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범의 몽마(夢魔)는 현대인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불안과 욕망을 무서운 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누구나 악몽에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무서운 뭔가에 쫓기다 깨어 나 잠 못 이룬 밤이 있었다.

그건 인간의 정신적 불안과 삶의 통증, 그리고 억눌린 욕구가 뒤엉켜 꿈에 나타났을 것이다.

작가는 그 악몽의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인간성 상실로 치닫는 도시문명의 현실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후암동 KP갤러리에서 열린다.

 

 

몽마(夢魔) / The Unconscious Mind

 

허승범展 / HURSEUNGBEOM / 許丞範 / photography.installation 

2021_0708 ▶ 2021_0717 / 일,공휴일 휴관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생명의 즙_100×100cm_2021

 

초대일시 / 2021_0708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www.kpgallery.co.kr

 

 

Korea Photographers Gallery(이하 K.P 갤러리)는 허승범 작가의 사진전 『몽마(夢魔) / The Unconscious Mind』 전을 7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개최한다.'몽마(夢魔)' 는 밤중에 자고 있는 사람을 습격하여 악몽을 꾸게 한다는 악마를 뜻하는 한자어이다. 이번 전시에서 허승범 작가는 본인과 주변인들이 꾸었던 악몽들에 착안하여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집단적 무의식 속에 내재된 어두운 상념의 그림자이자 억눌린 욕망과 욕구들을 사진, 영상작업을 통해 소개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거듭된 우리 사회가 급속히 이룩한 산업화와 문명화 이면에는 해소되지 못한 개인의 억눌린 욕구와 욕망들이 존재하며 이는 무의식에 침잠하여 꿈을 통해 발현된다고 이야기한다. K.P 갤러리는 『몽마(夢魔) / The Unconscious Mind』 전시를 통해 정신적 불안과 압박, 스트레스를 억누르며 쉼 없이 달려가는 우리들이 삶을 돌아보고 무의식에 침잠하여 꿈을 통해 발현되는 현대인의 삶과 모습을 돌아보고자 한다. ■ KP 갤러리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사람들_120×80cm_2021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낮잠_60×90cm_2021

거듭된 과학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급속히 이룩한 산업화와 문명화는 분명 우리들에게 편리한 삶을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인류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미래를 앞당기려는 우리들의 노력은 가시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만하며, 더 큰 성공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동력이다. 하지만 급속한 변화에 따른 현대 문명의 빠른 속도감은 우리들의 삶에 적잖은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사람들_120×80cm_2021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만남보다는 온라인상으로 건조한 안부를 주고받는 데 익숙해졌다. 한 개인이 도시라는 거대한 조직의 요소로 작동하게 함은 개인의 존재적 결핍을 야기하며 우리들의 가치를 군중 속의 익명으로 제한한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무한 경쟁시대에 낙오되지 않기 위해 우리들은 정신적 불안과 압박, 스트레스를 억누르며 쉼 없이 달려가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바쁘고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다 보니'쉼'이란 단어는 사치이자 낙오자들의 넋두리로 전락해버렸다.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친구_80×120cm_2021

강퍅해진 현대사회의 해소되지 못한 개인의 억눌린 욕구와 욕망들은 무의식에 침잠하여 꿈을 통해 발현된다. 학자들의 꿈 해석에는 이견이 있지만 명백한 공통점은 꿈을 통해 우리들의 무의식의 상태를 성찰한다는 것이다. 깨고 나면 희미해지는 대부분의 꿈과는 달리 악몽은 우리들 기억 속에 트라우마가 되어 현실의 스트레스를 매개로 언제든 다시 찾아온다.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날고기_120×80cm_2021

나는 나와 주변인들의 꾸었던 악몽들을 소재로 사진을 찍었다. 우리들은 현대인의 악몽이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악몽은 현대의 집단적 무의식이 보내는 어두운 상념의 그림자이자 억눌린 욕망과 욕구들의 분출구이다. 환부에 느껴지는 통증처럼 악몽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신호는 경고에 가깝다. 화려한 도시의 페르소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몽마는 어쩌면 멈출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바이러스이지 않을까? 현대사회에 증가하는 자살률과 정신질환 발병률은 몽마의 강한 전염력을 증명하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사이코 패스적 범죄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과연 우리들의 내면은 안전한가?

