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로 아홉 번째인 동자동 사랑방마을어버이날 잔치가

지난 57일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동자동 새꿈 어린이공원에서 열렸다.



 


매년 어버이날마다 쪽방 주민들을 위로하는 어버이 잔치가 동자동 사랑방주관으로 열려왔다.

주민에게 모금한 돈으로 손수 음식을 장만하는 등 서로 정 나누는 의미 있는 자리다.

다들 꽃 달아드리는 이웃의 손길을 다소 어색한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따뜻하고 흐뭇한 마음이 번지는 게, 금세 느껴졌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쪽방 촌에 거주하는 분들은 대개 자녀가 있어도 찾아오지 않거나,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며 살아가는 외로운 분들이다.

그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음식을 대접하며,

모처럼 이웃과 어울려 대포 한잔 나눌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날이 어디 있겠는가?



 


다른 식사 대접에는 공원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지만,

이 날만은 '동자동사랑방'에서 제공한 술을 마실 수 있으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미역국과 밥, 부침개, 족발, 소주, 막걸리, 음료수 등 준비한 음식들을 사랑방 식구들이 부지런히 날랐고,

주민들은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는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주민들과 약속한 빨래집게 사진 나눔전도 열었다.

이번에는 사진가 정영신씨의 프린트 협찬으로 가능했는데,

공원에 쳐 놓은 빨래 줄에는 작년 추석 이후에 촬영된 85장과,

지난 빨래줄 전시에 걸었던 사진 중에 추가로 원하는 15점 등 모두 100점을 내 걸었다.



 


그런데, 뭔가 착각한 동자동 사랑방임원 한 사람이 사진 설치에 제동을 걸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행여 잔치 분위기를 헤칠까 대꾸하지 않은 채, 설치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지나서야 걸었지만,

이건 분명 짚고 넘어 갈 사안으로, 당사자의 사과와 사랑방조합의 공식 견해를 요구할 것이다.



 


서로 돌려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건 사진들은,

본인이 갈 때 거두어 가기로 되어 있으나, 잊어버렸는지 행사가 끝났는데도 절반이 남아 있었다,

나 역시 안애경, 류성조, 정영신씨 등 손님 맞느라 사진을 챙겨 드리지 못했다.

어쩌면 사진을 빌미로 다시 술 한 잔 나눌 수도 있으니,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미처 만들지 못한 사진이나 추가로 촬영된 사진은 올 추석에 돌려드릴 작정이다.

동자동 사랑방추석잔치는 고향 떠나기 하루 전에 치루지만,

빨래줄 사진 나눔 전은 작년처럼 추석 당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고향이나 가족을 찾아 갈 수 없는 분들을 위한 배려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그리고 본인 사진이 없다고 서운해 하지 말고, 혹시 거리나 공원에서 만나면

어이~ 사진 한 판 멋지게 찍어 줘라고 말을 하라,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 기록들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역사가 될 것이다.





행사가 끝난 후, 찾아 온 손님들과 어울려 서울역 284’에서 열리는 “Market EuRang"에 들려

젊은 작가들이 펼치는 공예의 일상화전도 들려보고, 서울역 맛집에서 늦은 점심도 먹었다.

돌아오다 보니, 서울역 주변에서 쓰러져 자는 김지은씨 등 노숙하는 친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어버이날 행사조차 끼일 수 없으니, 카네이션은 커녕 따뜻한 밥 한 끼 챙겨먹지 못한 것이 뻔하다.

빈속에 독주만 들이켰으니, 저렇게 쓰러져 잘 수밖에...




 

행사를 치룬 공원에는 몇 몇 분들이 남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상준씨는 나에게 전해 주라며 김도이씨가 맡겨 두었다는 비누와 향이 든 선물 봉지를 주었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었을 텐데그의 고마운 마음 잘 간직하겠다.




 

옆에 있던 이기영씨가 나를 불렀는데, 갑자기 호칭이 달라졌다.

평소에는 어이~“라며 만만하게 대하는 친구가 "조기자, 나 좀 보세라고 점잖게 말하지 않는가.

닭발을 먹고 있어 "닭발에 걸려 헛소리냐고 대꾸했더니,

나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찾아 온 여인들과 총총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여러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이기영씨야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아무 것도 몰랐으나,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간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기자라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다.



