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금에 시달리는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한 기금 마련 전 씨앗페가 이제 막바지에 달했다.

 

지난 목요일 오후 무렵, 전시 상황이 궁금해 인디프레스를 찾았더니.

서인형 이사장과 김정대 관장, 출품작가 장경호씨가 전시장을 지켰다.

 

이인철작

한가한 전시장에서 다시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소장하고 싶은 작품이 많았다.

이미 판매된 작품만도 20여 점이 되는데, 내 사진에도 빨간딱지가 붙어있었다.

 

조문호작

판화가인 류연복씨는 3, 최병수씨는 2점이 팔리기도 했는데,

더 힘이 실린 것은 그림값 비싼 신학철선생 작품도 팔렸다는 것이다.

 

민정기씨는 자기 작품을 좋아하는 지인에게 팔리도록 연결하는가 하면,

서인형 이사장 역시 주변 지인들에게 꾸준히 연락하는 등

다들 부단히 노력은 하지만, 아직 힘을 더 보태야 한다.

 

손기환작

소액 후원이라도 많은 분이 참여하여 더 이상 벼랑에 몰리는 작가가 없도록 만들자.

여러분의 손길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되오니 많은 분의 참여를 바란다.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김재홍작

 

(‘씨앗페출품작가)

김계환_김수길_김억_김영미_김영진_김우성_김이하_김재홍_김정헌_김준권_김진하_김현철_라인석_류연복_민정기_박생광_박성남_박성완_박야일_박은태_박항률_박향미_박흥순_배동신_백경중_백승기_서공임_서성환_손은영_신학철_연규혜_윤여걸_이수철_이익태_이인철_이채린_이태호_이택희_이홍원_이흥렬_장경호_정영신_조문호_조이락_주재환_최병수_최애경_최윤정_최은경_칡뫼김구_허진_홍선웅

 

김정헌작
김영진작

지난 24일 오후5시 무렵, 예술인상호부조대출 기금 마련을 위한 씨앗페오프닝 행사가

효자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렸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에서 주관하는 씨드머니 조성을 위한 아티스트 페스티벌 씨앗페

예술인들이 겪는 고리대금 현실에 맞서 낮은 금리로 생활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기금 마련전이다.

가난한 예술가를 돕기 위한 씨앗페에 작은 힘이나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이 요구된다.

 

가난한 늙은이가 도울 방법은 전시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많은 분이 함께 하도록 나팔이라도 열심히 불어야겠다.

 

오프닝 행사가 있던 지난 24일, 기대 반 걱정 반 서둘러 전시장을 찾아 나섰는데,

전시장 입구에는 장경호화백과 김이하시인 등 반가운 모습이 여럿 보였다.

 

행사를 이끄는 서인형 이사장을 비롯하여 황경하 사무국장과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고

한쪽에선 퍼포머인 이익태, 배경애, 김희성씨를 비롯한 스탭들이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수호, 강욱천, 안원규, 김태호, 김 구, 최석태, 김수길씨 등 반가운 분이 속속 모여 들었다.

 

 전시장에는 50명 작가가 출품한 70여점이 일 이층에 빼곡이 전시되어 예술의 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신학철화백을 비롯하여 이인철, 김정헌, 주재환, 홍선웅, 손기환, 류연복, 김재홍, 이태호, 김 억,

김영진, 김진하, 김준권, 박흥순, 윤여걸, 이홍원, 최병수씨 등 기라성 같은 민중미술가 작품들이 즐비했고,

심지어 장경호화백의 88년도 작품 절벽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서인형이사장의 인사로 시작된 개막식에는 풀빵이수호 이사장과 민예총 강욱천 사무총장,

북서울신용협동조합 이사장등 여러 명의 격려사도 이어졌다.

 

서울민예총’ 손병휘 이사장의 노래 공연에 이은 퍼포먼스는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들었다.

 

절박한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는데, 얼마나 긴장의 연속인지 카메라 셔터마저 누를 수 없었다.

 

개막식에 이어 야외에서 펼쳐진 오프닝 퍼포먼스 피멍에는 이익태 작가와

배경애, 김희성씨가 나섰는데, 돈에 상처받은 군상들의 아픔을 먹물로 풀어냈다.

 

무용, 국악,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40여개 팀이 참여하는 씨앗페 공연은 28일까지 매일 열리고,

전시는 4월2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일정을 참조하여 많은 분들의 전람회장 방문을 부탁드린다.

 

'청하식당'에서 열린 뒤풀이에는 출품작가 김재홍씨를 비롯하여 장경호, 김이하, 최석태, 정영신,

안원규, 김 구, 김정대, 김수길, 서인형, 황경하, 이명신씨등 많은 분이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나서서 십시일반 술값을 걷기도 했는데, 본인 스스로 20만원을 내놓았다.

이처럼 씨앗페가 꽃 피우려면 작품 구입에 앞서 작은 돈이라도 기금에 보태야 한다.

