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공포로 침묵에 잠긴 동자동 쪽방 촌,
별 일은 없는 지,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았다.




원희룡씨는 마스크도 없이 맡은 일 하느라 바삐 다녔고,
동네 입구에는 경찰차가 달려 와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사고 친 것 같았다.




공원에는 소독하는지 청소하는지, 뽀오얀 물방울을 날렸다.




입구에는 황씨와 이씨 등 여러 명이 모여 소주잔에 시름 달랬다.
바닥에 떨어 진 목련이 더 처절하다.




길가 한쪽 구석에 산뜻한 텐트 하나 쳐져 있었다
코로나 격리실이 아니라 노숙하는 병학이 집이었다.


.
주인은 보이지 않고 낮선 남녀가 술 마시며 자리를 지켰다.
누가 병학이에게 이런 멋진 집을 지어주었을까?




빨리 코로나가 끝나야 병학이 집들이 술판 벌일 텐데...


사진, 글 / 조문호

















급속도로 번져나가는 ‘코로나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전 세계로 번져가는 뉴스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머지않아 전염병은 물리치겠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국민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돈 바이러스 말이다.
아이엠에프에 비교되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다.




구조조정 한다며 정리해고 바람도 또 다시 휘몰아 칠 것이다.
이미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파산은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재난의 맨 앞자리는 아무 것도 없는 빈민들이다.




쪽방 촌의 가난한 사람들과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들이 제일먼저 당한다.
벌써 끼니를 굶은 환자 아닌 환자가 속출한다.




가진 게 있는 사람은 전염병을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라도 할 수 있으나
없는 사람은 폐지라도 주워야 먹고사니, 방에 갇혀 있을 수만 없다.
당장 끼니를 해결해야 하니, 전염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 연명시켜 주던 구원의 손길조차 모두 끊겨버렸다.
아픈 몸을 보살펴주던 무료진료가 중단되고, 
쉬기 위해 드나 들던 만남의 장소와 식표품을 주던 푸드마켓도 문을 닫았다.
빈민들을 위한 크고 작은 나눔의 손길조차 뚝 끊겼다.




면역력 약한 홀몸노인은 먹기 싫어도 먹어야 버틸 텐데, 급식소와 도시락 나눔마저 중단 되어버렸다.
방에서 전염병을 피하고 싶으나 배가고파 못 견딘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있는 사람에 한정된 말이다.
아무 것도 없는 빈민들에게는 허황한 구호일 뿐이다.




“재난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말도, “재난은 모든 걸 평등하게 쓸어간다“는 말도 모두 헛말이다.
길바닥에 노출된 빈민들을 집중 공격한다.




밀집된 공간과 비위생적인 환경은 병마가 활개 치기 딱 좋은 조건이다.
다들 고령인데다 몸마저 병들어 살아있는 시체다.
별도로 관리해야 할 상황임에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재개발로 쪽방마저 쫓겨나게 생겼다. 옆 동네 양동은 벌써부터 내쫓기 시작했다.
이미 폐쇄된 건물이 5개동이고 4월중 퇴거하라는 건물도 3개동에 이른다.
다른 쪽방 촌이나 여인숙을 찾아 볼 생각이지만 쉽지 않다. 어떤 이는 서울역 바닥에 자리 깔 생각도 한다. 


 

봄은 언제 왔는지 공원에는 목련이 허벌나게 피었다. 춘궁기가 다시 생겼는지 부랑자는 배가 고파 쓰러져 있다.
그래도 사람이 그리워 공원을 기웃거린다. 마스크도 없지만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이판 사판이다.
장기 판에 세상시름 잊기도 하고, 살려고 폐지도 줍는다.




우두커니 앉아 있던 부랑자 덕영이가 날 더러 통사정 한다.
“형! 배고파 죽겠어. 빵 좀 사줘~"



이씨도 하소연한다.

"우린 어떡해? 한 명 걸리면 다 죽는다고..
아픈 사람이 다닥다닥 모여 사는데, 하나만 걸리면 끝장이야
병에 걸기기도 전에 굶어 죽게 생겼어“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공원에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기운이 완연하건만, 빈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서울역 주변에 있는 양동과 동자동이 재개발에 의해 1300여명이나 되는 쪽방 촌 주민들이 5월 중으로 쫓겨 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두 달만 지나면 살 곳이 사라지지만, 서울시에서 돌아온 답변은 "방법이 없다"는 싸늘한 말뿐이다.

급박한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외출자제령을 마다하고 서명을 받아 내는 등 대책마련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쫓아내기 시작할 모양이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빈민들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한 번 밖에 더 죽겠나?


 

쪽방촌 사람들은 최저주거기준 면적에도 미달하는 2(6.6) 이하의 작은 방에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며 살아간다.

쪽방에 화장실은 물론 부엌도 없다. 심지어 온수와 난방마저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평수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 주택보다도 높은 임대료인 월 평균 233000원을 내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조차 누리지 못한다.

비싼 임대료와 노후화된 시설 등 쪽방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냐?


 

동자동이 재개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15528일이다.

해당 일로부터 5년 이내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으로 되돌려야 한단다.

