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의동 ‘인디프레스’ 31일까지

‘인디프레스 서울’의 개관 2주년을 기념하는 신학철, 장경호, 박불똥 3인 초대전 개막식이 지난 8일, 경복궁 영추문 맡은 편에 있는 통의동 신관에서 열렸다.



▲박불똥2016 '환갑풍경'pigment print 334x148


개막식에는 권력에 저항하는 민중작가들이 총 출동했다. 그 것도 청와대 바로 앞에 있는 전시장이 아니던가. 예전 같았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 민중미술이 뜨고 있다. 하도 시국이 어수선하니 그럴까?


▲박불똥2016'세상풍경'pigment print 334x148


오프닝 세레모니로 펼쳐진 장순향교수의 춤도 인상적이었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춤이라 애잔하고 슬펐다. 시위나 집회 때 마다 춤으로 저항해 온 장순향교수는 80년대 민중춤꾼 이애주교수와 쌍벽을 이루는 투사다.


▲개막식에서 춤을 추는 장순향교수


초대된 신학철, 장경호, 박불똥은 80년대 민주화운동과 맥을 같이해 온 우리나라 민중미술의 선두주자들이다.

특히 신학철은 1987년 ‘모내기’ 그림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와 검열 문제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장경호는 암울한 시절 ‘한강미술관’ 관장으로 민중미술에 불을 지핀 장본인이 아니던가.



▲장경호 2016 '악몽-방글라데시' oil on canvas 130.3x162,2


그리고 또 한사람 박불똥은 이름만 들어도 다 안다. 폭력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정권에 대항하는 메시지가 매서웠기 때문이다.

기존의 그림에서 벗어나 사진 오브제를 이어 붙이는 콜라주 기법으로 현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 초대전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작가들의 출품작이 민중미술의 신작이기도 하지만, 장경호의 작품은 마치 그의 복귀전이나 다름없는, 잘 만날 수 없는 그림이기 때문이다.


장경호2016'귀' oil on canvas 140x150



최근 들어 독재, 군사정권, 서구 자본주의 등 사회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민중미술이 상승세를 이루며, 신학철씨의 작품은 그리기가 바쁘게 고가에 팔려 나간다.


민중미술이란 본래 물리적 또는 경제적으로 일반 대중들과 가까운 미술이어야 하는데, 민중을 위한 미술이 부잣집의 응접실을 장식하거나 권세가의 밀실에 숨어든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민중의 그림조차 돈만 되면 끌어당기는 자본주의의 무차별적 소유욕을 보는 듯 해 씁쓸할 뿐이다.



▲신학철2016'무제' oil on canvas 112x194



민중적인 미술은 다시 말해 우아함, 장려함, 위대함, 고귀함 따위로 만들어진 모든 가치는 여기서 낯선 것이 된다. 그래서 민중을 위한 미술은 당연히 반 숭고, 반질서, 비복고적인 비판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어프로치하며, 그리고 얼마나 호소력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제아무리 잘 그려진 그림도 진솔한 발언이 없으면 한낱 미사여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신학철2016'별이 된 소녀' oil on canvas 112x194


초대 전시된 그림들은 강렬했다.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해서 촉각적 한기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정치, 사회를 향한 그들의 강한 메시지는 예술이 갖는 존재 이유이기도 했다. 사회현상을 꼬집고 비웃는, 강력한 현실발언에 통쾌함을 맛볼 수 있었다.


▲좌로부터 신학철,장경호,박불똥.(사진제공=인디프레스)



시대와의 힘겨운 투쟁 속에서 만들어 낸 작품들을 ‘인디프레스’가 찾아내 새롭게 문을 여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인디프레스 : 서울, 종로구 통의동 7-25 / 전화: 010-7397-8498]


[서울문화투데이 /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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