 

예술인 상호부조대출상품 조성을 위한 '씨앗페'에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씨앗패 후원 계좌 : 기업은행 / 301-101031-04-024 / 한국스마트협동조합/ 02-764-3114)

 

 

사진, / 조문호

 

 

보步보步시是-걸음걸음마다 보는 풍경

 

최호철展 / CHOIHOCHUL / 崔皓喆 / painting 

2021_1217 ▶ 2022_0109

 

최호철_2021년 동호대교_캔버스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85&360cm_2021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展

 

후원 / 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30am~06:30pm

 

 

인디프레스_서울

INDIPRESS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indipress_gallerywww.facebook.com/INDIPRESS

 

 

공간 안에 기억을 담다 - 풍경의 겹침 ●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서울에 살면서 한강을 건넌 횟수는 모르긴 몰라도 족히 수천 번은 될 것이다. 국민학교 시절에는 한남대교를 하루 두 번 꼬박꼬박 건너다녔고, 대학교 시절에는 국민학교 때만큼 성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강을 건너지 않는 날이 이틀은 넘지 않았다. 한강이 없는 서울의 풍경은 상상하기 힘들다. 기억한다. 출근하는 어른들 틈에 보온도시락을 껴안고 끼어 선 어린 내 눈 앞에서 아침볕을 조각조각 부수며 빛나던 강물을. 한번 지나간 강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때의 그 한강은 지금도 여전하다. ● 「2021년 동호대교」 앞에 섰을 때 비로소 알았다. 서울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한강이다. 백악산과 인왕산 자락에 살며 수시로 야경을 보러 오르기도 했고, 남산 중턱에 자리잡고 틈날 때마다 남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기도 했지만 서울의 전모가 이렇게 잘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은 내려다보기에는 너무 큰 도시다. 내려다볼 때는 조각조각 나뉘었던 도시가 한강에서 바라보니 물 흐르듯 이어진다. ● 이 작품은 나를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동호대교 초입에 순식간에 세워놓는다. 사진으로는 맛볼 수 없는 감각이다. 사실 우리의 시야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한 곳에 오래 붙들리지 않는다. 한눈에 보이는 경계는 사진의 프레임을 한참 넘어선다. 사진은 그중 극히 작은 한 부분을 과거의 한 순간에 고정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2021년 동호대교」은 일상에서 우리가 풍경을 "본다"는 감각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다시 일깨워준다.

 

최호철_2021년 동호대교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85&;360cm_2021_부분

잘 닦인 넓은 앞유리창 이편엔 사람들이 있다. 운전의 편의를 위해 기능적으로 설치된 백미러에 졸거나 핸드폰을 하고 있는 승객들의 얼굴이 비친다. 그러나 내가 차 안에 있다면, 내 시선은 주로 창 너머를 향할 것이다. 풍경은 납작한 한 장이 아니다. 몇 겹의 풍경들이 또 몇 겹의 풍경 위에 겹쳐있다. 세간에서는 "좋은 전망은 일곱 구비 능선을 바라본다"고 한다던가. 그렇다면 이 자리야말로 명당 중의 명당이리라. ● 앞 차에서 이쪽을 돌아보는 아이는 심심하다. 운전하는 남자는 끼어들기를 노리며 뛰어든 오토바이가 신경쓰이고, 오토바이를 탄 남자는 마음이 급하다. 얼른 털어버려야 할 짐이 등 뒤에 바짝 붙어있다. 아이가 뒤돌아보는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본다면, 세상 신기한 듯 내다보는 강아지와 눈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 앞에 끼어들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건너편 버스에 탄 사람들도 핸드폰 속이거나 창밖이거나, 자기만의 풍경에 들어앉아 같이 있지만 또한 혼자 있다. 한강을 건너는 것은 차만은 아니다. 자전거와 사람들도 부지런히 제 갈길을 간다. 저 멀리, 지나가는 자전거를 향해 사람 품에 안겨 길가던 개가 성을 낸다. 최호철의 풍경에는 개의 구겨진 미간까지 담겨있다. ● 조금 더 멀리 눈을 돌리면 내가 도착할 강변이 보인다. 높이 치솟던 동호대교의 주황색 철골구조는 옥수역이 가까와오면서 몸을 낮춘다. 사람의 얼굴이 없다고 이야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왼쪽 이태원동, 보광동과 한남동의 오밀조밀한 집들이 만들어낸 풍경과 가운데 유엔빌리지 고급빌라와 오른쪽 금호동의 아파트의 풍경이 선명하게 갈라선다. 집들 사이로 난 길을 눈으로 좇다보면 내가 아는 곳이 나온다. 적재적소에 랜드마크가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사원, 제일기획, 하이야트 호텔, 국립극장, 남산타워... 멀리 한강을 따라 놓인 다리들도 차례차례 특유의 자태를 드러낸다. 길을 놓치지 않으면 광화문과 청와대도 만날 수 있다. 강북에 사는 이라면 자신의 집을 찾아낼 수도 있으리라. 제멋대로 비뚤배뚤 그어진 것 같지만, 길 한 자락도 허투루 그린 것이 없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나와야 할 것이 나오고, 만나야 할 것과 만난다. 그렇게 뻗어간 길이 어디까지 가는가. 놀랍게도 임진강 너머 북한이다.

