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원의 밤과 산, 사진전이 지난 82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동물사진가 박찬원은 못 하는 게 없다.

사진가이자 수필가며 수채화가다. 모두 동물이 주제다.

동물을 찍어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동물에 매달려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동물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것이다.

 

그는 40년 가까이 대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퇴임한 후 8년 전부터 사진을 했으나

오랫동안 마케팅 전문가로 일한 덕인지 사진 접근방식이 치밀하다.

하나의 관심 가는 주제가 정해지면 2년간 100번의 촬영을 진행하여

책과 전시를 만들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그동안 말, 돼지, 소 등 가축을 주제로 열두 차례의 전시를 열었는데,

이번에 보여 준 소 사진은, 소의 초상과 일상을 보여 준 지난 전시와 달리

소의 형상을 통해 작가의 사유가 들어간 추상이다.

 

작업도 주로 야간에 진행했다는데,

어둠 속에서 드러난 역광의 선은 산이 되고 길이 되었다.

 소 등은 산 능선이 어우러진 산수도를 연상시킨다.

 

 젓소의 태반에 나타난 실핏줄은 마치 지구본 같았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운명인 것이다.

지구본은 소우주(小宇宙)인 셈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미지는 어둠 속에 비친 소의 눈동자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슬퍼 보인다.

인간을 위해 죽도록 일만 하다 몸둥이 마저 인간의 먹이가 되어야 하는

소의 짓궂은 팔자가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박찬원의 밤과 산, 은 작가의 동물에 대한 깊은 사유의 결정체이자 소우주이다.

작가의 삶과 사진, 사유가 빛나는 전시다.”는 사진비평가 최연하의 말처럼

동물 사랑에 의한 교감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박찬원은 작가노트에 사진은 기다림이다라고 적고 있다.

빛을 기다린다’. ‘어둠을 기다린다’,

사건이 벌어지길 기다린다’. ‘생각이 솟아나길 기다린다’.

이런 일련의 기다림에서 만난 소는 행운이란다.

 

소를 만난 것이 행운이다. ()에서 길()을 찾는다.

()에서 사진을 찾는다. ()에서 나를 찾는다.

 

전시는 94일 까지다.


글 / 조문호

 



한국의 사진발통 곽명우씨가 사진 소장의 가치를 일깨우는 전시로 훈훈한 연말을 연출하고 있다.

작품을 소장하는 기쁨“의 사진전은 지난 18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렸다. 

이 소장전에는 국내외 작가의 사진 40여점이 선 보인다.



이갑철작

 

 

그는 2003년 프랑스사진가 베르나르 포콩의 사진가의 방이라는 오픈행사에서,

추첨에 당첨된 행운의 사진이 소장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한 점 한 점 모우기 시작했는데, 원로사진가 황규태선생을 비롯하여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도 있어,

유 무명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좋아하는 사진들을 골랐음을 알 수 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사진을 소장할 수야 있지만, 가난한 사진가의 소장전이라 더 돋보인 것이다.



 


사진하는 사람이 곽명우를 모른다면 간첩이나 마찬가지다.

사진판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달려가 

사진바다블로그를 통해 알리는 일을 해 온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이젠 전시 개막식에 곽명우씨가 나타나지 않으면 다들 의아해 할 정도로 기다리는 사진가가 되어버렸다.

파워 블로그로서의 홍보 역량만이 아니라 상대의 소중한 자료를 기록하지만,

보수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없는 야박한 현실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부지런하게 몰아 붙이는 사진기록에 대한 소명의식은 오늘도 쉼 없이 사진발통을 굴리게 한다.



 


가난한 처지에 허구한 날 봉사만 하고 어떻게 사는지 늘 궁금했는데,

좋아하는 사진을 구입해 소장전 까지 연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례로 받은 작품도 있다지만, 형편에 맞추어 꾸준히 사 모았다고 한다.

장가를 들지 못한 노총각이라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벌써 쫓겨났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진을 구입해 이득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진인이 사진을 사주지 않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 더 가상한 것이다

사진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순수한 곽명우 작가의 말에서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지난 22일 오후5시 무렵 전시장을 찾았는데, 곽명우씨는 스스로의 오프닝 행사를 찍기 위해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양재문, 엄상빈, 이기명, 이규철, 박찬원씨 등 반가운 사진가들도 여럿 만났으나, 모르는 분이 더 많았다.

