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승훈 '手作禪' 초대전



변승훈은 분청에 매료돼 작업을 해오고 있다.

변승훈은 분청자기에서 스승 윤광조와 다른 업적을 성취했다.

달 항아리 형태의 그릇을 분청으로 나타내 보인다.

한 겹 한 겹 쌓아올린 분장과 그 속에서 마치 먹이 화선지에 떨어져

퍼진 듯한 무늬는 보는 이로 하여금 고요함을 경험하게 한다.

분청을 자신의 어머니라고 지칭할 만큼 그의 작업의 토대엔 분청이 있다.

이번 <手作禪:수작선>展은 그동안 작가가 이루려 했던 분청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전시일정 & 전시장소

2020년 03월 18일(수) – 2020년 03월 29일(일) 통인화랑(B1층)

*Opening Reception : 2020. 03. 18 (수) 5:00 pm






일이 꼬여 구치소에 들어가 수양 좀 하고 오려는데,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지난 3월16일부터 4월4일까지 20일 동안 구치소에 갈 작정으로,
병원에서 평소 먹는 약 처방전도 받아오고, 쪽방 달세도 미리 줘야했다.
정선 가서 땅도 파 뒤집어 둬야 하는 등 이리저리 마음이 바빴다.


그 일은 5년 전 수난 당하는 동강할미꽃이란 칼럼을 신문에 투고했는데,

야생화 사진하는 사람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뒤늦게 벌금이 이백만원 나온 것이다.

벌금 낼 돈도 없지만, 승복하기 싫어 몸으로 때울 작정을 했다.

친구나 후배들께 빌릴 수도 있지만, 민폐 끼치기도 싫었다.

구치소에서 편한 밥 얻어 먹고 규칙적인 생활로 몸 관리하면 일거양득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 사실을 알게 된 정영신씨를 비롯한 몇몇 지인들이

한사코 벌금을 마련할 테니 들어가지 말라고 종용했으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며칠 전에는 공윤희씨와 김수길씨가 찾아와 잘 다녀오라며 위로주 까지 얻어 마셨다.

 

그런데, 다음 날 김명성씨가 오래전에 부탁해 만들어 둔 작품을 팔아주겠다며 벌금을 내란다.

벌금은 안 낸다고 버티니, 정영신씨 한데 다시 전화했던 모양이다.

정영신씨 말로는 남에게 도움 받는 것만 민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부담 주는 것도 민폐란다.

구치소 가는 사람이야 마음 편할지 모르겠으나, 밖에 있는 사람이 어찌 다리 펴고 자겠냐는 것이다.

그 말도 맞긴 하지만, 정영신씨 된소리에 그만 깨갱하고 꼬리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명예훼손 건은 무혐의 판결받았어야 할 사건이었다.

판결 통보서만 받았다면 당연히 항소할 사건인데, 항소기한이 지난 후에야 독촉장을 받은 것이다.

왜 판결통지서는 보내지 않았을까?

 

쪽방 우편물은 일층계단에 40여개 쪽방의 우편물을 한꺼번에 모아두는데,

대부분 독촉장이나 행정명령 등의 불편한 우편물인데다 량이 너무 많아 잘 보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 십 통이 쌓여 딩굴다 유실되고 마는데, 거지들이라 우편배달부도 무시 하는것 같다                                            

다른 곳에서 우편물을 이렇게 처리하면 가만 두겠는가?

그리고 판결통보서 같은 중요한 문서는 등기로 보내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닌가?

그래서, 누가 책을 보내준다 해도 분실되니 보내지 말라고 한다.

 

그건, 이미 엎질러 진 물이라 말할 필요조차 없겠으나,

봄만 되면 동강할미꽃을 예쁘게 찍기 위해 마른 풀을 뽑아내거나

물을 뿌려 말라죽게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해 기어이 고쳐야 할 일이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자가  전시했던 사진을 보면 햇볕이 나야 피는 꽃에 이슬이 맺혔거나

꽃 주변이 말끔한데다, 심지어는 배경에서 인공조명까지 사용한 흔적이 뚜렷해 

검찰에 소명서까지 제출했으나, 몇 년이 지나서야 벌금 독촉장이 날아온 것이다.

물론 그자는 야생화 전문가라 캘린더를 만들어 팔거나 사진 원고로 살아 개인적인 피해는 인정한다.

그러나 그 사건은 개인의 명예에 앞서 공익에 관한 문제다.