 

허승범_The Unconscious Mind Series, 친구_80×120cm_2021

큰 배에 타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하차 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하나 둘 출입구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간 들고 있던 유리로 된 물병을 떨어트렸다. 물병은 데굴데굴 굴러서 여기저기 부딪혔지만 깨지기 전에 잡을 수 있었다. 그때 갑자기 무슨 일이 있는지 배 안의 상황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배 밖에선 어떤 무리의 시위소리와 총성이 들렸고 배 안의 사람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총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시위대는 출구 쪽 문 앞에서 배 안으로 진입하려 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들고 있던 물병을 주시했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꼈다. 분명 공포에 떨고 있었지만 차분히 물병을 열어 물을 마시려 했지만 손이 떨려 병을 열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기저기 도망치는데 나는 꼼짝없이 그곳에서 물병을 여는 시도를 반복할 뿐이었다. (악몽노트 중에서) ■ 허승범

 

 

Vol.20210709d | 허승범展 / HURSEUNGBEOM / 許丞範 / photography.installation

 

비 오는 날 저녁 무렵 김명성씨와 김상현씨가 동자동에 찾아왔다.

성냥공장 불난 위로주를 한 잔 사려는 자리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자주 만날 수가 없었으니, 엄청 반가웠다. 동자동에는 손님 모실만한 마땅한 밥집이 없었는데, 마침 후암동 ‘속초식당’이 생각났다. 얼마 전 ‘KP갤러리’ 전시 개막식에 갔다가 들린 뒤풀이 집이었다. 대구탕을 너무 맛있게 먹은 기억이 생생했다.그 날은 시원한 지리 안주로 소주 한 잔 때렸는데, 기가 막혔다. 정선 만지산 집에 불 난 이야기가 화두에 오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집은 김상현씨와 김명성씨도 다 인연이 많았던 집이다. 김상현씨는 음악하는 후배들과 어울려 여러 차례 만지산을 적시기도 했지만, 김명성씨는 만지산의 유일한 후원자였다.

 

 

 

20여년 전 ‘동강주민들을 위한 굿마당“을 시작으로 축제 때마다 후원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벌이도 없는 주제에 일 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 번은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만지산 땅 문서를 가져가 돈을 얻어왔다. 내가 산 가격으로 넘겨 줄 계약서를 쓰고 500만원을 받았는데, 중도금도 잔금도 주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땅을 사기 위해 준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 땅만 가져갔다면, 모든 걸 다 태우는 이 지경은 안 되었을 텐데 말이다.

 

 

 

술 마시며 만지산을 생각하니 또 다시 마음이 아파왔다. 내 마음을 아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려 담배 연기에 시름을 날렸다. 세 사람이 소주 두병 시켜 반 병 남겼으니, 다들 엄청 약게 마신 것이다. 아쉽지만 일찍 헤어져 4층 쪽방까지 올라오느라 헉헉댔다. 그 정도로 빌빌거리는 걸 보니 봄날은 간 것 같다.

 

 

 

그 이튿날은 녹번동에서 개겼는데, 저녁시간이 되니 또 술 소식이 왔다. '스마트협동조합' 서인형씨와 최석태씨가 가까운 횟집으로 온다는 것이다. 가보니 비싼 회를 잔뜩 시켜 놓았는데, 맛도 모르는 촌놈이 혼자 다 먹었다. 그 곳에서도 몇 잔 마시지 않았는데, 어질어질 했다. 정영신씨 집으로 술자리를 옮겼으나, 뒷자리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만지산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화가 박건씨의 후원 요청으로 들어 온 돈이 무려 12,910,000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빈 집에 소 들어 온 격이지만, 심적 부담에 편하게 술이 넘어가지 않았다. 도움 준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면, 단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창고’ 1호 만들 생각으로 다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일단 오산에서 마무리 작업 중인 환경 친화적인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자문부터 얻기로 했다. 첫 번째 예술창고에 혼신을 쏟아야 하는 것은 제1창고 완공의 결과에 따라 제2, 제3의 예술창고가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를 뛰어넘는 공간으로 만들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 공간은 69명의 예술가가 후원한 공유 공간이라 여간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번 주 목요일에는 오산에서 작업하고 있는 안애경씨를 만나기로 했고, 금요일부터 정선 현장에서 온 몸으로 부딪혀 보기로 작정했다. 지자체 협조를 얻어야 할 일도 많고 주변 분들의 양해도 필요했다. 언제 쯤 예술창고 1호가 개봉될지 모르지만, 한 번 기대하십시오. 그 때 신명 난 만지산 잔치 한 번 열어 모시겠습니다.

 

사진, 글 / 조문호

TIMESCAPES

 

David Krippendorff_권순관 2인展 

2021_0420 ▶ 2021_0514 

 

권순관_THE RED SMOKE #1_180×150cm_2018

 

초대일시 / 2021_0420_화요일_04:00pm

기획 / K.P Gallery_Chiara Valci Mazzara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kpgallery.co.kr

 

 

Korea Photographers Gallery(이하 K.P 갤러리)는 David Krippendorff (미국)와 권순관 작가를 초청하여 『Timescapes』전을 4월 20일부터 5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가와 문화, 사회 및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두 작가의 작업세계를 통하여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경험되는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의미가 현대적 관점에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David Krippendorff_Nothing Escapes My Eyes 2015_HD film_00:12:14
David Krippendorff_Nothing Escapes My Eyes 2015_HD film_00:12:14

