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호 '유작전 ‘문선호 사진, 사람을 그리다'가

지난 24일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1-2층에서 개막되었다.

장욱진, 김창열, 천경자 등 한국의 대표 미술가를 비롯해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사진 200점을 내 걸었다.

 

문선호는 사진가이기 이전에 화가였다.

1950년대 중반 사진가로 진로를 바꾼 후

75세에 타계하기까지 사진에만 매진했다.

 

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한국현대미술대표작가 100인선집’을

기획 제작하여 경제적 부도 누렸다.

그 작업으로 많은 화가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했다.

 

화가 100인 선집 성공에 힘입어 83년 ‘한국현대사진대표작선집’도 발간했다.

그러나 85년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사진가로서의 존경심이나 자존감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그는 화가 출신이라 그런지, 회화적 표현에 관심이 많았다.

자신의 조형의지를 실천하려 사진을 활용했지만,

세월이 지나며 인물에 대한 사진적 역사성도 겸비할 수 있었다.

 

그가 찍은 오래된 초상사진에서 아련한 추억이 몰려온다.

인물 사진만큼 시대상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

사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요. 가치가 아니겠는가?

 

얼마 전 타계한 김창열 화백의 오래된 사진도 그렇지만,

겨울나무와 대비한 장욱진 화백 모습은 화가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며

서정적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은 영화배우나 연예인 사진은

충무로에서 상업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찍은 광고 사진이다.

한 때 은막을 누볐던 윤정희, 문희, 이순재, 최불암 등

스타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향수를 자극한다.

 

이 전시는 ‘가나문화재단’이 추진한 전시다.

인물 사진 180점은 1층 본관에 전시되었고,

문선호씨의 예술의지가 투영된 작품 20여 점은 2층에 전시된다.

생전에 출판한 도록과 사용한 카메라 등의 유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 전시는 오는 4월 5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얼마 전 독방에 갇혀 있을 때, 다짐한 것이 여럿 있었다,
휴대폰과 페북에서 해방되는 것과 전시장을 멀리 하는 것 등인데,
쓸데없는 일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 일만 열심히하며 재미있게 살기위해서다.

그 중 유일하게 페북에서 헤어나지 못한 것은 중독성이 강하기도 하지만,
그 마저 없다면 세상과의 소통이 단절될 것 같아 하루에 한 차례만 접속하기로 했다.
그리고 습관처럼 들락거리던 전시장 출입을 삼가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며칠 전에는 파주 헤이리에 간적이 있었다.
정영신씨 따라 잘 아는 분 전시에 갔는데, 나만 들리지 않고 차에서 기다린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멀리까지 와서 안 볼 일은 아니었다.


전시장에 들리면 전시리뷰 쓰는 버릇 때문인데, 보아도 안 쓰면 될 것 아닌가?
전시 작가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성질이 모질지 못해 하던 일은 쉽게 끊지 못한다.
더구나 인사동에서 열리는 좋은 전시는 알려야 한다는 부담 같은 것도 따른다.




문제는 열심히 취재해 소개해주어도, 칭찬은커녕 욕이 바가지라는 점이다.
속된 말로 국 쏟고 뭐 데이는 격이라 진즉부터 그만두고 싶었던 일이다.
대개 작품에 대한 칭찬은 좋아하지만, 쓴 소리는 원수되기 십상이다.

사실 평론가도 아닌 주제에 비판할 자격도, 할 필요도 없다.
작업노트나 서문 등의 보도자료에 근거하거나 직접 인터뷰하여 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월급 받는 기자도 아니면서, 입에 발린 소리는 하기 싫은 것이다.
이제 글을 쓰더라도 보도자료 대로 소개할 뿐 사견은 달지 않기로 했지만,

청탁에 의한 글이라면 사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김동진씨 전시가 열리는 것은 페북을 보고 알았지만,
정선에서 농사 준비하느라, 전시가 끝나는 지난 토요일에야 부랴부랴 찾아갔다.
그것도 급하게 오느라  정선 집에 가방을 두고 와 빈털터리가 되어버렸다.
그의 치매수준이지만, 그 먼 길을 다시 갈 수야 없지 않은가?
오월 초순 모종 심으러 갈 때 가져올 생각으로 돈과 카메라를 빌려야 했다.



