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태극기부대의 확성기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이 찜통더위에 질식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걱정스럽다.
행여 그런 끔찍한 사고를 바라는 건 아닐까?
그리고 왜 그들은 매번 서울역 앞에서 시위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요즘은 광화문광장도 텅텅 비었을 텐데 말이다.






무슨 절박한 사연인지 확인하러 나갔더니,
집회가 끝나 다들 남대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었다.
현장은 태극기 잔재들로 뻔득였으나, 열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서울역에 상주하는 노숙인들도 그때야 불만을 털어 놓았다.






“씨발넘들 할려면 저거 동네서 지랄하지, 왜 여기서 시끄럽게 해”
“그런데 쓸 돈 있으면 막걸리나 몇 병 사주지”

“감방에 갇힌 박근혜년은 00 땀띠 나겠네”
“야~ 그런 소리 마. 새로 들어 온 도둑놈들이 나라 개판 만든다잖아”
김지은씨 등 다섯 명이 욕설을 돌려 씹었다.






서울역전의 노숙인은 여러 부류다.
관록 있는 자일수록 잘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면 힘들어서일까? 아니면 모든 걸 비운 부처를 닮아 선가?
대개 서울역 터줏대감과 떠돌이로 나누어지고,
주류 팀과 비주류 팀으로 구분된다.






술 마시는 주류 팀과 터줏대감은 더워도 견디지만.
술 마시지 않는 떠돌이 노숙자는 에어콘 빵빵 나오는
‘다시서기’휴게실에서 티브이 보며 시간 죽인다.
나 역시 더워 ‘다시서기’휴게실에 들어갔더니,
체온이 급속하게 내려가 불알이 짝 달라붙었다.






가보지도 못한 천국처럼 좋았으나, 좀 있으니 그게 아니더라.
그 많은 사람이 말 한마디 없어 웅크린 걸 보고 있으니,
마치 저승 역으로 떠나갈 대기자처럼 비참해졌다.
더워도 자유로운 게 훨씬 나았다.






밖에 나가보니, 쪽방 사는 조인형씨가 서울역 곳곳의
쓰레기통을 뒤져가며 맥주 캔만 챙기고 있었다.
돈 안 되는 박스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게 다 돈인데, 돈을 우습게 안다”며 노숙하는 친구들을 곁눈질한다.






욕심을 버린 건지 포기한지도 모를 노숙인이 현명한가?
아니면 돈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쪽방주민이 현명한가?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옆자리의 신출내기 한 분은 성경만 들여다본다.
동냥 그릇으로 모자를 벗어 두었으나, 돈 넣는 행인은 아무도 없었다.
모자에 담긴 동전 몇 닢도 자기 주머니에서 나온 것 같았다.






구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노숙인 여럿이 몰려있는 곳은 아예 사람들이 다가가지도 않는다.
사람 통행 많은 길에 낮은 포복하여, 뭐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놀며 염불한다는 식은 이제 어디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세상이다.






서울역에서 박스지 한두 장 들고 다니는 사람은 대개 노숙자다.
그들에겐 짐도 번거로울 뿐이고, 자리 깔 박스지만 필요하다.
그 무소유의 낭인들에게 등에 둘러 맬 수 있는 간편한
일인용 돗자리 하나씩 나누어 주면 안 될까?
누울 땅은 주지 못할망정, 자리라도 편하게 깔도록 해주라.






서울역을 건너오니 전도사의 구원받으라는 메가폰소리가 절박하게 들렸다.
전도사의 시선은 노숙하는 이보다 쪽방 촌에 가 있었다.
걸인보다 방 있는 쪽방주민의 구원이 더 시급할까?
마치 동자동 쪽방촌이 구원의 대상처럼 외쳐댔다.

“주 예수를 믿어라! 구원하실 분은 오직 주님뿐이시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7일은 입추였으나, 더위는 사람 잡을 날씨였다.

동자동 쪽방 촌 골목에는 오후3시부터 수박화채를 나누어준다는 벽보가 붙어 있었다.

 

 

 화요일은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화요카페'라는 식료품을 나누어주는 날인데,

시간을 정하여 줄 세우지 말라고 지적한 바 있었다,

그 뒤로 몇 시부터 몇 시 까지 나누어 준다는 공고로 바뀌더니, 다시 원 위치.

아무래도 보여주기 식 생색내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싶다.

 

 

요즘은 날씨가 극성을 부리니 얼음을 줄 때도 있으나, 냉동실이 없어 얼음 넣어 둘 곳도 없다.

