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요소요소에 빈 점포들이 늘려있다.

코로나 시국이라 다들 나설 엄두를 못 내지만, 어쩌면 위기가 기회일지도 모른다.

업종만 잘 선택하면 몫 좋은 곳은 물론 좋은 조건으로 임대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인사동 거리를 메우는 대부분이 젊은이들이다.

인사동을 찾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막연한 갈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 마시고 술 마실 곳이야 많지만, 전시장 외의 문화공간이 별로 없다.

연인과 함께 연극이나 공연을 볼 수 있는 소극장도 절실하다.

 

성업을 이루던 싸구려 잡화상들이 지금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젠 몇 곳 남지 않았는데, 임대료가 싼 골목 안으로 옮기기도 했다.

그 빈 가게에 젊은이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으로 살려내면 어떨까?

 

중국산 싸구려 상품이 아니라 연인들 끼리 품격 있는 선물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아트상품 매장들이 들어섰으면 좋겠다.

예술적 감성에 목마른 젊은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업종을 찾아야 한다.

 

지난 2일은 인터뷰에 불려나간 정영신씨 따라 인사동에 나왔다.

끝날 동안 인사동 거리를 돌아 다녔는데, 빈 가게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유재만씨가 직영하던 대형 음식점 ‘아라랑가든’까지 문 닫았더라.

 

‘보물창고’,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나락실’ 등 문 닫은 지 오래된 점포들이 늘렸지만

‘황금연못’, ‘까망글씨’등 새로 개업한 가게도 생겨나고 있었다.

 

한정식 ‘옥정’은 ‘853’이란 고기집으로 간판을 바꾸었고,

호텔 ’쿠레타케소‘도 언제 개업했는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마스크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

근성으로 답례를 하고 돌아설 때야 누군지 생각이 났다.

바로 꿈길 속의 춤을 찍는 양재문씨였다.

 

가는 분을 불러 사진을 찍는 헤프닝까지 벌였다.

빨리 복면의 시대가 끝나야 할 텐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청각은 물론 인지 능력까지 떨어져 종종 실수를 한다.

 

나도 쪽방에서 예전에 살던 인사동 옥탑 방으로 옮길 생각이다.

다시 한 번 인사동의 봄을 꿈꾼다.

 

사진, 글 / 조문호

 

전염병으로 한 겨울처럼 꽁꽁 얼어붙었지만,

인사동 전시장에는 따뜻한 훈풍이 불었다.

 

‘마루아트’ 2층에서는 한센촌 주민들이 기록한 ‘만종’이 열렸고,

3층에서는 사진가 양재문씨의 ‘舞夢’이 열렸다.

 

양재문씨의 환상적인 ‘비천몽’은 여러 차례 보았지만,

"처용 나르샤" 시리즈는 처음 보았다.

 

오방색 치맛바람 휘날리는 사진들은 언제보아도 설렌다.

꿈결 같은 춤 자락이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웠다.

 

양재문씨 말로는 갑작스레 이루어진 전시라 했다.

빈 공간을 메워준 전시였지만, 두 점이 팔리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무몽’은 20일까지 열리고, ‘만종’은 23일까지 열린다.

전시를 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전시장을 나오다 사진가 권양수씨와 김효성씨를 만났다.

신단수란 필명을 가진 김효성씨는 알아주는 역술가인데,

이번에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도 주었다.

 

축하주를 한 잔 했으면 좋으련만, 차를 끌고 나와버렸다.

오래 마스크를 쓸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는 부자 병에 걸린 탓이다.

 

인사동에서 주차비가 가장 싼 대일빌딩에 세웠지만,

꾸물대면 밥 한 끼가 통 채로 날아간다.

정확하게 한 시간 10분 걸렸는데, 주차비는 3500원이었다.

 

돌아서는 내 발길만 무거운 게 아니라 지나치는 노작가의 발길도 무거워 보였다.

늙어가는 설움에 무거운 게 아니라 외로움의 설움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토요일 오후1시 무렵,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 들렸다.
사진가 양재문씨를 만나러 갔는데, 케냐의 사진가 김병태씨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더 페이스’란 제목의 케냐 사람들 얼굴을 찍은 작품인데, 검은 공간에 부조처럼 박혀 있었다.