 

최호철_2020년 파주 소라지로 제2순환로 예정지_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62&;97cm_2021

 

최호철_2020년 파주 소라지로 제2순환로 예정지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62&;97cm_2021_부분

좋은 카메라로 정교하게 찍은 사진이라면 이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을까? 광각이든 파노라마든 현대 기술을 총동원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최호철 그림의 특징은 정밀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거기에 '걷는 사람'의 시각에서 보는 풍경의 독특함을 더한다. 걷는 사람은 보면서 다가가고, 다가가면서 보기 때문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원근법과는 다른 방식으로 풍경을 감지한다. ● 그의 그림 속에서 원근법은 정확히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교한 의도에 의해 문득 법칙을 벗어난다. 보광동 언덕을 뒤덮고 있는 빼곡한 집. 앞의 집과 뒤의 집의 크기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놀랍게도 그의 그림은 우리가 보는 풍경의 감각을 성공적으로 재현한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버스 안에서 내다보는 풍경을 상상해보라. 까마득하게 멀리 있다가 어느 순간 코앞에 다가오는 풍경의 특징을 그는 알고 있다. 「2018년 한남동 우사단길」에서 그의 전략은 좀더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최호철_2018년 한남동 우사단길_종이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95&270cm_2018
최호철_2018년 한남동 우사단길_종이에 피그먼트 프린트_95&270cm_2018_부분

'걷는 사람'의 시선이 가지는 또 하나의 특징은 운동감이다. 우리는 관습적으로 직선을 직선이라 여기지만, 걸으면서 보는 직선은 보는 이의 위치가 변함에 따라 움직이며 휘어질 수밖에 없다. 풍경이 흐르기 때문이다. 독특한 그의 선은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다. 그의 '움직이지 않는 그림'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확실하다. 그가 멈추어 서서 그린 그림에서 직선은 확실한 제 자리를 찾는다. 「2021년 성남 원도시 그림 지도」를 보라. 산등성이가 그리는 곡선은 정직하고, 건물의 짧고 굵은 직선들은 단단하게 땅 위에 박혀있다. 걸으면서 그리는 최호철식 공간은 사진보다 경험에 가깝다.

 

최호철_2021년 성남 원도심 지도_캔버스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218&336cm_2021
최호철_2021년 성남 원도심 지도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218&336cm_2021_부분

기억의 축적 ● 그의 그림 앞에서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유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그림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가 보여주는 풍경에 관해 좀더 많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만큼 더 오래 붙들릴 수밖에 없다. 그는 공간과 기억을 따로 떼어 생각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공간을 함부로 다루는 것은 기억을 함부로 다루는 것과 같다. 많은 이들이 일상을 한켜 한켜 쌓아온 공간을 대대적으로 갈아엎는 '재개발'은 사회를 기억상실증으로 내몬다. ● 그 기억은 최호철 개인의 기억만은 아니다. 수많은 이들의 '기억'이 모이면 '정보'가 된다. 다시 말하면, 정보가 정확하면 사람들은 좀더 자신의 기억을 잘 살려낸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담기 위해 꼼꼼하게 정보를 수집한다. 그 과정에서 현대기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그가 잘 활용하는 것은 지도앱이다. 그가 재현해낸 공간 안에서 길은 제멋대로 휘어지고 방위는 엄밀한 나침반을 따르지 않는 것 같아 보이나 그는 어느 길이 어느 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어느 곳에 서면 어떤 풍경이 보이는지 꼼꼼히 확인하며 그려나간다.

 

 

최호철_2013년 아현고가도로_캔버스에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5&240cm_2013

 

최호철_2013년 아현고가도로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105&;240cm_2013_부분

당연하게도 그는 직접 걸어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공간이 기억을 담는 그릇이라면 길은 경험을 기억으로 바꿔 저장하는 줄기다. 줄기를 확실하게 잡으면 전체 그림이 잘 자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우뚝 선다. 그 길 위의 기억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길을 눈으로 더듬어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하다. 그는 말한다."그림을 보는 사람이 자기 삶의 기억을 환기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다루는 게 작가이겠지요." ● 그런 면에서 그의 그림은 실경산수라기보다 진경산수에 가깝다. 열심히 보고 꼼꼼하게 그리지만 보이는 대로 재현하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그의 관심은 실제의 풍경을 넘어선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가 보는 세계로 한번 번역하고,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또 한번 번역하는 것을 지켜본다. 내가 「2021년 동호대교」앞에서 느꼈던 실감은 작가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고 또한 어느 누구와도 같지 않을 것이다. 한 장의 그림이 갖는 세계가 이토록 넓다

 

최호철_2021년 동호대교 버스내부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70&100cm_2021

