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채색화 민화’ 전에 나온 19세기 말~20세기 초 화조영모도의 오리 그림.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머리를 물속에 처박거나 물고기를 부리에 잡아넣고 삼키는 모습이 익살맞게 그려졌다.

100여년전 병풍에 그려진 동물들의 짓거리가 개그맨을 뺨친다. 천연덕스런 표정의 오리는 헤엄치다가 물 속에 대가리를 처박거나 부리로 덥석 물고기를 물어 막 삼키려는 참이다. 민물 속에서 험상궂은 척만 하는 쏘가리 몰골도 웃음보를 터뜨린다. 입가에 삐죽 튀어나온 날카로운 잔이빨로 물 속에 가라앉는 꽃잎을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양새라니.

 

이번 주말, 서울의 문화 거리로 손꼽히는 북촌 인사동에 가면 전통 민화의 숨은 명작들과 20세기초 진귀한 근대 생활용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 전시 무대는 인사동 거리 북쪽 들머리에 있는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 지하 1층 센트럴뮤지엄. 여기에 지난 10일부터 18개 고미술업체들의 장터로 열리고있는 ‘2021 인사동 앤틱&아트페어’의 딸림 특별전 ‘한국의 채색화 민화’가 19세기말~20세기초 기기묘묘한 수작들로 입소문 났다.

 

‘한국의 채색화 민화’ 전에 나온 쏘가리 그림. 날카로운 이빨로 물에 가라앉는 꽃잎을 먹고 있는 모습을 해학적인 선으로 그렸다.
 
현대화랑의 문자도 기획전에 나온 제주 문자도. 화면 중간의 문자도를 중심으로 위쪽에는 화초를, 아래쪽에는 바다 속 해물들을 등장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출품된 민화들에는 ‘대체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의외성의 매력이 여실하다. 얼빠진 듯 익살맞은 오리, 쏘가리, 토끼 등의 자태와 몽글몽글한 소용돌이 선으로 배경의 바위덩이를 묘사한 화조영모도가 압권이다. 새 발자국처럼 대충 끄적거린 흔적으로 나는 기러기 떼를 간략하게 표현한 ‘소상팔경도’, 구성이 재미있는 강원 지역 문자도, 책 읽는 귀부인이 등장하는 근대 책가도 등도 눈맛을 다시게 한다. 올해 처음 차려진 앤틱 페어에선 전통 민예품 말고도 근대기 가정집과 사무실 등에서 쓰던 근대기 그릇과 각종 생활용품, 경성제국대학 교기 등의 유물들이 시선을 끌고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주관하는 이번 장터는 14일까지다. 17~21일 같은 장소에서 현대미술품을 파는 장터인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 서울 2021’이 이어진다.민화 애호가라면 인근 사간동 현대화랑에서 14일까지 선보이는 기획전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를 함께 감상해도 좋다. 백수백복도, 제주문자도, 화조문자도 등의 명품들이 나왔다.

 

한겨레신문 /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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