김동진씨 전시작품이 궁금하여 구경만 할 작정으로 갔으나, 습관차럼 글을 쓰게 된다.

이미 전시는 끝났으나, 안내 글이라기 보다 그동안의 일기에 불과하다.


'갤러리 브레송'으로 가다 전시장 입구에서 사진가 김영호씨를 만나기도 했다.
전시작가 김동진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으나, 작품은 일찍 철수해 버렸더라. 

포장하던 작품을 다시 한 장 한 장 꺼내 보여주었는데, 미안하기 짝이 없었다.



비린내 물씬한 인간들의 광기어린 욕망이 꿈틀대는 사진이었다.
‘눈빛사진가선’ 63호로 출판된 김동진 ‘해운대’사진집이 잘 말해 준다.


-눈빛사진가선63 / 김동진사진집 / 해운대 / 가격12,000원-


시인 김수우씨가 쓴 사진집 서문 일부로 대신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태어난 해운대는 몸의 중력으로 가득했다. 바다는 근원을 묻지만, 현대인은 근원에 익숙하지 않다. 근원에 익숙하지 않는 현대인에게 ‘정체성’이란 정말 애매한 개념이다. 작가의 사진 속 몸의 실재들도 애매했다. 그 불투명과 애매함은 곧 통증이었다. 통증은 어디선가 투명한 진실이 긴 발톱을 내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바다 앞에선 누구나 쉽게 벗고 쉽게 맨발이 된다. 제 몸뚱이를 항상 날것으로 내놓는 물결 때문일까. 옷이라는 중력을 벗으면서 원래 자기가 되었다고 착각한다. 벗는 방식도 살아온 방식만큼이나 비슷하지만 다양하다. 닮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다르고 싶지도 않은 현대인은 자기분열로 인한 갈등의 몸을 가지고 있다. 그 몸을 던지기도, 눕히기도 하면서 모래알처럼 데리고 놀다가 날아오르듯 물결 속으로 뛰어든다. 몸이 근원적인 자연일까. 벗은 몸이 자신의 본래일까. 문제는 그것이다.”




그런데, 기념사진이라도 몇 장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었으나, 빌려 온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마치 전시장은 들리지 않는다는 초심을 지키라는 저항 같았다.




작가 김동진씨를 비롯하여 김남진관장, 김영호, 류현동씨와 함께 ‘사랑방’이라는 백숙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함께 축배를 들며 전시를 마무리했는데, 좌우지간 술만 들어가면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여 큰일이다.

요즘 술상에 자주 오르는 오거돈시장 덕분에 색깔 섞인 이야기가 튀어 나왔는데, 자나 깨나 입조심해야 한다.


좋은 시간 만들어준 김동진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다시 한 번 전시를 축하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손은영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사진전이 오는 27일까지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요즘은 사진전에 아예 관심을 끊어 어디서 뭐가 열리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다.

씨잘때기 없는 사진도 너무 많지만 뒷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진전 소개 글은 일체 쓰지 않겠다고 작심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갤러리 브레송김남진 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 일 없으면 술이나 한 잔하자기에,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 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저녁이나 먹을 생각으로 털고 일어났다,

멀다면 모르겠으나 동자동에서 충무로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아니던가?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들 집에서 도를 닦아 산중에 계신 도사들 자리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김남진씨 혼자 텅 빈 전시장을 지키며 일하고 있었는데,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유럽으로 유학 간 딸과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비행기 삯이 걱정되어 사지에 있는 딸을 못 오게 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전시장을 둘러보니, 손은영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시골 사람들이 여기 저기 서 있는 정면 사진들인데, 돈 안 되는 사진 찍었구나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른 사진이면 몰라도 사람 사진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사람을 찍어 오기도 했지만, ‘두메산골 사람들을 비롯하여 인사동 사람들’, ‘장터 사람들에서는

손은영씨가 보여주는 정면사진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이 집이나 일하던 자리에 담담하게 서 있었다.