이미 잊혀진 구세대, 즉 꼰대가 되었다는 걸 다시 절감한 것이다.



    

 

그 날 따뜻하게 데운 와인 두 잔에 마음이 따뜻해 진건, 술 기운보다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사진을 갖고 싶어도 사진가들이 가난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현실이 아니던가.

사진가끼리 좋아하는 작품을 교환하는 방법은 어떨까? 생각들기도 했다. 






사진 사랑의 곽명우씨 인사말에 이어 '레드로우'의 공연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으나,

다른 약속이 있어 끝까지 지켜볼 수 없었다.





아무쪼록, 그 작품들이 또 다른 분들의 소장으로 이어지는 빛나는 전시가 되어지길 바란다.

새해에는 여러분의 소망이 다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사진, / 조문호





-전시 작품 사진가-

베르나르 포콩, 황규태, 조문호, 엄상빈, 김남진, 양재문, 김대수, 최광호, 김광수,

진동선, 이갑철, 최병관, 신현림, 최영진, 이정록, 양승우, 이동준, 박태희, 이순행,

현경미, 김원섭, 이건영, 차경희, 이주영, 조병준, 최인수, 사  타, 최수정, 정희승,

권도연, 조현택, 박재현, 권오철, 김지연, 손기헌 남 준, 허영환.

우리카미 마스카즈. 래드로우 고니,











연(蓮)의 사계에서 인생을 바라본 ‘연연전’, 오는 25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려..

2018년 11월 16일 (금) 16:18:31 정영신 기자 press@sctoday.co.kr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생명의 근원이다. 긴 세월동안 자연은 예술가들의 작품 모티브가 되어 왔다. 꽃은 시간과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강한 생명력으로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며 피고 또 진다. 특히 꽃은 인생을 가르치는 무언의 언어와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꽃을 볼 때 겉으로만 보지 않고, 그 꽃이 갖는 격조와 고귀함을 느끼면서 본다.




▲ ‘연연(蓮緣)’전의 박영환 사진가 Ⓒ정영신



풀꽃사진가로 불리는 박영환씨는 삶이 힘겹던 어느 날, 우연히 연못에 핀 연꽃을 보며 맑고 아름다운 자태에 마음이 끌려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오브제들을 통해 자연 섭리에 따른 이치로 인생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했단다.

그동안의 풀꽃 작업과도 맥락이 이어지는 연꽃에서, 연이 태어나 살아가고 꽃피우고 떠나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을 5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 동안의 작업을 묶어 ‘연연蓮緣’사진집을 출판하며 지난 13일부터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연(蓮)으로 연(緣)을 생각하다’는 전시회를 열었다.




▲ Lotus No.301,2018 삶과 죽음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는 연꽃을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바라보았기에, 전시제목도 ‘연연 蓮緣’이라 이름 붙였다. 연꽃은 진흙 속에 태어나 비바람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 다시 씨앗을 뿌리고, 끝내 뿌리째 다 내어주고 세상을 떠나간다. 진흙 속에 피어나지만, 결코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의 의미는 작가의 청순한 정신과 너무 닮아 보인다.




▲ 박영환사진가‘연연(蓮緣)’책 표지



풀꽃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사진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려, 그는 스스로 ‘풀꽃사진가’라 이름 붙였다. 그렇다면 풀꽃의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바로 풀꽃처럼 살아가는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이른바 ‘민중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굳이 풀꽃만 찍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오로지 가치 있는 사진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그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것은, 어느 날 문득 뒤 돌아보니 오로지 자기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을 돌아보며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 작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정의로운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병신무란 하야제‘, ’조국의 산하전‘, ’광장, 환대의 문지방‘, ‘박근혜 하야전’, ‘촛불 역사전’등 시국전에도 적극 참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추구하는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를 온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그는 길가의 풀꽃처럼 눈길 받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을 오브제로 자아의 심연을 두드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관심이 많다. 사진으로 흐르는 세월을 멈출 수는 없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진으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비전을 정립해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빛처럼 늘 젊은 생각으로 세상 한 가운데 존재하기를 희망 한다” 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박영환작가)



정세훈시인은 사진집 서문 제목에 ‘연, 지극히 인본 적이고, 민중적인 삶을 발굴하다’고 붙였다. “연연(蓮緣)”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거의 고아한 자태를 앞세우지 않고 있다. 대신 고아함에 가려있는 처절할 정도로 치열한 삶을 발굴해 내었다.

