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셋째 수요일은 인사동 사람들 만나는 날이었다.
요즘 몸이 편치 않아 움직이기 싫으나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나가면 얼마나 더 나갈 것이며, 만나면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조급증에서다.






인사동은 훤하게 불 밝힌 관광상품 매장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전시장을 다녀오는 화가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인사16길' 골목은 술시가 이른지 조용했으나,
코너에 있던 전시장 ‘보고사’가 골동품 매장으로 바뀌었더라.






그 곳은 여러 차례 전업을 거듭하는데,
아무래도 골목 모서리라 술집이나 음심점으로 바꾸는게 나을 것 같았다.






‘유목민’에 들렸더니, 반가운 분들이 많이 와 있었다.
김명성씨를 비롯하여 서길헌, 김영국, 김상윤, 김각환,
신상철, 이미례, 이승철, 박완규, 전활철씨 등 여럿 모여 있었다.






그 날 이야기는 ‘광복회 3,1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였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실시하는 독립선언문 이어쓰기에 이성 구로구청장이 지명 받아서다.
이성씨는 탑골공원이 있는 종로구 김영종 구청장과 항일 유적이 많은 완주군의 박성일군수,
그리고 만 여 점 넘게 독립운동 사료를 모은 김명성씨 등 세 사람을 지명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김명성씨는 하는 방법을 몰라 못했다는데, 인터넷하는 젊은 직원에게 부탁해야 할 것 같았다.
받은지 48시간 안에 독립선언서 한글본과 한 문장 필사 사진을 첨부한 게시물을 업 로드해야 한다,. 

필사한 후, 다음 문장을 이어 필사할 3명을 지목하면 된다.






독립운동가의 비장한 심정을 간접적으로 느끼며,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독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뜻 깊은 일이다.
많은 분들이 3·1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에 동참하시기 바란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이야기로 침을 튀길 때가 종종있다.
다들 미식가기도 하지만, 사는 재미가 별 없으니, 할 이야기가 뭐 있겠는가?
맛 보다 끼니 때우는 게 급급한 나로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지만...






김명성씨는 홍어 애탕 이야기를 꺼냈다. 

‘애간장 끓인다’는 옛말도 애탕이 너무 맛있어 나왔다는 것이다.
황복이 맛있느니, 돔이 맛있느니, 온갖 생선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난, 조개가 맛있다고 맛장구 쳤더니, 김용국씨는 한 술 더 떴다.
“전복이 더 맛있어! 살아있는 전복에 참기름 치면 꿈틀꿈틀하는 맛이 죽인다”나...






씰데 없는 소리 그만하고, 독립선언서 필사 챌린지나 동참하자.
다 같이 3.1운동 100주년의 독립운동 정신을 되 세기며, 진정한 통일을 염원하자.






그리고 3.1절 백주년 행사로 열리는 줄 댕기기와 신명천지 열두마당도 참여하자.

이래는 2월 26부터 3월1일까지 청계천광장에서 펼쳐지는 일정이다.


26일: 4시 줄비나리
27일: 오전 9시~ 진도북놀이와 풍물
28일: 오전 10시부터 줄 말기 / 1시30부터 줄고사, 청수 의례춤 /

        오후 2시부터 신독립선언문 낭독 /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전야제- 시대상황극 12마당 -

3월1일: 4시부터 줄이 나가지만, 미리 오셔서 함께 줄을 짊어지자.
 


사진, 글 / 조문호


















뮤지션 김상현씨가 중병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아는 분들을 만나기만 하면 그 이야기로 걱정 해왔는데,
뜻밖에 인사동에서 그를 만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었다.






지난 25일 인사동 ‘유목민’의 실내 공사를 한다기에 찾아 간 것이다.
외장에 사용할 오래된 인사동 풍경사진을 의논하기 위해서다.






강남의 송재엽씨 기공식에 갔다가 ‘통인가게’ 관우선생 차에 편승해 왔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반가운 분을 만난 것이다.






