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터-발로 뛰며 기록한 전국의 5일장ㅣ정영신 지음ㅣ눈빛출판사

이 책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국의 시골 장터를 기록해 온 정영신의 사진 중 모두 430여 장을 선별해 엮은 눈빛 아카이브 사진집이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은 지난 25년간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그곳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삶을 사람냄새 나는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전국 장터의 어제와 오늘을 읽는 사진집이면서, 전국 팔도의 대표 오일장 82곳의 장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 자료집이기도 하다. 책은 전국 오일장을 총 9개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순의 군 단위로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장이 열리는 장날과 지역특산물을 게재해 독자들이 장터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생산자이자 판매자인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난전을 이루고 상업과 문화를 일궈 살아가는 장터는 사람살이가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이자 정을 나누는 광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형 할인 마켓과 홈쇼핑, 인터넷 쇼핑 등이 발달하면서 전국의 재래시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하는 정영신의 사진과 글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물건 파는 일보다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는 할머니, 혹시라도 장터에서 사돈을 만날까 싶어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나온 할아버지, 첫 마수를 잘 했다며 기분 좋게 웃는 아주머니, 뛰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가 사진 속에 살아 있다. 여름이면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겨울이면 손난로에 의지해 떨면서도 떠들썩한 장터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힘든 일을 마치고 장터 구석의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집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은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고향의 풍경이다.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눈, 바쁜 틈을 타 장터 바닥에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가슴, 신명나게 들려오는 육자배기 노랫소리는 언제고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한국의 표정이다. 울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고, 싸우고, 흥정하는 장터 모습은 마치 묵혀진 장맛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의미가 진해진다. 이 책은 한국의 오일장이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걸어온 발자취를 살피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빈자리만 있으면 보자기를 펼쳐 호박 한 덩이를 팔아도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권한다.
책 발간과 함께 8월 8일부터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는 한국의 장터 모습을 정돈된 흑백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이 열린다

 

사진으로 찾아가는 우리 시골장터 (MBC뉴스)

대형 상점들이 전국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정겨운 시골 오일장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은 도시화와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 시골 장터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1987년부터 25년간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찍은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흑백사진들과 글을 엮어 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출판사)를 펴냈다.
시끌벅적하지만 정겨운 전국의 대표적인 오일장 82곳을 직접 뛰어다니며 찍은 사진, 장이 서는 날짜와 지역특산물 소개 등 장터 관련 정보를 수록했다.
그의 사진과 글에는 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 만나는 재미에 장에 나온다는 할머니, 뛰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처럼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정겨운 얼굴들이 보인다.
작가는 사진집 출간에 맞춰 오는 21일까지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사진전 '정영신의 장터'도 연다.
480쪽. 2만9천원.

 

 

사진으로 찾아가는 우리 시골장터 [연합뉴스] 2012.08.10

대형 상점들이 전국 구석구석을 파고들면서 정겨운 시골 오일장이 점점 사라져가는 추세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은 도시화와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 시골 장터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가 1987년부터 25년간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찍은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흑백사진들과 글을 엮어 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출판사, 480쪽. 2만9천원)를 펴냈다.
시끌벅적하지만 정겨운 전국의 대표적인 오일장 82곳을 직접 뛰어다니며 찍은 사진, 장이 서는 날짜와 지역특산물 소개 등 장터 관련 정보를 수록했다.
그의 사진과 글에는 장터를 찾는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 만나는 재미에 장에 나온다는 할머니, 뛰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처럼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정겨운 얼굴들이 보인다.
작가는 사진집 출간에 맞춰 오는 21일까지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사진전 '정영신의 장터'도 연다.

 

 

왁자지껄한 시골장터…가슴 따뜻한 이야기 [한국경제] 2012.08.09

한국의 장터 / 정영신 지음 / 눈빛출판사 / 480쪽 / 2만9000원

“아 따메, 나한테는 공짜로 주지 마씨요. 이빨이 성치도 안해 먹지도 못하는디 안 살라요.” “아 따메, 누가 사라고 그라요. 그냥 맛만 보랑께.”
전라남도 곡성장의 풍경이다. 맛보기 엿을 받아 먹으면 1000원어치라도 사야 하는 시골 장터의 인심. 이가 성치 않아 엿을 못 산다는 할머니와 안 사도 좋으니 맛만 보라는 엿장수의 대화가 훈훈하다.
《한국의 장터》는 저자가 1987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방방곡곡을 날래게 뛰어다니며 한국의 5일장을 기록한 사진첩이다. 500쪽에 달하는 두툼한 책 속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 한 쪽이 따뜻해지는 흑백사진들이 빼곡하다. 호박 두 덩이를 보자기 위에 얹어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할머니, 허름한 선술집에서 탁주 한 잔을 들이켜는 할아버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봇짐을 머리에 얹은 사람들의 사진 속에서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이 겹친다.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중간중간 토막글을 넣어 책을 더 풍성하게 했다. 전국 팔도의 5일장 82곳의 장터 정보는 물론 저자가 시골 인심을 접하며 겪은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그중 마수걸이(맨 처음 물건을 파는 일)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저자는 “장사꾼들은 간혹 안경 낀 여자가 ‘바지락 1000원어치만 주세요. 된장국 올려 놓고 왔어요’ 하면 숨어버리고 싶다고 한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계속 1000원짜리 손님만 온다는 징크스가 있기도 하지만 옛날부터 안경 낀 여자가 마수하면 하루 운세가 좋지 않다는 낭설이 있기 때문. 마수걸이는 그만큼 장사하는 사람에게 하루의 운을 가늠하는 중요한 의식이라고 한다.
정선 5일장이 지역경제를 창출하는 대들보가 된 사연도 눈길을 끈다. 정선장은 1966년 2월17일에 처음 열려 오늘에 이르고 있는 시장. 인구가 감소해 장이 쇠퇴할 무렵인 1999년 3월17일 구세주가 찾아왔다. 정선 5일장 관광열차가 개통한 것이다. 정선군은 정선 5일장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했고, 휴일이면 서울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장사꾼들은 “주말이면 장 안에 있는 약초가 다 팔려 나간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다문화시대는 장터 풍경도 바꿔놓았다. 삼척 도계장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온 샤니와 알리가 있다. “장터를 돌아다닌 지 2년이 됐다”는 그들은 고국에서 가져온 보석과 가방을 판다. 시골 장에 푹 빠져 장날이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기저기 다닌다. 시골 아낙네들은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가락에 반지도 껴보고 목걸이도 걸어보며 멋을 부린다.
저자는 “외국인이라는 낯선 얼굴을 대하는 우리네 여인들이 정겹다”며 “시골 장터의 얼굴도 점점 변하고 있다”고 전한다.

 

허름한 좌판·선술집… 쇠락해가는 5일장 풍경 [문화일보/ 2012.08.10]

한국의 장터 / 정영신 글·사진 / 눈빛출판사

시골 장터만큼 ‘사진적인 풍경’이 또 있을까. 장터마당에 손바닥만한 좌판을 깔고 물건이래야 고작 호박 네댓 개를 앞에 두고 있는 할머니, 허름한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는 노인, 뻥튀기의 폭발음에 잔뜩 겁을 먹고 귀를 막고 서있는 아이들…. 이런 풍경들은 정작 맨눈으로 보았을 때는 별 느낌이 없지만,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겨지면 그 이미지는 더없이 강렬해진다.
사진가의 애정 어린 시선이 색채를 덜어낸 흑백의 질감과 합쳐지면서 장터가 보여주는 생생한 삶의 모습과 사라져가는 것들의 애잔함이 마치 마술처럼 되살아는 것이다. 시골 장이 사진가들의 단골 소재가 됐던 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25년 동안 줄곧 한국의 시골장터를 기록해온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사진집이다. 저자가 전국의 여든 두 곳 장터를 돌면서 담아낸 사진들이 책 속에 빼곡하게 실려 있다. 저자의 관심사는 당연히 5일장에 모여드는 사람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인물들과 눈을 맞추고 찍은 사진은 드물다. 강렬한 이미지의 의도화된 사진들도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저자는 구태여 구도를 계산하거나 이미지를 의도하지 않고 목격자의 시선으로 장터에 카메라를 들이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이 자연스럽게 시골장터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봤다. 이런 시선은 아마도 저자가 사진작업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내세우는 게 아니라, 쇠락해가는 장터의 모습을 기록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인 듯하다.
책을 잡으면 사진집이라 응당 사진에 먼저 눈이 가겠지만, 이 책의 미덕의 절반 이상이 사진에 얹은 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는 전국의 82개 5일장을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 순의 군 단위로 쪼개서 하나하나 장의 분위기와 특산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편집이 백과사전식이라 문장도 건조한 사전식 소개 위주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의 장터 목격담은 생생하고 세밀하다. 예를 들어 충남 청원의 미원장을 ‘농사일만 해온 노인들은 따로 취미가 없어 장날이면 버스에서 내리는 아는 얼굴이라도 만날 셈으로 노상에 앉아있는 노인들이 많다’고 소개하고, 평창의 진부장을 두고는 ‘한산한 장터에서 바둑 삼매경에 빠진 장꾼들은 소일거리가 있어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렇게 그려내는 이미지가 어찌나 생생한지 눈앞에 쇠락한 5일장의 나른한 풍경이 떠오르는 듯하다.
시골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람 이야기도 빠질 리 없다. 나주 공산장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낙지를 팔러 나온, 영산포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는 서금순(74) 할머니가 등장하고 무안 일로장에서는 승합차에 카세트테이프를 잔뜩 싣고 왔다가 손님이 없어 혼자 발장단만 맞추고 있는 노점상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가답게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도 문장이지만, 부지런한 발과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풍부한 감성, 꼼꼼한 기록 등이 거기 더해졌다. 이 책이 시대를 반영하는 사진집이면서 전국의 시골장을 아우르는 백과사전, 풍부한 감성의 에세이, 혹은 기층민의 삶의 기록을 담은 인문학 자료집처럼 드넓은 경계를 넘나들면서 읽히는 것은 이 때문이겠다.