유태계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이탈리아에서 성장하고 독일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David Krippendorff는 본인이 경험했던 소속에 대한 질문들과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을 작품으로 이야기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Nothing Escapes My Eyes' 는 이집트 노예가 된 에티오피아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영상작품이다. 이 예술영화는 기존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강요받았던 공주의 정신 분열적 모습을 식민지 시대에 건립된 이집트 카이로의 오페라 하우스였던, 하지만 화재로 인해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한 건물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시에 소개되는 「Kali」는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파괴의 여신 이름을 차용한 영상작품으로서 사회 권력에 의해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아랍인 여성 청소부의 분노와 복수에 대한 독백을 통해 현대사회가 지닌 억압, 착취 불의의 문제를 개인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권순관_THE FACING MOUNTAINS_150×180cm_2018

한편 권순관 작가는 제주 4.3 학살이나 노근리 사건 등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희생된 사람들과 해당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주제로 사진, 설치 등의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작업을 통해 숲으로 변해버린 학살이 진행된 현장과 당시 희생자들이 바라보았을 하늘과 파도의 모습을 역사적 관점에서 유추하고 과거의 기억이 여전히 우리 사회가 지닌 본질의 한 부분임을 이야기한다.

 

권순관_THE WAVE_225×180cm_2018

이번 전시의 제목 타임스케이프는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 함수를 뜻하는 물리학적 용어이다. K.P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시간, 또는 시대와 함께 이해되는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정체성이 유동하는 사회적 환경과 시간의 흐름 속에 고정되고 정지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변화되는 다원적이고 유동적인 것이며 시점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David Krippendorff 는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며 비디오와 실험적 영상작업을 하는 작가이다. 베를린 태생의 작가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베를린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였다. 그의 영화와 비디오작업은 미국 뉴욕미술관, 영국 ICA 런던, 독일 함부르크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소개되었으며 Prague, Poznan, Tel Aviv, Asunción 비엔날레에 초대되었다. ● 권순관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개인의 경험과 사회의 역사 사이에서 경험하는 혼란을 포착하는 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2005년 대안공간 풀의 '새로운 작가', 2007년 5.18 기념재단으로부터 '올해의 사진가'상을 받았다. 성곡미술관, 아트센터나비, 대안공간 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부산비엔날레, 아르코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 K.P 갤러리

 

권순관_THE RED SMOKE #2_180×150cm_2018

 

권순관_THE VALLEY OF THE DARKNESS #7-1_240×180cm_2016
David Krippendorff_Kali 2017_HD film_00:08:57
David Krippendorff_Kali 2017_HD film_00:08:57

On the occasion of the duo exhibition Timescapes, David Krippendorf and SunKwan Kwon present pieces which are related to a multidimensional treatment of time implied by the use of different media and by a different approach to the narrative, content and concept at the base of the conceivement of the works. ● Both worlds of references are intertwined by immediate narratives together with meta- narratives, questioning themes such as injustice, identity, loss and sense of belonging, as in Krippendorf's works, as well as the barriers between silence and awareness and photography as a way of healing personal wounds as in the pieces by SunKwan Kwon. ● Timescapes is a moment fixed in time and simultaneously a continuum flow which develops through photography and video. The exhibition title refers to a time-based idea: in physics it is a function of time that is dependent on the position of the observer: it relates the pieces of the two artists by affinity through the complexity and multi layered narrative of their artistic production but also by initiating a discourse which involves different positions and time lengths, approaches, experiences of the observer in front of the video works or before the photographic pieces. ● On the occasion of the show the public is invited to move towards, observe, stand still, follow a narrative, immerse in a story. The two artists are offering a wide perspective of meanings and tales to be discovered; they tell them differently, nevertheless they profoundly address social issues, stories and accounts poetically yet strongly elaborated through their chosen media and deeply elaborated within their creative process. ● David Krippendorff is a german artist, video- and experimental filmmaker. Born in Berlin, he grew up in Rome IT and studied art at the University of Fine Arts in Berlin DE, where he graduated with a masters degree in 1997. His works, films and videos have been shown internationally, a.o. at New Museum NY, USA, ICA London UK, Hamburger Kunsthalle, Hamburg, DE, Museum on the Seam Jerusalem. He has participated in four Biennials (Prague, Poznan, Tel Aviv, Asunción). He lives and works in Berlin. ● SunKwan Kwon is a korean artist, lives and works in Seoul. Holds a BFA at Sangmyung University and an MFA a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Art. His works have been shown nationally and internationally, a.o. at Seoul Museum of Art, Goeun Museum of Photography of Busan, Art center NAbi and in the frame of various exhibition programs, residencies and biennials in China, Philippines, Poland and Australia.