시간의 중첩 ● 그림 속에 겹쳐져 있는 것은 풍경만이 아니다. 풍경 속을 걷는 데 드는 시간, 그리고 그 전후의 수년, 수십 년의 시간이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와 무관하게 그림 한 장에 촘촘히 겹쳐있다. ● 일단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다. 규모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빈틈을 꼼꼼히 메우는 사이에 문득 유행은 지나가고 산천은 변한다. 겹겹의 덧칠 사이에는 물리적 시간이 스며든다. 그러나 최호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현재다. 그는 「2021년 동호대교」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기 위해 이미 그린 그림 위에 전면적으로 다시 손을 대야 했다. 그러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2021년을 이야기할 때 마스크를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호철_2011년 부산영도-희망버스_ 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70.7cm_2020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지금 또한 차근차근 쌓인 과거 위에 올려져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마스크를 덧그리듯 과거를 쉽게 덧칠로 지울 수 없고, 그래도 안 된다는 믿음이 있다. 2011년 부산 영도에 있는 85호 크레인 위에서 309일동안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한 김진숙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그린 「2011년 부산영도-희망버스」는 독특한 시점에서 역사적 현장을 내려다본다. 85호 크레인 정상보다 더 높은 곳에서 멀리 부산타워까지 내다보는 시야에는"희망버스"의 이름으로 그를 찾아온 이들이 다리마다 거리마다 환하게 밝힌 불빛과 내려다보는 김진숙의 뒷모습이 함께 들어온다. 늦은 밤, 김진숙을 지지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그 많은 사람들을 한눈에 보기에 가장 적절한 자리다.

 

최호철_1970년대 공주제민천 하숙촌풍경_ 캔버스에 피그먼트 프린트_35&200cm_2018
최호철_1970년대 공주제민천 하숙촌풍경_&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_35&200cm_2018_부분

역사적 사건의 현장 뿐이랴. 시간은 어디에나 흔적을 남긴다. 그는 '길'에 주목한다. 길의 변천사는 그에게 있어 시간의 흐름과 동격이다. 그는 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기도 하고(「2020년 소라지로 제2순환로 예정지」) 이미 사라진 길의 공중궤적을 그림으로 남겨놓기도 한다(「2013년 아현고가도로」). 「1970년대 공주제민천_하숙촌풍경」은 길 위의 사람들을 드러내어 길의 역사를 기록해놓은 작품이다. 개천가를 걷는 수많은 학생들은 공주가 교육도시의 영광을 구가하던 시절을 증명한다.

최호철_1900년대초 개항기 서울 단원기산풍속산수화_150&40cm_2018
최호철_1900년대초 개항기 서울 단원기산풍속산수화_150&40cm_2018_부분

 

시간의 층을 두텁게 겹겹이 쌓아놓는 한편, 그는 현재로 끊임없이 돌아온다. 근대 개항기의 화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를 두 폭의 족자로 재현한 「개항기 기산단원 풍속산수화」는 옛사람이 그린 당시의 서울을 되살리고 그 위에 현재를 겹쳐 보여준다. 현재의 서울은 그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그가 직접 보고 겪으며 가장 잘 그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2021년 기산풍속산수화」 속의 그곳은 또다시 한강이다. 거듭 확인한다. 서울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역시 한강이구나. 수천 번 겹쳤던 기억이 한 장 한 장 펼쳐져, 나는 그의 그림 앞에서 오래 떠나지 못한다. ■ 박사

 

 

Vol.20211217h | 최호철展 / CHOIHOCHUL / 崔皓喆 / painting

농담. Joke, Light and Shade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皓 / painting 

2021_1111 ▶ 2021_1201 / 월요일 휴관

 

박종호_깊은 곳에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유채_53×45.5cm_2021

박종호 블로그_blog.naver.com/noah250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서울특별시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30am~06:30pm / 월요일 휴관

 

 

인디프레스_서울INDIPRESS

서울 종로구 효자로 31(통의동 7-25번지)

Tel. 070.7686.1125

@indipress_gallerywww.facebook.com/INDIPRESS

 

'월리를 찾아라'에서 월리는 군중 틈에 숨어 있다. 둥근 뿔 테 안경, 방울모자와 줄무늬 티셔츠. 월리의 차림새는 늘 같다. 장소와 주변 사람이 바뀌어도 월리의 본체는 동일하다. 위장해도 결국 알아챌 수 있다. 우리는 인간 정체성을 월리 식으로 오해하곤 한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고 타인과 단번에 구별될 고유함. 인간 정체를 사물의 속성처럼 생각한다. 사람의 정체는 개별적이다. 각기 경험과 기억 속에서 찾아야 할 숨은 이야기다. 가끔 사람의 정체는 은폐되거나, 가벼운 농담 취급을 받는다.

 

박종호_별이 빛나는 밤_황마에 유채_194×112cm_2019

작가의 주제는 서사가 단절된 자기 경험이다. 사건의 잔상에 배어 있는 느낌을 추적한다. 기억의 낱 알갱이를 일상의 형상에 투영한다. 작품의 주인공은 주로 소년이다. 그는 소년에서 생명력, 가능성의 원천이라는 외피를 벗겨낸다. 억눌린 유년기를 보상하는 자유의 대리 물로 세우지 않는다. 소년은 '아직도' 자기를 찾는 떠돌이, 정체불명의 존재다. 「알고 있어요」 연작의 소년은 언뜻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얼굴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를 응시한다. 소년은 '누구'가 아닌, 짓누르는 힘에 맞서는 미약한 저항으로 드러난다. 소년은 무겁고 단단한 코트를 벗어 던질 수 없다. 짙은 청색의 사각형이 소년의 어깨 위에 걸려 있다. 공허하나 엄격한 규율처럼. 소년의 시선은 가장자리를 맴돈다.

