떤 극본을 짜는지

별 볼지 못 볼지

삶 맛 알지 모를지 

 

그 사람이 그리는 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빠짐없이 드러낸다

 

4) 해방촌에 뜨는 해

 

오늘도 해방촌에는 달이 뜬다

해방의 고통을 안고 태어나서

해방의 꿈을 바라며 살아가는 곳

 

목멱木覓산 남쪽 기슭 해방촌은 

아픈 역사를 기쁜 미래로 만들어 간다

 

고려 때 원元과 

조선 때 왜倭와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제와

6.25 전쟁 후 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

 

해방 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과 

농어촌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사연을 벽돌 삼고 고통을 흙벽 삼아

비탈에 눈물로 일군 삶의 터전!

 

지금은 그 사람들 대부분 떠났고

해방촌교회와 보성여중고와 신흥시장이 

그날의 사연을 말없음표로 이야기하고

108계단이 경성호국신사를 증거하고 있는 곳! 

 

역사의 때를 벗고 

젊은 예술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해방촌에 오늘도 해가 발갛게 뜬다 

 

5) 운수 좋은 날

 

올바른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게 힘든 것은 

시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창의문 밖 인왕산 오르는 길, 

부암동 무계원(武溪園) 부근에 

보일 듯 말 듯 어처구니없게 놓여 있는 

현진건 집 터, 표지석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보다

일제에 항거했던 처절한 삶이 

친일의 떵떵거림 속에서 

나날이 잊히는 게 더욱 고통이라는 것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무영탑 흑치상지로 대한사람의 얼을 

일깨우려다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통에   

마흔 셋에 요절했다는 것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제에 항거했던 그가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웠던 그가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부암付岩동 목인박물관 목석원 부근의

현진건 집 터라는 표지석이 

시인의 외로웠던 삶처럼 

잘못된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시집 『서울특별詩』의 대표 시 소개

 

1) 시인이 되자

 

가을에는 시인이 되자

풀벌레 귀뚜라미 세레나데에

며느리 얼굴 고추잠자리처럼 붉히고

한가위 보름달 두둥실 두리둥실

노란 국화 쿠린 은행과 사귀는 속에

 

겨울에도 시인이 되자

새하얀 고드름에 시래기 삭히고

모진 눈보라에도 씨종자 굳게 지키며

꽉 찬 사랑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는 

봄에는 젊음의 시를 쓰자

 

코로나 속에서도 아이는 태어나고

거센 비바람에도 어둠이 물러가듯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울수록 

천 길 낭떠러지에서 한 발 내딛는 용기로

여름에도 믿음의 시를 노래하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말고

따듯한 마음 푸근한 살림 전하는 

사시사철 시인이 되자

거짓과 탐욕에 휘둘리는 가짜가 아니라

참과 양심에 우러나는 진짜 시인이 되자 

 

2) 서울광장

 

서울광장에는 삶이 있다

널찍한 대청마루에 두둥실 떠오른

파란 보름달을 맛보며 어슬렁거리는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사랑의 삶이 퐁퐁 솟고

 

서울광장에는 문화가 숨 쉰다

121개 분수 사이로 아이들이 무더위를 식히고

하얀 스케이트장에선 추위를 뜨겁게 달구며

고향장터가 열리고 록, 드럼 페스티벌과 

공연예술제를 즐기는 문화가 꽃 피어

  

서울광장에는 역사가 살아 있다

고종이 대안문大安門 앞에 만든 도로와 광장이

3.1대한독립만세운동과 6.10민주항쟁으로 

2002 월드컵 붉은악마 응원함성으로 이어져

배달겨레를 한 마음으로 만든 역사가 서리고  

 

서울광장은 미래를 꿈꾼다

자동차에게 교통광장으로 내주고

사람은 땅 밑으로만 다니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지고

삶이 아름다워지는 멋진 미래가 다가온다

 

3) 인사동

 

인사동의 시간은 

들쭉날쭉 흐른다

별 볼 일 있는 사람은 느긋하게

별 볼 일 없는 사람은 종종걸음으로

아인슈타인에 앞서 걷는다

 

인사동의 나이는

제 멋대로 먹는다

삶 맛 아는 사람은 맛갈스럽게

삶 맛 모르는 놈은 퍽퍽하게

갈지자 맘대로 오고간다

 

올 때마다 다른 모습 보이는

인사동은 인생판,

어떤 극본을 짜는지

별 볼지 못 볼지

삶 맛 알지 모를지 

 

그 사람이 그리는 대로

숨김없이 보여준다

빠짐없이 드러낸다

 

4) 해방촌에 뜨는 해

 

오늘도 해방촌에는 달이 뜬다

해방의 고통을 안고 태어나서

해방의 꿈을 바라며 살아가는 곳

 

목멱木覓산 남쪽 기슭 해방촌은 

아픈 역사를 기쁜 미래로 만들어 간다

 

고려 때 원元과 

조선 때 왜倭와   

대한제국을 강탈한 일제와

6.25 전쟁 후 미국의 군대가 주둔했던 곳

 

해방 후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과

전쟁을 피해 온 피난민들과 

농어촌 고향을 떠나 온 사람들이 

사연을 벽돌 삼고 고통을 흙벽 삼아

비탈에 눈물로 일군 삶의 터전!

 

지금은 그 사람들 대부분 떠났고

해방촌교회와 보성여중고와 신흥시장이 

그날의 사연을 말없음표로 이야기하고

108계단이 경성호국신사를 증거하고 있는 곳! 

 

역사의 때를 벗고 

젊은 예술문화의 옷을 입고 있는 

해방촌에 오늘도 해가 발갛게 뜬다 

 

5) 운수 좋은 날

 

올바른 마음을 지키며 사는 게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헐떡이게 힘든 것은 

시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창의문 밖 인왕산 오르는 길, 

부암동 무계원(武溪園) 부근에 

보일 듯 말 듯 어처구니없게 놓여 있는 

현진건 집 터, 표지석이 

시인의 아픔과 함께 알려주고 있다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보다

일제에 항거했던 처절한 삶이 

친일의 떵떵거림 속에서 

나날이 잊히는 게 더욱 고통이라는 것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무영탑 흑치상지로 대한사람의 얼을 

일깨우려다 불쑥불쑥 치미는 울화통에   

마흔 셋에 요절했다는 것을 

 

이육사 한용운 윤동주와 함께 

죽을 때까지 일제에 항거했던 그가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지웠던 그가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부암付岩동 목인박물관 목석원 부근의

현진건 집 터라는 표지석이 

시인의 외로웠던 삶처럼 

잘못된 시대의 아픔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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