한 때 인사동에서 ‘북스’란 책 갤러리를 운영한 김호근씨 였다.
제주도 산다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마치 인사동 유령이 나타난 것 같았다.






일단 볼 일부터 본 후, '유목민'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먼저 임하룡씨가 전시를 한다는 ‘토포하우스’로 갔다.






무슨 전시인지도 모른 채 이야기만 듣고 갔는데,
개인전이 아니고, ‘제5회 오늘전’이란 단체전에 참여하고 있었다.






29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임하룡씨 외에도 정승재, 심영숙, 이경근,
박춘우, 이유림, 김은숙, 백순진, 한정혜, 권혁철, 샤샤정, 장용주, 이혜영,
유준희, 이준섭, 최재영, 오현금씨 등 열 일곱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시장에서 임하룡씨 외에도 정승재씨를 만난 것이다.
전시 보러 오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참여 작가라 했다.






그 부지런함에 존경감이 일었다.
학교 강의하랴 소설 쓰라, 이젠 그림까지 그리니, 식구들 얼굴 볼 틈은 있는지 모르겠다.
작년에 개인전을 열었는데, 이제 작업에 물이 올랐나보다.






전시를 돌아본 후 ‘유목민’으로 갔다.
‘유목민’ 안방을 터, 통유리로 밖이 보이게 하는 모양인데. 화가 양서욱씨가 열심히 돕고 있었다.






인사 나누기가 무섭게 반가운 사람이 줄줄이 나타났다.
‘유담’커피숍 앞에 김명성씨가 서 있었고, 안에는 정기범씨가 계셨다.






좀 있으니, 김호근씨가 찾아 와 ‘유목민’에 자리잡고 막걸리를 시켰다.
이어 김완기, 최종선, 김영국, 김상윤씨가 줄줄이 등장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김상현씨가 나타나, 죽은 사람 살아온 듯 반가웠다.
김명성씨가 연락했다는데, 좀 수척해 보이기는 하나 생각 외로 좋아 보였다.






그동안의 투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만에 그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었다.
‘회상’과 ‘떠날 때는 말없이’ 두 곡을 불렀는데, 너무 절절했다.
감정에 몰입되어 터져 나오는 노래 소리에 가슴이 미어졌다.






김상현씨의 노래 소리가 오랜만에 인사동을 울렸다.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

사진, 글 / 조문호





'제5회 오늘전' 전시작


임하룡작

임하룡작

이준섭작

장용주작

샤샤정작

정승재작

정승재작


























 




‘인사모’ 송재엽씨가 강남 도산대로에서 빌딩 기공식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인 ‘인사모’ 맴버로 오래 전부터 함께 해 온 분이다.  

더구나 ‘통인가게’ 관우선생이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라, 술자리도 자주 어울렸다.






여지 것 '동원건설'을 운영한다는 것만 알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없었다.
난, 부수고 짓는 건설 자체를 싫어하는데다, 관심 없는 직업이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송재엽씨가 강남의 랜드마크가 될 Alumni505-Quorum의 기공식을 한다는데,
어찌 안 갈 수 있으랴.






가기 전에 송재엽씨의 직업에 대해 알고싶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더니, 부동산 투자의 귀재로 소개되어 있었다.
전공은 연극영화였으나, 부친께서 오래전 부터 경영해 온 건설 사업에 영향 받은 것 같았다.
'동원건설'은 충북 청주의 뼈대 있는 토목전문 건설 회사였다.






송재엽씨가 충주에서 단돈 4,000만원 들고 상경해 일구어 낸 것이 서울의 '동원건설'이란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성공담도 소개되어 있었다.






이번에 기공식을 갖는 ‘Alumni505-Quorum’은
건평 164평의 15층 건물이라는 데, 도산대로변에 명물 하나 탄생할 것 같았다.





정오무렵 기공식을 축하하러 찾아 나섰는데, 좀 일찍 도착해 버렸다
현장에는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는 분은 송재엽씨와 서용민씨 뿐이었다.