 

박종호_달아 달아!_캔버스에 유채_194×112cm_2021

작가는 기억에 몽환의 색채를 덧씌우지 않는다. 작품 속 인물은 부옇고 포근한 환상 세계를 유영하다 건져 올린 형상이 아니다. 작품마다 잿빛, 검푸른색이 스며들어 있다. 과거 기억의 장소와 상황을 암시한다. 휘몰아치는 어둠과 적막을 등지고 선 인물은 위태로운 침묵으로 일관한다. 작가에게 기억은 열어 보기 전엔 잠들어 있는 사진첩 속 추억이 아니다. 갑작스러운 경련처럼 강렬하고, 스스로 살아 움직인다. 그에게 기억의 느낌은 상상 아닌 현실이다.

 

박종호_검은개_캔버스에 유채_100×73cm_2019

흐릿한 정체는 박종호 작가의 중요한 모티브다. 정체의 모호함은 단지 당사자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정체는 타인과 영향 관계에 있다. 「검은 개」는 타인의 시선이 강조된 작품이다. 서늘한 회색 배경이 검은 개 형체에 불길한 기운을 더한다. 순전히 어떤 개인지 몰라서 생기는 위협감이다. 한편 상단부의 따뜻한 노란 빛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앉은 개 모양새가 어쩐지 측은해 보인다.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늙은 개 얼굴이 떠오른다.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다. 공포와 연민 모두 보는 이의 선입견에서 나온다. 결국 정체 모를 검은 개는 기피 대상이다.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회색 점」은 상호 불신 상황을 벗어나는 사회적 방식을 묘사한다. 사회는 신분으로 고착된다. 지위와 위상의 불투명함은 사회 안정의 위협 요소다. 불안은 자기를 묻는 인간이 겪는 자연스런 감정이다. 사회의 인간은 서로를 알 수 없음에 불안해한다. 낯 설음은 공포의 근원이다. 공포를 벗어나려 택한 방법이 동일시와 반복이다. 닮음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사회는 피상적인 모방으로 유지된다. 사회에 속하지 않는 것은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티끌만한 다른 낌새에도 두려움에 발작하는 검은 개 무리가 나타난다.

 

박종호_젤리곰과 나한상_캔버스에 유채_41×32cm×2_2020

자기를 찾기 보다 집단에 속하려 애쓰는 태도를 비난하기는 쉽다. 그러다 문득 집단의 행동양식을 생각없이 따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자기 탐구가 고립된 삶을 뜻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원 체험」은 작가의 반성적 자각이 반영된 작품이다. 목에 노란 뱀을 두른 아이의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아이에겐 달갑지 않은 이벤트다. 굳은 얼굴에 원망마저 스친다. 두터운 칠이 경직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아이 부모는 줄을 길게 선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해주고 싶었다. 새로운 체험을 시켜주고 싶은 부모의 사랑이다. 작가는 사랑 아래 숨어 있던 강제를 포착한다. 일상에서 감지하기 어려운 악의 없는 강제다. 다른 아이 같길 바라는 마음이 아이의 개별성을 지워버렸다. 지극한 사랑의 손길이 아이를 낯설고 두려운 '모두'의 세계에 밀어 넣었다.

 

박종호_서툰 아이 2021_캔버스에 유채_117×91cm_2021

박종호 작가에게 타인과의 거리는 미묘한 문제다. 이런 면에서 「젤리 곰과 나한상」은 독특한 시도이다. 언뜻 보면 형태의 유사성을 이용한 단순 유희 같다. 젤리 곰과 나한상은 작가가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비극을 대변한다. 길에서 쓰레기 봉지를 뒤지던 여인은 반쯤 남은 젤리 곰을 찾았다. 굶주린 여인이 손에 쥔 젤리 곰이 작가에겐 자비로운 나한상으로 보였다. 여인의 시선을 자기화한 순간이다. 여인에겐 그저 젤리 곰일 뿐이다. 작가는 젤리 곰과 나한상을 별개 작품으로 작업했다. 두 형상이 한 화면에 있다면, 여인의 시선은 완결된 서사에 가려졌을 것이다. 젤리 곰과 나한상 사이에는 틈새가 있다. 작품의 거리 이상으로 시선의 불연속, 의미의 단절이 있다. 시선의 균열은 존재의 간극, 채워야 할 의미의 자리로 남는다.