    

 

배운 짓이 사진 찍는 일과 글 쓰는 일 뿐이니, 이곳에서나마 보탬이 되면 좋지 않냐고 말했으나,

예전처럼 편안한 사이가 지속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기자와 주민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 같은 경계가 쉽게 해소될 수 없을 듯 하다.

여지 것 가장 우려해 왔던 일이 현실로 다가 온 셈이다.



 


이날 잔치에는 동자동사랑방김호태 회장을 비롯하여 많은 주민들이 협력하여 일사불란하게 치러졌는데,

외부 손님으로는 예술감독 안애경씨와 사진가 정영신, 김 헌씨, 그리고 류성조, 이보영씨 등

여러 명이 함께하여 보람된 어버이날 행사를 도우며 지켜보았다.

 

다들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어, 내년에 다시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진, / 조문호





































































































































































 





어제는 비오다햇볕나는 등, 날씨가 지랄 같았다.

달세 보증금 50만원을 다 까먹어 쫓겨난 친구가 얼마 전 쓰레기장 옆에 거처를 마련했는데,

비 때문에 이불이 젖게 되어, 응급조치로 천막을 치게 된 것이다.

그 것도 이사라고 집들이 한다며 막걸리 4병과 꽈배기 한 봉지를 사들고 갔다.



 

주인은 보이지 않고, 서울역 노숙거사 이덕영을 비롯하여 이경환, 김동진, 정용성 등

몇 사람이 딸막딸막한 술병을 놓고 눈치만 보고 있었다.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그들이 집들이 술을 다 빨아 버렸다.



이덕영을 알게 된지는 제법 오래 되었다.

2016년 가을에 처음 만나 찍은 사진이 바로 카메라는 칼이다사진집 표지에 실린 것이다.

일 년 전, 그에게 사진을 뽑아 주었으나, 노숙자 신세라 보관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도 몰라, ! 그 사진 한 장 더 뽑아줘라고 다그치길래

사진 대신 책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동갑내기인 김동진씨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동사무소 복지과에 가서 이빨부터 하란다.

자기도 이빨이 없어 동사무소 도움으로 말짱해졌다며 자랑했지만, 난 구제 받을 급수가 아니다.

이빨이 없으니, 키스를 해도 걸리는 게 없어 좋더라고 했더니, 배꼽을 잡는다.

"지들이 게 맛을 알기나 하려나."


 

이덕영과 이경환은 천원 짜리 지폐한 장 놓고 가위 바위 보로 신경전을 벌였다.

결국, 그 돈으로 막걸리 사서 같이 마시겠지만, 술을 쏘는 갑이 되고 싶은 거다.



그런데, 결핵검진 받은 사람은 라면을 다섯개 추가로 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얼마 전, 안 해도 될 결핵검사 받아 탄 라면을 원용희씨에게 준 일이 있었다.

그게 불법이라면 천 번이라도 법을 어기겠다는 글을 올린적도 있는데, 고맙기 그지없었다.


 

이경환이 이천원만 달라고 하도 졸라대어 돈 가지러 갔다 오며, 쪽방상담소에 라면 타러 갔더니,

여러명이 서예연습 하느라 한창이었다

 노숙자는 라면 끓일 불판도 없어, 청소하는 할매에게 받은 라면을 드렸다.



김용만는 고물하나 주워, 모터 빼내기 위해 드라이브로 나사구멍을 열심히 쑤셔댔다.

자기 일처럼 눈이 빠져라 지켜보는 홍홍임 아짐의 모습이 정겹더라.


 

돈 만진 김에 어버이날  성금 내러 동자동 사랑방에 들렸다가. 그 앞에서 노닥거리는 유한수, 강명국씨를 만났다.

행사는 며칠 남지않았는데, 뽑을 사진도 골라놓지 않고, 사진 주겠다는 생색만 내고 다닌다.

빌어 붙을 데라고는 마음 약한 정영신씨 뿐이니, 하해와 같은 선처를 기다릴 뿐이다.



그리고, 이번 빨래줄 전시와 관련해 양해구할 일이 하나 있다.