전시작가와 인사를 나누고, 멀건 대낮부터 한 잔 하러 갔다.
인근의 전라도 음식점 ‘자희향’에 갔는데, 맛있는 홍어부침에 김병태씨 사진이야기를 곁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곳에서 뜻밖의 반가운 분을 여럿 만났다.
미술평론가 김진하. 이태호씨 등 몇 분이 입성하더니, 뒤 따라 김명성, 김용국, 김상윤씨가 들어왔다.
이 집 음식이 맛있는 건 다들 알지만, 용케도 시간이 맞은 것이다.






몇 일전 이야기는 들었지만, 김명성씨가 천상병시인을 추억하는 인사동 잔치를 마련한다고 했다.
6월 28일 정오부터 오후9시까지 ‘아리랑’에서 여는데, 모처럼 인사동 사람들이 만나는 좋은 자리다.






전 ‘창예헌’ 회장 김명성씨 제안으로 추진되는 이번 잔치에 ‘아리랑’ 유재만 회장도 후원한단다.




2013년 고)천상병시인 20주기에 맞추어 인사동 '아라아트'에서 열린 '인사동 소풍'의 한 장면이다. 



그 날 원로시인들로 부터 천상병시인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시 낭송회를 비롯하여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음악회도 준비한다.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알리겠지만, 인사동 사람들은 물론이고 천상병시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페북이나 블로그에 신청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술자리가 끝나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녹음 짙은 인사동 10길의 정취가 낯선 듯 아름다웠다.
토요일의 인사동 거리라 변함없이 붐볐는데, 오랜만에 만개떡 장사도 나왔더라. 






취기가 올라 ‘유담’ 커피숍에서 팥빙수를 시켰는데, 김명성씨가 두툼한 책 두 권을 선물했다.






한 권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펴낸 ‘서울과 평양의 3.1운동’이고
한 권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에서 펴낸 ‘백년 편지’라는 소중한 사료집이었다.






김명성씨가 독립운동에 관한 사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대한독립선언서’와 ‘대한국민의회 독립선언서’가 책에 실려 있었다.






‘대한독립선언서’는 1919년 조소앙선생이 작성한 글로
당시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던 김교헌, 여준 등 주요인사 39명이 연서한 독립선언서였다.

제2선언서라는 ‘대한국민의회독립선언서’는 문창범선생께서 중심이 된 최초의 임시정부로 
선언서 마지막 부분에 대한국민의회 직인이 찍혀 있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사료를 홀대하는 나라인지, 대부분의 중요한 사료를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짜로 기증받을 생각만 하지, 적극적으로 구입하지 않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모처럼의 인사동 나들이에 반가운 사람 만나 즐겁게 취하고, 좋은 선물까지 받았다.





그런데, 그 날 밤은 축구결승을 보아야 하는데, 어디서 볼지 고민되었다.
티브이가 없어 서울역 대합실에서 보면 되겠으나, 토요일은 녹번동 가는 날이 아니던가. 
녹번동에 들려 인터넷으로 볼 작정을 한 것이다.






여지 것 결승에 오르기 까지 축구 중계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뉴스를 보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꼴을 모르기도 하지만, 내가 보면 지는 징크스가 있다.






꾸물대다 컴푸터를 늦게 켰는데, 이미 전반전이 시작되어 한 골 이기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지켜보자 역전되기 시작하더니, 결국 3대1로 지고 만 것이다.






난, 정말 재수 없는 인간이다.
안 보던 축구 중계는 왜 보아 온 국민이 김빠지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전생에 무슨 죄가 많은 지, 되는 일이 없다.



사진, 글 / 조문호
















사진가 김병태



사진가 김병태씨의 사진전 '더 페이스(The Face)'가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5일 아무런 정보도 없이, 사진가 양재문씨를 만나려 김병태씨 전시가 열리는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을 찾았다.

마침 작가가 자리에 있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는데, 나만 몰랐지 유명사진가였다.

25년 전 케냐에 들어가 사업을 벌인 동포로, 카메라를 잡은 지가 20여년이 된 베테랑이었다.

아프리카 생활에서 느낀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그만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동안 전시한 여러 권의 사진집도 살펴볼 수 있었다. 

‘Wild Emotions’에는 아프리카의 때 묻지 않은 자연에 어우러진 동물의 세계가 절제된 방법으로 포착되어 있었다.

그리고 ‘Black Mist’는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아프리카 풍경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점들이 꿈틀거리는 신비로운 초원풍경은 동이 트기 직전의 동물 행렬이라 했다.

희미할수록 자세히 들여다보는 심리는 점으로 이어진 동물의 행렬에 끌려들게 만들었다.

흐릿하고 엷은 한 줄기 빛으로 담아 낸 사진들이 사뭇 원초적이며 몽환적이었다.