한 인물의 정면사진이란 모든 걸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모든 걸 받아들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러한 정면사진은 독일의 아구스트 잔더가 대표적이다. .

그의 사진은 찍힌 개인보다 사람을 직업군으로 보아 작가는 존경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사람을 대하는 근본 자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들도 작고하신 홍순태선생의 '농촌 사람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찍어왔으나,

모두가 시대적, 지역적 환경이 달라 백번이고 천 번이고 계속되어야 할 작업임이 틀림없다.

다들 찍는 스타일에 변별력을 가지려 애 쓰지만,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정신이지 방법은 사족에 불과하다.



손은영씨의 사진은 여지 것 보아왔던 입상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대개 보아 왔던 흑백사진과는 달리 컬러사진인데다, 색조도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개의 사진가들이 찍을 때, 장소와 화면을 이루는 구도, 그리고 사람의 자세나 표정에 신경쓰며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러한 의도적 개입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상황에 처한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일터인 밭이나 살고 있는 집 또는 만난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사람과 환경은 물론이고 자세나 표정이 모두 달랐다.

인물보다 주변환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이 땅을 지키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농민들의 담담한 모습이 자리했다.



대부분의 다큐 사진가들이 흑백으로 기록했지만, 사실은 컬러사진이 훨씬 사실적이다.

부쩍 그런 생각이 앞서는 것은 50년대 찍은 컬러사진들이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이전에 보아왔던 흑백기록에 비해 더 진한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색이 더 해지니 당시의 분위기나 감성까지 읽혀졌다.

손은영씨의 사진 역시 세월이 한 참 지난 후에는, 오늘의 의상 감각까지 생생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전시장을 장식한 사진들은 수레나 자건거를 끌고 가다 마주쳤거나, 텃밭에서나 제초잡업을 하다 멈춰 선 정지된 장면이었다.

급박하게 사라져가는 시간의 자취를 기억하려는 의도에 붙잡혀 있었다.

장소나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찾아 볼 수 없었으나, 오로지 사람과 자연, 삶의 공간, 노동의 현장만 함께 했다.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빠르게 망각되어가는 우리네 삶과 문화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시선도 깔려있다.

민초들의 순박한 모습에서 인간적인 비애도 느껴졌다.



손은영씨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 땅에 의지해 살아 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일 것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은 그 시대에 대한 기록이며 표상이다.’작가의 한마디에 이 사진전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이란 세상의 시작이고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를 만나지 못해 물어보지 못한 의문점도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기록이 우선인지 예술이 우선인지 묻고 싶었다. 기록이 먼저라면 찍힌 사람이나 찍은 곳의 이름과 지명은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화 작업할 때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을 흐리게 한 트릭을 발견했는데,

의도적 개입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처음의 내 말과 배치되는 유일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말하기 좋은 예술을 원한다면 할 말 없지만, 예술도 기록에 충실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좌우지간, 손은영씨가 보여 준 민초들의 얼굴과 몸은 우리네 전통이며 역사임에 틀림없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 조문호







사진가 이주용씨의 ‘항해1 프로젝트’가 지난 13일부터 청계천 ‘바다극장’에서 열렸다.
‘한예종’교수인 이주용씨의 일관된 주제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역사다.
사진의 근원에 대한 원형을 찾는 작업의 연속이다.
한 때는 ‘천연당사진관‘을 기억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등 동양권을 떠돌기도 했고.
이번은 두만강 접경지역에 사는 조선인들의 지나 간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항해1 프로젝트'는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 두만강, 백두산,

압록강 접경지역을 거쳐 단둥항에서 인천항으로 이어진 항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여객선에서 시작된 전시와 설치작업은 산둔촌의 빈집, 내두산촌의 폐교, 삼봉촌집,

철원의 정미소를 거쳐 청계천 바다극장에서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

이주행로 같은 방향으로 옮겨가며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7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을 찾아나섰는데, 청계천에 ‘바다극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길을 수 없이 지나쳐도 몰랐는데, 극장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도 생소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짐 꾸러미가 놓인 미로를 비집고 올라가니, 오래된 바다극장이 나왔다.