연의 생을 삶 그대로만 본다면, 제 아무리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더러운 흙탕물이 묻지 않는 연꽃이라 해도, 꽃과 연잎을 받쳐주고 있는 뿌리는 진흙 속에 그 근본을 내리고 있으며 연잎 또한 흙탕물에 제 몸을 부려 흙탕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뿐인가. 때가 되면 연꽃도 반드시 시들고 마르고 낙화한다”고 했다.




▲ Lotus (사진제공 : 박영환작가)



풀꽃 사진가 박영환의 ‘연연蓮緣전’은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전시문의 02-720-2010 (월요일. 휴관)





박영환씨의 蓮緣이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대개의 사람들이 연꽃의 아름다운 자태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는 스러져가는 스산한 자태를 더 눈여겨 보았다.





   

지금 창밖은 낙엽이 떨어지는 스산한 풍경이다.

세월의 무상함이 밀려오는 자연의 섭리를 박영환의 연연(蓮緣)’이 말하는 것이다





모진 비바람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서는, 다 내어주고 사라지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연꽃을 통하여 인간의 삶과 죽음을 말하고 있었다.



    


난, 작품보다 작가의 인간성을 더 중요시한다.

작품은 좋아도 교만과 위선으로 똘똘 뭉친 돼먹지 않은 인간들이 도처에 늘려있다.

작품에 앞서 사람이 먼저 되어야한다는 선인들의 말씀이 절절한 시절에 산다.



 


사진가 박영환씨를 알게 된지는 촛불이 광화문광장을 뒤덮던 때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광화문미술행동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정의로운 세상을 바라던 그의 열정에 혹했는데,

사람의 연을 중요시하는 따뜻한 인간미에 또 한 번 반한 것이다



 

 


그가 전시한 사진작품에는 그의 따뜻한 인간미가 그대로 배어있다.

스러져 가는 하잘 것 없는 연잎조차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바로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하는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연이 있는 곳이면 지역과 거리를 상관치 않고 찾아다닌 지 올해로 꼬박 5년이 되었단다.

그 동안 담은 수천여 장의 연꽃 사진 가운데 100여장을 골라 수록한 연연사진집도 출간됐다.


연연사진집은 인연을 주제로 태어나다, 살아내다, 꽃피우다, 떠나가다, 삶과 죽음 등

5개의 섹션으로 풀어낸 사진이야기다.




 

정세훈시인은 작품집 서문에 이렇게 썼다.

선비들의 시각이 연꽃을 사랑했다면, 민중들의 시각은 그에 못지않게 연의 뿌리와 연잎을 사랑했다.

그동안 보아 온 연에 대한 사진작품들이 선비들의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들이라면

박영환 작가의 연연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민중들의 시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지난 13일 오후6시에 열린 개막식에는 사진가 박영환씨를 비롯하여 시인 정세훈씨,

노찾사의 김가영, 문진오씨, 화가 김 구씨, 사진가 정영신, 권 홍, 임성호씨,

정명식, 최병용, 김홍중, 이연희, 이경희, 유성복씨 등 많은 분들이 찾아 와 전시를 축하했다




   


 

정세훈 시인은 축시를 낭송했고, 가수 김가영, 문진오씨는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아름다운 사람을 비롯한 앵콜 송까지 여러 곡 불렀는데, 그중 전시와 잘 어울리는 곡은 '세월'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고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오고

겨울이 가고 봄이 또 오고

여름이 가고 다시 또 가을 오고...“


이 전시는  25일까지 이어진다.