 

 

Vol.20210420d | TIMESCAPES-David Krippendorff_권순관 2인展

충돌하는 이미지들 Clash of images

 

안준_이주용_이진경展 

2021_0317 ▶ 2021_0413 / 일,공휴일 휴관

 

이주용_Dreaming Series_LED 패널_160×120cm_1999

 

 

초대일시 / 2021_0317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kpgallery.co.kr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이하 K.P 갤러리)는 2021년 3월 17일부터 4월 13일까지 안준, 이주용, 이진경 작가를 초대하여 『Crash of Images-충돌하는 이미지들』 전시를 개최합니다. 전시에 소개되는 작가들의 작품들은 독립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제작된 창작 작품들로 작업의 연계성은 없지만 갤러리 공간에서 서로가 지닌 지점과 조우해 Invisible Image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경험과 작업의 이해들을 관람객들에게 선사합니다. ● K.P 갤러리는 상이한 작품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갤러리 공간을 열린 감각공간으로 변화시키고 가시적인 작품들이 생산하는 비가시적인 의미생산에 주목합니다. 또한 작가, 작품 중심의 이미지 해석과 이해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 KP 갤러리

 

 

안준_The Tempest_150×100cm_2020

 

 

『Crash of Images-충돌하는 이미지들』 전시는 각기 다른 예술 세계와 특성을 가진 세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 안에 배치시켜 이미지들의 만남과 부딪힘으로 인해 작업의 의미가 어떻게 재생산되고 증폭되는지 주목하고 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 내는 전시이다.

 

 

이주용_Dreaming Series_LED 패널_160×120cm_1999

 

 

개인적 미감에 의해 완성된 작품은 그것이 속한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작동되고 공간의 연출에 따라 다른 작품들과의 관계가 형성된다. 전시장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작품끼리의 조화와 충돌을 통하여 매 순간 사건들이 일어나고 가치가 부여되는 장소이며 상호 관계 속에서 작품의 의미가 드러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기획전에 초대된 안준 작가의 팔당댐 방류 장면 사진과 이진경 작가의 검정비닐 초상사진, 이주용 작가의 정지된 인체 제스처 작업의 만남이 그러하다. 물론 세 작가가 이미지에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각각의 작품은 나름대로의 깊은 철학적·미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충돌하고 거기에 관객의 상상력이 개입될 때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이진경_Portrait1_125×100cm_2019

 

 

예컨대 검정비닐을 초상처럼 찍은 이진경 작가의 작업 앞에서 지구오염의 주범인 검정비닐이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소비의 산물임을 인식하게 되고 그것이 곧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로 인해 폭풍우 치는 바다를 찍은 것처럼 보이는 안준 작가의 「tempest」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으로 만들어진 댐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치 격렬한 자연의 반항이나 곧 사라질 인간의 욕망으로 느끼게 한다. 그리고 특정한 인체의 제스처를 담은 이주용 작가의 사진이 두 작가의 사진과 만나 본래 의도와 다르게 과도한 인간의 욕망으로 결국 소외되고 고통을 겪는 인간의 몸부림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다. 연관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한 공간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새로운 시각적 볼거리와 의미들이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의 상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안준_The Tempest_150×100cm_2020

 

 

『Crash of Images-충돌하는 이미지들』展은 단순히 영역을 나누어 작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간에 소통을 돕는 매개체로서의 전시 공간 안에서 관객이 작품과 만날 때 각자 해석의 층위를 형성하고 보다 입체적으로 감상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이는 관객들에게 초대된 세 명의 작가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의 작업이 서로 관여하여 어떻게 시각적 충돌을 일으키고 새로운 내러티브 갖게 하는지 하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세 작가의 세계관이 조응하여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는 과정과 이미 존재하는 작업의 절대적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 오혜련

 

 

안준_The Tempest_100×150cm_2020

 

 

The Tempest ● 이제 연회는 끝났다. 이 배우들은 아까도 말했지만 모두 정령들인데, 이제 공기 속에, 엷은 공기 속에 녹아버렸지. 그리고 이 주추도 없는 환영의 건물처럼 구름에 휩싸인 탑도, 찬란한 대궐도, 장엄한 사원도, 거대한 지구 자체도, 아니, 지상의 모든 것들이 끝내는 녹아서, 이 가상의 구경거리처럼 사라져가 자국조차 남기지 않게 된단 말이다. 우리는 마치 꿈과 같은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우리의 짧은 삶 또한 꿈으로 둘러싸여 있는거지. ■ 안준

 

 

이진경_Portrait 04_125×100cm_2019

 

 