극장 입구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 걸려 있는 대형사진들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무표정한 초상사진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 같은 따뜻한 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포근하면서도 얼굴에 한이 서린 친숙한 동포들의 모습이었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 빛, 홀로그램, 기록 재생장치 같은 기구들도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고 유물적인 집기들에 의해 전시는 더 빛났다.



초대 시간에 맞추어 극장을 찾아 온 분은 대략 200여명 될 것 같았다.

극장 전면에 걸렸음직한 대형 간판 위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 아래는 음악가 두명이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했다.

흘러나오는 음률이 얼마나 애잔한지 눈이 시러웠다.



흐릿하게 간판 위로 스쳐가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어린이들과 북녘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며, 

그토록 동포애를 강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얼마나 분위기에 빠졌으면, 사진 찍는 일도 잊어버렸을까?



연주가 끝나니, 이주용씨와 ‘바다극장’ 극장장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대형극장에 밀려 폐관된 극장을 지켜며 그 자리를 만들어 준 극장장이야 말로

이 ‘항해1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화가가 그린 대형 간판을 비롯하여 사진과 음악, 영상, 빛, 홀로그램 등으로 시간의 기억을 끄집어 낸 종합예술이었다.

이주용씨는 사진가이기 전에 역사가이고 연출가였다.



이주용씨를 처음 만난 것이 83년도 였으니, 30년도 넘었다.

내가 ‘월간사진’에 있을 때, 그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 있는 브룩스대학에서 공부할 때다.

어느 날 잡지사에 찾아 와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가들을 찾아 인터뷰 할 테니, 연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외국 사진 잡지나 번역해 지면을 채워야 하는 당시의 형편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안젤아담스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나 작품들을 매달 특집으로 게재할 수 있었다.

사진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그 당시의 인터뷰기사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 뒤 귀국해서는 ‘포토291’을 창간하여 사진잡지에 변화를 리드했다.

그러나 초보적인 내용의 대중 잡지나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 전문적이고 괜찮은 사진잡지는 팔리지 않았다.

몇 년을 지탱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뒤부터 이주용씨를 만나지 못했다.



‘신구전문대’를 거쳐 ‘한예종’ 교수로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삼년 전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다.

동자동에 살며 주민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지 못해 안달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사진프린트기를 구입해 동자동 쪽방을 찾아 온 것이다.



그때서야 그가 진행해 온 ‘천연당사진관’ 프로젝트도 알게 되었고, 평창동 작업실도 가보게 되었다.

그의 작업실은 마치 박물관 같았다.

숱한 년륜이 쌓인 뷰카메라에서부터 다양한 사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내가 지켜 본 사진가 이주용씨의 치밀하고 적극적인 작업방식, 아니 삶의 방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본 ‘항해1 프로젝트’의 진행 중 우연히 발견했다는 책 ‘호랑이를 죽여라’는

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 여성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희생만 강요당한 이주여성의 한 개인사를 통해 근현대사를 조명한 전시의 핵이었다.




영화에서는 전쟁과 폭력, 이데올로기의 가면 속에 숨겨 진 욕망이

우리민족의 이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전시는,19일인 오늘이 마지막이다.

시간 되는 분들은 꼭 한번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글 / 조문호






















나는 그녀를 찍었다
I shot HER展

2020_0107 ▶︎ 2020_0227 / 일,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works from the collection