그리고 몇일 전에는 선풍기를 나누어 준다는 공지도 나 붙었다.

사용하는 선풍기가 오래되어 벌벌 그리지만, 너도 나도 장사진 칠 것 같아 나서지 않았다.

 

 

사실, 이 더위에 선풍기 없는 쪽방이야 있겠는가?

문제는 운신하기도 힘든 좁은 방에 선풍기가 두 대나 있는 사람도 있고,

어떤 주민은 받은 선풍기를 장사꾼에게 5천원이나 만원에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수요 조사는 커녕, 주민 실정도 모르며 생색내기 급급한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지난 6일은 일인용 댓 자리를 나누어 준다는 공지가 붙어 어쩔 수 없이 줄을 섰다.

자고나면 요가 땀에 젖어 꼭 필요한 물품이었는데, 남은 선풍기까지 받는 횡재를 했.

 

날 주민들을 위한 돌다리골 빨래터개소식도 있다고 했다.

KT에서 시설을 제공하고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내는 빨래터라고 한다.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명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먼저 김형철 용산소방서장이 나타나 '현장응급의료안전캠프'에 모인 대원들을 지휘하기 시작했고,

'온누리복지재단' 이재훈목사, 박원순 서울시장, KT 황창규 회장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모습도 보였다.

 

 

동자동희망나눔센터에 들려 더위를 식히고 있던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봉사요원들이 준비해 둔 수박화채를 주민들에게 담아주기 시작했다.

일찍부터 대기하고 있던 사진기자들이 앞 다투어 사진을 찍어댔다.

주민들 화채 나누어주는 일보다, 사진 찍는데 더 신경 써는 진풍경이었다.

 

 

사진 찍기가 끝나니, 봉사자들에게 국자를 넘겨주고 빨래터 개소식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주민들과 취재기자들까지 뒤 엉켜 혼란스러운 빨래터는 '홈리스 주거팀'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는데,

윤애숙씨는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대응하고 쪽방지역 재생계획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장과의 정식면담 요청은 차후에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일부 주민들은 쪽방에 직접 들어와 봐라”, “더워 못 살겠다는 불만을 쏟아내며,

보여주기 식 행사는 그만하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 와중에서도 예정된 행사는 진행되었다.

용산소방서에서 준비한 소방호스로 물 뿌리는 이벤트도 벌였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골목 언덕 길 2-30m 뿌렸다.

뿌릴려면 주민들이 모이는 공원에 뿌려야 할것 아닌가?

지난 번 김부겸장관이 왔을 때도 살수이벤트를 벌였는데, 다들 그렇게 할 일이 없는지 모르겠다.

 

이제 빈민들을 들러리로 내 세우지마라.

진정으로 가난한 빈민들을 걱정한다면 전문가들과 머리 맞대어,

실질적인 일을 고민하고 집행하라.

 

사진, / 조문호

 

 

 

 

 

 




지난 토요일 자정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가버렸다.
여름 쪽방에서 정전된 건 처음 있는 일인데, 숨이 턱턱 막혔다.
더운 바람이라도 돌려주는 선풍기의 고마움을 새삼 절감했다.
그런데, 건물 전체가 정전된 것이 아니고, 내방만 나간 것이다.

다들 잠 잘 시간이니, 연장 빌릴 곳도 없었다.
라이터 불을 치켜들고 아무리 살펴보아도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아마 천정의 배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 지긋지긋한 밤을 보내려면 노숙하는 방법 뿐이었다.

잘 곳을 찾아 공원 주변을 돌아보니, 자는 모습도 다양했다.
어떤 이는 폐지 모은 리어카 위에서 자는 이도 있고,
돌 난간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는 사람도 있었다.

옆 사람 배에 다리를 걸치고 자는 등 각양각색이었다.






쓰레기터 옆에는 유정희, 정용성씨가 늦도록 술을 마시고 있었고,
용성이 모친 황춘화씨는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윗옷을 벗어 보기가 그런지 유정희씨가 이불로 슬쩍 덮었다.


유정희씨는 일 년도 더 된 일을 나만 보면 노래를 불러댄다.
김원호씨와 밥 한 끼 사준 적이 있었는데, 그 된장찌개 맛을 잊을 수 없단다.
사실, 잦은 술자리에서 나눌 이야기가 뭐 있겠는가?
사는 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마시고 자는 일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 곳은 주변이 어지러워, 명당으로 꼽히는 DB빌딩 쪽으로 옮겼다.
1층과 2층 통로로 맞바람이 불어 더위 먹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단지 건물관리인이 없는 자정에서부터 새벽 4시 반까지만 가능하다.
술 좋아하는 자들은 엄두를 못 내지만, 잠 잘 사람만 모인다.