 

사진, / 조문호



    






















































사진, 글 / 조문호


'미군정 3년사' 눈빛출판사 / 680쪽. 3만3천원



일제로부터 해방된 3년간의 역사를 사진으로 조명한 '미군정 3년사'가 '눈빛출판사'에서 나왔다.

미군정’기라 불리는 3년을 직접 겪지는 못했으나,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때로 기억되는 안타까운 시기였다.



총독부 앞 국기계양대에서 일장기를 내리는 미군들 1949,9



이번에 발간한 '미군정 3년사'를 펼쳐보며, 경악스러움과 함께 힘없는 민족의 아픔을 절감하였다.

그 사진 한 장 한 장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 보고 또 보며 쉽게 눈을 땔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보석 같은 역사적 기록을 정부에서 찾아 낸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에 의해 찾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3,1절 보고대회를 마친 철원 여중학생들의 축하행렬 1947, 3



소설가이자 역사저술가인 박 도씨와 박유종씨가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을 찾아가

먼지 뒤집힌 기록물에서 하나하나 찾아낸 사진들이다.

그 외에도 '눈빛출판사'가 소장하고 있는 1948년 서울에서 찍힌 컬러사진 20점과

이경모, 성낙인, 김한용,.임응식, 구왕삼씨 등 원로사진가들이 찍은 기록사진들을 모아 집대성한 것이다.

 


식량난으로 굶주린 사람들이 쌀배급소를 약탈하려고 몰려들자 미 헌병들이 제지하고 있다



카메라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라 대개의 역사적인 장면은 미군들이 기록한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구술 자료로 시대상을 분석하며, 가능한 정치적 색깔에서 벗어나려 노력한 점도 돋보였다.

해방과 정부수립까지의 일들을 사진과 연표로 정리하고 분석하여, 일천한 한국근현대사 증언에 크게 기여하게 되었다.



독립문 건립52주년 기념식장에서 연설하는 김규식박사 1947,11


책에는 조선총독부 건물 앞에 걸린 깃발이 일장기에서 성조기로 바뀌는 장면에서 부터

미군이 인력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보는 모습 등 진귀한 사진이 많다.

원폭이 투하된 나가사끼와 히로시마의 항공사진, 이승만과 김일성의 젊은 모습의 사진,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활동, 남한의 정부 수립, 북한 인민위원회 선거 등 모두가 처음보는 사진이다.

그리고 미군들이 북한에서 노획한 문서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북조선 민주주의 건설 사진첩'에서도 많은 사진들이 나왔다.

얼마나 기록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구질구질한 것 조차 싹쓸이한 점령국의 약탈이 얄밉기는 하지만,

한편으론 존경스러웠다. 그 진귀한 사진들을 어렵사리 찾아 내어 책으로 펴낸 것이다.



무기를 넘겨주려 미군의 호위 속에 이동하는 일본군 1945, 9



잃어버린 역사로 불리는 미군정기 3년은 대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처럼 절름발이 역사교육이었기에,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더 분통 터지는 일은 미군정에서 일본에 빌붙어 반역을 저지른 군인과 관리는 물론 말단직까지 그대로 기용해

부끄러운 역사가 청산되지 않고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박정희가 아니던가.



동생을 업고 사과를 파는 소녀 1947,10



새로히 발견된 사진 외에도 당시에 발생한 사건을 정치·행정, 사회·경제, 문화·생활, 북한 등으로 나눠 월별로 실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회오리바람처럼 급박하게 분단으로 치닫게 한 미군정의 과오를 하나 하나 살펴볼 수 있었는데,

병주고 약주며 그들의 실속만 차리는 가증스러운 미국의 짓거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는 "미군정 3년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함축된 시기로,

정부 수립 70주년을 앞두고 이 시기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인천을 통해 처음 진주한 미7사단 17보병연대 장병들 1949,9



"해방 후 미관말직에라도 오른 관리들은 여전히 백성위에 군림하며 수탈에 여념이 없었고, 

미욱한 백성들은 정의감이 무뎌진 채 나라의 미래보다 내 땅이나 집값 오르는 데에 한눈을 팔고 살아 온 감이 없지 않다.