 

장터에 스민 고향, 사진에 담다[매일경제] 2012.08.10

한국의 장터 / 정영신 지음 / 눈빛출판사 펴냄

1987년부터 한국의 시골 장터를 기록해온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을 엮은 작품집. 저자는 지난 25년간 전국 5일장을 돌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삶을 사진과 글로 담아왔다. 이 책은 전국 장터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는 역사적 사료이자 전국 팔도 82곳에 있는 장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집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며 장터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에 밀려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장터의 인간적 면모와 그 발자취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장터 [한국일보] 2012.08.10

정영신 글ㆍ사진.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시골장터를 기록한 소설가 겸 사진작가 정영신의 사진집. 사진 430여장과 함께 5일장 82곳의 정보를 함께 실었다. 눈빛출판사ㆍ480쪽ㆍ2만9,000원.

 

한국의 장터(정영신 | 눈빛출판사) [경향신문] 2012.08.10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198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시골 장터를 누비며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 책은 전국 장터의 어제와 오늘을 읽어내는 사진집이면서 5일장 82곳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집이다. 대형 마트와 인터넷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재래시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2만9000원

 

 

한국의 장터(정영신 글, 눈빛 펴냄) [서울신문] 2012.08.11

책장마다 ‘발꼬랑내’가 무럭무럭 피어난다.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이제는 사라져 가는 시골 장터를 찍은 사진 가운데 430장을 엄선한 사진집이다.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선 사진전도 연다. 2만 9000원.

 

사진에 담은 5일장 풍경 [동아일보] 2012.08.11

마수걸이에 성공해 입이 찢어지는 아주머니, 몸집보다 큰 봇짐을 진 짐꾼, 고된 하루를 마치고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저자가 1987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한국의 5일장 82곳을 다니며 기록한 사진집. 사라져가는 장터 문화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 이렇게 시골 장터가 많았던가’ 하고 놀라게 된다. 장이 서는 날과 지역 특산물 등 장터 정보도 꼼꼼히 적었다. 책 발간에 맞추어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는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의 장터(정영신 글·사진|눈빛|479쪽|2만9000원) [조선일보 / 2012.08.11]

노부부가 각각 등에 짐을 둘러메고 장터로 향한다. 꼬마들은 강아지들이 담긴 상자 앞을 떠날 줄 모르고, 장꾼들은 '상주가 첫 마수를 해주면 재수 있다'는 말에 상주에게 서로 물건을 팔려고 나선다. 지난 25년간 전국 82곳의 5일장을 누비며 촬영한 '살아있는' 흑백 사진 430여장을 모았다.

 

 

장터 25년, 앵글에 차곡 [한겨레신문 / 2012.08.12 ]

정영신씨 사진집 ‘한국의 장터’ 5일장 82곳 담아…사진전도

사진 속 시골 장터는 고향이었다. 배추 팔면서 점까지 쳐주는 제주 서귀포 고성장 할머니들, 깨를 바랑에 지고 달걀까지 엮어온 성남 모란장 할아버지, 화롯불에 함께 밥해 먹는 횡성 장터 사람들 모습이 사람살이의 내음을 전한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54)씨의 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2만9000원)는 대형 마트의 기세 앞에 사라져가는 전국 5일장터 82곳을 발로 뛰며 앵글에 담은 기록들이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찍은 장터 사진들을 망라한 이 사진집은 생생한 사진들뿐 아니라, 전국 5일장을 9개도, 군 단위로 분류하고, 장날과 특산물 등도 소개한 인문학적 보고서이기도 하다. 작가에게 장터라는 광장은 “두꺼운 책처럼 펼쳐 보면 지혜가 들어 있는 말하는 박물관”이며, 장터 기행은 “사물들이 눈을 뜨고, 말을 걸어오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색으로 들릴 때 중간에서 시간을 잘라내는 놀이”가 된다. 사진집 출간을 맞아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02-723-7771)에서는 사진전 ‘정영신의 장터’도 열리고 있다. 노형석 기자

 

정영신 25년간 찍은 팔도 서민의 삶"한국의 장터"출간 [중앙일보] 2012.08.14

정영신 사진가가 1991년 전북 남원장에서 찍은 강아지 사진. [사진 눈빛]

  전국의 장터 82곳을 흑백 사진과 글로 기록한 『한국의 장터』(눈빛출판사)가 출간됐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54)씨가 1987년부터 최근까지 기록해온 장터 사진 중 430여 컷을 선별했다. 한국 장터의 어제와 오늘을 읽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자료집이자, 풍족하진 않지만 인정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현장르포다.
 저자가 25년 동안 찍어온 장터 사진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를 잘 했다며 기뻐하는 아주머니, 혹시라도 장터에서 사돈을 만날까봐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온 할아버지, 힘든 일을 마치고 시장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고, 목을 축이는 사람들 등 그의 사진에는 우리네 서민들의 눈물과 웃음이 공존한다. 대형 할인 마켓과 홈쇼핑 등에 젊은 사람들을 뺏겨 버린 침체된 장터의 얼굴도 볼 수 있다.
 책은 전국의 5일장을 9개 도별로 분리해서 정리했다. 장의 유래, 장이 열리는 날짜, 지역 특산물 등의 정보는 덤이다. 책 발간과 함께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전국 장터 25년 누빈 정영신 사진작가 “우리네 정을 찍었죠” [경향신문 / 2012.8.17]

-인터뷰- 글 김윤숙 기자·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yskim@kyunghyang.com

“장삼이사의 애환과 삶의 지혜가 널려 있는 곳, 바깥세상의 소식들이 물물교환하듯 자연스럽게 섞이는 곳, 고샅고샅을 돌아나온 마을과 마을의 이야기가 왁자한 곳, 우리네 장터는 그렇게 정이 살아 숨쉬는 박물관입니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씨(55·사진)가 최근 전국 오일장의 25년 기록을 담은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를 펴냈다.
전국 면소재지마다 서던 무수한 장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정씨는 “장은 없어져도 장바닥은 남아 있다면서 장터를 꿋꿋이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들을 기록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 한 그릇을 가져온 할머니가 생산자이면서 판매자가 되는 곳이 장터고, 난전을 펼쳐놓고 장구경을 다녀도 주인 없는 물건에 손대는 사람이 없는 곳이 시골장터다.
정씨는 “시골 장터는 어딜 가나 고향 같다. 배추 팔면서 점까지 쳐주는 제주 서귀포 고성장 할머니들, 깨를 바랑에 지고 달걀까지 엮어온 성남 모란장 할아버지, 화롯불에 함께 밥해 먹는 횡성 장터 사람들 모습에서 사람의 냄새를 맡는다”고 했다.
정씨는 취미로 배운 사진기를 들고 다니다 장터의 일상을 담게 됐다. 문득, 장터에선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생생한 삶의 현장을 누볐다.
“손주 오면 주려고 넉 달 동안이나 시렁에 매달아 놓아 둔 곶감을 돈이 아쉬워 갖고 나온 할머니의 곶감은 얼마나 귀한 곶감이겠어요. 대형마트에서는 살 수 없는 곶감이지요.”
정씨는 장터에는 문화가 흐른다고 했다. 그는 “옛 장터는 남사당놀이와 소리꾼들이 사람들을 불러놓고 판소리 공연을 하는 등 농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이었다”면서 “어느 할머니 얼굴에서는 아쟁소리가 들리고, 어느 할아버지의 얼굴에서는 남도의 육자배기가 들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시골장터에는 그 지역 특산물과 독특한 문화가 있어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우리의 전통 5일장을 보존 발전시켜 500년의역사를 자랑하는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바자르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장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씨의 사진집에는 제주지역을 비롯해 300여개의 장터를 촬영한 방대한 사진들 중 선별한 430여 장이 실렸다. 전국 5일장을 총 9개 도·군별로 분류해 실은 ‘손대지 않은’ 사진들은 담백하면서도 생생하다.
정씨는 책 출간과 함께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오는 21일까지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도 갖는다.