열두 명이 더러 누웠으나, 한 쪽 구석에 자리 펼 곳이 남아 있었다.
빌려 온 파지박스를 깔아 누워보니, 천국이 따로 없더라.
이렇게 시원한 맞바람이 부는 곳에서 언제 자본 적이 있었던가?


칼잠 자는 버릇에 귀를 바닥에 대고 누웠더니, 자동차 바퀴 소리가 요란했다.
땅에서 울리는 진동이 입체음향으로 들려오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들 잘도 잤으나, 초짜라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니, 소음도 음악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엔진소리와 바퀴 구르는 소리도 리듬이 있었다.


갑자기 “뿌드득 뿌드득“하는 개구리 울음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귀신도 못사는 요지경 서울에 어찌 개구리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자세히 들어보니, 옆자리에서 이빨 가는 소리였다.

세상살이 무슨 원한 그리 많아 이빨까지 갈아 샀는가?


잠 잘 수 있는 시간은 두 시간도 남지 않았다.
소음을 자장가 삼아 서둘러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름하여 ‘서울 야상곡’ 들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다들 떠날 채비하고 있었다.
나 역시 쫒겨나기 전에 전기공사하러 쪽방에 올라갔다.
천장에 손 들어갈 수 있는 구멍부터 후벼 팠는데,
땀과 합판 부스러기가 범벅되어 죽을 맛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끊어진 전선을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
청소하랴! 물 뒤집어쓰랴! 바삐 정리하고 나니,
그때사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어오기 시작했다.
전기가 똥개 훈련시켰다고 투들거리며 자리에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다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에 잠을 깼다.
한동안 다리를 부여잡고 꼼짝을 못했는데, 왜 갑자기 근욕 통이 왔을까?
시멘트 바닥의 찬 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난공사에 용을 쓰서 그럴까?

더운 날씨에 병원 오 갈 생각하니, 온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씨발!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

사진, 글 / 조문호













어제는 더워서 난리를 쳤는데,
오늘은 술로 더위를 마취시켜 버렸다.
알딸딸하니 훨씬 살만하더라.






그래도 잠이 안와, 담배 한 대 물고 옥상에 올라갔다.


아이고! 깜짝이야.

건물 관리하는 정성덕씨 아지매가 먼저 자리 깔았네.






왕왕거리는 개소리에 깨어나 날 반겨주는데,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는 ‘오빠는 잘 있단다.’ 노래가 나오네.







행여 미투에 휘말릴까,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나온 김에 동네 순찰 한바퀴 돌았다.





바람 통하는 비탈 건물 명당자리에는 다들 자빠져 자고,
영달이는 더워도 그림 좋은 자리에 자리 잡았네.






새꿈 꾸려 새꿈공원에 갔더니, 아이구! 이게 왼 떡이냐?
술도 넉넉한데다, 잠 못 자는 놈들 다 모였네.






문신으로 폼 잡는 영철이를 비롯하여
추교부, 유정희 등 동자동 골통들이 판 벌여 놓았네.





삼양동 빨래터 아제가 따라주는 술을 졸라 빨아버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분이 좋아도 노래는 금지다.

살아남기 위한 풍찬노숙의 철칙이다.






하나 둘 쓰러져 자기 시작해 비틀비틀 쪽방으로 기어올랐더니,
옆방의 완석이는 치질이 도졌는지 똥꼬를 내놓고 자더라.





나도 찬물 몇 박 뒤집어쓰고 기어들었으면 그냥 자빠져 자지,

또 일기 쓰느라 씰데 없는 짓거리나 한다.



사진, 글 / 조문호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다들 더위 먹은 개처럼 헉헉거린다.

팻말 들고 구원 받으라는 전도사도 덥긴 마찬가지다.
이놈의 날씨는 하느님 말씀도 듣지 않는다.
날씨도 세상도 다 미쳤나보다.





그래도 늦은 밤이 되면 좀 살만하다.
노숙거사처럼 아무 곳이나 누울 배짱은 없으나
설렁 설렁 돌아다니는 것만도 시원하다.

비탈 건물 계단은 맞바람이 통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낯 시간은 얼씬도 못하지만,
밤 늦은 시간은 우리들 세상이다.





세상에 죽으란 법은 없는 모양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요즘의 쪽방 사람들은 참고 견디는 인내의 한계가 어디인지 실험하는 것 같다.

다들 찜질방처럼 발가벗고 살지만, 아무도 탓하는 이는 없다.