PortraitThe Tempest ● 이제 연회는 끝났다. 이 배우들은 아까도 말했지만 모두 정령들인데, 이제 공기 속에, 엷은 공기 속에 녹아버렸지. 그리고 이 주추도 없는 환영의 건물처럼 구름에 휩싸인 탑도, 찬란한 대궐도, 장엄한 사원도, 거대한 지구 자체도, 아니, 지상의 모든 것들이 끝내는 녹아서, 이 가상의 구경거리처럼 사라져가 자국조차 남기지 않게 된단 말이다. 우리는 마치 꿈과 같은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우리의 짧은 삶 또한 꿈으로 둘러싸여 있는거지. ■ 안준_04에 대한 조각 글 ● 비명이다.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소리를 내려고 배에 힘을 줘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몸을 뒤틀고 쥐어짜내도 목구멍으로 아무 소리도 올라오지 않았다. 심연은 몸짓만 남을 뿐 소리도 집어 삼켜버리는 것 같았다. 토해내지 못한 비명을 삼키고 웅크리고 앉은 검은 덩어리는 그 기억들도 삼켜버리고 유령처럼 떠돈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을 삼키고 웅크리고 앉아 어느날 납작해진 몸뚱아리가 되어 그것이 있었던 시간까지 납짝하게 접어버린다. ■ 이진경

 

 

Vol.20210317b | 충돌하는 이미지들 Clash of images展

Stranger Fruit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존 헨리展 / Jon Henry / photography 

 

2021_0113 ▶ 2021_0208 / 일,공휴일 휴관

 

 

존 헨리_Untitled 19, Magnificent Mile, ILsm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존 헨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번지) B1

Tel. +82.(0)2.706.6751

kpgallery.co.ko

 

 

미국 내 존재하는 인종주의와 흑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부당한 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의 아픔과 슬픔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Jon Henry의 "Stranger Fruit ;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전시가 2021년 1월 13일부터 2월 8일까지 후암동에 위치한 Korea Photographers Gallery(이하 K.P Gallery)에서 개최된다. 미국의 흑인 여가수 Billy Holliday가 미국의 인종주의와 흑인에 대한 폭력을 고발하기위해 1939년 발표한 곡 'Strange Fruit' 제목을 차용한 Jon Henry의 사진들은 Aperture Foundation, Smack Mellon, BRIC 등 수 많은 주요 갤러리에서 소개되었으며 현대사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아놀드 뉴먼상, 엔포코펠로우상, 렌즈컬쳐 신인 아티스트상, Kodak이 후원하는 Film Photo Prize 을 수상하였다.

 

 

존 헨리_Untitled 10, Flushing, NYsm

 

존 헨리_Untitled 50, West Orange, NJsm

 

 

Brooklyn에서 활동하며 최근 미국 사진계에서 주목 받는 사진가 Jon Henry는 더 이상 포플러 나무에 흑인의 몸이 매달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흑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존재하며 흑인 가정의 아이들은 길거리에서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K.P Gallery 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삶 속에 빈번히 일어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갈등이 개인에게 어떠한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성찰하고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부제처럼 그 누군가의 불행이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존 헨리_Untitled 5, Parkchester, NYsm

 

 

사람들 사이에는 인종, 성별, 세대, 사회적 위치, 신분 등 수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차이가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거리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다르다는 것에 대한 인식과 거리감을 넘어 차이가 우열을 가리거나 적대감, 편견으로 발전되기 시작하면 차별이 시작된다. 사전적 의미의 차별이란 "다르다는 것을 이유로 어떤 사람이나 그가 속한 집단을 편견과 선입관에 근거하여 불이익을 주고 그들의 사회적 참여를 가로막는 관행이나 제도"를 말한다. 나와 다르면 틀리다, 잘못되었다고 규정해 혐오와 차별 그리고 배제의 틀을 씌운다.

 

 

존 헨리_Untitled 2, Co-Op City, NY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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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종차별이다. 인종(race)은 피부색에 근거해 타자를 분류하고 측정하고 가치를 정하는 과학적 근거를 갖기 어려운 개념이며 서양의 정치 이데올로기에 의해 만들어진 구분이다. 이러한 민족, 사상, 국적, 장애 등의 구분에 의해 나치의 홀로코스트는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을 저질렀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차별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경찰의 무릎에 8분간 목이 짓눌리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미국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미국의 뿌리 깊은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 속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흑인 인권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사회적 논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존 헨리_Untitled 33, Jersey City, NJsm

 

 

이번 K.P의 전시 Stranger Fruit을 작업한 Jon Henry는 미국 내 흑인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사진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는 작업을 통해 사회적 공감을 이끌어 내고 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그의 Stranger Fruit는 특히 피해자의 가족에 초점을 맞추었다. Jon Henry는 예수가 희생당한 후 성모의 슬픔과 비통을 표현한 피에타에 착안하여 작업을 한다. 작가는 사건이 끝나고, 보도와 판결이 끝난 후, 가족들과 피해자의 엄마는 지금 심리적으로 어떠할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지에 대해 관객들의 공감을 호소한다. 자식을 먼저 보낸 가족들의 마음과 엄마의 슬픔은 되새길수록 더욱 깊어질 것이고 생각할수록 심장은 아픈 기억으로 오그라들 것이다. 적막한 밤이 되면 문득 엄마를 부르며 문을 두드릴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며 늘 회한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하지만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눈물이 아니라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며 아물지 않는 상처이기 때문이다.