신축될 빌딩은 아트샵이나 개인 작업실 용도로 지어지는 것 같았다
순수회화를 전공한 아들 송자호군은 아버지의 건물 기공식에 화환을 세웠는데,
“펜트하우스는 제가 쓰겠습니다”라고 적어 놓았다. 벌써 자식이 입주예약을 한 것이다.






반가운 사람들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건축가 임태종씨를 비롯하여 임하룡, 조항선, 변문수씨가 나타났고,
술 안주로 큼직한 방어 한마리가 난도 질 당했다.





인사동에 약속이 있어 일어나고 싶었으나, '통인가게' 김완규씨가 온다기에 기다렸다.
그 날 임하룡씨가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지만,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오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인사동 가는 김에 전시장도 들려 볼 참이었다.





뒤늦게 관우선생과 이제훈씨가 나타났는데, 징을 들고 왔더라.
마치 무당처럼 돌아다니며 두들겼는데, 멋진 푸닥거리고, 고사였다.
이어 배일동 명창까지 나타나 술자리가 무르익었으나, 먼저 일어나야 했다.

관우선생도 약속 때문에 인사동 간다기에 따라 붙은 것이다. 
단지, 배일동 명창의 판소리를 듣지 못하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아무쪼록 성공적으로 완공시켜, 사업 번창하길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어제는 새해의 셋째 수요일이라, 술 한 잔 하러 인사동 나갔다.

매번 셋째 수요일마다 인사동에서 오픈하는 전람회도 돌아보고
반가운 사람 만나 술 한 잔하는 날로 정한지가 오래되었지만,
반가운 사람 만나기란 가뭄에 콩 나듯 드물다.






지난 16일은 점심때부터 강민선생님을 만나 뵙기로 약속했다.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청년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 기록전”에 들려 김진하관장을 만났다.





이 전시는 전만규씨가 주민들을 설득해 투쟁으로 일궈낸 매향리 폭격장 10년의 기록이다.
그동안의 자료를 얼마나 꼼꼼하게 챙겼으면, 격려의 글을 보낸 편지까지 모아두었더라.
투쟁에 사용되었던 깃발에서부터 시사만평에 나왔던 그림과 탄피에 이르기까지, 그 지난한 세월을 살펴보았다.
매향리에 가해진 폭력과 그 아픈 상처를 통해 평화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2월1일까지 전시되는 매향리 기록전을 놓치지 마시길...




 


전시를 돌아보고 있으니 ‘강민’선생님께서 오셨다.
이 추운 날, 먼 길을 마다않는 모습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선생께선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하셨으니, 그 기록의 감회도 남달랐을 것이다.
김진하관장 설명을 들으며, 지난 세월을 돌아보셨다.






선생님의 단골집 ‘나주곰탕’에 들려 소주 한 병에 곰탕 세 그릇 시켰다.
짐 때문에 차를 끌고 와 소주는 한 잔으로 끝내야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몸이 불편한지 따뜻한 물에 소주를 회석시켜 두세 잔 드셨다.
얼굴이 붉어져 낮술을 삼가한다는 김진하씨가 마실 수밖에 없었는데,
고맙게도 밥값까지 내 주셨네.






점심식사를 끝내고 커피 한 잔 하려니, 갈 만한 곳이 없다고 하셨다.
단골로 가던 ‘인사동 사람들’은 주인도 이름도 바뀐 식당이 되어버렸단다.
하는 수 없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포도나무‘골목의 끝 집으로 향하다
길에서 안숙선 명창과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씨를 만났다.






강민선생께선 ‘창비’에서 낼 시집 원고를 다 넘겼다고 하셨다.
급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벌써부터 시집이 기다려진다.

커피 한잔 시켜놓고 힘없이 앉아계신 선생님 모습이 오늘의 인사동 같았다.


떠나오며, 방향이 달라 신호등 따라 급히 달려간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민예총’ 사무실에 들려 짐 실어 둔 차를 끌고 녹번동으로 떠났다.
차를 놓고 와 술 한 잔 할 생각이었는데, 꾸물대다 시간이 지체되어버렸다.
‘나무화랑’부터 달려 갔으나, 이미 문이 닫혀있었다.
매향리 전만규씨를 만나 보고 싶었으나, 날 샌 것이다.






