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기억하시나요?…
"임응식 탄생 100주년 기념 사진전"
1953년작 사진 ‘나목(裸木)’에는 전쟁기 빈한한 삶의 상징처럼 앙상한 가지뿐인 겨울나무들이 우뚝 서 있다.
박완서 소설과 같은 제목에, 박수근 그림의 이미지를 빼닮은 사진이다.
‘한국 1세대 사진가’ 임응식(1912~2010)은 “사진의 본질은 사실성과 기록성에 있다”며 생전에 이 사진을 대표작으로 꼽았다.
대중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사진가 임응식의 명작은 군복차림의 청년이 가슴팍에 ‘구직(求職)’이라는 팻말을 달고
지친 듯 도심 건물에 몸을 기대고 있는 ‘구직’이다.
한국전쟁을 포함해 한국근현대사의 현장을 기록한 사진가 임응식은 ‘사진예술의 선각자’, ‘한국리얼리즘사진의 선구자’, ‘한국 사진의 대부’
등으로 불린다. 자신이 온몸으로 경험한 격동기 한국의 사회와 문화, 일상과 얼굴을 사진으로 기록한, 국내사진사의 전위였다.
2012년 임응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임응식-기록의 예술, 예술의 기록’전이 내년 2월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 소장품 160점과 유족이 소장한 미공개필름을 새로 인화한 작품 40점을 한데 모은 대규모 회고전이다.
일제강점기에 조선향토색이 강조된 1930년대 예술사진, 1950년 한국전쟁 종군기자로서 촬영한 보도사진을 비롯, 1970년대 옛건축물을 담은
문화재사진과 예술가 사진 및 1950년부터 작고 직전까지 50년간 촬영한 명동사진도 선보인다. 폭격을 받아 폐허로 변한 명동의 거리 풍경,
그 복구 과정과 도심 번화가에 몰리는 사람들 등 작가가 각별히 관심을 가졌던 명동 사진도 집중적으로 선보인다. ‘세월이 가면’의 시인 박인환,
‘명동백작’으로 불렸던 소설가 이봉구, 음악다방 ‘마돈나’를 차렸던 소설가 손소희 등 문화 예술인들이 면모를 드러낸다.
젊은 여성들의 의상에 초점을 맞춘 ‘명동의 패션’, 생전에 작가의 명동 나들이 코스를 지도와 사진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진가 임응식과 인연이 남다른 전시공간이다. 그는 195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기획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던 ‘인간가족전’을
국내로 유치, 당시 경복궁의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성사시켰다. 1982년에는 한국사진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전시장에는 동료, 제자들이 촬영한 ‘임응식의 초상사진’전, 전쟁 직후 부산에서 함께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작은 역사전:임응식의 초기부산사진’전
및 카메라 확대기 스크랩북 등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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