 

 

존 헨리_Untitled 48, Inglewood, CAsm

 

 

인종차별, 인권문제, 이것은 먼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목숨을 잃은 조지 플로이드는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우리 역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낙인찍고 배제하고, 편 가르고, 인종,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 등 각종 차이에 따른 차별을 계속 자행하고 있다. K.P Gallery는 이번 전시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차별, 부당한 폭력으로 자식을 잃은 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공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닌 나와 다른 사람, 사회적 약자,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과 갈등이 만들어내는 결과와 책임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흑인의 인권문제는 차별의 문제이고 인간의 문제.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며 Black Lives Matter',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다. All Lives Matter' ■ 오혜련

 

 

존 헨리_Untitled 44, Crenshaw Blvd, CAsm

 

 

Strange Fruit은 미국 사회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죽임을 당한 흑인들에게 바치는 작업이다. 스마트 폰과 공개 영상에 담긴 그들의 모습을 보라. 불필요하고 과도한 폭력에 의해 흑인들의 삶이 송두리째 날아갔다. 다음은 누구인가? 나일까? 내 형제들일까? 아니면 내 친구들? 어떻게 우리가 이 폭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분노와 데모에 밀려 어머니들의 고통은 희석된다. 법적인 결과가 무엇이든, 어머니들은 아들의 죽음을 견뎌야만 한다. 재판이 끝나고, 데모대가 집으로 돌아가고, 뉴스 카메라가 꺼져도, 어머니는 그 자리에 남아 신음을 내뱉으며 살아남는다. ● 나는 어머니와 그들의 아들을, 그들이 사는 곳에서, 고통을 견뎌야만 하는 현실을 재현해 달라고 부탁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에 담긴 흑인 어머니들은 비록 아들을 잃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현실과, 그 현실이 자신의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아들을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 재현하였다. ● 이 시리즈의 제목은 Billy Holiday의 노래 'Strange Fruit'에서 차용하였다. 더 이상 포플러 나무에 흑인의 몸이 매달리지는 않지만, 흑인 가정의 열매들은, 우리의 열매들은 길거리에서 죽임을 당한다. ■ 존 헨리

 

존 헨리_Untitled 42, Central LA, CAsm

 

 

Strange Fruit was created in response to senseless murders of black men across the nation by police violence. Even with smart phones and dash cams recording the actions, more lives get cut short due to unnecessary and excessive violence. ● Who is next? Me? my brother? My friends? How do we protect these men? ● Lost in the furor of media coverage, lawsuits and protests is the plight of the mother. Who, regardless of the legal outcome, must carry on without her child. ● I set out to photograph mothers with their sons in their environment, reenacting what it must feel like to endure this pain. The mothers in the photographs have not lost their sons, but understand the reality, that this could happen to their family. The mother is also photographed in isolation, reflecting on the absence. When the trials are over, the protesters have gone home and the news cameras gone, it is the mother left to mourn, to survive. ■ JON HENRY

 

 

Vol.20210113a | 존 헨리展 / Jon Henry / photography

한국전쟁 중 영동 노근리 양민학살 현장을 기록한 ‘그해 여름 노근리’전이 지난 17일 후암동 ‘K.P Gallery’에서 개막되었다.

이 전시는 불행한 과거사와 진실을 쫒아 작업 해온 사진가 김은주씨와 만화가 박건웅씨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KP갤러리'는 동자동과 가까워 전시 개막일만 피해 가려했으나, 미안한 생각이 들어 미루어졌다. 며칠 전 정영신씨를 통해 제안해 온 초대전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동사무소에서 마스크 얻어 오는 길에 잠시 들렸는데, 전시 기획자를 만나 거절한 이유라도 변명하려 했으나 만나보지 못했다.

 

사진가 김은주씨가 기록한 노근리 쌍굴 다리의 흰 동그라미 표식들은 당시 숨져간 원혼들의 비명인 냥 가슴에 내려 꽂혔다. 인물의 장소성에 초점을 맞춘 사진에서 그 날의 참상을 떠올리며, 전쟁과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피해자 증언으로 현장을 묘사한 만화가 박건웅씨의 그림도 당시 상황재현에 일조했다.

노근리 사건은 과거의 불행했던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고통스러운 기억이고 증언이었다.