첫 번 째의 사진집이 멀리 있는 동물의 세계를 끌어당긴 작업이라면, 두 번째의 사진집은 대상을 밀어 낸 작업이었다.






전시되고 있는 ‘더 페이스(The Face)'는 또 다른 형식의 사진으로 작가의 끈임 없는 창의력을 엿볼 수 있었다.

부조(浮彫)처럼 검은 배경에 사람들 얼굴만 박힌 강인한 인상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흑인들의 얼굴만 부각시켜 그들의 표정에 집중시킨 것이다.

포토샵으로 얼굴을 편집한 줄 알았으나, 검은 복장의 케냐 인들을 검은 배경에 세워 찍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표정에 집중시키기 위한 철두철미한 작업 방편이었다.

모델이 되어 준 사람들은 사진가 김병태씨와 함께 생활하는 이웃이거나 가까운 친구라 했다.

낯선 흑인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처럼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는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작가는 그 사람들의 감정을 절제하거나 끌어내어 때로는 기쁨을 나타내기도 하고, 때로는 사색에 빠져들게도 만들었다.






사진 뒤를 가린 검은 공간은 텅 비어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음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 숨겨진 빈 공간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무한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묘한 심리적 변화를 일으켰다.

여지 것 아프리카를 주제로 한 대개의 사진들은 이방인의 시각에서 본 장면이었다.

아프리카가 이방인에게 신기하듯, 이방인의 모습과 문명 또한 현지인의 시각에서는 이색적이긴 마찬가지다.

대개의 사진인들이 현지인들의 시각은 철저히 무시하고 무슨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찍어 내 보인다.

김병태씨의 사진들은 그런 선입견을 배제한, 기존의 아프리카 사진에 대한 개념 자체를 파괴한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착은 그만의 진한 잔향으로 향기를 뿜어낸다.






작가는 인종에 대한 선입견이나 편견은 버려 달라고 한다.

이 작업을 통해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의 여러 감정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 인물 작업은 빛을 배제한 어둠 속에서 그들의 기쁨과 고뇌를 끄집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02-733-1045)에서 열리는 ‘더 페이스(The Face)'전은 24일까지 이어진다.



글 / 조문호



친구 지간인 양재문씨와 함께한 김병태씨












한국의 사진발통 곽명우씨가 사진 소장의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로 훈훈한 연말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의 사진전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렸다. 

이 소장전에는 국내외 작가의 사진 40여점이 선 보인다.



이갑철작

 

 

그는 2003년 프랑스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가의 방이라는 오픈행사에서,

추첨에 당첨된 행운의 사진이 소장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한 점 한 점 모우기 시작했는데,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도 있어,

유 무명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들을 골랐음을 알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을 소장할 수야 있지만, 가난한 사진가의 소장전이라 더 돋보인 것이다.



 


사진하는 사람이 곽명우를 모른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다.

사진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사진바다블로그를 통해 알리는 일을 해 온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이젠 전시 개막식에 곽명우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들 의아해 할 정도로 기다리는 사진가가 되어버렸다.

파워 블로그로서의 홍보 역량만이 아니라 상대의 소중한 자료를 기록하지만,

보수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없는 야박한 현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부지런하게 몰아 붙이는 사진기록에 대한 소명의식은 오늘도 쉼 없이 사진발통을 굴리게 한다.



 


가난한 처지에 허구한 날 봉사만 하고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는데,

좋아하는 사진을 구입해 소장전 까지 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례로 받은 작품도 있다지만, 형편에 맞추어 꾸준히 사 모았다고 한다.

장가를 들지 못한 노총각이라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구입해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인이 사진을 사주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 더 가상한 것이다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순수한 곽명우 작가의 말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22일 오후5시 무렵 전시장을 찾았는데, 곽명우씨는 스스로의 오프닝 행사를 찍기 위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양재문, 엄상빈, 이기명, 이규철, 박찬원씨 등 반가운 사진가들도 여럿 만났으나,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이미 잊혀진 구세대, 즉 꼰대가 되었다는 걸 다시 절감한 것이다.



    

 

그 날 따뜻하게 데운 와인 두 잔에 마음이 따뜻해 진건, 술 기운보다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진을 갖고 싶어도 사진가들이 가난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 아니던가.

사진가끼리 좋아하는 작품을 교환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들기도 했다. 






사진 사랑의 곽명우씨 인사말에 이어 '레드로우'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다른 약속이 있어 끝까지 지켜볼 수 없었다.





