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표씨의 ‘나르시스 칸타타’전이 ‘이즈 갤러리’ 1,2,3층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는 연세대를 졸업한 경영학박사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다.

이년 전 인사동에서 첫 개인전을 가진 후 다섯 번째 개인전을 갖는 열혈 작가다.



다소 아리송한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미술에 대한 기존 형식을 과감하게 던져버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초벌그림을 그렸으면 어느 정도 마르고 난 후 그리는 게 원칙이지만, 기다리지 않고 덧칠을 한다 던지,

붓을 칼처럼 휘두르는 등 모든 게 파격적이었다.

자신 안에 넘실대는 감정의 기복을 격식 없이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전시장에 들어 선 첫 느낌은 일렬로 도열해 선 사천왕상 같았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오늘의 시대상이 연상되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서는 야생의 힘이 꿈틀거렸다.

프레임에 갇힌 죽은 초상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과

이글거리는 분노가 뒤섞인 살아 꿈틀거리는 날 것의 실체였다.



아무런 격식 없는 원시성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방에 뿌리 둔 현대미술보다 은유에 뿌리 둔 원시 미술이었다.



3층에 걸린 작품들은 무위당 장일순선생의 모습이라 했다.

모심과 살림의 형이상학적 욕망을 ‘수행성으로서 그리기 행위’로 끌어들여

새로운 생명들이 피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무위당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정신을 그린 것이었다.



김상표씨의 작업은 얼굴성에 대한 존재론적 물음을 제기하고 있었다.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마음속에 도사린 여러 가지 감정이 때로는 괴물로 때로는 악귀로 드러나기도 했는데,

어찌 보면 이 세상을 어지럽히는 인간군상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작가가 반복적으로 그려내는 자화상이 스스로를 비워내는 수행 방식이라고도 했다.



작품의 완성도가 낮고 다소 주관적이라 객관성을 잃은 작품도 있지만,

미친 듯 몰입해 덧칠한 붓 자욱이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종길씨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상표의 회화에서 주목할 것 중의 하나는 '나'의 술수적 변태로서의 자화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그가 미륵을 그리면서 '미륵자화상'이라고 표현한 것은 '미륵'과 '나'를 서로 빗대어 마주 보게 한 것인데,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의 표현대로 광대무변의 실체를 그리기 위해서이다.”



인사동에 볼만한 전시가 여럿 열리고 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 광풍에 전시장은 텅텅 비었다.

마침 작가 김상표씨를 만나 기념사진도 찍고, 도록을 선물받는 횡재를 했다.

사람이 없으니 코로나에 감염될 염려도 없지만, 조용하니 작품 감상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3월24일까지 열리는 ‘나르시스 칸타타’전을 놓치지 마시길...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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