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 이명복씨의 기획전 ‘삶’이 '인사아트센터'1,2층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중앙대 회화학과를 졸업하여 4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시대상을 다룬 민중미술가다.
10여 년 전 제주로 옮겨 4,3의 핏빛어린 현장을 지켜보며 작업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명복씨 ‘삶’전이 열리고 있는 ‘인사아트센터’에 들렸다.
대형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전시장은 텅 비어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대형 인물화인 해녀였다.




마치 흑백사진 같은 인물화는 온갖 풍상에 찌던 모습이었다.
해녀는 웃고 있었으나, 그 웃는 표정 속에 짙은 슬픔이 깔려 있었다.




깊게 파인 주름과 눈빛의 극사실적인 모습에서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숭고함을 읽을 수 있었다.

노동의 현장을 감동적으로 담아낸 밭일하는 아낙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그가 이번 전시에 드러낸 인물화에는 제주여인의 한 많은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이명복씨의 인물작업은 회화적 형식의 극사실주의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극사실적 실체에 접근하고 있었다.




2층에 전시된 적색과 녹색으로 그려진 제주 풍경화도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워야 할 풍경마저 쓸쓸한 비애가 깔려 있었다.
제주의 자연 속에 참혹한 과거가 묻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강열한 단색을 사용해 화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는데, 한마디로 말해 불우(不遇)한 풍경이었다.




'풍경과 상처’란 제목으로 쓴 소설가 김훈씨의 아래 글이 이명복씨 작품을 잘 말해주고 있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그때 새로워진 풍경은 상처의 현존을 가열하게 확인시킨다.
그러므로 모든 풍경은 상처의 풍경일 뿐이다."




이 전시는 3월20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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