 

■한국의 장터―발로 뛰며 기록한 전국의 오일장 [세계일보 / 2012. 8,18]
(정영신 글·사진, 눈빛출판사, 2만9000원)=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도시화와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는 우리 시골장터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시끌벅적하지만 정겨운 전국의 대표적인 오일장 82곳을 직접 뛰어다니며 찍은 사진, 장이 서는 날짜와 지역특산물 소개 등 장터 관련 정보를 수록했다

 

[한장면] 안쓰럽다고요? 금방 팔릴거예요. [부산일보 / 2012. 8. 18]

지난해 이맘때 강원도 삼척 호산장에서 소설가이자 사진가인 정영신이 찍은 사진이다. 할머니는 신문지 두어 장 깔고, 호박 한 덩이, 마늘 몇 쪽만으로 전을 폈다. 뙤약볕을 막아주는 양산 하나 들고 호박 임자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언제 호박이 팔려 자리를 털고 일어설지 모르지만, 용케 그걸 다 팔아도 몇천 원 손에 쥘 수 있을까? 호박 한 덩이 팔아서 빨랫비누 한 장 살 수 있을까? 집 담장에 심었음 직한 호박 한 덩이 갖고 나와 텅 빈 장터를 지키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쇠락해 가는 장터 풍경을 웅변하는 것 같아 서글프다.
시골 장터엔 장꾼이 아닌데도 이 할머니처럼 손수 산에서 캔 약초나 농사지은 오이 몇 개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약초 판 돈으로 저녁상에 올릴 간고등어 한 손 사기도 하고, 집에서 기른 닭 한 마리 판 돈으로 손주 운동화 한 켤레 사기도 한다. 생산자와 판매자의 구별이 사라지는 곳도 장터다. 인심이 예전 같지 않지만, 난전을 펼쳐 놓고 장 구경을 다녀도 주인 없는 물건에 손대는 사람이 없는 곳이 시골 장터다.

'한국의 장터'는 1987년부터 25년 동안 전국의 시골 장터를 기록해 온 정영신의 사진 430여 장과 글을 담았다. 전국 팔도의 대표 오일장 82곳의 장터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인문학적 자료집이기도 하다.  정영신의 사진과 글에는 장터 풍경이 날것으로 살아 있다. 약초 몇 뿌리 배낭에 넣고 산골 마을에서 온 노부부, 새벽부터 한복을 차려입고 와서 장이 파할 때까지 사람 구경하고 돌아가는 할아버지, 봄에는 분무기를 고치고 여름엔 장화를 수선하며 30년 넘게 장터를 지킨 '맥가이버 할아버지', 밭에 심은 달래와 부추를 뜯어와 팔면서 백 살까지만 장사하겠다는 아흔한 살의 할머니….
정영신은 발품 팔아 몇 번이나 갔던 장터를 다시 가면서 스스럼없이 장터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하긴 익명의 고객만 존재하는 대형할인점과 달리 시골 장터는 배추 한 단 사고팔더라도 말이 오가는 공간이다. 장터를 지키는 사람이 나이 들수록 장터도 점차 쇠락하는 게 마음 아프긴 하지만.
정영신의 말을 빌리면 장터는 '두꺼운 책처럼 펼쳐 보면 지혜가 들어 있는 말하는 박물관'이다. 정영신 글·사진/눈빛출판사/480쪽/2만 9천 원. 이상헌 기자 ttong@

 

뉴스 >동아일보 오피니언 2012-08-20 (월)
[동아 에세이/정영신]

"장터에는 사람의 정(情)이 있다"

 

도란도란 무슨 얘기를 나눌까 전남 구례의 한 장터 사진이다. 장터에 팔 물건을 자전거에 싣고 가던 한 할머니가 잠시 멈춰 서서 이웃 할아버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우산 받쳐 들고…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전북 무주의 작은 마을에 장이 섰다. 보자기를 펼쳐 고추며 가지를 늘어놓고는 우산을 받쳐 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들. 필자 제공

정영신 / 사진가, 소설가

 

“아따메 징허게 덥네이, 뭔 놈의 날씨가 이런당가, 논매다가 영감이 더위 먹어 보신시켜 줄라고 닭 사러 왔네, 자네는 뭐 사러 왔능가?”
장에 나온 여인네들의 말속에서 고향을 만난다. 장 뒤쪽에서 손수 고른 닭을 손질하는 동안 아는 얼굴을 만나는 풍경이다. 이렇듯 장터풍경은 자연과 사귀는 시간이 되어간다. 장에 가면 땅이 주는 선물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번듯한 장옥(長屋·거리 양쪽에 세운 상점) 대신 장터 골목 어귀에서 농사지은 것들을 갖고 나온 여인네들은 물건을 팔 생각보다는 이웃 동네 소문에 열을 올린다. 윗마을 동산댁 영감님이 농기구에 다쳐 병원에 있다는 소식에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가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풍경은 장에서만 볼 수 있는 따듯하고 정겨운 모습이다.

또 시골마을에서 온 버스가 차부(車部·차의 집합소)에 도착하면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보따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밀고 당기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녹두 다섯 되와 결명자 석 되를 갖고 나온 할머니는 저울눈금이 맞지 않다며 이천 원 때문에 금방 싸울 것처럼 언성이 높아진다. “아따 성님, 내가 언제 속입디여 쪼까 믿으씨요.”
한참 실랑이 끝에 서로 천 원씩 양보하기도 한다. 팔 것만 있으면 좌판을 차려놓고 질펀하게 앉아, 속고쟁이 쌈지 주머니 속에서 나온 찢어진 천 원짜리에 밥풀이 붙어있어도 채근하지 않는다. 두세 시간 걸려 펼쳐놓은 좌판에서 개시도 못한 사내가 안주 없는 강소주를 병째 나발 불어도 탓하지 않는 곳이 장터다.
난전을 펼쳐놓고 장구경을 다녀도 주인 없는 물건에 손대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 빗자루 몇 개 둘러메고 장터 안을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국밥집으로 들어가 할아버지가 장사를 끝내도 되는 곳이 장터다. 리어카와 됫박을 45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할머니는 금이 간 됫박을 옥양목으로 감아 줄 때마다 함께 늙어가는 친구 같다고 한다. 덤과 정이 묻어있는 됫박의 소리와 색깔을 살아있는 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장터인 것이다.
순박한 여인네들의 얼굴에서는 경쟁이 없어 좋다. 그러나 해가 바뀔 때마다 소중한 것들이 소멸되어 가는 것은 안타깝다. 장터 골목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렸을 적 기억이 일제히 일어나 나를 향해 걸어온다.
약장사와 엿장수 좌판은 아이들 놀이터로, 처음으로 보는 원숭이며, 엿장수 가위질 소리에 맞추어 고무줄놀이까지 했었다. 한쪽에서는 새끼 돼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붙들고 있던 삼식이, 털이 숭숭 달린 복숭아를 광주리에 담아온 순덕이네, 주근깨투성이인 깨순이가 이고 온, 소금물에 우린 감을 베어 먹던 얼굴은 저장해둔 시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어렸을 적 장날은 축제날이었다. 곱게 차려입은 한복에 짚으로 깨끗이 닦아 토방 위에 올려놓은 하얀 고무신을 신고 동구 밖을 나서는 동네 어르신들 뒤로 아이들도 하나둘 따라가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장터에 가보면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장터에 가면 생활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장터에 나와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장터이고, 장터로 통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물결은 장터에서 잠시 멈춘다. 돈보다 귀한 사람의 정(情)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함께 사람 사는 정을 만나러 장터에 가자.

※ 정 작가의 사진전 ‘정영신의 장터’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열린다.