백범영씨의 ‘백두대간’전이 열리는 ‘동덕아트갤러리’로 갔더니,
미술평론가 유근오씨를 비롯한 일행들은 벌써 나오고 있었다.
전시장에서 작가 백범영씨와 미술평론가 황정수씨를 만났고,
김달진씨와 편근희씨도 만났다.






백범영씨는 '소나무 작가'라 불릴 정도로 소나무를 즐겨 그렸는데, 이번엔 ‘백두대간’이었다.
산 능선을 비롯하여 나무들과 풀꽃 등 자연을 이루는 다양한 것들을 보여주었다.
특히 백두대간의 맥을 잡아 그린 산수에서는 신비로움마저 느껴졌다.
자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이 전시는 28일까지 열린다.






전시장을 나와 ‘유목민’에서 이인섭선생을 만났다.
전활철씨와 셋이서 소주 한 잔 했는데,
앞으로는 박혜영씨에게 ‘유목민’을 맡기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인섭선생께서 비약처럼 넣어 다니는 술 한 잔을 따라주었는데, 58도의 중국술로 이름 하여 ‘오빠’란다.
부드러운 향의 독주 한 잔에 춘삼월이 오가더라.






인사동에서 나주곰탕 한 그릇 드시고 가는 강민선생이나
‘유목민’에서 파적 한 장에 소주 한 병 드시는 이인섭선생이나
이 두 분이 인사동을 지키는 마지막 유목민이 아닌가 싶다.

인사동 풍류도 그렇게 가나보다.

사진,글 / 조문호



“청년 전만규 매향리 평화마을 기록전”










네오록에 소개된 '매향리기록전' 전시리뷰 http://blog.daum.net/mun6144/5038





백범영씨의 ‘백두대간’전





네오록에 소개된 백범영 전시리뷰 http://blog.daum.net/mun6144/5033











낙원상가가 가른 어르신들의 하루



조선일보 / 스크랩 

  • 이영빈 기자


  • 서울 종로 낙원상가 서쪽에는 인사동, 동쪽에는 탑골공원이 있다. 두 구역을 각각 '낙서' '낙동'이라 부른다. 지난 9일 오후 인사동의 한정식집에서 낙서파 노인 8명이 음식을 앞에 두고 건배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각 낙동파 노인들은 낙원상가 8번 출구 계단 앞에서 환한 표정으로 장기를 두고 있다(오른쪽 사진).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종로에는 두 개의 '낙원(樂園)'이 있다. 지갑이 얇은 노인은 탑골공원으로, 행색이 좋은 노인은 인사동으로 간다. 이 일대 3000㎡(약 907평)는 낙원상가를 중심으로 동서로 갈린다. 편의상 낙원상가 동쪽을 '낙동', 낙원상가 서쪽을 '낙서'라 부르자. 두 구역은 모이는 사람부터 거리 풍경, 먹을거리와 놀거리, 소음과 냄새까지 판이하다. 형편이 좋든 나쁘든 노인에게는 낙원이다. 두 모습을 나흘에 걸쳐 관찰했다.

    낙동파 vs 낙서파

    지난 9일 오후 7시 탑골공원 근처 포장마차. 의자는 없다. 주인의 앞, 양옆에 'ㄷ'자 모양으로 탁자가 있다. 손님은 선 채로 술과 안주를 먹는다. 가오리 초고추장 무침, 삶은 꼬막 등을 5000원 안팎에 판다. 꼬막을 주문한 할아버지가 "요즘 안주가 영 부실하다"고 불평하자 주인이 대꾸했다. "잔술 서비스 먹으려면 입 다물어!" 주위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빨간 소주'를 종이컵에 8부쯤 담아주는 잔술은 1000원짜리다.

