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또 누군가 북망산천 가는구나 싶었다.
구급차가 ‘해 뜨는 집’ 앞에 세워, 누군지 걱정되었다.
그 집은 잘 아는 사람이 여럿 살기 때문이다.




쪽방촌에 사람 죽는 것이 다반사기는 하지만,
좋은 친구들이 가면 살아 남은 사람이 외롭다.
똑 같은 동네사람이라도 잘 아느냐 덜 아느냐에 따라 다르니,
인간이란 게 참 몰인정하고 간사하기 그지없다.




물어보니, 이제 막 팔순에 접어든 김씨 노인이란다.
이 분은 이웃과 소통 없이 혼 술을 즐기는 분이라 다들 잘 모른다.
옆 방의 김병택씨 이야기 들어보니, 고개부터 절래절래 흔들었다.
술 취해 넘어지는 “쿵”하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는 것이다.




이 날도 "쿵" 소리가 나서 문을 열어보니, 의식이 없더라는 것이다.
소방서원들이 심페소생술 한다고 난리쳤으나, 힘들 것 같았다.
환자가 실려 간 후 방문을 열어보니, 기가 막혔다.
아마 사는 것을 포기한 것 같은데,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방에 음식이라고는 한 톨 없고, 빈 막걸리 병뿐이었다.
선풍기도 없는 방에서 술만 마셨으니 천하장사인들 견딜 수 있겠나?
빈 속에 술만 마신 걸 보니, 수면제 대신 술을 택한 것 같았다.
다들 목숨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나무라겠으나, 죽는 것이 편한지도 모른다.




팔십이면 살만큼 살았지만, 더 이상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떠나고 나니 배웅 나온 이웃들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나둘 사라졌다.
애달피 울어주는 사람 하나 없는 가운데, 쓸쓸하게 막내린 것이다.
부디 저 세상에서라도 귀신답게 사시기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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