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새벽4시에는 전라도 곡성군 석곡장으로 촬영여행을 떠났습니다.

떠나기 전 날 밤에는 김명성씨와 포장마차에서 새벽 두시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라아트센터' 건축과 관련된 일들이 너무나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들었지요. 

함께했던 아내가 화장실 가는 길에 넘어졌습니다. 대수롭게 여겼으나 심하게 다쳤던 모양입니다. 
다쳤으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야 아는데, 입을 다물고 있으니 저도 깜빡 몰랐지요.
자신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을 알긴 하지만 너무 미련해 보였습니다.      
자리가 파하는 즉시 서부병원 응급실에 들려 응급조치한 후 곧 바로 전라도로 떠났습니다.

사정이 있으면 촬영스케줄을 연기할 수도 있으나, 일을 미룬다는 것은 그 만큼 늦어지고 
그 날에 있을 장면들을 놓칠 수도 있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미련하지만 밀어부쳤습니다.  
더군다나 21일은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따랐지만, 
비오는 날엔 비 오는 날이 아니면 찍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므로 더욱 미룰 수가 없었어요.

그럭 저럭 오전 촬영은 견딜 수 있었으나 오후가 되니 눈에 보이는 피사체가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장으로 이동하는 운전은 정확한 판단보다 감으로 운전하는 모험이었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석곡장의 정겨움과 남평장 사람들의 가식없는 표정에서 보람도 느꼈지요, 

처음 들린 석곡장에서는 손님들이 없어 새우잠을 자는 장꾼들이 유달리 눈에 띄였습니다. 

저 사람들은 어제 잠 안 자고 뭐했지? 혼자 흥얼거리면서도 편히 잠자는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답니다.

 

2012.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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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도 되나요?

                                                                    지난 토요일 포천 신읍장에 갔더니 벌써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렸어요.

장터 여기 저기에서 봄 내음이 묻어났습니다.

입 맛이 없는 요즘, 봄 나물이 나면 참기름에 비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시골 할머니가 직접 농사 지어 짰다는 참기름 한 병이 10,000원이라지만

어질게만 보이는 할머니의 그 말씀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장꾼들의 말은 숨쉬는 것 외는 전부 거짖이라는 말도 있지만,

장바닥엔 국산보다 중국산이 더 많으니까요.

만약에 그 참기름이 진짜라면 할머니를 불신했던 내가 더 나쁜 놈이 되겠지요.

할머니의 말씀을 믿지 못해, 돌아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어요.

믿고 물건을 살 수 없는 현실이 시골 장터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랍니다.

 

201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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