아무쪼록, 그 작품들이 또 다른 분들의 소장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전시가 되어지길 바란다.

새해에는 여러분의 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사진, / 조문호





-전시 작품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 황규태, 조문호, 엄상빈, 김남진, 양재문, 김대수, 최광호, 김광수,

진동선, 이갑철, 최병관, 신현림, 최영진, 이정록, 양승우, 이동준, 박태희, 이순행,

현경미, 김원섭, 이건영, 차경희, 이주영, 조병준, 최인수, 사  타, 최수정, 정희승,

권도연, 조현택, 박재현, 권오철, 김지연, 손기헌 남 준, 허영환.

우리카미 마스카즈. 래드로우 고니,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세 가지의 목소리를 내는 특별한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이흥덕의 불안의 에티카’(1)는 현대사회를 비판하고,

조신호의 “DMZ로 부터”(1)는 생태환경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이민종은 나의 노래’(2), 자연은 자연으로 두라는

각기 자신만의 어법으로 쟁점화 시켰다.



 


작가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비판적 현실이 암울하고 참담할 뿐이다.

돈과 권력에 눈이 어두워 정신은 병들었고,

물질문명의 노예가 되어 마치 하루살이처럼 살아간다.

남이야 죽던 말든, 자연이야 망가지던 말든,

오로지 개인주의적 탐욕으로 똘똘 뭉친 것이다.

그 비정의 현실을 말하는 기획전이라 뜻하는 바가 크다.



 


이흥덕이 사회를 보는 불안한 시각은 꽤 오래 되었다.

40년 가까이 욕망이 이글거리는 우리 시대의 다양한 사회풍경을 풍자하고 비판했다.

불안한 현실을 그려내는 심리 도해로서의 지옥도고, 온몸으로 부대낀 보고서다.

    


 



해골 무덤에서 탱고를 추는 남녀 군상들, 구제역에 매몰되는 가축들,

전쟁놀이 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

구덩이에 처박혀 떨고 있는 사람들, 십자가에 눌린 무력한 예수,

모든 작품들이 지옥이 따로 없는 오늘의 현실을 말해준다.



 


작가의 불안한 증상은 개에 쫒기는 사람으로 동시대적 폭력과 야만을 보여준

80년대부터 시작되었단다.

풍자적으로, 때로는 에로티시즘적인 수사학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상을 형상화해냈다.



 


흑백 목탄이나 초록의 유화 모노크룸,

또는 강렬한 색을 사용하여 마치 요지경이나 만화경 속에 들어 있는

무대처럼 몽환적 풍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원시의 울산 암각화처럼...




 

근대미술의 시조격인 고야의 동판화집 "이성이 잠들면 요괴가 눈 뜬다"라는 작품이 있다.(중략) 이흥덕의 그림도 거기에 맞닿아 있다. 요괴를 부정하는 근대도 지나고, 그 유산으로 '찬란한 문명(?)'을 성취한 현대도 100년 이상이나 지났건만, 우리는 여전히 요괴가 눈 뜨고 횡행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이흥덕은 그런 동시대를 때로는 겹 눈질로 때로는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의 불안을 임상보고하고 타자와의 미적·정서적 연대를 시도한다. 이는 보편적인 이웃과 더불어 인간욕망과 욕망이 야기한 폭력과 그로인한 '불안'을 바로 보고, 거기에 맞서려는 작가 이흥덕의 저항적 '에티카(Ethica)'에 다름 아니라 하겠다.“고 미술평론가 김진하씨가 썼다.




 

두 번째 작가인 조신호씨는 대학생 신분으로

한강미술관푸른깃발전에 참여한 적도 있단다.

일찍부터 시대정신에 눈 떠 현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

미를 추구하는 그림에서 벗어나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러다 18년 전, 살기가 어려워 파주로 들어가 DMZ를 접하며

생태환경에 빠지는 일대 전환을 맞는다.

고통 받는 동물들을 치료해 주며 스스로 위안 받았다고 한다.

지구의 환경오염이 인간이나 동물에게 미치는 심각한 폐해를 자각한 후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는 DMZ를 다닐 때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초월적인 힘은 도저히 용납하지 않았다.

인간을 끝없이 불안한 존재로 인식하며,

그런 문제의식을 그림으로 토해내기 시작 했다.



 


살기를 뻔뜩이며 날개 짓하는 독수리무리, 해골에 박혀있는 나무,

앙상한 나목을 마지막 보루처럼 지키는 조류, 하나같이 섬뜩한 장면이다.

