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공간 ‘마인’은 말 그대로 문화를 나누는 곳이다.

 아산시 온천동 상가에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곳에서 기획, 추진하는 일은 깜짝 놀랄 일이었다.

뭉친 젊은이들의 생각도 올곧지만 의욕도 대단했다.

머지않아 지역문화를 꽃피우며

지역과 지역을 잇는 문화 메신저로서 큰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

 

“왜 문화 예술이 서울에 집중되어야 하냐?”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문화 예술은 대중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단다.

팀장인 김선우씨만 50대지, 나머지 세 사람은 20대였다.

정영신씨 말에 의하면 김선우씨 주 특기가 들이대는 것이란다.

아직까지 수익이 없어 다들 무임금으로 일하는 게 안타까웠는데,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했다.

 

난, 공유공간 ‘마인’ 팀과 만나기는커녕 전화도 한 적 없었다.

정영신씨와 협의한 일이라 내용도 모른채, 시키는 대로만 했다.

꼬장꼬장한 영감쟁이라 쓰리쿠션을 친 모양인데,

밥이라도 한 술 얻어먹으려면 정동지 말에 어떻게 토 달수 있겠나?

 

어느 누가 자기 전시한다는데 거절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나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아마 직접 제안 받았다면 당연히 거절했을 것이다.

전시할 형편도 되지 않지만, 문제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된 내용이 아니라,

마치 유작전 같은 백화점식 전시라는 것이다.

내 사진은 잘 못된 것을 개선하기 위해 알리는데 목적을 둔 사진들이라

이 것 저 것 떠벌리는 전시는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기획팀들이 어디서 찾아 냈는지, 보낸 이미지가 대략 30여장 되었다

 이미지 목록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원고도 제법 섞여 있었다.

스캔 받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는데, 필름은 손 댈 여력이 없었다.

다시 보내 온 이미지마저 수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몇 명이 달라붙어 내 자료를 샅샅이 뒤진 것 같았다.

 사진집은 물론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과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 까지 뒤져, 모든 것을 알았다.

여러 명이 찾아낸 이미지를 펼쳐놓고 협의하여 선택한 사진이라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 선택하였으니, 어쩌면 더 객관적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사진을 모두 찾아주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일을 추진하는 그런 열성에 어찌 감복하지 않겠는가?

 

나야 시키는 대로 이미지를 찾아주는데 그쳤지만,

정동지가 프린트하면 내가 잘라야 하고,

액자 맡기러 가면 따라가야 하니 같이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비용 줄이려고 삼각지 액자집에 맡겼다.

사업 전모는 뒤늦게 알았지만, 협력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사진 사이즈가 크지 않아 아담한 전시가 되겠지만,

타지역으로 이어가며 계속 다른 전시로 확대시키는 릴레이 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협동조합도 추진하고 있단다.

이번에는 지자체에서 작품제작비 정도 지원했다지만,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사업이 틀림없었다.

 

타 지역도 마찬가지다.

큰 미술관이 아닌,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 곳에 공간을 만들어

작은 예산으로 지역민과 예술이 친숙해져,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

 

드디어 공유공간 ‘마인’팀과 첫 만남이 시작되었다.

지난 27일, 맡겨 둔 액자 찾아 가는 길에 경의선 책거리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김선우 팀장 따라 온 김 온 군과 양햇살 양도 믿음직했다.

일찍 장가갔으면 딸과 손자 뻘 되는 어여쁜 청춘이었다.

다들 싱글 벙글 웃어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지껄여 실수는 안 했는지 모르겠다.

기념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밥도 같이 먹었다.

다섯 명이라 두 팀으로 나누어, 땀을 흘려가며 육계장을 먹었다.

 

오랜만에 경의선 책거리에 있는 ‘눈빛출판사’ ‘예술산책’에도 들렸다.

'마인' 전시공간에 작가의 책은 물론 좋은 사진집도 함께 전시, 판매한단다.

사진집 목록에 따라 책 구입을 한다지만, 책 구경 하러 간 것이다.

 

'예술산책'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손님이 제법 많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새로 나온 사진집도 진열되어 있었다.

김보섭씨의 ‘자유공원’사진집이 눈에 띄었다.

‘그 곳에서 정영신의 ‘장에가자’ 전시가 진행 중이라, 장터 책도 골고루 구입하더라.

 

이제 ‘공유공간 마인’이 하는 사압에 불 지필 일만 남았다.

“자! 돌리고 돌리자, 코로나 이놈을 문화예술로 녹여버리자“

 

사진, 글 / 조문호

 

정영신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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