나는 이책을 통하여 지난 날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라의 백성들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성들이 나라의 역량을 키워야 진정한 자주독립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라의 지도자들이 정의롭지 않고 경천애민(敬天愛民)하지 않는다면, 백성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외세의 지배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책을 엮은 박도씨가 후기에서 말했다.



서울 거리에서 1948



‘미군정 3년사’출판과 함께 28일까지 ‘류가헌’에서 열린 ‘1948년 서울 겨울’ 사진전에는

책에 수록되어 있는 ‘눈빛아카이브’ 사진인, 서울의 생활상을 담은 컬러사진 20점이 전시되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겨운 사진이라,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서울의 새댁 1948



지난 20일 오후4시부터 '류가헌' 2층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 '나의 책을 말한다'에는

심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박도선생을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대표,

전민조, 김보섭, 엄상빈, 박종우, 이한구, 정영신, 이재갑, 진천규, 김원씨 등 많은 사진가들이 자리하였다.


사진, 글 / 조문호



아래 사진은 저자와의 대화와 뒤풀이에서 찍은 사진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사진전, 청운동 류가헌에서 오는 12월3일까지 열려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우는 사진가 문선희씨의 ‘묻다’ 사진전이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산 채로 매장된 동물들로 인간성마저 묻어버린 현실을 비판하는 한 사진가의 '땅에 대한 기록'이다. 질문과 매몰을 동시에 의미하는 제목 ‘묻다’처럼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동물들을 땅에 묻었고,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이냐며 전시장의 사진들이 묻고 있다.



    

▲ 11800-02_50x50_c-print_2014 (사진제공 : 류가헌)



환경이 오염되어가는 현장과 인간의 잔혹성을 함께 돌아보게 한, 사진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 처분된 가축의 메몰지를 찍은 문선희의 사진들은 섞어가는 땅의 디테일이 마치 한 폭의 추상화처럼 아름답기도, 섬뜩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가축들은 산채로 묻혀 갔다. 곳곳에 사체 썩는 악취가 피어오르고, 대지의 자정능력을 잃어가기 시작한지도 오래됐다. 자연환경만 잃어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성까지 잃어 간 것이다.




▲ 84879-04_90x9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본 기자는 장터촬영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마치 외계인처럼 온 몸을 가린 검역원들이 마을 입구에서 소독약을 뿌리는 모습을 흔하게 봤었다. 때맞추어 언론에 소개된 가축 매몰 현장을 지켜보며 문제의 심각성에 발을 동동 굴렸으나, 흐르는 세월과 함께 언제 그런 일이 있느냐는 듯 쉽게 잊혀졌다. 문제가 생기면 바르르 끓고, 시간만 지나면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이다.





사진가 문선희는 구제역과 AI로 동물을 생매장한 3년 뒤 모습을 찾아다녔다. 천만마리 이상의 생명을 삼킨 사천 팔백여 곳의 땅에서 백 여 곳을 택해 법정 발굴 금지기간이 지난 후 찍었다고 했다. 여린 그녀가 질퍽질퍽 불편하기만 한 그 자리를 찾아다닌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이다.





그 흔적을 기록하여 이 사회를 향해 ‘이래도 되느냐?’는 듯 질문을 내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동물이 산 채로 매장된 매몰지의 표피적인 형상에 불과하겠으나, 그 형상 하나 하나에는 땅에 대한 환경문제보다 인간성 상실에 대한 물음의 메시지가 더 강하다.




▲ 2312-01_100x100_c-print_2014 (사진제공 : 류가헌)



대부분의 메몰지는 비닐로 은폐된 채로 버려졌지만,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나고 땅은 다양한 색깔로 썩어갔다. 기이하게 죽어가는 풀의 형태가 만든 참혹한 현장이 사진의 리얼리티에 의해 형태와 질감, 색깔까지 생생하게 기록되었다.

카메라의 기계적 특성을 이용해 더 자세히 확대하는 방식을 택했지만, 흙이나 뼈, 풀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진의 대상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사진 옆에는 매장량인 것 같은 작가만이 알 수 있는 숫자들이 쓰여 있는데, 그게 바로 작가의 질문 방식이다. 정부가 분명한 규칙을 만듦으로써 모호한 땅이 생겨났듯이, 사진가 문선희는 분명한 사진을 찍음으로써 모호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것이다.