Alexander Rodchenko_Barbara KrugerBarbara Morgan

Bert Stern_Françoise HuguierJan Saudek_Katy Grannan

Nan GoldinRalph Gibson_Ralph Ueltzhoffer

Ruth OrkinSam Taylor-Wood_Sarah Moon_Shirin NeshatYousuf Karsh

김녕만_김동유_김한용

데비 한_안준_우종일_천경우_황규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J

ART SPACE J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SPG Dream 빌딩 8층

Tel. +82.(0)31.712.7528

www.artspacej.com


"만약 신이 여인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나는 화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평생 밝고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여인들을 사랑스러운 붓 터치로 그려낸 프랑스의 화가 오귀스트 르느와르(August Renoir, 1841-1919)가 한 말이다. 이처럼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자연과 더불어 여인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시대가 규정짓고 요구하는 여성성을 드러내는 '여성의 이미지'는 서양미술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근대 이후 여성의 이미지는 점차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 독립적 주체로 변화되어 왔지만, 신화 속 여신, 모성의 근원인 어머니, 예술가의 뮤즈, 은막의 스타, 작품 의뢰인 혹은 후원자, 그리고 때로는 작가 자신에 이르기까지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이미지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하게 구현되어 오고 있다.



알렉산더 로드첸코_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_43.18×35.56cm_1924


김녕만_전북 고창, 1974_젤라틴 실버 프린트_27×40cm_2014


이모젠 커닝햄_Frida Kahlo Rivera, Painter andWife of Diego Rivera

플래티넘&팔라듐 프린트_51×41cm_1931


그렇다면 현존하는 피사체를 담아내는 사진의 보편적 속성을 바탕으로, 20세기 이후 국내외의 사진가들은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카메라에 담아내었을까? ● 어머니, 당신을 기억하며... 머리에 한 가득 이고 있는 짐도 모자라서 토종 닭 한 마리를 어깨 위로 걸쳐 메고 신작로를 따라 장에 나서는 어머니의 뒷모습(김녕만). 오십이 넘어, 뒤늦게 배운 문자를 통해 신세계를 발견한 듯 돋보기를 들고 신문읽기에 몰두해 있는 노모의 얼굴(알렉산더 로드첸코). ● 은막의 스타, 반짝반짝 빛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6주 전, 패션잡지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 비운의 스타 마를린 먼로(버트 스턴). 그리고 성형시술이라곤 없던 시절, 단아한 고전적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70년대 한국 은막의 스타들(김한용). ● 여성사진가가 담아낸 여성예술가... 동시대 여성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강인한 내면을 카메라 렌즈 사이로 교감하며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 여성사진가 이모젠 커닝햄. 20세기 최고 여류 무용가인 마사 그레이엄의 우아한 춤 동작 속에서 숭고의 표정을 읽어낸 바바라 모건. ● 현대여성, 그 너머를 향하여...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 여성의 두 눈에 텍스트를 병치하여 대중매체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바바라 크루거. 히잡을 두른 무표정한 중동 여인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조국인 중동 여성들의 자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작품을 지속해 오고 있는 시린 네샤트.



바바라 모건_Martha Graham, Letter To The World (Kick)

젤라틴 실버 프린트_35.56×46.99cm(이미지), 40.64×50.8cm(시트)_1940


랄프 깁슨_Bastienne's Eye_젤라틴 실버 프린트_50×40cm_1987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는 "여자란 아무리 연구를 거듭해도 항상 완전히 새로운 존재다"라고 언급했다. 시대를 달리하며 예술이 표현해온 다양한 여성의 이미지에는 그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지향성, 그리고 이를 그려낸 작가의 미적 가치 및 감정 표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나는 그녀를 찍었다』 23인의 작가에 의해 사진으로 남은 과거의 여인들을 바라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또 어떻게 달라져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아트스페이스 J


바바라 크루거_You're Right (And You Know It and SoShould Everyone Else)