    한 할아버지가 기자에게 "젊은 친구가 어쩐 일이냐"며 말을 걸어왔다. 인천 서구에 사는 강금성(71) 할아버지. 지하철 1호선으로 곧장 올 수 있기 때문에 편하다고 했다. 젊은 시절 항구를 드나드는 배에서 물건을 옮기는 등 힘쓰는 일을 주로 했다는 그는 "여기서 소리 내 웃고 떠들다 보면 옛날처럼 에너지가 솟는다"고 말했다.

    강 할아버지는 '낙동파'가 된 지 15년째다. 탑골공원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사회와 정치를 논한다. 대화 상대가 떠나면 또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간다. "모르는 사람들과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는 게 이곳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가 이날 밤 쓴 돈은 도합 1만원이다.

    '낙서파'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6일 오후 4시 인사동의 한 찻집. 회색 롱코트에 와인색 목도리를 두르고 검은 중절모를 쓴 권명현(73) 할아버지가 들어섰다. "언제 오셨나?" 찻집 안 3명과 인사를 나눈다. 테이블에 오미자차, 생강차, 쌍화탕 2잔에 가래떡구이가 놓여 있다. 차를 마시던 한 할아버지가 "안동 문중에서는 권씨가 최고 아닌가?" 운을 띄운다. "유성룡의 유씨를 빼면 섭섭하지" "김씨를 빼면 우리나라 역사를 논할 수 없다"로 대화가 흘러간다.

    이들은 오후 7시 고급 민속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1인당 약 5만원의 코스와 2만원 상당의 전통주가 상에 놓였다. 술잔을 부딪치며 축하의 말이 오갔다. 한 할아버지의 손자가 내과 병원을 개업했기 때문이다. "손주가 준 용돈으로 내가 사겠다"고 하자 박수가 터졌다.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 정세균이를 자주 봤는데, TV보다 훨씬 인상이 좋다"는 등 왕년에 '한가락' 했다는 무용담이 이어졌다.

    권 할아버지는 경기 군포시에 살지만 10년째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인사동을 찾는다. 합판 등을 유통하던 개인 사업에서 은퇴하고, 시(詩)에 관심을 가지며 자주 드나들게 됐다. 그는 "인사동은 조선왕조 시절부터 예술의 거리였기 때문에 나 같은 시인에게는 더 의미 있다"고 했다.

    물가는 천지 차이, 행복감은 비슷해

    탑골공원 동쪽 담장을 따라 해장국집과 포장마차 20여 곳이 늘어서 있다. 8일 오후에 가보니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2000원 하는 시래기 해장국이나 황태 해장국을 먹고 나온 사람들이다. 낙동의 해장국은 다른 7000~8000원짜리 국밥보다 국물이 묽고 건더기가 적다. 그래도 공깃밥은 한가득 담아준다.

    이들은 주로 두꺼운 무채색 패딩 재킷에 귀까지 내려오는 '군밤장수 모자'를 썼다. 이제 무엇을 할 예정인지 묻자 "그냥 있다" "별생각 없다"고 했다. 그 자리에 서서 정치·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다. 이날의 주제는 차기 대선 후보였다. "오세훈이 슬슬 나타나지 않겠느냐"고 하면 "아직은 시기상조니 조금 더 몸을 사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식이었다.

    낙원상가 8번 출구 계단 앞에 있는 장기판 4개에도 노인들이 북적였다. 영하의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장기판 하나에 훈수꾼이 5~10명이 붙어 있다. 한 할아버지가 "아 XX, 방금 마(馬)가 왼쪽으로 갔으면 장군 막을 수 있었잖아!"고 하자 구경꾼들이 모두 웃었다. 모두 이날 서로 처음 본 사이라고 한다. 박오윤(64)씨는 "아는 사람이 없어도 그냥 와서 이야기하고 담배를 피우면 친해진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낙서 거리에는 노인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찻집이나 식당에서 모임을 갖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인사동의 한 찻집에는 칠순이 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향해 "너무 좋은 밥을 먹어서 그런지 차도 맛있는 거 같아"라며 미소 지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코트의 보풀을 떼며 "다음에는 내가 자주 가는 솥밥집에 가자"고 했다. 각자 배우자와 사별하고 소개로 만난 사이라고 한다.