그 신문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으로 많은 아마츄어 사진인들이

야생화는 말끔하고 예쁘게 찍은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그처럼 자연을 해치는 사진인들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그리고 그 사람은 사협공모전에 심사도 하니 공인이나 마찬가지다.

 

요즘은 이 사건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명예훼손 문제로 신경이 날카롭다.

, 원칙에 벗어나는 나쁜 일은 아무리 가까운 분이라도 그냥두지 않았다.

개인적인 감정에서가 아니라 더러운 세상 바로잡기 위한 고충이지만

상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잘 못해도 싫은 소리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데 있다.

나 역시 남에게 미움 받는 소리 하기 싫지만, 나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고 작정한 것이다.

더구나 신문 발행인이 칼럼 제목을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로 정해 놓았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매번 빼딱한 소리만 하니 고개까지 돌아갈 지경인지라, 칼럼은 2년 만에 그만두었다.

그동안 그러한 일로 고소를 당 하거나 등 돌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오죽하면 사람이 좋아 한 평생 사람만 찍어 왔으나, 사람이 싫어진다.

 

구속이 아니라 사형을 시킨다 해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 나쁜 일이라면

죽을 때까지 까 발릴 생각에는 변함 없으나, 이제 합리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요즘 이광수교수의 정치평론에 관심 가지면서, 꼭 원칙만이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칙을 지키려는 진보정당과 개혁을 위해 합리성을 택하는 여당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사인에 게재된 폭력성에 도취된 사진가의 거리 사진이란 기사를 우연히 보았는데,

일본의 스즈키 다쓰오란 거리사진가의 도발적이고 공격적인 촬영모습에 깜짝 놀랐다.

나 역시 인사동에서 거리사진을 종종 찍기 때문에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아는 분이야 가깝게도 찍지만, 대부분 멀리서 가리풍경 위주로 찍는데,

얼굴을 가리거나 싫어하면 지웠으니, 촬영으로 여지 것 문제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동자동이나 부랑자의 사진도 대부분 인터뷰하며 찍거나 양해를 구해 찍는다.

삶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이라 다들 이해하는데,

실상을 모르는 분들은 몰카로 오해할 지도 몰라 심기가 편치 않았다.


좌우지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상충하는 문제들이라 조심해야 할 일은 틀림없다.

요즘, 공익과 개인의 명예, 원칙과 합리에 대한 갈등으로 머리가 아프다.

때로는 비겁하게 다 떨쳐버리고 정선에 처박혀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마저 마음대로 안 된다.

솔직히 옛날같이 바보처럼 살고 싶다.


사진, / 조문호
















 




며칠 전만 해도 황야의 무법자가 휩쓸고 간 택사스의 황량한 풍경처럼
적막감에 휩싸였던 인사동이 봄바람 실은 온정에 서서히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손님 잃은 가게들을 위해 임대료를 안 받거나 감해주는
건물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는 감기에 걸려 목이 퉁퉁 부었지만, 방구석에 처박혀 있을 수만 없었다.
떠나기 전에 처리할 일도 많지만, 봐야 할 전시들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크로 무장하고 나선 인사동 나들이에 반가운 현수막들이 반겼다.
거리에 걸린 플래카드에는 ‘건물주님 감사합니다’, ‘착한 임대료 운동 지지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닫혔던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고, 길거리에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거리의 악사가 들려주는 바이얼린 소리가 인사동의 침묵을 걷어내고 있었다.






인사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차모씨가 지난 2월 한 달 치 임대료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건물주가 전화를 걸어 “이번 달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단다.
서울의 최상위에 속하는 인사동 상권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일이었다.
차씨는 “지난해 11월 가게를 오픈한 이후 내리 장사가 안 된 데다 코로나까지 덮쳐
막막하던 차에 주인이 먼저 연락 줘 깜짝 놀랐다”며“ 이 가게 열기 전부터
5년이나 인사동에서 장사를 해 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낙원떡집 인사동점’이 입점한 건물도 3~5월 임대료를 20%정도 인하할 계획이란다.
낙원떡집 주인은 “지난달 매출이 급감해 적자가 난 상황이라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곳곳에서 ‘착함 임대료’ 바람이 일고 있었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 사무국장의 말에 의하면 “구체적인 수치는 알 수 없지만,
상당수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며,
착한 임대료 운동에 참여하는 건물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도심 상권에서 임대료 인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부동산업을 하는 한 전문가는 경기 불황을 이유로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내려 받은 적이 없단다.
‘임대료 불변의 원칙이 깨져 차후 임대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인 갤러리 임대료도 면제나 삭감이 뒤따라야한다.
가진 자들의 온정이 확산되어 인사동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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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코로나’에 겁먹어 방구석에 처박혀 사는  이 비상시국에 김명성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요즘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했지만, 온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냅다 진관동으로 달려갔다.