리소그래프_22.86×60.96cm_2010


'If God had not created woman's flesh, I would never have been a painter." ● These were the words of August Renoir (1841-1919), who spent his life painting vivid and adorable Parisiennes with bright brush strokes. Women, with nature, has become a source of inspiration for artists throughout history, and the female form expressed in the most idealized femininity has been an integral part of western art. Even though women in works of art have gradually evolved to independent subjects, each with her own identity, we still find women portrayed diversely, as mythical goddesses, mother, an artist's muse, movie stars, client or patron, or the artist herself. ● If so, based on the universal attribute of photography which captures the subject in its existence, how have photographers since the 20th century looked at contemporary living women and captured them with his or her camera? ● Mother, remembering you… The view of a mother's back going to the market, walking down a newly constructed road in the 1970's with a homegrown chicken on her shoulder and a heavy bundle on her head (Nyungman Kim). Face of an aged mother burying herself in the newspaper with reading glasses as if she has found a new world through the letters she learned belatedly in her 50s (Alexander Rodchenko). ● Twinkle Twinkle Movie Stars.... Marilyn Monroe, the ill-fated star, standing in front of Bert Stern's camera to pose for fashion magazine just six weeks before her suicide. Hanyong Kim's 1970's Korean movie stars showing graceful charm with natural beauty before the days of plastic surgery. ● Female artists taken by Female Photographer… Imogen Cunningham who captured contemporary female painter Frida Kahlo's hardy spirit in a photo by connecting with her through the camera lens. Barbara Morgan captures and interprets the sublime facial expression of Martha Graham, Time Magazine's "Dancer of the Century," in motion. ● Contemporary women, heading above and beyond… Barbara Kruger expresses critical view of mass media and the society by juxtaposing a woman's eyes, which are extremely closed-up, with text. Shirin Neshat from Iran continues her work in promoting Muslim women's rights and self-worth with the piece which shows the expressionless face of a Muslim woman wearing a Hijab. ● A great Russian writer, Lev Nikolayevich Tolstoy(1828-1910) said, "Woman, you see, is an object of such a kind that study it as much as you will, it is always quite new." Various images of women expressed in artworks throughout history embody many factors such as the ethical values and directivity of the society as well as the artist's personal aesthetic conviction and emotional expression. 『I shot HER』 Looking at women in the past recorded as photography by these twenty-five artists, Art Space J hopes this exhibition will inspire you to consider the current state of contemporary women and how it has changed over the years. ■ ART SPACE J


Vol.20200107a | 나는 그녀를 찍었다展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 / 저자: 이광수 / 출판사: 알렙 / 페이지: 256P / 발행일: 2019년 11월25일


인문학자이자 사진비평가인 이광수 교수의 에세이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이 나왔다.


몇 일전 정영신씨로 부터 전달 받은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랜 세월 사진을 해 오며 내가 간과한 사실을 분명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하는 이는 물론 사진에 관심을 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었다.

그동안 출판된 사진 관련 이론서적 중 머리에 남아있는 책이라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사진계의 현실이라, 사진인의 한 사람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인은 물론, 내 노라 하는 사진가조차 사진의 가치를 잘 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야! 스스로 좋아 찍는다면 말할 필요는 없겠으나, 제대로 알고는 찍어야 할 것 아닌가?

마침 엊그제 지방에 있는 후배 사진가가 새로 나온 공모전 사진집을 한 권 보내주었다.

책을 펼쳐보니, 숱한 세월이 지났으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내용도 없는, 출품하기 위한 그림 같은 이미지만 나열되어 있었다.

굳이 바뀐 것을 말하라면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변형시켜 하나같이 말끔하다는 것 뿐이었다.

보내 준 성의는 고마우나, 쓰레기에 불과한 책을 부친 우편료가 아까웠다.


물론, 그런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곳도 있을지 모르나, ‘한국사진작가협회’란 거대 조직이

장사 속으로 주구장창 내세워, 순진한 아마추어 사진인들을 길들여 온 결과인데,

그 많은 사진인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하는 소리다.

이왕 사진을 할 바에는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고 방향을 다시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책을 펴낸 이광수 교수는 인도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인도 근대사 연구에 사진이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음을 알아, 사진 이론을 공부하여 사진비평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동안 여러 편의 사진논문도 발표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한 해에 두 세 차례 인도에 체류하며 인도의 종교와 문화, 생활과 역사의 현장을 사진에 담아 왔다.