    고급 한정식집 방 안에서는 60~70대 할아버지 5명이 자작시 낭송에 여념이 없다.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시 낭송회로 6년째를 맞았단다. 가장 잘 쓴 시를 뽑는 순서도 있다. 이날 수상작은 양모(72) 할아버지의 '화무십일홍'. '희푸른 갈매기에게/ 우리의 추억을 보낸다'라는 구절을 읽고서 탄식을 내질러 호응을 얻었다.

    낙동과 낙서는 노인이 쓰는 돈도 하늘과 땅 차이다. 인사동은 방문할 때마다 10만원가량 지출이 생긴다. 찻집에서 만나 차와 다과를 먹으면 1만원이 조금 넘고 저녁으로 술을 곁들여 7만~8만원짜리 식사를 한다. 낙동은 1만원이면 충분하다. 탑골공원 근처 가게들의 국밥 가격은 대체로 2000~3000원. 소주와 막걸리도 2000원이다.


    두개의 '낙원'


    '낙원' 사라질까 두렵다

    서울은 물론 멀리 경기 평택·수원·인천의 노인들도 낙원상가 일대를 찾아온다. 한국을 대표하는 노인문화지구다. 20년 넘게 탑골공원에서 황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김모(72) 사장은 "전국에서 노인들이 찾아온다. 멀리 전남 여수에서도 온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친구를 만나러 인사동에 왔다는 구갑회(64)씨는 "노인을 위한 거대 상권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종로3가 근처 돈의동 쪽방촌에 사는 노인들은 매달 20일 기초연금(약 26만원)이 나오면 낙동의 값싼 먹거리로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입금되는 오후 4시쯤 포장마차촌에 연금 수급자가 몰린다. 21년째 쪽방촌에 사는 고민영(60)씨는 "7000~8000원 하는 식사는 부담되지만 5000원하는 안주에 잔술 정도는 한 달에 한 번 쏠 수 있다"며 "무료 급식과 자선 단체에 의지하는 우리에겐 한 달에 한 번 허락되는 사치"라고 했다.

    노인들은 "최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우리가 갈 곳을 잃는 것 아닌가"라며 걱정하고 있다. 종로구 익선동이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낙원상가 쪽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5년째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노모(49)씨는 "젊은 친구들이 늘다 보면 거대 기업이 들어서지 않겠 느냐"면서 "그때는 우리가 쫓겨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노인에게 성(性)을 파는 '박카스 아줌마'도 최근에는 뜸해졌다고 한다. 박카스 아줌마를 종종 불렀다던 한 할아버지는 "연락해도 받지 않고 다른 아줌마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탑골공원 서쪽 담벼락에서 만난 60대 박카스 아줌마는 "이쪽은 젊은 사람들이 늘어 종묘공원으로 많이들 이동했다"고 전했다.











    [서울아트가이드 2019년 1월호 스크랩]










    날씨가 갑자기 추워 그런지, 년 말이 되어도 인사동이 별로 흥청대지 않았다.
    구세군의 종소리를 뒤로하고, 뭐가 바쁜지 다들 종종 걸음만 친다.






    인사동에서 열리는 전시로는 ‘민예총’ 기금마련전이 열리는 ‘관훈갤러리’가

    그 중 볼거리가 많은 전시라, 보았지만 다시 들렸다.






    이층에는 이재일씨와 서인형, 정영신씨가 잡담을 나누고 있었고, 관람객도 띄엄 띄엄 있었다.
    그런데, 전시작의 배치도 바뀌었지만, 처음 보는 작품에 눈이 번쩍 띄었다.






