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5박6일동안 전라도와 경상도가 인접한
함양, 하동, 남해, 진주, 구례, 순천, 장흥지역의 대목장을 찾았습니다.

시골 대목 장을 한 곳이라도 더 촬영하려는 욕심 때문에
저녁 무렵엔 몸이 파김치가 되었지만 보람된 시간이었어요.
면소재지에 있는 조그만 마을들은 명절 대목에는 장이 형성되지만
평소에는 잘 서지 않아 마음이 더 바빴답니다.
어렵게 만나는 시골장들도 대개 정오 무렵이면 끝나버려,
일찍부터 서둘러 밥 먹는 시간을 아끼려 이동 중 군것질로 때웠습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재래장 활성화사업에 힘입어 읍소재지 장들은
가까운 시일에 현대식 건물이 들어서겠지만,
사람들이 없는 면소재지의 조그만 장들은 곧 사라질 것 입니다.
가끔 이게 한국 재래장터의 마지막 모습이라는 생각이라도 들면
카메라를 잡은 내 손이 부르르 떨리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장들이 현대식 건물이나 창고식 건물들을 지었으나
장꾼들로 부터 외면 당하는 실정입니다.
썰렁한 씨멘트 바닥의 건물보다는 양지 바른 곳에 옹기종기 모이는
장터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공무원들의 무관심이 빚어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곧 시골폐교처럼 장터를 다른 용도로 빌려주는 날이 올 것입니다.

오일 장이 노인들이나 찾는 기억의 유회물로 몰리는 날이 머지 않았지만
세상 바뀌는 것을 누가 말리겠어요.

20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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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작업이었습니다.

 

                                                                    지난 2월1일 출발한 정월 대보름장 작업은 한마디로 사투였습니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려도 경상북도는 눈이 오지 않는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경상북도 안동과 의성, 포항까지의 촬영 일정을 강행했습니다.

새벽부터 미끄러운 눈길에서 고생할 것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의외의 일이 생겼습니다.

차의 와이프가 작동하지 않아 흙탕물에 가린 유리창을 딲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방이 보이지 않으니 운전을 할 수가 없어 위웜한 고속도 갓길에 세워 유리딲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영주IC에서 국도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곡예가 시작되었지요.

길이 얼어붙어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며 간신히 도착한 곳이 영주군 부석장이었어요.

눈이 쌓인 장터는 차거운 정적만 기다렸지만, 그 상황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또 다른 장터 풍경이었지요.

부석에서 도산 예안까지 장꾼이 있건 없건 눈내린 장터 풍경을 기록했습니다.

그 이틑날 아침부터는 무서운 한파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포항은 같은 경북인데도 눈이 전혀 오지않았어요.

살을 에이는 메서운 날씨지만 단 돈 몇 천원 벌려고 손님 없는 빈 장터를 지키는 장꾼들은,

힘들어 약해지는 나의 의지에 매서운 채찍이 되어 주었습니다.

배성일씨의 고향인 의성장은 이틑날 오후2시경 도착했습니다.

큰 장터 외곽에 펼쳐진 난장을 촬영하다 허기를 채우려 허름한 식당에 들렸어요.

그런데 삼천원하는 찹쌀수제비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아침식사를 못한 시장기도 역활을 했겠지만 미역국에 새알을 넣은

찹쌀 수제비 맛과 간 맞추는 지렁장의 조화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거던요.

3일 날 포도나무집에서 가질 '인사동유목민' 첫 모임으로 부득이 돌아왔지만

이틑날 다시 논산 강경장으로 떠날 작정입니다.

 

위 사진은 안동 예안장으로 오르는 뱃길입니다.

배 타고 장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는 적막한 풍경입니다.

찹쌀 수제비가 일품인 시장통의 대광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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