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은 ‘민예총’기금마련전이 끝나는 날이라, 오후3시부터 인사동에 나갔다.
전시장 나오는 분들과 시무식을 겸하여 술 한 잔 할 생각으로 벼르고 벼른 날이었다.






카메라를 꺼내 거리 스케치를 하는데, 누가 허리를 쿡 찔렀다.
돌아보니, 까딱이였다.






반갑기도, 징그럽기도 하지만, 이 친구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사는 이야기를 듣고싶어 식당에 끌고 가려는데, 손사래 친다.
30여년을 인사동에서 만났지만, 이름까지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다시 한 번 끌어당기니, 한사코 뿌리쳤다.






“어허! 와 안하던 짓을 하노.
니 꼬라지나 내 꼬라지보고, 받아 줄 집이 어딧노? 씰대 없는 짓 하지 말고 돈이나 내라”
“다른 사람은 통행료 안 받고, 와 내한테만 받노?”라고 받아 쳤더니,
오늘은 통행료가 아니라 복채란다.






이 친구는 아는 사람만 손 벌리지, 모르는 사람은 절대 구걸하지 않는다.
요즘의 인사동에서 아는 사람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길거다.
그래도 잊지 않고 인사동을 찾아주니, 고마웠다.
까딱이가 살아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아직 인사동은 죽지 않았다.
비상금만 남겨두고, 주머니를 털었다.






추운 날이라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모두 이불을 감고 다니는 것 같았다.
전시장이 훤히 보이는 ‘이즈’나 ‘인사아트’만 사람이 바글거리지,
괜찮은 전시가 열리는 ‘회수갤러리’를 비롯한 여타 갤러리는 파리만 날렸다.
전시 정보도 없지만, 날씨도 추운데다 눈에 보여 그냥 들어가 보는 거다.






거리 가판대에 나와 있는 상품들도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외국관광객이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모자 디자인도 천편일률적인데다,
적어놓은 글자들도 웃기는 짜장면이었다.
대장, 대박, 사장, 회장, 왕 등 얼굴 간지러운 글만 잔뜩 적혀 있었다.
인사동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민족예술, 다시 날아오르다”는 전시가 열리는 ‘관훈갤러리'로 갔다.
서인형, 이재일, 정영신씨가 탁자 주위로 둘러앉았고,
최석태씨는 관람객에게 열심히 작품설명을 하고 있었다. 
약을 잘 팔았는지, 최병수씨 작품을 두 점이나 팔았단다.






뒤 따라 온 공윤희씨는 술자리를 궁리하였고, 술 마시자는 유진오씨 전화도 있었다.
'민예총' 서인형국장의 동창 홍미숙씨가 오셔서 전시작을 돌아본 후,
고맙게도 ‘민예총’CMS 한 구좌를 적어주셨다.


조각가 이원석씨를 비롯하여 작품을 철수할 분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보름 동안의 전시결산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기획자 최석태씨의 말에 의하면 팔리지 않은 작품은 작가들에게 먼저 돌려드리지만,
관심 있는 컬렉터들을 상대로 두고두고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 보낼 작품들만 포장해 차에 싣는데도,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나머지는 화요일에 마무리할 작정으로 청국장 집에 저녁 먹으러 갔더니,
장경호씨가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배가고파 허급지급 밥부터 먹어버려, 술 들어 갈 자리가 없었다.
최석태씨가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귀가 어두워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아, 혼자 생각에 빠져 있었다.
보름 전부터 시작된 전시에다 집안 초상까지 나, 내 일에 너무 소홀한 것 같았다.
다음 주부터 동자동 사람들과 어울려, 신나는 2019년을 만들어 갈 작정이다.

화이팅!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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