몇일 전 혼자 이야기로, 주민들에게 돌려 줘야 할 빨래줄 사진 걱정을 했는데,

도와주겠다는 분들 전화나 댓글이 여럿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사연은, 결코 떠벌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빨래줄 전시지 사진을 전해주기 위한 방법인데,

자칫 일이 부풀려지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로 오해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동네 주민들 잔치로, 오로지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또 한가지 해명해야 할 것이 있다.

인사동 사람들블로그는 나의 사진 일기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메주알 고주알 사적인 생각들을 올리는데, 이걸 페북에 연결하다보니,

때로는 오해를 빚거나 말썽을 일으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다.

어떤 이는 사진작가란 양반이 무슨 사진을 그리 많이 올려?”

좋은 사진 한두 장만 올리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많으나, 그건 내 뜻을 몰라 하는 소리다.



 

그 사진들은 나의 사진이 아니라, 찍힌 분들의 사진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찍힌 분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더 우선인 것이다.

그들의 취향을 일일이 알 수가 없어, 모든 사진을 올릴 뿐이다.

또한 내가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빨래줄 사진도, 내가 좋아하는 사진보다 그들이 좋아 할 사진이나 영정사진을 뽑는다.


 

사진의 작품성 운운하는 웃기는 소리 제발하지마라.

내 사진은 예술이나 작품이길 단연 거부한다.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길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만나 순간순간을 기록할 뿐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그리고 어버이날 행사나 빨래줄 전시에 관심 있는 분은 그냥 편하게 오시면 된다

카네이션 한 송이라도 가져와, 자식 없는 불쌍한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려라.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 싶은 분이라면 대환영이다.

 

57일 오전 열시부터 오후 두시까지 동자동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진행된다.

 

사진, / 조문호



























지난 30일, 모처럼 동자동 술꾼들과 어울렸다.

한 낮에 술이 취해 자는 사람도 여럿 있었는데,
쓰레기장 옆이라, 사람인지 쓰레긴지 분간이 안 되더라.
하기야! 사람보다 더 독한 쓰레기도 없을 것이다.






공원에는 김원호씨를 비롯한 여러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으나,
담벼락 밑에 술자리 깐 정재헌 패거리에 끼어 앉았다.
그 자리는 처음 보는 젊은이도 한 사람 있었다.





몇 달 전 영등포에서 이곳으로 옮긴 박선오라 했다.
나더러 영등포에 사진 찍을게 많다며, 아는 체한다.
그 곳에는 자기 이름만 대면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단다.






지난 겨울 카메라 가지고 도망 친 이종민을 아냐고 물었더니,
잘 아는 형이라며 영등포에 가면 만날 수 있단다.
대충 짐작했지만, 만나보았자 이미 날 샌 것이다,
행여 만나면 안부나 전해 달라 부탁했다.






돌아오다 남은 막걸리 한 병을 김정심 아짐에게 주었더니,
막걸리도 좋지만, 사진이나 한 판 박아 달랜다.
찍은 사진은 언제 주냐기에, 어버이날 행사 때 가져가라 했다.






그나저나, 어버이 날이래야 며칠 남지 않았는데, 사진 준비는 언제 할꼬?
일 년에 두 번하는 빨래줄 전시, 없는 놈 제사 날 닥아 오듯 빨리 닥아오네.

동내 담 벼락에는 어버이 날 행사를 위한 모금 안내도 붙어 있더라.

모두 십시일반 힘을 나누자,





그 날 사진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닌데, 큰일이네!
사나이가 한 입에 두 말 할 수는 없잖아.


“에라이~ 모르겠다. 죽어도 고다”

사진, 글 / 조문호




















몇 일전 ‘대한결핵협회’와 ‘서울역쪽방상담소’가 연대하여 실시하는
상반기 쪽방주민 결핵검진’이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있었다.




공원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잎도 몇 일 사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가는 봄이 아쉬워 마시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원엔 여기 저기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술 마시면 안 된다는 의사 말에
결핵검진 하는 공원 아래쪽에서 서성거렸다.