마치 작가의 분노가 고스란히 화폭에 옮겨진 것 같다.

강렬한 색과 터치로 그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미술평론가 곽대원씨는 이렇게 말했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영국의 화가 프렌시스 베이컨(1909-1992)을 연상케 한다. 베이컨은 고기와 형상과의 관계를 통해 극도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작가다. 베이컨 그림에 나타난 인간과 동물은 아름다움보다는 처절함이다. 조신호의 작품에서 종종 비슷한 그림을 발견한다. 동물을 인간의 정형이라고 믿는 베이컨이나 조신호가 혹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묻고 있다.

    


 



세 번째 작가 이민종이 나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내 놓은

일련의 작품을 보면 우선 나른한 느낌이 든다. 자극거리가 없다.

땅에서 시작되는 삶이란 원래 지루하고 따분하다.

성적인 말로 조루와 반대되는 지루의 상태로

언제 사정해 버릴지 모르는 아슬아슬함을 지닌 채 오래도록 지속된다.

본래 자극을 주는 것이란 쉽게 눈길은 가지만 금방 싫증을 느낀다.



 


마치 드론으로 찍은 부감사진 같은 풍경은

재현적인 사실주의라기보다 조형화한 산수화 같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아주 높고 치밀한 불완전함이 있다.

무기교의 기교이며, 무기교를 위장한 기교다.

바로 이것이 이민종 풍경화의 매력이다.



 


색을 중첩하는 채색방식이야 서양화지만, 동양화의 관점이다.

미세한 붓 자국으로 눈이 쌓이듯 잔잔하게 찍어 그렸는데,

작가는 사물의 물성을 강조하지 않는다.

물감의 흔적으로 화면 층을 깊게 하며,

붓 자국이 쌓이는 시간을 기다려 공간감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형상화해가는 방법이 아니라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에 있다.

자연은 그냥 그대로 두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지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은 가능성의 세계이고 봄은 생동하는 계절이기에 선택되었으나, 계절 속 자연은 침묵으로 생명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동양사상의 핵심은 현실 속에서 주변과 자기마음을 조용하고 화평하게 하는 데 있다. 화가 이민종의 정신은 이러한 자연에서 발견한 감성적인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것이다.”고 주성열교수가 적었다.



 


지난 30일 전시를 보러 금보성아트센터를 가야했으나,

그날따라 서울대학병원장례식장에서 열리는 김윤수선생 추모식 시간과 겹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한 곳은 포기해야 할 텐데, 기어이 욕심을 부려 더 힘들게 만들었다.




   

먼저 전시장부터 들렸으나 이미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금보성 관장과 미술평론가 김종근씨 등 작가들이 차례대로 나와 이야기들을 했다.

객석에는 류연복, 정복수, 이재민, 나종희, 김진하, 김재홍, 김구씨 등

반가운 분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개막식이 끝나야 전시를 볼 수 있을 텐데, 행사는 지루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류연복씨가 추모식에 갈 것이냐며 재촉해 온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날 다시 볼 생각으로 나왔는데.

가보니 추모식도 이미 끝날 직전에 있었다.

반가운 분들이야 만났지만...



 


지난 2일은 아침부터 궁상맞게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정영신씨에게 연락해, 전 날 못 본 금보성아트센터전시를 다시 찾은 것이다.

작가 이흥덕씨는 자리에 없었지만, 조신호, 이민종씨가 있었고,

금보성 관장과 사진가 양재문씨도 와 있었다.



    


전시도 찬찬히 돌아보고 기념사진도 찍고, 관장실에 들려 커피까지 얻어 마셨다.



 


마침 서재에 전주의 류휴열씨 도록이 꽂혀 있었다,

! 이 얼마 만에 듣는 이름인가?

30년 전에 그의 주선으로 전주에서 전농동588번지전시를 연적도 있다.

어떻게 서로 전주와 서울을 오가며 이토록 무심하게 잊을 수 있었단 말인가?

다음에 전주 가면 꼭 한번 만나보기로 다짐했다.




 

그런데 금보성 관장께서 내년에 나와 정영신씨에게 전시를 하란다.

난, 형편도 되지 않지만, 전시 같은 건 별 관심이 없으나,

정영신씨의 장터사진은 한 번 추진해 봐야겠다.

죽기 전에는 동지로서의 계약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꺼번에 세 작가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전시를 놓치지 마라.

오는 17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02-396-8744) 전관에서 열린다.

