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26일부터 28일까지 추석 대목장을 촬영하기 위해 경북 점촌를 비롯하여 충청북도의 장을 돌아 다녔습니다.
시와 읍소재지장은 대목장 답게 사람들이 넘쳤으나 그 외의 장들은 명맥만 유지한체 언제 사라질지 모를 처지였고,
영동의 학산과 심천장은 이미 장이 서지않았습니다. 장돌뱅이들도 손님이 많은 큰 장만 찾아나서니 면소재지
주민들은 장을 하나로마트에서 보거나 아니면 인근의 큰 장을 찾아 나서야하는 실정이었습니다.

음성군 삼성면에서 열린 대목장은 면소재지 장들의 현실을 말해주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습니다.
옛 약장사를 연상케 하는 공연으로, 면사무소에서 상인들에게 상품을 각출하여 행사를 마련했답니다.
장터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 행사를 마련했으나 주 관람객으로는 경노당에 계신 어르신들이 참석하여
이중 삼중으로 상품들을 타 갔는데, 재래시장 활성화에 별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시골에 사람이 없는데 공연하고 상품 준다고 될 일은 아니지요.

증평장에서 가수 하양수씨와 미국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최종욱씨를 만났습니다.
정영신씨와 사전에 연락이 되어 찾아왔지만, 작가들의 다양한 작업현장을 찾아 다니며 영화를 찍는 다는데,
어떤 영화인지 사뭇 기대가 됩니다.

20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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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밋는 엿장수를 만났어요.

 

 

 

동두천장에서 만난 엿장수는 엄청 신이 많은 각설이였습니다.

엿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혼자서 쉬지 않고 가위질을 해댔어요.

나이가 몇이냐는 질문에는 계란이 두 판이라고 대답하고,

엿장수는 얼마나 했느냐는 질문엔 강산이 세번 바뀌었다고 말하더군요.

그 멋진 놀음을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는데, 편집이되면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2013.3,11

 


21일 강풍을 동반한 봄비가 전라도 전역에 내렸습니다.
움직이는 차량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에 길가의 벗꽃들은 꽃비를 뿌리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영광 법성포장에는 조기로 엮은 굴비꽃이 가게마다 걸렸고,
나주 공산장으로 가는 길은 온 천지가 하얀 배꽃으로 뒤 덮혔습니다.

촬영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영산포의 홍어축제도 들렸습니다.
영산강변의 축제장은 노란 유채 꽃밭이었지만 비가 내려 텅 비었습니다.
홍어축제에 홍어는 맛 볼 수 없었고, 스피커에서 뽕짝 노래만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는 전라도 아낙이 던진 말이 재밋습니다.
"아따매 축제축제 말만 들었는디 세상에 홍어가 뭐간디 홍어축제까지 허고 난리당가잉"

2012.4.22

 

 


지난 20일 새벽4시에는 전라도 곡성군 석곡장으로 촬영여행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 날 밤에는 김명성씨와 포장마차에서 새벽 두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라아트센터' 건축과 관련된 일들이 너무나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들었지요. 

함께했던 아내가 화장실 가는 길에 넘어졌습니다. 대수롭게 여겼으나 심하게 다쳤던 모양입니다. 
다쳤으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야 아는데, 입을 다물고 있으니 저도 깜빡 몰랐지요.
자신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을 알긴 하지만 너무 미련해 보였습니다.      
자리가 파하는 즉시 서부병원 응급실에 들려 응급조치한 후 곧 바로 전라도로 떠났습니다.

사정이 있으면 촬영스케줄을 연기할 수도 있으나, 일을 미룬다는 것은 그 만큼 늦어지고 
그 날에 있을 장면들을 놓칠 수도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미련하지만 밀어부쳤습니다.  
더군다나 21일은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따랐지만, 
비오는 날엔 비 오는 날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더욱 미룰 수가 없었어요.

그럭 저럭 오전 촬영은 견딜 수 있었으나 오후가 되니 눈에 보이는 피사체가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장으로 이동하는 운전은 정확한 판단보다 감으로 운전하는 모험이었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석곡장의 정겨움과 남평장 사람들의 가식없는 표정에서 보람도 느꼈지요, 

처음 들린 석곡장에서는 손님들이 없어 새우잠을 자는 장꾼들이 유달리 눈에 띄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제 잠 안 자고 뭐했지? 혼자 흥얼거리면서도 편히 잠자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답니다.

 

201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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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도 되나요?

                                                                    지난 토요일 포천 신읍장에 갔더니 벌써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렸어요.

장터 여기 저기에서 봄 내음이 묻어났습니다.

입 맛이 없는 요즘, 봄 나물이 나면 참기름에 비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시골 할머니가 직접 농사 지어 짰다는 참기름 한 병이 10,000원이라지만

어질게만 보이는 할머니의 그 말씀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장꾼들의 말은 숨쉬는 것 외는 전부 거짖이라는 말도 있지만,

장바닥엔 국산보다 중국산이 더 많으니까요.

만약에 그 참기름이 진짜라면 할머니를 불신했던 내가 더 나쁜 놈이 되겠지요.

할머니의 말씀을 믿지 못해,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믿고 물건을 살 수 없는 현실이 시골 장터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랍니다.