 ▲ 299_50x5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사진가 문선희의 사진을 너무 예쁘게 찍었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아름답게 보이는 미시적 리얼리티는 가시적인 것에 길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또 다른 항변일 수도 있다. 아름다운 것이 예술이라는 것과 사실적인 것이 사진이라는 그 자체도 뒤집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찍던 작가의 색깔이고 말하는 방식이니, 탓할 바는 아니다.






스스로에게도 책임을 물어 동물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는 사진가 문선희씨의 말을 들어보자. “정부는 규칙을 만들었고, 그 규칙에 따라 예외 없이 파묻었다. 그곳에 죽음은 없었다. 다만 상품들이 폐기되고 있을 뿐이었다.

판단은 거세되고 효율만이 작동하는 동안 동물들은 면역력을 놓쳤고, 대지는 자정능력을 잃었다. 졸속으로 만들어진 4,800여 곳의 매몰지에서 피로 물든 지하수가 논과 하천으로 흘러나왔고, 썩지 못한 사체들이 땅을 뚫고 솟아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인간성을 상실했다.“




 ▲ 1765_90x90_c-print_2015 (사진제공 : 류가헌)


이 전시는 청운동 ‘류가헌’(전화 02-720-2010)에서 12월 3일까지 열린다.


[서울문화투데이 / 정영신]




지난 26일 정오 무렵, ‘류가헌’에서 황규태 선생을 뵙기로 약속했다.
점심같이 먹자는 선생의 연락에 찾아 나섰는데, 좀 늦어버렸다.
그 곳에서 황규태선생 전시가 있는 것으로 여겼으나, 문선희씨 '묻다'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엔 아무도 없었는데, 의외의 사진을 보며 차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문선희씨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어나, 사진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 처분된 가축의 매몰지를 찾아 다니며 찍었는데,
섞어가는 땅의 디테일이 마치 한 폭의 추상화처럼 아름답기도, 섬뜩하기도 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환경오염 현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는데, 사진이 그 답을 묻고 있었다.

12월 3일까지 전시가 열리니, 시간내어 한 번 볼만한 전시다.



 


황규태선생을 찾아 2층에 올라가니, 거기서 기다리고 계셨다.
메시지를 보내고 계셨는데, 전화번호를 잘 못 알아 남의 전화에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황송하기 그지없었으나, 멋쩍은 웃음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한정식 선생께도 연락되어 같이 자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황규태 사단장의 멋진 찝에 편승할 기회가 생겼다.
내 좋아하는 음식을 아신 듯, “돈까스가 좋으냐 중국집이 좋냐”고 물었다.
두 선생님 계신데 내가 결정하는 것이 난처했으나, 빼갈 생각에 중국집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의 가까운 중국집에 갈 줄 알았는데, 세검정의 ‘하림각’으로 가셨다.





지름길인 청와대 길로 들어섰는데, 언제나 드라이브 코스로는 멋진 길이다.
문정부 들어서 쓸데없는 검문을 폐지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었으나,
아직까지 청와대 주변에 서성이는 기관총 든 경찰의 모습은 여전했다.






위협적이고 꼴 볼견 풍경이 지나 칠 때마다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정식선생께서 그 문제를 지적하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방위할 수 있지 않냐?’는 거다.
지켜보는 국민만이 아니라, 경호받는 당사자도 기분 좋은 풍경은 아니다.