 

박종호_진지한 사람_캔버스에 유채_100×80cm_2018

작가의 기억은 이정표보다 정지신호에 가깝다. 소환된 기억은 아주 쉽게 일상의 뿌리를 쥐고 흔든다. 하지만 자기 파멸의 구덩이에 빠트리진 않는다. 오히려 삶은 행복으로 가득해야 한다는 환각을 흐트러뜨린다. 작품에 투영된 삶은 농담 같은 현실이다. 작가는 농담의 현실을 통해 과거를 드러내고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 그림은 현실이란 텍스트를 비추는 '반反텍스트(anti-text)'이다. 박종호 작가의 물음은 하나다. 실존이다. 그에게 실존의 의미는 형상으로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숨겨진 기억의 반 텍스트다. 완결되지 않고, 반성을 통해서만 나타나는 의미의 텍스트다.

 

박종호_저는 남을게요_캔버스에 유채_45×38cm_2021

익살꾼의 진심은 알기 어렵다. 그는 사실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비틀고 부풀리면서 다시 조합한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묶어낸다. 대개는 숨기고 싶어하는 약점, 결핍도 농담거리가 된다. 그는 쉽게 오해를 산다. 땅에 발붙이지 못하고, 웃음 바람에 인생을 실려 보낸다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익살꾼은 허풍선과 다르다. 허풍선의 말은 비눗방울 과 같다. 아무리 많아도 어떤 무게감도 없다.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 애초에 외부와 어떤 연결점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농담의 요소는 모두 경험 안에 있다. 누구도 자신이 전혀 모르는 것을 두고 맘껏 웃지 못한다. 반복되고 익숙한 것에도 웃지 않는다. 농담의 성패는 '낯설지 않은 새로움'에 달려 있다. 탁월한 익살꾼은 역설을 좇는 예민한 관찰자다. ■ 유성애

 

 

Vol.20211111i | 박종호展 / PARKJONGHO / 朴鍾皓 / painting



지난 5일 재불화가 강명희씨 전시가 열리는 '인디프레스'에 프랑스 전 총리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 그의 일행들이 방문했다,

특별 손님을 위해 기존 전시외에도 보안여관 신관과 3갤러리 등 세 곳으로 전시를 확대했는데,

대작을 보여주기 위해 갑작스럽게 마련된 별도의 전시는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준비했다고 한다.




정영신씨와 함께 인사동에서 열리는 류연복씨 전시 뒤풀이를 마다하고 '인디프레스'로 달려갔다.

전시장에는 김정대관장을 비롯하여 최석태, 김정헌, 신학철, 민정기씨 내외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와 있었다.

뒤 이어 성완경씨와 담양의 박문종씨가 나타났고, 윤범모, 김정업, 오경환, 장경호, 박불똥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했다.


 

강명희씨는 1972년부터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로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코르틀리에 시립미술관', '갤러리 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대전 액스포' 등지에서 자연을 주제로 한, 시적 작품 세계를 펼쳐 온 열혈작가다.


 

그는 80년대 서울미술관을 운영했던 화가 임세택씨 부인으로, 영화배우 신성일씨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지금은 파리와 제주에 화실을 두고 바람처럼 떠다니는 여류작가다.



전시된 강명희씨 작품은 세계 여행 중에 접한 사막이나 오지에서 만난 자연의 형상을 추상적으로 재현했다.

이번에 방문한 도미니크 드 빌팽씨와는 자연과 인간현상에 대한 단상을 담은 시화전을 중국과 한국에서 같이 열기도 했




그의 작품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눈 밭에서 사물들이 스물 스물 기어 나오는 것 같다.

아니, 안개 속에서 시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작품에서는 슬픔이 왈칵 밀려왔다.

화폭 위에 번진 색들의 날숨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느끼기도 했다.


 

북녘 정원이란 뜻의 대형 작품 북원앞에 서 있으니, 그 황홀함에 가슴이 벅찼다.

대자연을 노래한 시어들이 물안개처럼 아롱거리는 장관은, 감동 그 자체였다.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신학철, 민정기씨와 술 한 잔하며 환담을 나누고 있으니,

작가 강명희, 임세택 부부와 도미니크 드 발팽씨 일행들이 밀어 닥쳤다.



도미니크 드 빌팽씨는 주미 프랑스대사, 외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내무부장관을 거쳐

총리에 오른 인물로 문학평론과 정치수상록 등 많은 책을 펴냈다.

세계 평화와 인류애를 주제로 시를 쓰는 시인이기도 한데,

강명희 작가와는 절친한 친구이자 그림과 시로 소통하는 오랜 동료이기도 하다.


 

그날 도미니크 드 빌팽씨의 축하인사에 이어 강명희씨와 서울대 미대 동문이었던 화가 김정헌씨,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관장, 미술평론가 성완경씨가 차례대로 나와 작가와 작품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를 축하했다.


 

노벨상 단골후보 시인 아도니스가 강명희씨 작품에 바친 시다. 

"이 신기한 색채 속을 여행하면서/ 두 눈은 파리의 가을에 취하고/ 두 손은 몽골의 얼굴을 만지는 듯하네/

본래 대자연을 읽어온 나지만/ 화가의 그림은 만물을 꿈속으로부터 불러내네."



강명희 작품전은 216일까지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그날 풍경’이 인디프레스서 2월 28일까지 열려...





사진가 양승우의 사진을 보면 온 몸의 피가 뜨거워지는 야만의 본성이 꿈틀거린다.