 

한국의 장터’ (정영신 글·사진, 눈빛출판사 펴냄, 2만9000원, 480쪽)
[CNB저널] 2012.08.20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저자는 지난 25년간 전국의 5일장을 돌며 그곳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삶을 사람 냄새 나는 흑백 사진과 맛깔스런 글에 담아 왔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전국 장터의 어제와 오늘을 읽는 사진집이면서, 전국 팔도의 대표 5일장 82곳의 장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 자료집이기도 하다. 책은 전국 5일장을 총 9개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순의 군 단위로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장이 열리는 장날과 지역특산물을 게재해 독자들이 장터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한국의 5일장이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걸어온 발자취를 살피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도 대표 전통시장 정보 여기 있네” [강원도민일보 / 2012.08.18]
정영신 씨 ‘한국의 장터’… 정선장 등 소개
전국 5대장으로 꼽히는 동해 북평장을 비롯해 삼척장, 정선장, 태백장, 평창장, 홍천장, 횡성장 등 도내 대표적 장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이 쓴 ‘한국의 장터’ 는 지난 25년간 도내를 비롯해 전국의 오일장을 돌며 그곳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삶을 사람냄새 나는 흑백사진과 맛깔스런 글로 채워넣은 책이다.
이 책은 사진을 통해 전국 장터의 어제와 오늘을 읽는 사진집이면서, 전국 팔도의 대표 오일장 82곳의 장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문학적 자료집이기도 하다.
책은 전국 오일장을 모두 9개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순의 군 단위로 나눠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장이 열리는 장날과 지역특산물을 게재해 독자들이 장터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생산자이자 판매자인 사람들이 만나 자연스럽게 난전을 이루고 상업과 문화를 일궈 살아가는 장터는 사람살이가 살아 숨 쉬는 삶의 터전이자 정을 나누는 광장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오일장이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걸어온 발자취를 살피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기층 민중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그리고 빈자리만 있으면 보자기를 펼쳐 호박 한 덩이를 팔아도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기를 권한다. 눈빛. 480쪽. 2만9000원. 최경식기자

 

25년간 장터를 누벼 만든 책, '한국의 장터' [NEW DAILY / 2012. 8. 25]

정상윤기자

1987년부터 25년 간 한국의 시골 장터를 기록해 온 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출판사)’가 출간됐다.

사진가이자 소설가인 정영신은 25년간 전국 오일장을 돌며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인정 넘치는 삶을 흑백사진과 글로 담았다. 전국 오일장을 총 9개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순의 군 단위로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장이 열리는 장날과 지역특산물을 게재해 독자들이 장터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 수 있다"

물건 파는 일보다는 사람 만나는 일이 즐거워 장에 나온다는 할머니, 혹시라도 장터에서 사돈을 만날까 싶어 가장 좋은 옷을 꺼내 입고 나온 할아버지, 첫 마수를 잘 했다며 기분 좋게 웃는 아주머니, 뛰어난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가 사진 속에 살아 있다.

한국의 오일장이 자본주의 물결 속에서 걸어온 발자취를 살피고,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과 잃어버린 이웃에 대한 그리움 및 서민들에 대한 애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한다.

발간과 함께 8월 8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는 한국의 장터 모습을 정돈된 흑백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이 열린다.

 

 

"장터는 지역 문화 꽃 피우는 박물관" [한국일보 / 2012.8.25]

인터뷰 / 손효숙기자

소설가 겸 사진작가 정영신씨 사진집 '한국의 장터' 출간
25년간 300여곳 순례·기록
"잊혀져가는 애환 계속 담을 것"

 

장터는 지역의 생활문화를 꽃피우는 곳입니다. 지역 특유의 냄새, 맛, 소리와 사연을 접하려면 5일장 만한 곳이 없습니다." 정영신씨 제공

떡메로 쳐서 찹쌀떡을 만드는 아낙, 직접 캐온 나물과 약초을 좌판에 놓고 기다리는 노인들, 장터 곳곳을 누비며 벌어지는 풍물놀이패의 신명나는 놀이판 ….

 

소설가 겸 사진작가 정영신(54)씨의 최근 사진집 <한국의 장터>에 나오는 삶의 현장들이다. 사진집에는 정씨가 1987년부터 전국의 시골장터를 돌아다니며 찍은 430여장의 흑백 사진들이 들어 있다. 장터의 유래와 지역 특산물 등 발품을 팔지 않으면 얻기 힘든 소중한 정보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돼 있다.
정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터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문화를 꽃피우는 무대"라고 정의했다. "전국에 흩어진 장터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해야할 생활문화 박물관"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시골(전남 함평) 출신인 탓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장터를 드나들었다는 그는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87년 본격적으로 장터를 찾게 됐다. "장에 가면 소설의 소재와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놀라운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 같은 장터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면서 그곳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찾아갔던 장터에서 사람에 매료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국 각지의 장터를 찾아 다닌 지 벌써 25년. 그동안 가본 장터만 300여곳이고, 장터의 사람과 풍경을 기록한 사진은 줄잡아 4,000여장에 달한다. <한국의 장터>엔 81곳의 장터가 등장한다.
"장터 사진만 사반세기 고집한 사람은 드물 겁니다. 한 길을 걸어왔더니 어느새 '장터 사진작가'라는 별명이 붙어있더라고요. 언제부턴지 몰라도 단순히 기록만 할 것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장터에 대한 민속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어요. 사진과 더불어 장터에 대한 글을 엮어 정리한 것도 이 때문이지요."
정씨는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곳곳에 숨어 있는 사람이야기와 사연을 듣다보면 시골 장터의 가치를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 장터는 대략 600여 곳. 소설가보다 사진작가가 더 어울려보이는 그는 아직 가보지 못한 장터 300여 곳에 대한 기록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터뷰] ‘한국의 장터’ 펴낸 사진가 정영신 [농민신문 2012.8.29 문화.생활]

신춘문예 낙선 소식에, 스물아홉의 소설가 지망생은 장터를 떠올렸다. ‘아직 사람을 보는 눈이 부족한 거야.’ 그는 고향인 전남 함평을 시작으로 전국의 오일장을 찾았다. 그게 올해로 27년째. 최근 사진집 한국의 장터(눈빛출판사)를 낸 사진가 정영신씨(55·사진) 이야기다.
“처음 1년은 장터 할매들과 사귀었어요. 갈 때마다 양손에 주렁주렁 얻어 왔죠. 제가 한 거라곤 이것저것 물어보고 담배 한갑 사 드린 것밖에 없는데…. 이 정 많은 장터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싶었습니다.”
사진집엔 그렇게 찍은 오일장 304곳의 사진 430컷이 도별로. 다시 시.군별로 정리돼 실려 있다. 각 장의 역사와 장터 사람들에 대한 기록도 더했다. 서문을 쓴 한정식 중앙대 명예교수는 이를 두고 “장터에 관한 최초의 인문학적 보고서”라고 평했다.
479쪽이나 되는 두툼한 사진집을 작가와 함께 들춰봤다. 초기 사진엔 저고리 입고 쪽찐 할머니. 두루마기 차림에 갓까지 쓴 할아버지가 제법 보인다. “요샌 그런 분들 못 봐요. 아. 고창장의 그 할아버지! 사진 찍는다고 얼마나 혼났는데요.” 보따리 밖으로 고개 내민 강아지도 여럿 된다. “팔러 나온 사람도 있고. 사서 가는 사람도 있어요. 시골에선 개가 식구예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시골 장터에 와 있는 듯하다.
“호박 한개 들고 와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할매들 보면 맘이 짠해요. 그러면서도 정은 어찌나 많은지 덤이 반이지요. 평생 함께한 기계를 어루만지는 뻥튀기 할아버지들의 눈빛은 또 얼마나 맑은지요.”
사진집 출간을 즈음해 가졌던 전시회도 21일로 끝났다. 작가는 다시 일주일에 3~4일은 장터로 향할 것이다.
“더 안타까운 건 장터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예요. 지역 농민이 아닌 외지 상인이 주인 행세를 한다. 현대화된 시설이 오히려 불편하고 어색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 바꿀 건 바꾸되 지킬 건 제대로 지켰으면 합니다.”
손수정 기자 sio2son@nongmin.com

 

전국 장터의 깨알 같은 표정 [한겨레21] 2012.09.07
1987년부터의 시골장을 기록한 <한국의 장터>

즐비하게 늘어놓은 말린 생선이며 과일이며 힘센 콧김을 내뿜는 소까지 사진만 들여다봐도 배가 부르다. 어디 먹을거리뿐인가. 달랑 혼자 청양 화성장에서 장사를 하는 장씨 아주머니, 달랑 당근 4개만 가지고 나와 지나는 사람 얼굴 보려고 좌판을 벌인 할머니, 보석과 가방을 팔며 삼척장을 돌아다니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람들 등 사람 이야기는 더욱 푸짐하다. 정영신씨가 1987년부터 전국 시골장터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한국의 장터>는 전국 장터의 깨알 같은 사연을 성실히 담았다. 장터 사이로 기차가 지나가는 광양 옥곡장, ‘바우덕이 축제’가 열리는 안성장터 등 사라져가는 장터문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정영신 글·사진, 눈빛 펴냄, 값 2만9천원.