처음엔 검진할 사람이 더러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한가했다.
다들 결핵검진에 잘 나서지 않으니,
검진한 사람에게 다섯 개 들이 라면봉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난, 한달 전 호흡장애로 병원에 입원 했을 때,
여러 차례 액스레이를 찍어 더 이상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먼저 찍은 원용희씨가 왜 찍지 않느냐는 것이다,




얼마 전 병원에서 찍었다니까, 더 찍어도 괜찮으니 라면부터 받으라는 것이다.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니까, 아니면 라면 받아 자기를 달라고 했다.
그래 웃 옷 한 번 벗어 가슴 내밀어 주면 될 것을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액스레이 찍고 라면을 건네주니, 원용희씨 입이 쩍 벌어진다.




보수성향의 친구들은 서민복지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에 쌍심지를 켠다.
국민들 주머니 긁어모은 세금이 쓸데없는데 줄줄 샌다는 것이다.
어쩌면 필요 없는 검진 받아 라면 받는 짓거리도 세금낭비에 해당할 것이다.




아무리 법이나 규범이 중요하다지만,
가난한 사람들 라면 한 개 더 먹는 것까지 탓할 수야 있는가?
그런 몰인정한 법이고 규범이라면 백번 천 번 어기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에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목련과 벚꽃이 흐드러진 '새꿈 공원'은
이른 시간부터 봄 술에 젖었다.




의리의 사나이 이준기는 땅바닥에 더러 누웠고,
싱겁이 이대영은 뭔 소린지 구시렁거린다.




이홍렬과 몇몇은 개똥 철학 논하고,

몇몇은 화투 놀이에 정신없다.




장난 끼 발동한 이기영은 목발을 휘둘고,

누군 넘어져 얼굴에 피 칠갑이다.




커피집 앞에 얼쩡거리니 주인 노발대발이다.
공원으로 내 쫓느라 생 똥 싼다.




경찰차 사이렌 소리는 음악이다.




하릴없는 유한수, 김원호, 정선덕은
어울릴 자리 찾아 골목을 떠돈다.




봄 술에 젖은 동자동 사람들,
그 부랑의 세월이 음습하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번 정선에서 돌아와 동자동에 갔으나
옆방에 사는 연영철씨가 보이지 않았다.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져 입원한지 보름 쯤 되었단다.
목뼈가 부러지는 등 다친 곳이 많아 중태라고 했다.




건물 계단이 가파른데다 잡을 곳이 없어 늘 조심스런 곳인데,
결국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들 비슷 비슷한 쪽방촌의 계단에 손 잡는 줄이라도 달아주면 좋을텐데,

'서울역 쪽방상담소'도 '동자동 사랑방조합'도 아무도 관심두지 않는다.




걱정되어 병문안 간다는 게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지난3일에야 정선덕씨와 함께 입원한 ‘보라메’병원을 찾아 갔다.




정해진 병실에 들렸더니,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것이다.
갑자기 혈압이 내려가,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꼼짝 못하고 눈만 말뚱거렸으나, 날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삶에 애착이 없으니,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했다.




그는 환갑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홀 애비다.
사람이 그리운지, 그의 방은 유달리 야한 사진이 많이 붙어있다.
혈육이라고는 누님 한분 계시지만, 소식 끊긴지가 오래란다.




쪽방 사람들은 입원하면 뒷바라지 해줄 사람이 가장 큰 문제다.
간병인이란 엄두도 못 내지만, 가끔은 심부름 할 사람이 필요하다.
혈육도 돈도 지식도,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무소유의 자부심도
이지경 되면 죽는 것이 상책이다.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셋방의 달세라도 아끼려 모든 짐을 포기했다.
기초생활 수급 통장을 아래층의 송범섭씨에게 맡기며,
방에 있는 짐은 모두 버려달라고 부탁했단다.




냉장고와 티브이만 고물상에 넘겨주고, 모든 짐은 쓰레기가 되었다.
사람이 죽었을 때나 볼 수 있는 방 정리가 토요일에 이루어졌는데,
그 작은 방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나오는지 귀가 막혔다.




과연 이 세상에 신이란 게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넘어졌을 때, 그냥 편안하게 눈감게 해주지, 왜 끝까지 고통을 주나?
평생을 사람답게 한 번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제8차 정기총회가 지난 3월24일 성민교회에서 열렸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조합운영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총회도 조합원 384명 중 128명이 참석하여, 간신히 1/3의 정족수 채웠다.