어떻게 저런 도발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지, 부러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그의 사진에는 폭력적이면서도 끈적끈적한 인간애가 도사리고 있다.

그건 밖에서 쳐다 본 시선이 아니라 그 속에 파묻혀 찍었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과 향락이 난무하는 장면에서 인간애를 느낀다는 것은 작가의 동료애에 비롯된 것이다.

아무도 할 수 없는 주먹의 세계를 기록 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들과의 동료의식이다.

그리고 예리한 직관으로 잡아내는 장면 장면들은 금방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마냥 팔딱거린다.

전시 제목이 ‘그 날 풍경’이지만, 살아 꿈틀대는 ‘날 풍경’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양승우는 고향인 정읍에서 동네 친구들과 ‘건달’ 생활을 하다 서른 즈음에

무작정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공예대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막일을 전전하며 자연스럽게 야쿠자와 노숙인 속으로 들어가서 그만의 작업을 해낸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두 번의 전시를 가져 신선한 충격을 준바 있었다.

친구였던 우리나라 조폭의 모습을 가감하게 드러낸 ‘청춘 길일’은 인간의 욕망이 꿈틀거리게 했다.

두 번째 보여준 ‘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는 일본인 아내인 사진가 ‘히사쓰카 마오’와의 생활상을 서로 찍은 사진인데,

봄날의 연분홍 사랑 같은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전혀 다른 내용의 신선감도 있었지만, 그 정겨움 속에도 그만의 야성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지난 1월 26일부터 열린 양승우의 ‘그 날 풍경’ 기획전은 일본 사진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도몬켄(土門拳) 사진상’ 수상을 기념해 마련되었다.

지난해 4월 수상 이후 도쿄, 오사카, 야마가타를 돌며 기념전을 가진 바 있으나,

정작 수상작을 우리나라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한 미술평론가 황정수씨의 기획으로 추진되었다.


‘도몬켄 사진상’은 1981년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사가 사진가인 ‘도몬켄’을 기려 제정한 상으로

지금까지 37회 수상자를 배출했고, 외국인으로서는 양승우씨가 처음이다.

이번에 보여주는 ‘그날 풍경’전은 수상작인 '신주쿠 미아'를 비롯하여 지난 번 선보인바 있는 ‘청춘길일’ 등 모두 80점을 내 놓았다.






'신주쿠 미아'는 도쿄 환락가의 날 풍경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다.
신주쿠 가부키초 야쿠자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그들을 진압하는 경찰에서 부터 취객이나 거리의 노숙자 등

하층민들의 일상이 가감 없이 담겨있다.

화려하게 장식한 문신을 드러내놓은 사진 한 장은 마치 인간의 욕망을 조롱하는 듯 했다.

권력과 돈을 무기로 온갖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이 득실대는 세상을 향해 비웃고 있었다.

그들의 욕망에 비한다면 인간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본래부터 욕망의 본성을 타고 났다.

잠재된 욕망을 억제하고 살 뿐이지 몸속에는 섹스와 폭력 같은 향락적 욕망은 물론 다양한 욕망이 숨겨져 있다.

그 숨겨진 실체를 사진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양승우의 사진이다. 친근하면서도 그 낯 선 풍경을...






미술평론가 황정수 씨는 "양승우의 사진은 연출이나 기획이란 개념보다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기록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인다"면서 "순간의 움직임을 잡아내지만, 생생한 현장의 움직임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다"고 평한다.

그의 폭력적이고 도발적인 사진을 보면 무언가 불안해야 되는데도 오히려 편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

나를 닮아 가장 편하기 때문’에 음지를 촬영 한다는 양승우씨의 말처럼,

작업이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하게 해야 보는 사람도 편하게 보일 것이다.
오래전 양승우씨의 사진을 본 이태호교수의 말이 문득 생각난다.


“고급스런 하위문화가 넘쳐나는 세상에 저질스런 고급문화를 본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인디프레스’에서 열린다.
(문의 ☎ 070-8917-5113. 010-7397-8498)


글 / 조문호













지난 9월2일 오후6시, '인디프레스'에서 ‘한국현대 형상회화 2016’전이 열렸다.


이 전시는 화가 장경호가 인사동 ‘관훈미술관장’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열어 온 전시다.

한 푼 없는 가난한 화가 입장에서 매년 치룬 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아직까지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형상미술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그의 고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형상미술은 80년대 초반, 민주화가 진행 중인 시대에 격렬한 예술로서 시대적 위기에 맞선

인간과 삶의 문제를 풀어가던 우리 미술의 한 축이기도 하다.

그 무렵 세상 밖으로 밀려나온 민중미술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그 당시 한강미술관장으로 있을 때, 젊은 에너지를 일으켜 장경호를 민중작가로 보는데, 그 건 아니다.

민중미술보다 형상미술이 삶과 시대현실에 더 강하게 다가가게 했다는 점을 그는 간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장경호는 화가이기에 앞서 이론가이고 기획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을 통해 잘 못된 세상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진정한 형상미술 작가가 얼마나 될까?