         
 
여기 당신의 어머니·아버지가 보이나요? 오마이뉴스|2012.10.28
 
[오마이뉴스 김종성 기자]
 "손주놈 오면 줄라고 넉 달 동안이나 시렁에 매달아 놓았는디, 손주놈은 안 오고 돈도 아쉽고 해서 장에 갖고 나왔는디 맛 좀 보시랑게잉, 맛있제이?" - 구례 오일장터에서 만난 곶감 파는 할머니자전거를 타고 섬진강가 여행을 하다 곡성시장, 구례시장, 화개장터, 하동시장을 연이어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읍이나 작은 도시에서 재래시장을 마주칠 때면 겨울에도 마음이 푸근해지면서이런 시장들 사진을 모아 전시회도 하고 책도 내는 '장터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해보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1987년부터 올해까지 이십 오년간이나 강화도에서 제주도까지 한국의 장터를 찍고 기록해온 사람이 사진집 < 한국의 장터 > 를 냈다. 역시 '인생도처유상수'라더니 먼저 실행하고 앞서가는 고수가 꼭 있다. 아무튼 전국의 전통 재래시장터에 매달려 이십여 년을 찾아가 지속적으로 사진을 찍고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저자의 애정과 열정이 대단하다. 이런 일에 남녀를 구분하고 싶진 않지만 저자가 여성이란 점도 책속의 사진들 다시 한 번 보게 된다.저자는 처음에 장에 가면 소설의 소재와 주인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신춘문예를 준비하던 87년 본격적으로 장터를 찾게 됐다고 한다. 기 싸움 하듯 흥정하는 상인과 손님, 놀라운 입담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아저씨 같은 장터를 지키는 사람들을 만나 친해지면서 그곳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그렇게 전국 각지의 장터를 찾아다닌 지 벌써 25년. 그동안 가본 장터만 300여 곳이고, 장터의 사람과 풍경을 기록한 사진은 줄잡아 4000여장에 달한단다. 사진집 < 한국의 장터 > 엔 그중 추려낸 82곳의 오일장터와 400여 장의 사진들이 등장한다. 소설가라는 또 다른 직업을 가진 여성 작가다운 생생하고 세밀한 장터 묘사도 사진과 더불어 돋보이는 훌륭한 포토에세이집이다.장터에 관한 최초의 인문학적 보고서. 장터라는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그 지역의 생활문화를 꽃피우는 무대요, 전국에 흩어진 장터들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보존해야할 생활문화 박물관이다. (본문 가운데)저자가 25년 동안 찍어온 장터 사진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마수걸이(맨 처음으로 물건을 파는 일)를 잘 했다며 기뻐하는 아주머니, 혹시라도 장터에서 사돈을 만날까봐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온 할아버지, 힘든 일을 마치고 시장 구석에서 담배를 태우고, 목을 축이는 사람들 등 그의 사진에는 우리네 서민들의 눈물과 웃음이 함께 한다. 탐욕스런 자본주의의 물결이 잠시 멈춘 곳이기도 하지만 대형 할인 마트에 아이들과 젊은 사람들을 뺏겨 버린 침체된 장터의 면면도 볼 수 있다.전국 82곳의 오일장터에서 찍은 400여 장의 사진들과 글을 감상하다보면 장바구니 사이로 목을 내민 강아지의 눈과 마주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어리기도 하고, 호박 몇 개 채소 몇 단이나마 팔러 나온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를 보며 애잔한 심정이 들기도 하고, 사라져 가는 우리만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에 책장을 못 넘기고 사진 속에 눈길이 멈추는 순간들이 많아 사진집이지만 쉬이 다 읽기 어려운 책이다.사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는 이런 데 있다. '작품'으로서의 예술성에만 묶이지 않고 진정성이 담긴 기록에 충실할 때 다큐멘터리 사진은 감동과 공감을 얻는다. 그리고 사진의 예술성은 바로 이러한 바탕 위에서 형성된다. 모든 예술이 인간의 삶과 유리되어서는 별 의미가 없지만, 특히 인간과 그 삶의 기록에서 벗어나서는 의미를 얻기 어려운 게 사진일 게다.이 책은 오일장터를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훌륭한 여행 안내서이기도 하다. 전국 오일장을 총 9개 도별로 분류하고, 다시 가나다순의 군 단위로 나누어 정리했으며, 각 장마다 오일장이 열리는 장날과 지역특산물, 저자의 에피소드와 사람들의 사연, 전래 이야기 등을 같이 넣어 독자들이 장터 정보를 쉽고 흥미롭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크게는 강원도 동해 북평장에서 전라도 보성강가의 시골 석곡장, 배추를 팔면서 점도 봐준다는 제주 서귀포 고성장터 할머니까지 가보고 싶은 데가 한두 곳이 아니다. 저자가 알려준 장터 구경하기 팁 중의 하나로 오일장터는 파장 무렵이 가장 재미있다니 참고할 만하다. 흑백의 장터 사진에서 느끼는 삶의 속살장터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 보면 다양한 삶을 보게 된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다.제주 할망들은 또 다른 우리 엄마들을 이야기한다. 물질을 하고, 밭농사를 짓고, 남은 시간에는 장터에 나와 온갖 것을 팔아 가정경제를 살리고 자식을 교육시킨다. 이 땅의 엄마들이 있기에 산업이 발전해 가고 경제가 살아나고 농촌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고향을 찾아가듯이 오일장을 찾았다면 고향과 같은 색깔을 만날 것이다. (본문 가운데)책 속 사진들과 글에서 저자는 장터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외형적으로만 관찰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애환에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사진들이 모두 흑백이라는데 있었다. 촬영 초기 1987년의 사진은 물론 2010년대의 장터 사진도 모두 흑백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흑백사진으로 찍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칼라색감을 배제한 흑백사진은 뭔가 본질적이면서도 직관적인 힘을 지녔다. 풍경사진도 그렇고 특히나 인물이 들어간 사진은 그 사람의 겉모습보다는 표정 속에 숨은 내면에 대해 잠시 생각에 빠지게 한다. 풍경은 풍경대로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느끼게 되고. 사진을 찍은 후 시간이 한참 흘러도 느낌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사진 누리기' 하기에 제격이다. 디지털 카메라에 흑백사진기능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사진집이다.여름이면 따가운 햇살에 양산을 받쳐 들고 겨울이면 손난로에 의지해 떨면서도 떠들썩한 장터 바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흑백사진은 정겨우면서도 눈물겹다. 힘든 일을 마치고 장터 구석의 선술집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봇짐을 머리에 얹고 집을 향해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는 할머니, 봄에는 분무기를 고치고 여름엔 장화를 수선하며 30년 넘게 장터를 지킨 '맥가이버' 할아버지, 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흑백사진은 내 뇌리에 오래도록 잔영으로 남을 것 같다.그런 흑백의 사진들 중 내 경험에 비추어 보아도 무척 힘들게 찍었을 장터에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다. "사람의 얼굴은 하나의 풍경이요, 한 권의 책"이라며 인간의 표정에서 삶을 읽으며 많은 글을 썼던 발자크의 말마따나, 여러 표정과 삶의 흔적 주름이 담긴 얼굴사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나름대로 상상하는 것도 즐겁고 내 삶을 성찰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전통 재래시장들이 지역은 물론 나라의 내수 경제 활성화와 도시와 마을의 공동체 붕괴 방지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잘 아는 서유럽 국가들에서는 도시에 대형마트가 마구 들어서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물론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곤 기존의 대형마트나 백화점들도 주말과 공휴일에는 개점을 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떤가. 책을 읽다보니 동네에서 가까운 서울 망원동 월드컵시장 상인들이 떠오른다.수년 전 생겨났던 대형할인마트가 인근에 또 들어서려 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재래시장이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자, 이에 맞서 시장 상인들이 저항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03년 이후 7년 사이에 전통 재래시장은 178곳이 문들 닫았고, 기업형 수퍼마켓이 695곳 늘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일제 강점기 때인 1914년 일본은 우리나라 각 면소재지에 시장을 1개씩 개설하라는 시장 규칙을 공포하였다고 한다. 일제는 우리나라의 지역 경제를 살려 물산을 착취할 목적이었다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서민들을 보호하고 지역경제와 마을 공동체를 살리는데 있어 일제 강점기시대만도 못한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덧붙이는 글 |< 한국의 장터 > (정영신 글·그림 | 눈빛 아카이브 | 2012. 08 | 2만 9,000원)


 

 

 

 

 

 

 

 

 

 

 

 

 

 

 

 

 

 

 

 

 

 

 

 

 

 

 

 

 

 

 

 

 

 

 

 

 

 

 

 

 

 

 

 

 

 

 

 

 

 

정영신의 장터 사진전 개막식이 지난 8월8일 오후6시부터 덕원갤러리 3층 전시실에서 성활리에 열렸다.