 

‘한옥집’이라는 삼겹살 집을 물어물어 찾아 갔더니, 김명성씨와 김상현, 심재문씨가 와 있었고,
나중에는 전활철, 유진오씨가 나타났다.



 
이른 시간부터 인사동에서 한 잔하고 오는지, 둘 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들어왔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 만나 삼겹살 구워 술 한 잔 했다.




김명성씨는 독립운동자료 기획전을 추진하다 연기했다는데, 사태가 진정되면 전시를 열 모양이었다.
빨리 전염병이 사라져야 ‘한옥마을’로 봄나들이 갈 텐데, 일정이 맞아 떨어질지 염려된다.
이 달 중 20일 동안 어디 갔다 와야 할 일이 있어서다.




술자리가 끝나 김상현씨와 김명성씨 집에 차 한 잔 하러 갔는데,
혼자 사는 집이 티끌 하나 없이 반들반들 했다. 참 부지런하고 꼼꼼한 친구였다.
요즘은 음악에 심취해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마침 Ravel의 ‘Bolero’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음악에 미쳐 살던 아득한 옛 날이 떠올랐다. 
Deep purple의 ‘April’이 생각나 신청하였더니, 김상현씨가 찾아서 들려 주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노랫말처럼, 잔인한 4월을 맞을 것 같은 예감이었지만,
음악이 흐를수록 희열이 느껴졌다.




뒤이어 김상현씨가 선곡한 ‘Black Orpheus’ 반주에 푹 빠져 들기도 했는데,
추천 곡으로 ‘Once upon a time in america’도 시간나면 들어보라고 권했다.




음악도 마약 같아, 한 번 빠져들면 끝이 없어 겁난다.
젊은 시절엔 삼천여장이나 되는 LP판을 처분한 적도 있었는데, 왜 적당히 즐길 줄 모를까?




모처럼 옛날 생각하며 음악에 취한 즐거운 밤이었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왠지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이 나이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ㅉㅉ

사진, 글 / 조문호












인사동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갔을까?
징그럽도록 많은 인파와 상인들의 장삿속에 진저리를 쳤지만, 막상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코로나 19’가 휩쓴 여파가 실로 대단했다.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문 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건물을 헐고 다시 짖거나 실내장식 하는 점포도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한동안 쉬면되겠으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 비싼 가게 임대료에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다.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어, 이러다 나라는 배겨날 수 있을까?




남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사이비종교는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라지만, 사람을 쇠뇌 시켜 갈취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행사는 물론 사소한 모임까지 취소하는 판국에
신도들을 교회에 집결시키는 인간들이 살인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천지’란 정신 나간 교주 말에 어떻게 그 많은 신도들이
모든 걸 다 갖다 바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 둘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영악해도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국 좋아 하지마라.’ 죽고 나면 한 줌의 흙일 뿐이니, 제발 사람답게 살아라.




인사동에 사람 찍으러 왔으나, 사람이 없으니 찍을게 없었다.
사람만 보이면 쫓아갔으나, 그마저 마스크로 무장한 괴한 같았다.
미세먼지도 심각한데다 전염병마저 설쳐대니, 머지않아 거리엔 얼굴가린 사람뿐일 게다.
어쩌면 산소 호흡기를 짊어지고 다닐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달 전시소식지 한 권 구해, 손기환씨 판화전이 열리는 ‘나무아트’로 올라갔다.
전시장에는 김진하관장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하루 관람객이 몇 명되지 않는다며, 한 숨을 쉬었다.




전시작을 돌아보니, 거친 칼질이 빚어낸 반 풍경적인 궤적들이 마치 지옥도를 보는 듯 했다.
분단현실을 상징한 정치적 도해가 한스럽게 또는 격렬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칼질의 힘을 한지릴리프기법에 의한 요철로 드러내어 더 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 온 릴리프기법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김진하씨가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룩해낸 작품들이라 작가에 대한 존경감이 일었다.




전시장에서 커피도 얻어 마시고, 제작기법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손기환 판화작품집도 한권 가져가란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판매하는 책을 어찌 그냥 가져올 수 있겠는가?
소중한 책 한 권 살 수 없는 형편이 부끄럽긴 했으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모두 돈을 우습게 여긴 죄다.
그러나 아무리 무식하고 거지같이 살지라도, 돈만은 발가락 사이 때보다 더럽게 여기며 살 것이다.




