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blog/99E42D455D51DCBC0B)
김상현씨로부터 말복 날 삼계탕 한 그릇 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해방촌고기방앗간’의 이태주씨가 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해방촌은 같은 용산구라 가깝기는 하지만, 신세진 적이 많아 송구스러웠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991ACD495D51DCFC0A)
그리고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에 소속된 아들이 ‘복날에 채식해요“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터라,
그 날 하루만큼은 육식을 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사람간의 정이 더 중요한 세상이라, 조햇님이가 벌이는 캠페인에 따르지 못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99CC844A5D51DD1A0C)
약속한 일요일 정오 무렵, 해방촌에 갔으나 버스노선을 몰라 좀 헤맸다.
‘해방촌고기방앗간’에 들어가니, 이태주씨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상차림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오기로 한 모양이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99194B495D51DCF90A)
씨름 선수처럼 덩치 좋은 젊은이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는데, 눈에 익은 친구도 여럿 있었다.
가까운 친구거나 후배들인 모양인데, 끈끈한 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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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해방촌고기방앗간‘을 운영하는 이태주씨를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참 정이 많은 친구였다. 요즘 이런 사람 보기 힘들다.
다들 살기 바빠 그런지 남을 배려하기보다 제 식구 챙기기 바쁘다.
더구나 손님 많은 말복에 장사할 생각은 않고
가까운 사람 불러 모아 정 나눈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991FF5495D51DD650A)
촌놈이 오랜만에 목에 때 벗길 작정으로 엊저녁까지 굶은 터라
김상현씨도 오기 전에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간만에 ‘살려고 먹는다’는 생각에서 해방되었다.
이 집에 올 때마다 배가 터지도록 먹는데, 그 날은 삼계탕에다 콩국물도 내 놓았다.
다들 반가운 사람들과 어울려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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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끝난 후 바쁜 사람들은 먼저 일어나고,
김상현, 김삼환씨 등 몇 분만 남았는데, 뒤 이어 맥주와 케익이 나왔다.
난 허리가 아파 한 달 가까이 밀밭에도 못 가보았지만,
통풍에는 맥주가 원수지간이라 아이스커피만 쫄쫄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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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태주씨가 이름도 모르는 귀한 술을 한 병 가져온 것이다.
맛만 본다며 한 잔 받았는데, 일단 향이 기가 막혔다.
다들 단숨에 들이켰으나, 몇 차례 나누어 마시며 “역시”를 연발했다.
술의 향도 향이지만, 취기가 퍼지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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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촌놈이 즐겨 마시는 소주에 어찌 비길 수 있겠나.
무엇이던 양이 아니라 질이라는 걸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니 다들 돈 벌려고 난리 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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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잔의 술과 한 모금의 연기에 이렇게 마음이 넉넉해지다니..
김상현씨가 들려주는 정감 있는 음악에 푹 빠져, 도저히 행복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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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책스럽게 눈물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늘 가까이 있는 행복도 모르고 산 후회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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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술이 자극했겠지만, 마음을 휘어 잡은 것은 사람 사는 정이었다.
한마디로 이태주씨의 인간미에 감동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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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배려는커녕, 늘 벌집 쑤셔 놓듯 일만 벌이고 다니지 않았던가.
여지 것 잘못 살아 온 업으로 그러지만, 자책이야 왜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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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감정에 빠져 청승을 떨고 앉았는데, 뒤늦게 선비 내 가족이 왔다.
음악을 배우는 선비양이 김상현씨에게 한 수 배울 작정인 것 같았다.
더구나 음악 경연이 한 달 후에 있다며 노래 한 곡을 불렀는데, 제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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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만큼 성량도 풍부하고 가창력도 뛰어났다.
정확한 발성 등 시정할 점을 김상현씨가 지적해 주었는데, 일단 음악적 끼가 보였다.
“머지않아 만나보기 어렵겠다”는 농담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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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는 눈치껏 빠져 줘야 하는데, 너무 오래 퍼져 있었다.
더구나 다섯 시에 이준기씨를 만나기로 하지 않았는가.
시간이 늦어 서두르니, 이태주씨가 동자동 친구들 술 한 잔 받아 주라며 용돈까지 쥐어주었다.
너무 황송했지만, 고마운 뜻이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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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을세라 택시까지 타고 갔는데, 이준기씨가 먼저 나와 있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더니, “일은 무슨 일요? 복날 행님하고 술 한 잔 할라고 불렀지요”
의리의 사나이로 통하는 준기씨는 절대 술을 얻어먹지 않는다.
종종 남에게 술값까지 쥐어주는 인정 많은 사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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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잘 아는 사람이 갑자기 죽어, 술이 한 잔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내가 모처럼 술 한 잔 살려고 했으나 한사코 손사래 쳤다.
“행님! 와 이라요. 급수로 치마 내가 행님보다 한 급 위가 아인기요.”
다리가 불구라 장애등급 수급자란 말인데, 정말 못 말리는 친구다.
그 날도 술자리를 기웃거리는 친구에게 오천원을 손에 쥐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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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중국집에서 내가 한 턱 쏠 테니 가까운 사람들 연락하라고 했더니,
웃긴다는 듯 씩 웃었다. “행님 술이 목구멍에 넘어 가겠소?”
개 무시하는 것 같아 신사임당 지폐를 보여 주었더니, 내 돈은 위조지폐라며 감방가기 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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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지간, 술 한 잔 사려면 이준기는 절대 부르면 안 된다.
이 야박한 세상에 사람이 너무 좋아도 탈이라니까...
이젠 받기보다 갚아야 할 때라,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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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은 사람 냄새를 풀풀 풍겨 너무 좋다.
가진 자들은 욕심에 눈이 멀었지만, 없는 자들은 욕심을 버려 사람이 잘 보인다.
저승 대기소 같은 동자동이 그래서 좋은 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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