이 날 개막식은 성우 김영훈씨의 사회로 사진가 한정식선생의 장터사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축하공연으로는 장군의 국악과 일렉트릭 음악, 뮤아트의 김상현씨를 비롯하여 젊은 뮤지션들이 들려준

호주원주민 악기 리류리나와 북이 어우러진 울림은 관람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로는 강 민, 무세중, 민 영, 황명걸, 채현국, 이계익, 한정식, 육명심, 황규태, 구자호,

김완규, 이계선, 김보섭, 김신용, 김상현, 김의권, 이수만, 이규상, 김명성, 박인식, 최백호, 최혁배, 조경석,

정명수, 정현석, 정중근, 김영훈, 이명선, 신명덕, 안영상, 편근희, 김호근, 김창주, 이지하, 고 헌, 고중록, 

공윤희, 신용철, 정해광, 곽명우, 권양수, 전강호, 조준영, 안다혜, 이명희, 주승자, 이수영, 전활철, 한설희,

송상욱, 손성근, 이대훈, 노인자, 노광래, 전인경, 무나미, 김민경, 이경오, 유근오, 문 숙, 한진희, 황정아,

이두영, 설만 선생 내외분, 박선주, 신신자, 신영희, 안정원, 최경원, 김경숙, 하양수, 아 민, 아멜리아,

김도이, 이완수, 정경민, 최보규, 반민규, 이지녀, 박대원, 이세종, 이한석, 최상귀, 타이거 백,박동민, 김경일씨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전시회를 축하했다.

 

2012.8.10

 

 

 

 


정영신의 장터사진전 뒷풀이가 사동집에서 열렸다.
사동집에서 8일 오후7시부터 시작된 뒷풀이는 '노마드'와 '푸른별 이야기'를 거쳐 9일 2시경 노래방에서 마무리되었다.

 

2012.8.10

 

 

 

 

 

 

 

 

 

 

 

 

 

 

 

 

 

 

 

 

 

 

 

 

 

 

 

 

 

 

 

 

 

 

 

 

 

 

 

 

 

 

 

 

 

 

 

 

 

 


이야기가 있는 시골장터 에필로그

 장터에 가면 호주머니 속에 숨어있던 고향이 사람들 틈 속에서 걸어 나온다. 이른 아침부터 보따리행렬은 생활을 진열하기 위해 장터 속으로 들어온다. 농산물을 가지고 장에 나오는 사람들 모습은 비장하다. 좋은 가격에 농산물을 넘기려는 사람들 표정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기만 하다. 작은 경제가 일어서는 모습이 장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인네들의 보따리 속에는 자녀들의 꿈과 희망이 숨어있다. 여인들에게 땅은 보물창고다. 온갖 씨앗에 비밀을 담아 봄이 되면 보물창고에 시간을 심어 넣는다. 바람소리와 풀소리 그리고 물소리마저도 비밀이 되어 땅속에서 만나게 된다. 여름 내내 밭을 매면서 호미끝자락에 비밀을 묻어놓아 가을이 되면 캐내는 것이다. 드넓은 땅에 콩등을 심어 놓고도 어느 밭에서 순이 제일 먼저 돋아나고, 어느 농작물에 마지막으로 해가 스며드는 것까지 알고 있다. 장날이면 자연도 보따리에 숨어 장터까지 따라 나온다. 장터란 이렇게 땅이 있어 장이 서는 광장이다.

장터에 가면 고향의 냄새와 맛, 소리와 감촉까지 느낄수 있다. ‘손주놈 오면 줄라고 넉달동안이나 시렁에 매달아 놓았는디, 손주놈은 안오고, 돈도 아쉽고 해서 장에 갖고 나왔는디 맛좀보시랑게 잉, 맛있제이?’ 곶감을 팔러 나온 할머니다. 이렇듯 장터에는 그 지방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장터를 찾아다니다 보면 인간적인 면을 수없이 경험하게 된다. 장꾼이 아닌데도 가지고 나온 물건은 빈자리만 있으면 펼쳐놓는다. 이 물건들은 지난 5일 동안 장터나들이를 위해 마련해 놓은 것들이다. 그래서 잘 차려 놓은 좌판보다는 길모퉁이에서 흥정하는 것을 즐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장터이고, 모든 것은 장터로 통하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물결은 장터에서 잠시 멈춘다. 돈보다 귀한 사람의 정(情)이 보따리마다 숨겨져 있어 사람들은 장터로 몰린다. 지금도 손수 농사지어 갖고 나온 가지2개와 당근 몇 개를 길 한쪽에 펼쳐놓고 질펀하게 앉아 사람들과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장에 나온 사람들 얼굴을 보기위해 앉아 있는 할머니를 네모 안으로 들여보내는 시간이다. 네모 안에 갇힌 시간은 언제든 다시 풀어놓을 수 있다. 그리고 물건을 많이 판 사람이나, 조금 판 사람이나, 고르게 떨어지는 햇살은 똑같이 따뜻하기만 하다.

오백 원 하는 무 하나를 사고, 팔 때도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는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얼굴을 맞대며 고추농사를 걱정하던 노인들은 국밥집에서 마시는 막걸리잔 위에 걱정을 부려놓기도 한다. 집에서 기르던 닭 한 마리 판돈으로 손주 놈 운동화 한켤레 살 수 있는 곳이 장터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와 농로에서 잡은 미꾸라지 한 그릇을 가져온 할머니는 생산자이면서 판매자가 되는 곳도 장터다. 난전을 펼쳐놓고 장구경을 다녀도 주인 없는 물건에 손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 장터마당이다. 집에서부터 할머니 보따리를 따라 나온 정(情)은 덤이 되어 사람들 보따리 속으로 들어가는 곳 또한 장터다. 인터넷에는 없는 인간관계가 생겨나 상업과 문화가 만나는 곳이다. 상주(喪主)한테 첫마수를 해 물건이 동티나게 팔렸다며 길 마담을 불러 커피 한잔씩 돌리는 장돌뱅이가 담벼락 속에 숨어있는 고향과 손잡는 시간이다. 이것은 시골장터에서 맛보는 정겨움이다. 장터라는 공간 안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것은 여인네들의 입소리(口音)다. 내가 만난 할머니얼굴에서 아쟁소리가 들리고, 또 다른 얼굴에서는 남도의 육자배기가 들린다. 자연과 흙과 나무에서 흘러나온 푸르디푸른 이야기가 할머니 얼굴에 숨어 있어 지금도 각 장터를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1987년부터 시작해 사물들이 눈을 뜨고, 말을 걸어오고,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색(色)으로 들릴 때 중간에서 시간을 잘라내는 놀이를 했다. 멈춘 시간이 역사로 남아있기에 지금도 장터를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농촌이 늙어가고 있기 때문에 시골장터가 쇠퇴해져간다는 이야기는 장꾼들을 통해 듣는다. 유통시장이 개방되고, TV홈쇼핑과 인터넷쇼핑으로 인해 오일장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IMF외환위기로 인한 실업자들은 장터로 몰려 장에 나오는 사람보다 난장을 펼쳐놓은 장꾼들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장터에서 내는 장세는 200원에서 4,000원이다. 장에 도착해 눈독 들였던 난전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아귀다툼은 어느 장에서나 일어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1914년 일제강점기때 일본은 면소제지에 시장을 1개씩 개설하라는 시장규칙을 공포하였다. 우리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일본의 횡포였지만 재래시장을 확산시킨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시골장터를 찾아 다니다보면 면소재지에 서는 장이 없어진 곳도 많이 있지만, 마을주민들이 나와 장터를 지키고 있는 곳도 있다. 2003년 이후 7년 사이에 전통시장은 178곳이 문을 닫았고, 기업형수퍼가 695개가 늘었다는 신문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장이 이미 폐쇄 되었는데도 난장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반평생을 장터에서 살았는데 장은 없어져도 장바닥은 남아 있다며, 사람이 있는 한 장에 나온다는 85세 된 할머니도 있었다. 장터에는 우리의 삶이 살아있고, 우리가 만들어낸 시간이 살아있어 고향에 온 경험을 하게 된다.