    개막식에 없었던 신학철선생의 사진 콜라주 작품이 한 점 나온 것이다,
    알아보았더니, 돌아가신 김윤수선생 사모님께서 ‘민예총’에 기증한 작품이라 했다.
    그 작품은 민중미술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가격도 적지 않아, 고마운 마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고, 고인이 된 김영수씨 사진도 두 점이 더 걸려있었다.
    사진가 정인숙씨가 추가로 가져왔다는데,

    한 점은 갯벌이 펼쳐진 을씨년스러운 포구 풍경이고, 한 점은 주재환선생의 젊은 시절 모습이었다.
    이젠, 주재환선생께서 ‘미투’작품 판 돈으로, 그 작품을 사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군데군데 빨간 딱지가 붙어 반갑기 그지없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신학철선생 판화를 비롯하여, 주재환, 민정기, 박홍순,
    이원식, 이태호, 강요배, 박재동씨등 여러 점에 붙어 있었는데,
    한 작가의 작품이 두 점 팔린 것은 세 작품이나 되고,
    이태호씨의 판화는 네 사람이 딱지를 붙였더라. 



     


    이 정도면 불경기에 괜찮은 전시로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몇몇 컬렉터가 찜해 놓은 작품이 있다니,
    ‘민예총’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할 것 같았다.






    이 전시가 끝나는 1월6일에는 모두 나와 신명난 황금돼지의 꿀꿀이 잔치한 번 벌이자.
    ‘민예총’사람이던, ‘인사동 사람들’이건, ‘사진쟁이’건, 모두들 꼬인 것이 있으면,

    그 날 액을 풀며, 새로운 한 해를 맞자,





    나쁜 놈인 이승만의 말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말이 생각난다.

    “뭉치면 살고, 흩어 치면 죽는다”

    사진, 글 / 조문호


















    ‘한국민예총’의 재기를 위한 ‘민족예술, 다시 날아오르다’기금 마련전이 인사동 ‘관훈갤러리’ 전관에서 개막되었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가 기획한 이 전시에는 신학철화백을 비롯한 민중작가 4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전시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19일에는 민예총 작가들을 비롯한 많은 인사동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전시가 열리기 몇 일전부터 카메라가 고장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이 날은 강민시인과 신학철화백, 미술평론가 김진하씨 등 많은 분들을 만났으나, 못 찍어 안절부절 했다.






    전시 디스플레이 등 준비 상황도 기록하지 못했다.

    뒤늦게 카메라를 빌려 개막식과 다과회, 그리고 뒤풀이에서 많은 분들을 찍었다.

    사진이 너무 많지만,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반가운 사람은 물론, 인사동 꼴통들도 많이 나오셨다.





    그 날 만난 분들을 기억나는 대로 거명해 보겠다.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빠진 분들께 죄송할 뿐이다.






    백기환선생을 비롯하여 손장섭, 김정헌, 유홍준, 성완경, 이애주, 임옥상, 정복수, 김태서, 천호석, 이종구, 김천일, 박종관, 이수호, 이부영, 임진택, 유진규, 장순향, 정태춘, 임정희, 조경숙, 박불똥, 유순웅, 최석태, 정영신, 서인형, 이성호, 손병휘, 박세라, 조경연, 박홍순, 김영진, 김진열, 두시영, 심정수, 이명복, 이태호, 장경호, 최병수, 이광군, 최효준, 손기환, 양상용, 정세학, 나종희, 곽대훈, 김명지, 박 철, 김이하, 김도수, 최명철, 이양재, 손병주, 하태웅, 이재민, 정재안, 김 구, 신상철, 이미례, 이 반, 정영철, 김명성, 조준영, 김수길, 이명희. 공윤희, 민영기, 노광래, 임경일, 강선화, 박윤호, 권양수, 이희종, 박영애, 김보영, 최옥경, 김미진, 손영익, 안만욱, 김덕철, 김도수, 황의범, 이경란, 김다솜, 안광택, 이태환, 성기준, 고재열, 강영민, 유인택, 이승곤, 이성희, 양형규, 임영선, 정필주씨 등이다.






    이 전시는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진다.
    오전 10시 30분에 문을 열며, 매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이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