인사동거리는 가보지도 못한 평양거리처럼 적막에 휩싸였으나,
전시장에 들어가면 인사동만의 또 다른 기쁨조들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야! 봄 가기 전에 빨리 물러가거라.
양심은 전당포에나 맡긴 정치꾼과 사기꾼들이 우글대는 이 더러운 세상,
꽃놀이라도 한 번 가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니가.

사진, 글 / 조문호
















지난20일은 졸음을 견디지 못해, 인사동으로 바람 쐬러 나가야 했다.




오늘까지 ‘부랑자’원고를 정리하여 출판사에 넘겨야 하는데,

며칠 동안 하루에 한 두 시간 밖에 못자며 여기 저기 흩어진

사진 이미지 찾느라 파김치가 되어 버린 것이다.



전시장이나 들렸다 올 작정에 인사동 벽치기 골목으로 접어들었는데, 

‘유목민’ 문 앞에 단체손님 예약으로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궁금증을 자극해 들어가 보니, 영화 ‘기생충’ 제작팀들이 ‘유목민’을 접수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사진가 이유홍씨를 비롯하여 조성표, 안완규씨가 술자리를 마련해 잠깐 합석했는데,

그 날 국민들의 영웅이 된 봉준호감독을 비롯한 일행들이 청와대 다녀와서 주연을 갖는 자리라고 했다.



이유홍씨는 요즘 우울증에 시달려 몸무게가 육킬로나 빠졌다고 했다.

사진가 황규태선생과 점심식사를 한 후, 인사동으로 옮겨 술 한 잔하고 있었는데,

모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안쪽에는 봉준호감독을 비롯하여 송강호, 장혜진, 조녀정, 박소담, 박만철씨를 비롯한

20여명의 ‘기생충’ 출연진과 스탭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쪽팔리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 가끔 화장실을 더나들 때 만났을 뿐이다.

그러나 축하연에서 나온 케익이나 얻어먹고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인섭씨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들어 와 예약 팀들을 불편하게 할 것 같아서다.


 

이유홍, 조성표, 박혜영씨와 옆 골목에 있는 ‘꽃, 밥에 피다’로 옮겼다.

이 집은 생긴 지가 오래지 않아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으나,

지나치다 좆밥이라는 등 농담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유홍씨 단골집이란다.



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기생충’ 대본이라도 한 권 얻기 위해 다시 ‘유목민’에 갔는데,

사진가 이정환씨를 비롯하여 심보겸, 성유나, 이미리씨 등 여러 명을 골목에서 만났다.

반갑기는 했으나,그들도 ‘유목민’ 예약 팀 때문에 다른 술집으로 옮겨가는 중이었다.



가보니 이미 대본을 다 나눈 뒤라 허탕치고 돌아왔으나, 더 이상 술은 마실 수가 없었다.

오늘까지 마무리해 넘겨야 할 원고 걱정에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동자동으로 돌아왔으나, 술 마신 자체가 문제였다.

몰려오는 졸음에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 일한다는 게, 일어나보니 이미 아침이었다.



그날까지 원고를 모두 넘겨주어야 다음 날 책을 편집하고 가제본하여

마감일인 월요일까지 지원금을 신청한다고 했는데, 이미 날 샌 것 같았다.

복에 없는 지원금 신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더 꼼꼼하게 보충 작업하여 좋은 책 만들라는 계시로 생각하며 위안했다.



모든 것은 준비된 자가 이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발에 닭 알이라’는 옛말이 생각나 혼자 웃었다.


사진, 글 / 조문호
















박완호 (광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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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신씨로 부터 호출이 떨어졌다.
2월13일 오후 일곱시에 인사동 가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영신씨가 장터와 지역문화를 엮는 작업을 2년에 걸쳐 해왔는데,
그 결과물을 넘기는 자리에 같이 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한 작업을 마무리하는 일에 반갑기는 했으나, 결과가 염려스럽기도 했다.

책상에 앉아 작업한 것이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발로 찍고 쓴 작업인데...

경비가 없어 쩔쩔 매면서도 기어이 해낸 것이 고맙기는 하나,

자칫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이젠, 책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남길 수 있고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번 작업은 다행히 이숲출판사와 사전 협의하여 진행하는 일이라 안심은 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출판사는 작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할애비 원고라도 편집자 생각대로 휘어잡아 추진해야 한다.