 

사진, / 조문호












 




지구 나이가 45억년이다. 그 영겁의 시간 동안 지구의 환경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변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인류의 문명은 지구의 종말을 재촉할 뿐이다.

지질학자들은 빙하기가 도래한 후에는 지구도 화성처럼 죽을 것이라고 했다.

이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인간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또한 생태계의 일부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명의 첨단화로 편리하게 사는 대신 환경오염은 날이 갈수록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것 또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니다. 인간성 상실로 몰아가는 문명의 첨단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기계처럼 살아가는 비정한 현실을 알면서도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그 중독성에 어쩔 방도가 없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인간의 욕망은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에 있다.



    

 

지난 15일부터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는 김남진씨의 ‘Time Landscape’는 자연의 준엄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광활한 자연 배경에 끌어들인 조그만 인간의 형상으로, 자연회귀를 바라는 그만의 목소리를 토해내었다.


전시 작가인 김남진씨는 사진가이지만,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팔방미인이다.

기획자이자 갤러리 관장으로 사진 전반에 관한 일을 하지만, 돈 벌이 와는 거리가 멀다.

월말이면 갤러리 임대료 마련하느라 허우적거리지만, 결코 가난의 늪인 사진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은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는 사진기획자 답게 사진의 경계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태원의 밤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사진을 선보였으나.

이번에 내놓은 작품은 기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식의 사진이다.

사진이라기보다 자연과 인간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융합시킨 개념미술에 가깝다.



    




배경을 이루는 장면들은 미국 서부의 사막과 협곡을 지나치며 바라본 풍경이라고 한다.

데스밸리를 시작으로 유타 주의 에스컬란티, 브라이스, 캐니언랜즈, 모아브, 아치스와 지온 국립공원에서 만난 지구의 모습은

적게는 수백 만 년 전에서, 수십 억 년 전에 형성된 지구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암석이 빚어 낸 경관과 여러 겹의 퇴적암층으로 이루어진 협곡지대에서

지구의 깊은 속살을 본다는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것이다.




   

 

그 풍경을 끌어들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미미한 인간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간의 지층 속에서 과거의 단초를 찾는 고고학자의 상상력처럼, 태고에 존재했을 것 같은 자연의 생명 이미지를 찾아내고자 했다.

광활한 자연을 담은 디지털 사진을 바탕으로, 20여 년 전에 찍은 알몸의 아날로그 필름 이미지를 디지털 스캔 작업을 통해 합성시킨 것이다.

시간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만의 이미지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가 찍은 자연 풍경 속에는 작은 프레임에 갇혀, 오므리거나 뛰쳐나갈 것 같은 다양한 자세의 알몸이 중첩되어 있는데,

태초로 돌아가려는 부질없는 인간의 몸부림처럼 느껴진다.

원초적인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그의 사진에는 자연 생명 이미지가 세월의 시공을 넘나들며 꿈틀대고 있다.

야성의 자연 속에서 벌이는 인간의 몸짓이 또 다른 시간 풍경을 연출했다.

결국 거대한 자연 속의 인간이란 미미한 존재일 뿐이라는 것이다.



 


작가 김남진씨는 “Time Landscape’을 통해 자연에 동화되고 화합하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자연적 삶을 나타내면서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자연의 엄준한 힘을 드러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지난 15일 오후630분에 있었다.

별도의 오프닝 행사도 없이 양재문씨와 김영호씨가 사진전을 갖게 된 동기와

작품성향을 이야기했고, 김남진씨도 마지못해 나와 작가의 변을 풀어놓았다.


전시는 갤러리브레송’(02-2269-2613)에서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평일은 오전 1030분부터 오후 630분까지이고,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남의 전시에는 사방팔방으로 연락해 불러 모우는 양반이,

정작, 자신의 전시는 연락을 안 해, 페북 보고 찾아 온 사람뿐이었다.

하기야! 스스로 자기 광고하기도 껄거롭겠지만, 사진가들이 작품 살 형편도 되지 않잖은가?

주위에 사진 좋아하는 컬렉터들에게 작품 추천이나 좀 해주길 바란다.

유명도가 있는 중진작가의 작품(95cm x 140cm 규격) 가격이 300만원이라면 싼 편이다.





그 날 참석한 분은 사진가 김문호, 양재문, 김영호, 이수철, 정영신, 박춘화, 박신흥,

이주영, 권 홍씨 등 20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냥 헤어질 수는 없잖아...

충무로 명문 해물탕집에서 호프집으로 전전하며, 축하주 핑계 삼아 퍼 마셨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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