수천 년의 시간이 머무는 이스탄불에는 500년을 상징하는 그랜드바자르라는 세계최대의 전통시장이 있다고 한다. 전세계 사람들이 4천개의 상점을 가기위해 65개의 거리와 골목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경제사는 인류최초의 상인이 행상이라고 밝히고 있다. 서동이 신라에서 마장사를 했다는 설은 삼국시대에도 행상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나라전통시장은 17세기말무렵인 18세기초에 전라도 나주에서 장이 처음으로 열리기시작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옛 장터에서는 남사당놀이와 소리꾼들이 사람들을 불러놓고 판소리공연을 하는등 농민들의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그러므로 시골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에서 벗어나, 경제와 문화가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터에서 생활의 활력과 문화의 충격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서의 장터를 넘어, 직접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환경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터의 주인은 농민들이다. 농촌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도시인들이 믿고 살 수 있는 장터로 활성화시켜야 한다. 오죽하면 ‘장꾼들의 숨소리만이 진짜’ 라는 말이 나돌겠는가. 땅은 모든 생명을 만들어 낸다. 지역농산물로 만들어가는 농민장터가 살아나야 시골장터 또한 살 수 있다. 생활문화의 꽃을 피우는 난장에서 농민이 애지중지 기른 농산물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시골장터에 가면 이 시대 마지막 역사의 혼이 살아 있다. 두꺼운 책처럼 펼쳐보면 지혜가 들어있는 말하는 박물관이 장터라는 광장이다.

‘고고학’을 접하듯 장터를 관찰하라며 격려해주신 한정식선생님(전중앙대사진과교수)은 장터 속에 가려진 것을 찾아 작업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계속해 나가야할 숙제다. 장터사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불을 지펴주신 눈빛출판사 이규상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땅에 살고 있는 모든 어머니께 이책을 바친다.

2012년 6월 정영신

 

 

 

 

 

 

 

 

 

 

서울 은평구 역촌역 부근에 있는 대조시장은 오래전부터 인근의 대형활인마트에 밀려난 시장이다.

                                                       몇일전 아내와 제사상에 올릴 음식재료를 구입하러 갔더니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 장에 활기가 돌았다.

정부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하여 시장옆 길에 무료주차를 허용한 것이 그 원인이란다.

장터 형성은 가로수를 감싸 안은 장옥이 길따라 길게 이어졌는데, 장옥안으로 돌출된

가로수 둥치가 시장사람들의 가구로 활용되어 액자, 시계, 선풍기 등이 걸려 있었다.

좁은 시장 통로를 밝힌 붉은 백열등 빛이 한층 무더운 분위기를 조장하지만

시원한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이 있어 좋았다.

그 것만이 전통시장이 갖는 유일한 경쟁력이기도 하다.

 

2012.8.3

오늘 영월의 동강국제사진제를 보고왔습니다.
동경도사진미술관에 소장된 1960, 70년대 일본사진인 특별기획전에서

구와바라 시세이를 비롯한 유명사진가들의 오리지널 프린트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자기 아내의 죽음을 찍은 아라키 노부요시의 샌티맨탈 여행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라키 노부요시가 신혼여행에서 잠든 아내를 찍은 사진입니다.

한정식교수의 사진세미나에서 그 사진들을 찍은 배경을 듣고보니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2012.7.22

 

 

 

장돌뱅이 사진가 정영신씨가 10여년 전에 전라도 영암장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저울에 걸린 물건이 무엇일까요? 추가 자리한 위치로 보아 좀 무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사진입니다.

 

 

 

 

장에서 만난 넉넉함, 정영신의 장터 중<저울을 든 아낙>

 

물건을 달고 잰 저울이 아닌 정성과 인심을 매달던 추정터에는 많은 전포가 있다. 예컨데 쌀을 파는 싸전에서도 쌀 됫박을 잡고 쌀을 퍼 담되 나무잣대로 깍아내리지 않고 손바닥으로 쓸고 한줌 더 덤을 넣어 야박하지 않게 정을 나눈 곳이 바로 우리네 장터였다. 우리는 장터를 그저 물건을 주고 받고 내다파는 장소라는 생각보다 풍성함에 대한 기억과 함께 5일을 기다린 모두의 생산적 장소로 추억한다. 제각기 3일, 5일장을 경험 한 사람은 그곳에서의 훈훈한 인간미를 한 두 개씩 간직할 것이다.

정영신이 지금으로부터 23년 전 찍은 이 <저울을 든 아낙>은 동양의 천칭저울의 원형을 보여준다. 그것은 불과 30년 전까지 우리가 써온 비정형의 과학을 상징하는 것이다. 가로막대의 양끝에 저울을 달아, 서양과 달리 우수(右手)엔 달 물건을, 좌수에는 일정한 무게의 추를 놓고 수평을 측정하여 무게를 재는 저울로 천평칭(天平秤) 혹은 천칭으로 부른 것이다. 그 역사가 2233년 전 진시황의 도량형 통일로부터 정영신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전해져온 것이 포착된 찰나이다.

기원전 25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된 저울사용은 서양의 법정신을 상징하는 그리스여신 '디케(Dike)'이며 정의이다. 눈을 가린 채 우측엔 양팔 저울을, 좌수에게는 법전을 들고 규칙과 기준, 그리고 형평을 따졌던 여성은 근엄하거나 시장에서 가까이 하기 힘든 도시깍쟁이 같다.

지렛대의 원리를 응용한 저울로 매달림저울 혹은 수평저울로 불린 천칭(Weighing scale)은 시간이 흐르며 기계식·전자식의 정밀함으로 변해갔다. 요즘 바늘 하나의 무게까지 재는 기능에 비하여 어눌하기 짝이 없는 정영신의 <저울을 든 아낙>은 상당한 가치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오른손으로 팔아야 하는 물건을 들고 입술을 앙다물며 아마도 숨도 쉬지 않은 채 저울질에 매진하였을 아낙의 억척과 가난함이 동시에 묻어 나오는 것이다. 이미 저 노파의 마음엔 기준 가격은 정해져 있었으며 얼마에 팔것인지 저 찰나의 순간에 가격을 내 뱉었을 것이다.

좌와 우로 기울기전에는 사는자나 파는자나 마음을 졸이다가 막상 수평에서 불러지는 가격은 아낙의 심성이다.

저 저울은 사실 지구의 무게를 잴때 사용한 것으로 애매함과 정확함의 기로에 선 측정기구이다.

요소비료 포대에 닮겼으니 먹는 것이나 그리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시장주변은 하오로 기울어 내다 파는 속도가 나기 시작한 터였을 것이다. 분주히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가는 이들은 들리지 않는 시장의 시끌벅적한 소리까지 채색하고 있다.

이 사진이 주는 힘은 이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고 기억 속으로 스멀스멀 안내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리얼리티다. 시쳇말로 요즘 유행하는 시장바닥의 ‘레알인생’을 비춘 것이다.

그러면서 찰나를 기록한 사진의 기본정신이 배어있으며 거친 얼굴에 드러난 아낙의 순박함이 묻어 있다. 정확한 가격을 불렀으되 그 가격을 다 줄리 만무하였던 시절에는 시장 속에서 경험하고 체득한 인정이라는 무게와 저울에 더 의지하였을 것이므로 더욱 특이한 사진이 되는 것이다.

정영신의 시간자르기<장터>는 그런 면에서 장소의 공간성에서 공감을, 시간성과 우리네 심성에서 동감을 불러 일으킨다. 풍각쟁이나 약장수의 뱀쇼나 불쇼는 물론, 차력사도 동원되는 그런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몰고 간다. 그것은 아련한 추억이며 동심의 눈을 뜰 때 더 자세히 보인다.

 

글 / 강익모 (문화평론가)

아래 글은 7월하순경 출간하게 될 정영신씨의 '한국의 장터'사진집에 실린

한정식선생의 서문을 옮겼습니다.

 

장터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

----- 정 영신의 사진

 

한정식 (사진가, 중앙대 명예교수)

 

정 영신 씨는 성실한 사람이다. 거짓을 모르고 자기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다. 재주 부리려 들지 않고 그저 순수하고 수수하게 사는 사람이다.

이들『한국의 장터』는 그러한 그녀의 심성이 그렇게 수수하게 엮어 낸 사진집이다.