하해와 같은 사단장님의 은혜로 고급 청요리집에서 오랜만에 목에 때 벗겼다.
유산슬 에다 빼갈까지 곁들인 과분한 점심을 먹었다.
커피는 ‘류가헌’에 와서 마시라는 조예인씨의 배려에 다시 돌아왔다.
난 자판기 스타일이라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냄새는 죽였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탁자에 두 권의 사진집이 올려졌다.
이한구씨의 ‘군용’과 박종우씨의 ‘DMZ’로 모두 국방부에서 소장해야 할, 질 높은 사진이었다.
이한구씨의 ‘군용’사진집은 오래 전에 본 사진이지만,
이번에 독일에서 출판 된 박종우씨의 ‘DMZ'사진집은 두 선생께서도 감탄하셨다.
12월 26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릴 박종우씨의 “DMZ'사진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단장께서 입 호강, 눈 호강 다 시켜주면서, 하사금까지 내려주셨다.
다들 겨울의 쪽방이 추워 고생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
겨울은 방이 작아 전기장판과 담요만 있으면 걱정 없지만,
더운 여름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30만원을 주시며 오리털 침낭을 꼭 사야한다고 당부하셨는데,
그 돈으로 동자동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실까 걱정스러우신 모양이다.
그러나 침낭은 그 날 오후 ‘나누미’에서 쪽방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되어있었다.
침낭은 쪽방 사람들 보다 노숙하는 친구들이 더 절실한 물건인데 말이다.






그 날 나누미 행사장에서 침낭을 받아 깔아보니 사이즈가 내 침대와 똑 같았다.
그러나 담요 덮고 자유롭게 자는 것이 좋지, 굳이 침낭에 묶여 잘 필요는 없는 듯 했다.
노숙하는 친구 중에 옷이 제일 허술한 친구에게 건네주기 위해 챙겨두었다.





그러나 사단장께 받은 하사금 사용처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리털파카’를 사 입는 게 뜻을 받아들이는 거지만, 옷은 있는 옷만 해도 죽을 때까지 입고도 남는다.






그 돈으로 정영신씨와 장터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엉뚱한 일이 생겨버렸다.


오래전부터 고환에 통증은 있었으나 잠간 잠간이라 견뎠는데,
이젠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고 붓기까지 해 병원에 가보아야 했다.
여지 것 병은 모르는 게 약이라며 모든 검진 자체를 거부해 왔는데, 걱정스럽다.
난치병이라면 진통 치료만 받을 작정이다.

아무튼 별일 없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30일까지, 청운동 류가헌서, 사진집 출판기념전


2017년 07월 28일 (금) 16:59:01 조문호 기자/사진가 prees@sctoday.co.kr

 


사진가 김봉규의 ‘팽목항에서’사진집 출판기념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한계레’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 간 후,

40여 차례 넘게 팽목항과 동거차도를 방문 기거하며 기록했다. 기자로서의 냉철한 시각보다 인간으로서의 처절한 심정으로 찍었다.

객관성을 우선하는 신문사진과 주관을 우선하는 사진가로서의 갈등도 보였다.



▲김봉규 사진가.ⓒ조문호 사진가.


수많은 기자들과 사진가들이 팽목항을 촬영했겠지만, 김봉규씨는 마치 친자식을 떠나보낸 듯한 비통한 마음으로 아파하며 찍었다.

사진가로서의 소명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더 아팠다.

다큐멘터리사진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이 대상 속으로 들어가 이루어내는 공감인데,

김봉규의 평목항 전시가 빛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공감이었다.

스스로 아파야 그 아픔이 사진에 드러나고, 보는 이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봉규의 사진을 덕목과 공감으로 평한 사진가 김문호씨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눈빛사진가선 50. 팽목항에서 표지



“다큐사진의 무게, 혹은 삶의 무게, 사진가가 찍는 대상인 당신이 곧 내가 되고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고,

그 "우리"를 "인간"이라는 단어로 환치할 수 있을 때, 가장 진정성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큐멘터리 사진의 무게를 이루는 것, 그것은 대상과 사진가와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감"(compassion)의 무게일 것이다.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다큐멘터리 사진에 진정성의 무게를 만들어주는 덕목, "공감".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사람 같지 않은 사람, 사람 되기는 그른 사람"이라 하고,

그것이 결여되어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진정성이 없는 사진"이라고 말한다.

김봉규의 팽목항 사진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슬퍼하는 유족들에 대한 동정을 넘어서

바로 우리가 적어도 지금 살아 숨쉬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체감해야 할 "공감"일 것이다.

사진이 이렇게도 이렇게 막막할 수 있다니...”