전시된 작품에서 아픈 기억들이 되 살아났는데. 전시장 모퉁이에서 상영되고 있는 피해자의 증언을 듣다보니 재차 분노가 치밀었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미군들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로와 쌍굴다리에 폭격과 기관총을 무차별 난사하며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7월 25일 밤부터 7월29일 까지 자행되었다. 기밀 해제된 미국문서에 의하면 전선을 넘는 피난민까지 모두 사살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피난민 속에 북한군이 숨어있을 것을 우려했겠지만, 아무런 방비도 없이 무리지어 피난을 떠나는 양민을 학살한 사건이라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1999년 9월 미국 AP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비밀 해제된 미 제1기병사단 군 작전명령에는 "미군의 방어선을 넘어서는 자들은 적이므로 사살하라. 여성과 어린이는 재량에 맡긴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참전병사 조지 얼리의 증언에 의하면 당시 소대장이 미친놈처럼 소리 질렀다고 한다. "총을 쏴라. 모두 쏴 죽여라." 총을 겨누는 곳에 어린이도 있다고 했으나, "목표물이 뭐든지 상관없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장애인이든." 아무리 전쟁 통에 눈알이 뒤집혔다 해도 어찌 이처럼 짐승만도 못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가?

 

당시의 폭격과 기관총 난사로 사망자 135명, 부상자 47명 등 모두 182명의 희생자가 확인되었는데, 400여명의 희생자 대부분이 무고한 양민이었다. 지금은 겨우 20여명이 살아남았으나, 그 마저도 눈을 잃었거나 온 몸에 깊은 상처를 남긴 분들이다.

무차별 사격에 가족을 잃은 정은용 노근리사건 대책위원장이 펴낸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1994,4)와 학살사건을 고발한 영화 “작은 연못”(2010,4)이 제작되어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는데, 전쟁 기록 문서를 찾아 전 세계에 알린 세 명의 AP기자는 2000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건 피해자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2004년에는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법안인 노근리 사건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유족들은 미국정부와 상 하원, 그리고 한국정부와 국회에 손해배상과 공개사과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배상이나 보상도 받지 못했다, 당시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의례적인 ‘깊은 유감’ 이란 말만 들었을 뿐이다.

 

미군들의 만행은 노근리에 끝나지 않았다.

1950년 8월, 여수 남면 '이야포'와 '두룩여' 에서도 노근리와 비슷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부산에서 피난민 수백 명을 태운 피난선이 여수 안도에 도착했는데, 당시 미군이 피난선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해 150여명이 숨졌고, 당시 해상에 있던 어부들 까지 숨진 것이다.

 

그리고 1951년 1월에는 미군들의 네이팜탄 폭격과·기총사격으로 민간인 360명이 희생된 단양 곡계굴 폭격 사건도 빼 놓을 수 없다. 당시 미 전투기 10여대가 영춘면 느티마을 일대와 곡계굴을 집중 폭격한 것이다. 곡계굴에 피신해 있던 피난민들은 네이팜탄 공격에 대부분 불에 타거나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필사적으로 탈출한 사람마저 총을 난사해 사살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밖에도 순천, 광양, 곡성 등 전남 10여 곳에서도 미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다수가 숨졌지만, 기록이 부족해 인정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때죽음이었지만, 비극의 진상은 오랜 시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유가족들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 살았지만, 한 통속인 이승만정권과 서슬 퍼렇던 군사정권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그날의 진실을 입에 올릴 수도 없었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 구제를 위해 미국 정부와 협상했으나, 유가족이 원하는 보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참하게 양민을 학살한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해 여름 노근리’전은 오는 8월1일까지 열린다. 다시 한 번 그날의 참상을 기억하며, 억울하게 희생된 분들을 추모하자.

 

그리고 오는 7월29일 오전 10시부터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평화공원에서 원혼들을 추모하는 기념식도 열린다. 당초 한국전쟁 70주년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대규모 행사를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축소되었다고 한다.

 

글 / 조문호

 

서울역 11번 출구로 나가는 후암동에 멋진 사진전문갤러리가 생겼다.

사진기획자 이일우씨가 사진창작지원 사업을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개관한 전시장인데, 내가 머무는 쪽방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정영신씨와 함께 가기위해 미루다보니, 23일에서야 갈 수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듯이 같은 후암동이지만 낯설었다.

쪽방촌에서 3-4백 미터에 불과한 거리지만, 바닥이 달랐다.

 

신진작가 지원전으로 정예진씨의 “Masquerade ;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라는 제목의 사진전이었다.

개관전이라면 유명작가를 내세우는 전례에 비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묵직한 느낌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로데스크한 느낌을 주는 초상사진들이 압도했다.

젊은 야성이 꿈틀거리는 이미지에서 인간의 심리적 불안과

욕망의 찌꺼기가 스물 스물 기어 나왔다.

 

타인의 초상을 통해 스스로의 고민과 욕망을 드러냈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의 고민은 시대가 만들어 낸 모순이었다.

자유분방한 초상사진이 주는 울림이 강열했다.

 

난, 전시작가 정예진씨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

사람은 물론 이력 한 줄 아는 바 없는, 말 그대로 신진작가다.

경험 많은 중견이면 뭐하고, 오래 찍은 원로면 무슨 소용있겠는가?