한 오륙 년 전쯤 되었을까, 사진가 조 문호 형을 통해 처음 소개받은 그녀는 소설가라고 했다. 그녀의 사진처럼 장터를 소재로 한 아동용 산문집을 한 권 받기도 했다. 그 얼마 후 받아본 사진이 이들 장터 사진인데, 이들 사진은 소설가가 여가 선용으로 찍은 ‘작품 사진’이 아니었다. 소설가가 아닌 전문적인 사진가의 작업이라는 인상이었다. 나름으로의 목적과 의식이 뚜렷한 장면 장면들이었다. 장터에 관한 깊은 관심과 애정에 내공까지 느껴졌다.

우선, 장터 하나만을 이십여 년 간 찍어왔다는 그녀의 그 성실함에 일단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이 그렇지, 한 소재만을 이십여 년 간 찍는다는 것은 웬만해서는 못하는 일이다. 이렇게 이십 여 년 간을 꾸준히 한 가지 일에 전념해 왔다는 것은 그녀의 성실성과 집념을 말해 주는 것이어서 그것만으로도 감탄스러웠지만, 대상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따뜻한 애정까지 느껴졌다.

이들 사진이 정겨운 것이 그래서이다. 단순히 장터나 장터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고달픈 삶의 외형적 관찰이 아니라, 그들의 애환에 그녀가 귀를 기울이고 있음이 보인다. 물론 장터를 찾는 사람들이 대체로 우리 전통적 정서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고, 그러다보니 그런 따뜻한 정경은 저절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터에서 펼쳐지는 정경에 특별한 애정이 없으면 그저 무심히 지나쳐 버리기 쉬운 풍경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 장터를 찍은 사진가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들의 사진이 별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전문성의 부족과 함께 ‘작품’을 만들려는 아마추어리즘이 장터의 외형을 기록하는 것으로 만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도 장터에 매달려 이십여 년을 지속적으로 찍고 있는 정 영신 씨의 애정과 열정이 그들에게는 없어서일 것이다.

정 영신 씨 사진은 시야가 넓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장터를 광범위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시선이 느껴진다. 이것이 중요한 것인데, 소위 ‘작품’이라는 데 신경을 쓰다 보면 신기한 장면에 묶여 장터라는 대상의 본질을 놓치기 마련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사물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느낌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것을 ‘작품’으로 미화시키려 들면 한 장의 아름다운 영상은 얻을지 몰라도 사물에 대한 작가의 근본적인 생각이나 느낌이 약화되기 쉽다. 그뿐 아니라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사물을 한두 장의 ‘작품’으로 기록한다는 것은 애초에 될 일이 아니다. 폭 넓고 깊이 있게 관찰하고 기록할 때 그 기록이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게 된다. 정 영신 씨의 넓은 시야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사실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는 이런 데 있다. ‘작품’으로서의 예술성에 묶이지 않고 기록에 충실할 때 다큐멘터리 사진은 올바른 입지를 얻는다. 그리고 사진의 진정한 예술성은 바로 이러한 바탕 위에서 형성된다. 모든 예술이 인간의 생활과 유리되어서는 별 의미가 없지만 특히 인간과 그 삶의 기록에서 벗어나서는 의미를 얻기 어려운 것이 사진이다. 그리고 기록이 바탕이 될 때, 그것이 ‘작품’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인문학적 가치에서 남다른 성과로 평가되기도 하는 것이 사진이다. 사실 다큐멘터리 사진은 그 바탕이 인문학이라 해서 틀리지 않는다. 그것이 소위 예술성보다 중요한 사진적 덕목으로, 프랑스의 석학 롤랑 바르트가 “역설적으로 말해서, 예술 사진만 제외하고 나머지가 다 예술이다.”라 한 말이 바로 위와 같은 뜻이었다. 사진의 예술성이라는 것도 기록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때 자칫하면 무지개처럼 금방 사라질 신기루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한 말로, 사진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은 시간이 갈수록 의미가 더해진다. 기록이라는 것은 현장이 사라져 없어졌을 때에 대한 대비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현장이 사라진 다음에 더욱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 사진이다. 따라서 이들 장터 사진은 지금 현 시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지만, 시간이 지나 이들 장터가 많이 변하거나 혹 사라지고 만다면 그 때 이들 사진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역시 롤랑 바르트가 사진의 본질을 ‘죽음’이라고 갈파했던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였던 것이다.

정 영신 씨의 사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앞에서도 잠시 말했지만, 장터 자체의 현상이라든가 변화의 추이가 아니라 거기 모이는 사람들 하나하나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라는 점이다. 이 작가는 사진이 아니라 사람 냄새를 맡으러 장터를 돌아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5일장과 그 장터라고 하는 사라져 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들 장터를 기록하게 해 준 동기였겠지만, 그러한 사명감에 앞서 거기 모인 사람들, 우리 전통 문화를 형성해 품어온 기층 민중에 대한 진한 애정이, 그 일관성이, 이들 사진을 꿰뚫고 있는 정신이고 뼈대를 이루고 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 한 개 훈훈한 휴먼 드라마, 정 영신 씨 장터 사진의 또 하나의 의미이다.

사실 기록이라고 해서 외형 재현에만 충실한 표층적이고 건조한 기록은 단순한 재료 사진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사진이 한 작가의 작품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과 진한 애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계 예술인 사진에 작가의 감정이 드러난다는 사실에 곧잘 의구심을 드러낸다. 그러나 렌즈 뒤에서 대상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마음은 그 차가운 광학 기구를 뚫고 대상으로 직접 투영된다. 이것이 사진을 예술로 만들어 내는 핵으로, 기계 영상이기 때문에 누가 찍으나 같은 형태로 끝날 듯한 이 기계 예술이 작가의 서로 다른 체취를 뿜는다든가 인간미 가득한 영상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 때문인 것이다. 이들 장터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면 그것은 바로 작가가 미소롭게 이들을 대했기 때문이라 보면 틀림이 없다. 작가의 감정이 그대로 보는 이에게 전해지는 이 신비한 마력. 정 영신 씨의 사진이 그를 보여 주고 있다.

한 가지 놀라운 일은 이들 장터에 관한 제대로 된 종합적 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사진집만이 아니라 논문이나 저술로도 제대로 된 기록이 전혀 없다고 들었다. 이는 이 사진집이 장터에 대한 종합적 기록으로서의 첫 노작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물론 아마추어 작가들에 의한 작품집이 몇 있는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흥미로운 장면에 대한 단순 반응들이었다. 이에 비해서 정 영신 씨의 사진은 재래식 장터에 관한 종합적 관찰 기록의 복합체이다. 더구나 이 사진집에는 사진과 함께 정 영신 씨 자신의 글까지 들어 있다. 개념적이고 복합적인 글과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진을 겸한 기록물은 아마 이것이 최초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작품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우리 문화에 대한 진지한 기록으로서의 남다른 가치를 지닌, 장터에 관한 최초의 인문학적 보고서라는 판단이 그래서 선다.

정 영신 씨는 잘 알려진 전문적인 사진가는 아니다. 그러나 장터만 이십여 년을 찍어 왔다면, 알려지지만 않았지 누구보다도 진지한 다큐멘터리 사진가였던 것이다. 이제야 알려져 늦은 감이 있지만 일찍 알려지고 늦게 알려지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이만한 진지한 작업을 한 작가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정 영신 씨에게 부탁이 하나 있다. 이번의 발표로 이 작업을 끝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이것으로 끝을 내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들 장터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기록은 정 영신 씨의 라이프 워크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보다도 장기간에 걸친 종합적 관찰 기록을 통해 장터가 어떻게 바뀌어 갔는가 하는 추이까지 포함해서 우리 문화의 한 축을 집대성해 놓는다면 그 이상의 보람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소설도 소설이지만 이들 사진이 이룬 성과가 이 정도라면 이는 소설보다도 사진으로 업을 삼는 것이 옳음을 보여 주는 증언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사실은 이들 장터 사진이 그대로 그녀의 서사시요 소설인 것이다. 소설을 꼭 글로 써야만 한다는 법도 없다. 어떤 면에서 사진이 소설보다 더 현실적이요 감동적일 수 있는데 사진에는 픽션으로는 담을 수 없는 진실이 눈을 번득이고 살아 있기 때문이다.

꼭 이처럼 이유를 밝히고 세워서 이들 사진을 계속하라는 것만도 아니다.

고향 함평을 떠난 지 오래 된 지금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게 되었다. 서울에 뼈를 묻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그처럼, 이제 현실적으로 정 영신 씨는 소설가로 돌아가기도 어렵게 되었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사진에 너무 깊숙이 발을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보낸 세월로 보나 나이로 보나 이제는 소설가로 돌아가기도 늦은 인생. 사진가로 아니, 사진으로 후반기 인생의 보람을 엮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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