만들 책의 가치만 분명하다면, 팔 수 있는 최선의 작전도 짜야한다.


돈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소장하기 위해 만드는 책이 아니라면,

팔리지 않는 책은 말짱 도루묵이다.

서고에 딩굴다 버려지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가?

아니, 팔리지도 않고 창고에 쌓여있는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지난달엔 나 역시 그런 일에 부딪혀 난처한 적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인사동이 싫어 책이나 만들고 끝내겠다는 푸념을 페북에 올렸더니,

부산의 이광수교수께서 가까운 후배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연결시켜준 것이다.


젊고 패기 있는 진보 출판사 대표라 내심 인사동에 대한 혜안과 복안도 기대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에 올린 것들은 무시하고 역사적이거나 풍류적이거나

한 가지 주제를 잡아 다시 보완작업을 할 작정인데,

출판 날자와 전시일 까지 정해 놓고 원고 넘기는 대로 편집하겠단다.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독자층을 겨냥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획자체가 없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팔 불어 홍보할 수 있는 건수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쓰레기를 양산하는데 일조한다면, 사진 찍은 나도 쪽팔리지만, 출판사도 쪽팔리지 않겠나?.

별 영양가 없는 일이라면 할애비가 부탁해도 말리는 것이 순서다.


그렇지만 막판에 재 뿌리는 일이라 면전에서 말도 못하고 미칠 지경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돌아왔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인사동 일은 종료가 아니라 진행형이라 서두러면 되지도 않지만,

최소한 책 만들어 손해 보지 않을 방법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기껏 책 팔 방법이 전시하며 책 판다는 것이다.




, 전시라면 질겁하는 놈인데, 그 지긋지긋한 전시를 또 한단 말인가?

다시 민폐 끼치는 전시 하면 손목대기를 자르겠다고 맹세했는데...


 

어쩔 수 없어, 비겁하지만 정영신씨에게 부탁해 스리 쿠숀을 넣은 것이다.

출판사 김대표는 물론 이광수교수나 김남진관장에게 심려를 끼쳐 미안하다.


 

이숲출판사 이나무씨는 인사동 툇마루에서 그 날 처음 만났다.

페친이라 내 사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나는 아무 것도 몰랐다.

젊은 시절 파리에서 공부했다는데, ‘샘터편집장을 20여년 하다 출판사를 차렸단다.

근간에 출판한 책이라며 황정수씨가 쓴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책 한 권 선물 받았다.

툇마루된장비빔밥과 녹두빈대떡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정영신씨와 장터문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부랑자사진집을 한 번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프랑스는 홈리스에 관한 책들이 수십 권 나왔지만, 우리나라는 한 권도 없단다.


 

귀가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사실, 대개의 빈민이나 노숙자들이 불쌍하다는 동정의 시선이 앞서 가려진 부분도 많다.

들게 살다보면 양아치 같은 짓도 하게 된다. 똑 같은 사람이다.

거침없이 까발리는 나조차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는 그 기생충의 생리를...


언제 마무리 될지 모르지만, 올인 해 볼 작정으로 즉석에서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술 마시며 이나무씨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사동과 연이 깊은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인사동에서 살아 인사동의 옛날 일을 많이 알았다

골동품상 금당의 살인사건을 비롯하여...


 

이차는 유목민으로 갔다.

요즘 점염병에 장사들이 죽 쑨다지만, 그날은 유목민에 손님이 가득 찼다.

옆 자리에는 신단수란 필명으로 오늘의 운세를 여러 곳에 쓰는 김효성씨가 앉아 있었다.

이 친구도 자기 친형 김명성씨 못지않게 나를 걱정하는 친구다.

내 사주가 거지 사주였던가?


 

요즘은 선거철이 다가오니, 청치꾼들 앞날 점치는 일로, 아마 대목일 게다.

그저께는 친구인 김두관씨 만나러 양산 간 김에 니산도예의 정명수씨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했다.

좋은 책이 될 수 있는지 쓰레기가 될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만 두었다.


 

이제 그 일을 하려면 몸이 받쳐 주어야한다.

함께 술을 마셔도, 한 잔을 열 번으로 나누어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로 했다.

노숙하는 친구들의 철칙도 남에게 술을 권하거나, 절대 급하게 마시지 않는 것이다.

천천히 즐기며 일할 각오로 그날도 찔끔 찔끔 마셨더니, 아무렇지도 않더라.

살아남는 방법이 너무 비참하다. 기생충처럼...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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