후덥지근하게 돌아가는 갇힌 바람은 선풍기가 아니라 온풍기다.

뜨거운 바람이 거슬려 잠간이라도 선풍기를 끄면 땀이 팥죽처럼 흘러내린다.

건물이 햇볕에 잘 달구어져, 찜질방이 쪽방을 형님이라 부를 지경이다








그렇지만 다들 폭염을 견뎌내는 그들만의 노아우가 있다.

한계에 부딪히면 화장실에 가서 물 한 두 바가지 뒤집어쓰면 되고,

그도 안 되면 술 한 잔 마신 후, 공원이나 바람 통하는 그늘에 뻗어버리면 된다.

그렇지만, 쪽방 사는 사람들도 가오가 있어, 아무데나 눕지는 않는다.

더워 곤죽이 되어도 견딘다. 그래서 여름철은 노숙하는 친구들이 상팔자다.






옆 건물의 이기영씨는 무더운 여름 나는데, 이골 난 사람이다.

덥다고 생각하면 더 힘드니, 아예 신경을 끈다는 것이다.

가끔 찬물 적신 타올로 몸을 식히지만, 이열치열이라며 운동까지 한다.

나더러도 근육 운동을 하라지만, 개가 들어도 웃을 소리다.

이기영씨는 몸에 살이라도 남았지만, 난 뼈다귀뿐이라 개 달라 들 까 두렵다.





다들 지하철로 가면 시원하게 지낼 수 있건만, 끝가지 방에서 버티는 곰들이 존경스럽다.

옷을 몸에 걸치는 순간 땀에 젖기도 하지만,

비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더운데 힘만 빠져, 가만있는 게 상책이란다.







지난 토요일은 대전에 작업실이 있는 조성기씨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님! 서울역에 왔는데, 동자동 있으면 같이 식사나 하시죠?”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지라, 움직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식당가에 내려가니 다른 분과 같이 왔는데, 안면이 많아 보였다.

예전에는 포항에서 사진을 했다지만, 지금은 군부대에 근무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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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기씨는 미술은행에 사진을 한 점 팔게 되었다며, 액자 맡기러 서울 왔다고 했다.

요즘 같이 어려운 경기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 조금이나마 숨통이 터일 듯 했다.

고등어구이에다 시원한 냉커피까지 얻어 마시며, 더위를 피하는 시간이 되었다.






손님들이 떠난 후 지하도로 내려갔더니, 처음 보는 사내가 지하도를 안방처럼 누워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 그런지, 맛이 살짝 간 것 같았다.

노숙을 해도 최소한의 예는 갖추어야 하는데, 저러다 역무원에게 쫓겨난다.

저런 게 민폐라는 것이다. 다른 노숙자까지 힘들게 하니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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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0일 현장에서 만난 강호씨가 포즈를 취했다.



이 무더운 여름철에 부식 타느라 줄서서 기다리는 쪽방 주민들 보니 또 속이 뒤집어진다.

지난 해 정수현 소장 때, 핏발 세워 가며 간신히 시정한 줄 세우지 않기가

올 2월부터 ‘온누리복지재단’ 김갑록 소장 팀으로 바뀌며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

쪽방 주민들에게 식료품이나 물건을 나누어줄 때, 시간 정해 줄 세우지 말고 날자만 고지하라.

전담 직원이 출근하는 시간부터 퇴근하는 시간까지 편한 시간에 찾아가게 하라.

몸이 불편하여 나오지 못하는 분도 많은데다, 보기에도 좋지 않고 주민들을 타자화하여 자립심을 잃게 한다.

양이 부족할 것을 염려하는지 모르지만, 등록된 주민 수만큼 분량을 확보한 후 지급하던지,

그렇지 않다면 주민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차례대로 지급하면 될 것 아닌가? 



지난 6월26일, 김치 받으려는 주민들의 행렬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나와 길게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너희들은 보기 좋더냐?

더구나 요즘은 장마철이라 비도 잦지만, 노인들이 무더운 햇볕에 노출된다는 게 만만치 않다.

주는 입장에서는 하는 일을 떠 벌여 과시하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받는 사람들 입장은 죽을 맛이다.

아무리 거지지만 거지 취급받는 꼴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줄을 세우게 되면 받는 사람은 두 번씩도 받지만, 몸이 불편하거나

줄서기 싫어하는 주민들은 받지 못하니 불공평하기 짝이 없다.

나누어 준 후, 찾아가지 않는 분은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화도 해 보고,

이상이 있다면 방문해 보는 것이 원칙 아닌가? 혼자 지내다 고독사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제발 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행정을 펴라.