생각이 신진작가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 사진에서 청춘의 고민과 심리적 불안을 엿볼 수 있었고,

넘치는 욕망의 에너지를 읽을 수 있었다.

정체성의 가면을 쓰고 이중적 삶을 살아야 하는 암울한 현실을 대변한

작가노트에 적은 아래 말이 작품 창작의 계기를 잘 말해준다.

 

“세상은 나와 다른 모습으로서의 삶을 강요하였다. 나는 내가 아니었다.

이것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진들은 젊은이의 고민과 욕망이 범벅된 외침이었다.

 

전시가 열리는 곳은 천장이 높아 고풍스런 분위기를 풍겼는데,

마치 정예진씨 전시를 위해 만들어 진 공간처럼 잘 어울렸다.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나가려니, 낯익은 분이 반겨주었다.

오래 전 ‘스페이스22’에서 여러차례 뵌 분인데, 큐레이트로 일하는 오혜련씨였다,

기어이 차 한 잔 하고 가라지만,

관장 이일우씨가 갤러리 보수공사 하느라 정신없었다.

 

일손을 놓게 할 것 같아 도망치듯 빠져 나와 버렸다.

이제 가까운 곳에 오붓한 데이트 코스 하나 생겼으니,

눈 먼 할멈이라도 한 분 꼬셔야겠다.  꿈도 야무지지만...

 

글 / 조문호

 

‘Korea Photographers Gallery‘ 개관전

정예진씨의 “Masquerade ;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전시기간 : 2020_0616_0707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공휴일 휴관

KP갤러리 :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 B1)

Tel. +82.(0)2.706.6751 / kpgallery.co.kr

 

Masquerade ;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정예진展 / JUNGJEJIN / 丁藝振 / photography

2020_0616 ▶︎ 2020_0707 / 공휴일 휴관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22_100×67cm_2020

 

 

초대일시 / 2020_0618_목요일_01:00pm

Korea Photographers Gallery 개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공휴일 휴관

 

 

KP 갤러리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서울 용산구 소월로2나길 12(후암동 435-1 B1)

Tel. +82.(0)2.706.6751

kpgallery.co.kr

 

 

한국 사진예술의 발전과 정체된 국내 사진문화의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된 Korea Photographers Gallery (이하 K.P 갤러리)가 2020년 6월 16일 신진작가 정예진의 『Masquerade ;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전시를 시작으로 오픈합니다. 서울사진축제 예술감독, 대구사진비엔날레 큐레이터 등 전시기획자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일우 기획자가 설립한 K.P 갤러리는 동시대 사진예술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고민을 바탕으로 사진인들을 위한 창작지원 사업, 국제교류사업, 학술행사개최, 예술가 매니지먼트 등 사진문화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01_155×100cm_2020

 

정예진 작가의 『Masquerade ;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전시가 2020년 6월 16일부터 7월 7일까지 K.P 갤러리에서 개최됩니다. Masquerade 는 '가면무도회', '진실, 또는 진심을 숨기고 가면을 쓰다' 의미로 이번 전시에서 정예진 작가는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정체성의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담은 22점의 초상사진을 소개합니다.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03, #02, #04_155×100cm×3_2020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18, #08, #05_155×100cm×3_2020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개인의 의지와 달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매 순간 다양한 정체성의 마스크를 바꾸어 쓰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과 그 속에 감춰진 개인들의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K.P 갤러리 개관 전시이자 첫 번째 신진작가 지원사업으로 정예진 작가를 초청하여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사진 속 인물들의 숨은 이야기와 그들이 지닌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욕망을 소개하고 우리들 마음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성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 K.P 갤러리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14, #10, #12_155×100cm×3_2020

 

정예진_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07, #06, #16_155×100cm×3_2020

 

'나는 내가 없어서 남의 그림자를 훔쳐 입었다.' ● 심한 우울증을 겪던 18살의 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모아 둔 수면제를 모두 삼켰다. 하지만 어떤 상황도 변하지 않았고 결국 난 도망치듯 고향과 부모님을 떠났다. 새로운 곳의 삶은 한 순간 내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도 했지만 내게 감쳐진 나의 내적 불안감은 시간이 지나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현실에서의 삶은 내가 원하는 나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와 다른, 원하는 않는 다른 내 모습으로서의 삶을 강요하였다. 나는 내가 아니었다. 이것이 나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 나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내 속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친구에게 우연히 구입한 사진기로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의 생각과 감정, 그들을 바라보는 내 욕망을 투영하였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고민들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 ● 현실의 삶은 여전히 나의 생각과 괴리가 있고 아직도 여전히 아프지만 사진은 내게 위안을 준다. 사진을 통해 나를 찾고 싶다. ■ 정예진

 

Vol.20200616e | 정예진展 / JUNGJEJIN / 丁藝振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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