저자는 ‘디지털이라는 피할 수 없는 기계의 숲으로 덮인 이 시대에서 우리가 하는 인문의 행위는 무엇일까’를 묻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째는 ’봄‘안에 들어있는 권력“,

둘째는 ’봄‘안에 자리 잡은 욕망“, 셋째는 “봄과 나 사이, 사진”으로 구분 되어있다.

권력은 사물에 대한 특정한 시각을 강요하며 다르게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질서를 강요한다.

즉 사진안의 대동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게 본질이 아니기에 해석이 따라야 하고, 사진으로 사유할 것을 권한다.

그 세계에서 단순한 느낌이나 한 가지 생각에 머물지 않고, 그 대상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봄(시선)’과 권력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권력은, ‘봄’과 ‘보임’ 그리고 ‘보여줌’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의 차이가 나와 당신의 사이에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냈다.

모든 게 보기 나름이고, 보이기 나름이고, 보여주기 나름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사유할 수 있는 그 나름의 세계를 ‘봄(시선)’을 통해서 서로 나누어 보는 것,

그것이 사진으로 긷는 인문의 세계다”고 저자는 말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보여주려 하는가?”

사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한다면 바로 이 책을 보라. 책 속에 답이 있다.



글 / 조문호





퓰리처상은 미국의 신문 저널리즘, 문학적 업적과 음악적 구성에서 가장 높은 기여자에게 주는 상으로

매년 언론분야의 8개 부문에서 최상의 수상자를 선정하여 상금을 지급한다.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가 기증한 50만 달러의 기금으로 제정된 이 상은 높은 권위로 1917년 이래 매년 시상되었다.




권위와 신뢰도가 높아 '기자들의 노벨상' 이라 불리는 이 퓰리처상은 언론인들에게는 최고의 영광과도 같다.

그 중 특종사진 부문에 수상한 우리 기억에 생생하게 남은 문제작 몇 점을 골라 사진의 의미를 되세겨 본다.












































[퓰리처상 사진대전 작품집에서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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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미술세계’에서 열리는 강레아씨 ‘산에 들다’ 초대전 보러 인사동 갔다.
전시장을 찾아다니며 전시 리뷰 쓰는 일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한지가 5개월 가까이 되었다.

그 중 진천에서 열린 류연복 판화전을 본 것이 유일했다.

그동안 박불똥씨 전시를 비롯하여 꼭 가보아야 할 전시거나 보고 싶은 전시가 숱하게 많았지만,

어디는 가고 어디는 가지 않을 수 없어 아예 눈을 질끈 감았다. 안 보니 마음은 불편해도 몸은 편했다.




그런데, 지난 달 개인전을 준비하던 사진가 강레아씨로 부터 전시서문을 부탁받은 것이다.

원고료 받는 일이라 쓰고 싶어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안 하겠다고 다짐한 일이기도 하지만, 원고료 받아 팔자 고칠 일도 아니 잖은가?

그렇지만, 원고 청탁을 거절한 죄로 전시회가 열리면 꼭 가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난22일 오후무렵 인사동에 나갔는데, 솔직히 말해 강레아씨 산 사진은 처음 보았다.

20여 년간 산을 탐미해 온 강레아씨의 산에 대한 애착과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좋은 전시였다.

거칠고 우람한 산이 강레아씨의 손길을 거치면서 부드럽고 소담하게 내려앉았다.

몰려다니는 운해나 한지에 의한 프린트 용지의 특성도 작용했지만, 강레아 만의 여성적 감성에서 우러난 것 같았다.



사진을 위해 산에 간 것이 아니라 산이 좋아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 바로 느껴졌다.

북한산이 한 눈에 올려다 보이는 동네에 이주해 산다는 그의 말에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사실 카메라에 찍히는 이미지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니다.

사진에 대한 지식보다 찍고자하는 대상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데,

대부분의 아마츄어 사진인들이 카메라 놀이에 급급한 실정이라 강레아씨 사진이 더 돋보였다.




전시는 오는 12월 2일까지 열리니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인사동 사거리에 있는 ‘갤러리 미술세계’(02-2278-8388)는 옛 덕원미술관 자리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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