그 해답으로 장경호가 끌어낸 작가가 이번에 출품한 작가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술을 제대로 모르는 내가 보아도 참신하고 신선했다.

지난 해와 달리 박불똥에서 정복수로 일부 선수가 교체되었지만, 모두가 말하려는 개성이 뚜렷했다

공성훈, 성병희, 이샛별, 이세현, 이흥덕, 장경호, 정복수, 차혜림, 최경선, 최경태, 황세준씨 등 열 한명의 작품이 걸렸는데,

내가 몰랐던 또 다른 가치를 일깨우게 한 전시였다.

장비처럼 호방하게 생긴 장경호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 그림이 많지 않다.

왼 만하면 내 놓아도 될 텐데, 쪽팔리기 싫어 지우기를 반복하니, 그림이 남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출품한,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좋지만, 오래전 본 최시형의 초상화가 더 강하게 머리에 남아있다.

올 해 중에 열릴 ‘나무화랑’ 초대전이 벌써 기다려지는데, 이 친구가 외로움을 너무 많이 타,

술 자리를 넘보아 그게 맘에 걸리지만, 살아남기 위해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

‘한국현대 형상 회원전’에 장경호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가 주도하는 전시이기도 하지만,

형상미술하면 그를 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날 작가들 외에도 김세균 정의당 공동대표인 김세균선생,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사진가 정영신, 강고운시인,

김정대 관장, 노광래 관장, '아라리오 서울'의 박선영씨, 배성일씨 등 많은 분들과 어울려 ‘청하’에서 취했다.


이 전시는 통인동에 있는 '인디프레스'(010-7397-8498)에서 21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글 / 조문호


























































통의동 ‘인디프레스’ 31일까지

‘인디프레스 서울’의 개관 2주년을 기념하는 신학철, 장경호, 박불똥 3인 초대전 개막식이 지난 8일, 경복궁 영추문 맡은 편에 있는 통의동 신관에서 열렸다.



▲박불똥2016 '환갑풍경'pigment print 334x148


개막식에는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작가들이 총 출동했다. 그 것도 청와대 바로 앞에 있는 전시장이 아니던가. 예전 같았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 민중미술이 뜨고 있다. 하도 시국이 어수선하니 그럴까?


▲박불똥2016'세상풍경'pigment print 334x148


오프닝 세레모니로 펼쳐진 장순향교수의 춤도 인상적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춤이라 애잔하고 슬펐다. 시위나 집회 때 마다 춤으로 저항해 온 장순향교수는 80년대 민중춤꾼 이애주교수와 쌍벽을 이루는 투사다.


▲개막식에서 춤을 추는 장순향교수


초대된 신학철, 장경호, 박불똥은 80년대 민주화운동과 맥을 같이해 온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선두주자들이다.

특히 신학철은 1987년 ‘모내기’ 그림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장경호는 암울한 시절 ‘한강미술관’ 관장으로 민중미술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 아니던가.



▲장경호 2016 '악몽-방글라데시' oil on canvas 130.3x162,2


그리고 또 한사람 박불똥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안다.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정권에 대항하는 메시지가 매서웠기 때문이다.

기존의 그림에서 벗어나 사진 오브제를 이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초대전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작가들의 출품작이 민중미술의 신작이기도 하지만, 장경호의 작품은 마치 그의 복귀전이나 다름없는, 잘 만날 수 없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장경호2016'귀' oil on canvas 140x150



최근 들어 독재, 군사정권, 서구 자본주의 등 사회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민중미술이 상승세를 이루며, 신학철씨의 작품은 그리기가 바쁘게 고가에 팔려 나간다.


민중미술이란 본래 물리적 또는 경제적으로 일반 대중들과 가까운 미술이어야 하는데, 민중을 위한 미술이 부잣집의 응접실을 장식하거나 권세가의 밀실에 숨어든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민중의 그림조차 돈만 되면 끌어당기는 자본주의의 무차별적 소유욕을 보는 듯 해 씁쓸할 뿐이다.



▲신학철2016'무제' oil on canvas 112x194



민중적인 미술은 다시 말해 우아함, 장려함, 위대함, 고귀함 따위로 만들어진 모든 가치는 여기서 낯선 것이 된다. 그래서 민중을 위한 미술은 당연히 반 숭고, 반질서, 비복고적인 비판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어프로치하며, 그리고 얼마나 호소력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제아무리 잘 그려진 그림도 진솔한 발언이 없으면 한낱 미사여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학철2016'별이 된 소녀' oil on canvas 112x194


초대 전시된 그림들은 강렬했다.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해서 촉각적 한기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정치, 사회를 향한 그들의 강한 메시지는 예술이 갖는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사회현상을 꼬집고 비웃는, 강력한 현실발언에 통쾌함을 맛볼 수 있었다.


▲좌로부터 신학철,장경호,박불똥.(사진제공=인디프레스)



시대와의 힘겨운 투쟁 속에서 만들어 낸 작품들을 ‘인디프레스’가 찾아내 새롭게 문을 여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인디프레스 : 서울, 종로구 통의동 7-25 / 전화: 010-7397-8498]


[서울문화투데이 /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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