조합원의 신규가입보다 탈퇴가 늘어나고, 외부 후원이 감소하는 등, 재정 운영에서 11,309,088원의 손실이 생겼다. 
지난 해 행방불명된 조합장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신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
운영하는 리드의 능력에 따라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데, 그 중심축이 무너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합에 대한 악성루머다.





이번 총회에서는 전임 이사장 해임과 함께 유영기씨를 이사장으로 추대하고,
조직연대이사에 양정애씨와 교육이사에 김정호씨를 선임하는 등 일부 임원개편을 했다.
새 집행부가 전임 이사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선동수간사장이 있는 한, 배가 산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여긴다.






2018년도 예산안 승인에서 다소 불협화음도 따랐다.
2017년 운영이 적자인데도, 예산안이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도 화를 내며 퇴장하거나 회의장을 소란스럽게 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차근차근 문제점을 지적하며 답변을 들어야 한다.
집행부도 소란을 무마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했어야 했다.






오늘의 위기도 그동안 조합원들에게 운영의 전모를 상세하게 알리지 못한 것이 불신을 키운 요인이다.
앞으로는 임원선출에 대한 진행과정은 물론, 조합운영에 대한 사소한 것 까지 알려 좀 더 투명한 조합이 되어야 한다.



 


이제 조합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자동 사랑방을 다시 일으키는  일만 남았다.
 
지금은 동자동 주민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재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우리가 쫓겨나지 않으려면 똘똘 뭉쳐 협력하는 일 뿐이다.

어쩌면 동자동사랑방을 음해하는 불순한 소문도 그들이 퍼트린 것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주민단체란 재개발 장애물에 불과하니, 없어지는 것이 유리할테니까...






그동안 병원에 입원하는 등 개인적인 일로 바빠 주민들과 자주 소통하지 못했지만.
SNS에 올려 온 동자동이야기에 “왜 우리가 동자동 일을 알아야 하냐?”는 말도 들었다.
관심 없으면 보지 않으면 된다고 답했으나, 다소 의기소침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다시 열심히 일하겠으니,

동자동 사랑방을 중심으로 다 같이 뭉치길 간절히 바란다.
힘내자! “동자동 사랑방, 화이팅”



시진, 글 / 조문호



























지난 20일, 오랜만에 동자동에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며 밀린 일을 하고 있는데,
옆방의 정선덕씨가 음식 타는 냄새가 난다며 문을 열었다.
우리건물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옥상에 올라갔더니,
옆 건물 옥탑 방에 불이 붙고 있었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소방차 사이렌소리에 밑으로 내려갔더니,
서울에 있는 소방차가 다 왔는지, 온 동네에 소방차가 깔려 있었다.
옥탑 방이라 옮겨 붙을 곳도 없었기에 빠르게 불길은 진압되었다.
누구의 방인지는 모르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다들 전기시설이 허술하여 누전으로 불이 났을 확률이 많다.
그것도 불구경이라고 조인형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몰려 나왔다.






그 무렵, 시립미술관 최효준 관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자동에 왔는데, 어디 있냐는 것이다.
이 친구는 세 차례나 왔으나, 올 때마다 골목을 헤맨다.
중국집 골목에서 헤매는 그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갔는데,
사가지고 온 치킨을 안주로 막걸리 한 잔 했다.





정선에서 죽을 고생한 이야기 풀어가며 노는 것은 좋았으나, 밀린 일 때문에 마음이 다급했다.
내일 밤늦게 다시 정선 내려가야 하는데다, 9일 만에 컴퓨터를 만났으니 얼마나 할 일이 많겠는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막걸리 한 병으로 끝냈지만, 어쩌겠는가?






무슨 대단한 일한다고 찾아 온 손님조차 빨리 보내야하는지 모르겠다.
죽을 때가 되어 마음이 조급한 건 아닐까?





그를 배웅하고 다시 4층으로 올라오니 낡은 건물이 눈에 밟혔다.

재개발 되면 정들었던 이 건물도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행여 기억의 끈이라도 될까하여, 몇 장 찍어두었다.




새 것보다 헌 것을 좋아하는 난 분명 또라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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