부족분도 재고도 없애기 위해, 들어 온 물품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편의성은 있겠지만,

항상 주민들 입장부터 생각하라.



비가 온 지난 6월26일, 김치 받으려는 주민들의 행렬



그리고 어떤 물품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지원되는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라.

보내는 분의 고마운 뜻을 알아야 할 권리도 있지만, 그런데서 비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동안 매주 화요일에 지급하는 부식 나눔을 지켜볼 때마다 울화가 치밀었으나,

지난 달부터 동자동 사진을 더 이상 SNS에 올리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공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 6월19일, 계란10개를 타오는 주민 모습


몇 개월 전 ‘동자동사랑방‘에서 벌인 어버이날 행사 때 있었던 일이다.

작년 추석 이후에 찍은 사진을 나누어 주는 빨래줄 전시를 하는데,

'사랑방조합' 김정호씨가 전시를 제지해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으나, 지나고 보니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떠 벌려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번거롭더라도 찾아다니며 전해 준다면 그 보다 좋을 수 없다.

사실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사진촬영에 반감 가진 주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퍼포먼스 성격의 의도도 깔렸다는 것도 솔직히 고백한다.

그래서 일 년에 두 번씩 해왔던 빨래줄 전시는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찍히기 싫어하는 사람은 찍을 필요도 없지만, 사진 값도 절약된다.




비가 온 지난 6월26일의 주민들



그리고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와 ‘동자동 사랑방’ 카페에 부지런히 올려 온

사진과 글도 가급적 올리지 않기로 작정했다.

한 두 사람의 반감보다 개인적 프라이버시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구책이다.

이젠 올려도 공익을 위한 알림이나 본인의 요구에 의한 사진이나 글만 올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인터넷을 이용하는 젊은 친구들은 오히려 왜 올리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있다.

시시콜콜 동자동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기들이 찍힌 사진까지 올라와 은근히 기다렸는데,

요즘은 ‘동자동사랑방’ 카페에 들어가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나눔의 현장에서 만난 강 호씨도 그 이야기를 꺼내며,

자기사진이라도 올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동안 소식 올리지 못한 사정을 이야기하다보니, 말이 길어져 버렸다.



양파10개를 나누어준 7월3일, 주민들은 나누어주는 오후1시 30분이 되기를 마냥 기다리고 있다.



다시 한 번 ‘서울역쪽방상담소’에 간곡히 부탁드린다.
더 이상 주민들을 뙤약 볕에 줄 세우지마라.
언제까지 주민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을 계속할 것인가?

이 또한 우리사회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 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무김치를 나누어준 7월10일의 주민행렬


















그동안 해온 사진 작업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공익을 위해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피할 수 없다는
오래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대개 본인이 원하거나 묵인할 때 찍지만,
더러는 원하지 않을 경우도 있다.






흔한 예로 잠든 노숙인을 찍을 때가 그렇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아닌 것도 아닌데, 
찍고나서 양해를 구한다 해도 찍는 순간은 도둑사진일 뿐이다.
사람을 위해 사람을 찍는다는 공익에 대한 명분도
한 사람의 프라이버시 앞에서는 무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뒤늦게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 일주일 전부터
습관처럼 찍어 온 동자동 사진도 이전처럼 노출할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마음을 굳힌 것은 어저께 장경호씨 집에서 찍은 사진 때문이다.
알리지 말라는 후배의 말에도 사는 처지가 딱해 노출시켜 버린 것이다.
본인이 보았는지 모르지만, 심한 자책에 시달린 것이다.
사람을 위한다며 당사자의 뜻이 무시된 사진이 어디 이 뿐이겠는가?
그래서 사진을 내리며 생각을 바꾼 것이다.






평생을 사람만 생각하며, 사람을 찍어 왔지 않았던가.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도 어쩌면 헛소리일 뿐이다.
종국엔 지구의 모든 것이 사라질테니까.

그러면 앞으로 동자동과 인사동 사진은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서로가 통하는 사람 대 사람의 일대 일 기록 말이다.
이제부터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도 본인이 수긍할 수 있는
다섯 장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올린 사진은 지난 토요일 찍은 사진이다.
사진을 부탁한 쪽방주민 조인형씨와 노숙하는 유정희씨다.
조인형씨는 빵 타기 위해 찬송가 적힌 순서 표를 들었고,
유정희씨는 머물고 있는 처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날따라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께서 동자동을 방문해 맛있는 음식을 사 주셨다.
나뿐 아니라 동자동 친구 이기영씨 까지 고마워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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