 

2012.3.11

 

 


                  

               


지난 27일 오후6시 '류가헌'에서 개최된 한설희 '노모'사진전 개막식에는 한설희씨를 비롯하여 한정식,
성남훈, 조경석, 박하선, 곽명우, 강재훈씨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하며 사진전을 관람했다.

2012.3.29

 

 

 

 

 

 

 

 


정주하씨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사진전 오프닝이
지난 3월16일 오후6시 'space99'에서 있었다.
한정식, 김보섭, 정영신, 한진희씨를 비롯한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전시를 축하했다.

3월11일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1년이 되는 날이고, 작가는 이곳의 2011년 가을, 겨울을 사진에 담았다.
정주하씨는 이번 작업을 통해 원전사고의 폐해를 드러내거나,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현장의 자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관객 스스로 사고의 의미에 대해 깊은 성찰에 이르도록 도와주고자 하였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류에게 던진 '운명적, 역사적 지시'에 방점을 찍고,
후쿠시마의 가을, 겨울을 담아 기다리는 '봄'을 담담하게 전해주고 있다.

이 전시는 4월 15일까지 계속되오니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관람을 바란다.
전시장은 공평아트센터에서 안국동 방향으로 70미터 전방 오른편 샛길에 있다.

서울. 종로구 견지동 99-1 "space 99" / 전화: 02-735-5811-2

2012.3.19

 

 

-정영신 사진-

 

 


어제 논산 연무장에서 만난 장면입니다.
장보러 온 두사람이 같은 벤취에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지갑을 꺼내 돈을 확인하려 옆 사람의 눈치를 살피자
그 사람은 아예 고개를 돌려 버렸습니다.

제기랄 나도 돈 있어..

2012.3.19


장꾼이 한 두명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보령의 오창장을 가려고, 21일은 새벽부터 잠을 설쳤습니다.
오전 8시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면사무소 직원 말처럼 장꾼 두명이 장터를 지키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져 나온 것이라곤 무우말랭이와 우거지가 전부였습니다.
우리의 전통시장이 이렇게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후에는 유관순누나가 독립만세를 불렀다는 병천의 아우내장을 찾았습니다.

삼일절이라 여기 저기 태극기는 펄럭였지만, 장터가 역사적 공간이라는

사실 외에 가슴에 와 닿는건 없었지만, 그 날의 함성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3.3.1

 

 


지난 12월 16일부터 나흘에 걸쳐 제주도 장터를 다녀 왔습니다.
한 달 전 부터 정한 스케줄이라 어쩔 수 없었지만, 급한 일이 마무리되지 않아 밤을
꼬박 세우고도 모자라 승차권을 연장해 가며 정오 무렵에야 간신히 떠날 수 잇었습
니다. 하필이면 추운 날씨에 걸려 걱정을 했으나, 바람은 좀 매서워도 서울에 비하
면 따뜻한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날씨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금방 눈이 오다, 비가
오고, 어느 사이 햇볕이 나와 촌놈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어요.

제주 민속장은 전국에서 두번째 큰 장이라 그런지 추운 날씨에도 장꾼들이 많이 몰렸고,
제주도는 늦은 김장철을 맞아 배추도 많이 나왔어요. 그런데 장터는 최근에 만든 창고식
철골구조물들로 이루어져 제주도만의 특색이 사라져 아쉬웠습니다. 없어진 오일장도
다섯군데나 되어 먼 길을 허탕치기도 했지만, 덕분에 제주 돌 문화 박물관에 들려 자연이
빚은 예술의 경이에 취하기도 했고, 눈 덮힌 한라산에서 얘들처럼 놀기도 했지요.

제주도 장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바뀌었지만 제주도 방언을 쓰는 할망
들은 변하지 않았더군요. 사진촬영을 하다 배추도 팔고 사주도 보는 김옥선씨의 사주풀이
에 아내가 솔깃했는데, 그 할망이 정영신 사주나 보지 왜 가만있는 나를 끌어들여 입장
난처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나에게 포격이 집중된 사주풀이에 환호작약하며
쪽집게라는 말을 연발했지만 저는 쪽 팔렸습니다. 그리고 대를 이어 대장간을 운영하는
조대옥씨는 6.25전쟁 때 포탄이 터져 오른쪽 손가락이 세개나 날라갔는데도 망치질을
잘만 하더군요. 만드는 연장들은 해녀들이 해산물 딸 때 사용하는 갈구리가 주종을 이루
었어요. 이 토박이 장꾼들이 버티는 한, 오일 장터의 앞날이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표선, 제주, 한림, 고성, 서귀포장은 잘 마무리를 하였으나, 못가 본 대정, 성산, 중문,
함덕장터는 내년 봄으로 미루고 정영신의 장을 말하다 '한국의 장터'1집 원고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림장 가는 길에 한림에 사는 인사동 동지 변순우씨를 만나 술 한 잔 하였습니다.
오랫만에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동백다방 옆에 있는 여왕벌에서 즐겁게 놀았
는데, 술 값을 변순우씨가 계산해 버려 마음이 영 편치 않았어요.
아무튼 순우씨 고마웠어요. 서울 올라 오면 내가 한 잔 살께...

20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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