▲동거차도 앞바다를 찾은 단원고 안주현 학생의 어머니 김정혜 씨_2016년 4월 22일 오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진기자 김봉규씨가 유가족의 울부짖는 모습이나 시신이 인양되는 비참한 모습이 담긴 직설적인 표현을 비켜간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가족처럼 차마 보여 주기 싫었던 것이다. 그 것만 으로도 사진가가 얼마나 아파하며 그들과 동화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사진들은 ‘객관적 앵글’로 찍힌 신문용 사진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감정에 충실한 ‘주관적 앵글’의 사진이다.

오히려 직설적인 화법보다 간접적인 화법이 더 강하고 여운이 오래간다는 것도 증명했다.



▲동거차도_2017년 3월 22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하는 평목항에 달려가 처음 맞은 동거차도의 밤은 적막감과 긴박감이 뒤섞여 있었다. 사진집 표지에 실린 사진처럼,

조명탄에 비친 가라앉는 세월호의 선수가 마지막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어둠의 농도로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며 어렴풋이 먼 섬의 능선들이 드러났지만, 긴박한 비극의 현장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사람이나 움직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조명탄만 흘러내렸다.

그 사진이 운명의 첫날밤에 맞딱뜨린 김봉규의 처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인양되는 세월호_동거차도 사고해역_2017년 3월 24일 오후



넋을 잃은 듯 절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먹구름이 뒤덮은 칠흑 같은 바다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들이 마치 지옥의 묵시록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가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부표나 십자가, 노란 리본들이 부각되기도 했으나, 대개가 침울한 슬픈 풍경이다.

마치 유령이 나올 듯이 음산하며, 불쌍한 원혼들이 바닷가를 멤 도는 착시현상마저 생겼다.

중요한 것은 사진 곳곳에 작가의 분노가 똬리 틀고 있었다.



▲팽목항_2014년 4월 27일 오후



“여기에 실린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이 억누름과 드러남은 고통스런 분열의 과정인데 그 과정을 통해서 인칭의 국면은 힘겹게 전환되면서

인칭들 사이에 새로운 의미가 빚어지고, 대상은 보이기 시작한다“고 소설가 김훈은 해설했다.



▲팽목항_2014년 6월 2일 오후



이러한 작업을 이루어 낸 사진가 김봉규씨의 집념과 열정에 대해 몇 가지 부언하려 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90년대 초반 ‘사진집단 사실’에 함께 하면서다. 그는 사진이라면 물 불 가리지 않았고,

이루어내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당시는 다큐 사진가로서 살아남으려면 최선의 직업이 사진기자였다.

밥벌이로 작업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가 평소 관심 가진 ‘시사저널’주간지를 택했다.

사진기자 모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시사저널’ 주필 방에 들어가 통사정한 것이다. 끈질기게 자기의 포부를 밝혀 특채가 되었다.

그 뒤 ‘한겨레’신문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사진 찍는 일 외에는 전혀 한 눈 팔지 않았다.

대개가 취미사진가를 위한 강좌나 촬영지도 같은 부업을 갖지만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진이었다.



▲팽목항_2014년 7월 9일 오후



이 ‘팽목항’ 작업 역시 사진 작업에만 몰두하는 그의 열정과 끈기가 이루어낸 성과다.
우리가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의 현장을 통한의 시어처럼 기록해 남긴 것이다.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미어지는 장면 장면들이다.



▲팽목항_2014년 11월 18일 오후


세월호는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 인재가 삼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인양작업을 시작한 후 하루 만에 올라 온 세월호가 인양하는데 왜 3년씩이나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박근혜가 탄핵되고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정말 우연일까?

특검도 밝히지 못한 박근혜 7시간의 행방이며,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우병우 구속신청기각도 석연치 않다.

정권은 바뀌었으나, 범죄 집단 같았던 기득권의 뿌리가 여전히 깊다는 이야기다.



▲팽목항에 설치된 분향소. 2015년 12월 20일 오후


사람의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이데올로기조차 뛰어넘는 게 사람의 생명이요 인간의 존엄성 아니겠는가?

이제부터 하나하나 밝혀,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어린 영혼들의 원한을 풀어주자.

이 김봉규의 팽목항 전시와 사진집 출판을 계기로 빠른 시일 안에 진실이 밝혀지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세월호 앞에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전시문의:‘류가헌’(02)720-2010

*사진제공=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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