사업자로서는 고층빌딩을 지어야 이익이 올라가니, 5월 중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2020홈리스 주거팀이 주최하고 빈곤사회연대, 동자동 사랑방 등

9개 단체가 연대한 동자동, 양동 쪽방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을 요구하는 서명서 제출을 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날 연합뉴스장우리 기자, ‘톱 데일리이서영 기자, ‘뉴스클레임김옥해기자, 비마이너 허현덕기자 여러 명이

나와 취재 보도 했지만, ‘코로나119’ 광풍에다 총선까지 겹쳐 애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합바지 방귀 새듯 새버렸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이란 이미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행하는 방법으로,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영등포형 재개발'을 다른 쪽방 촌에도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쪽방 촌을 철거한 후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 아파트 1200호를 짓는다. 이와 함께 영구임대주택 370호를 별도로 마련해 쪽방 주민을 다시 입주시키는데,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은 기존 쪽방보다 2배 넓은 16며 보증금 161만원에 임대료 32000원을 내고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쪽방 촌을 12구역으로 나눠 1구역을 먼저 개발하는 동안

2구역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처를 만들어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과 양동 쪽방 촌 주민을 위한 방안은 아무 것도 없다.

임시 거주처 대책은 물론이고, 양동은 상가 건물만 지어지고 동자동엔 공공임대주택도 지어지지만

쪽방 촌 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권영태씨는 양동은 다음 달이면 떠나야 합니다. 건물주가 쫓아내 이미 네 명이 떠났습니다.

이제 동자동도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사랑방의 박승민씨는 재개발이 이제는 말뿐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주거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보상이 안 되고 쪽방 주민들은 내쫓기다시피 했는데

10, 20년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정성철씨는 그동안 쪽방이 역세권에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이윤을 개발하고 주민들을 축출한 역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영등포 쪽방에서 첫 삽을 떴으니, 이제 모든 쪽방 지역에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리스야학의 서창일씨는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의 70%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도산과 금융채무 연체,

거리 노숙 등의 경험이 있고, 고령자와 장애인의 비율도 약 3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재정착과 임시거주지를 정부에서 마련하는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자동사랑방김호태대표는 살던 곳에서 이웃과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 더 이상 우리가 이리저리 쫓겨 다니지 않게 해달라

우리들의 요구를 서울시와 국토부, SH, LH에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구안과 쪽방 주민 450여명의 서명을 각 구청과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빈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우리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

 

 사진, / 조문호













고 유영기이사장, 작년 6월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촬영



지난 16일 오전7시 '동자동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유영기(66)이사장이
급성호흡기능 부전으로 영등포 '신화요양병원'에서 사망했다.



년 초만 해도 멀쩡한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에 화들짝 놀랐다.

혹시 '코로나119' 바이러스 감염이 아닌지 걱정되어서다.

만약 그렇다면 동자동 쪽방 촌도 모두 격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인이 폐암이라 했다.



올 들어 유독 피곤하고 힘든 증상이 자주나타나

지난 2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폐암진단을 받았는데,

척추로 전이된 상태라 방사선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입원환자에 대한 전원 퇴원조치로, 2월말 '경희대병원'으로 옮겼는데,

폐렴증세로 호흡곤란을 일으켜 1인실에 격리되었단다,


 

항암치료는 계속 받아왔으나 하반신이 마비되며 통증이 심해 힘들어 했는데,

2주 이상 입원이 안 된다는 규정으로 '신화요양병원'으로 옮긴지 3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위중한 환자를 퇴원시키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문제는 사망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례를 치루지 못한다는 점이다.

벌써 일주일이 가깝도록 냉동실에서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쪽방 촌에 사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죽어도 가족이 나타나지 않아

장기간 화장도 못한 채 방치되거나, 가족이 나타나도 시신을 포기하여

'동자동사랑방'에서 장례를 대신 치러 주는 실정이다.

사회로부터 버림받았지만, 가족에게도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들이다.



빨리 가족이 나타나야 장례를 치룰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리고 사랑방마을협동회의 정기총회를 비롯하여 할 일도 많은데,

갑작스런 이사장의 죽음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다.



지난 17사망 소식을 듣고  동자동사랑방’을 들렸는데,

선동수 간사장은 가족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이홍렬, 유한수, 이남기, 황춘화, 씨 등 많은 이웃을 만났다.

그러나 동네 주민들은 술을 마시거나 평소와 다름없었다.

어차피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 죽음에 초연할 수밖에 없다.



 

죽어도 저승마저 편히 못가는 불쌍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정거장에 기다리지만, 부디 극락왕생을 빕니다.

 

사진, / 조문호































부랑자의 꿈은 부귀영화 누리며 잘 사는게 아니다.

지친 몸 하나 누울 수 있는 쪽방 한 칸과

일할 수 있는 곳과 아프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한 희망은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아무도 부랑자에게 관심두지 않는다.

관심은 커녕, 죄인처럼 손가락질 한다.



그들이 기댈 곳은 가보지도 못한 저승 뿐이다.

이승의 생이 끝나면 짐승으로 환생할 꿈을 꾼다.

사람보다 애완동물이 더 사랑받는 세상이 아니던가? 




이제 모든 희망 버리고 떠날 준비되었다.

서울역 후미진 곳에서 천국가는 열차를 기다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코로나라는 요상한 전염병 때문에 전 국민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대구 시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우리 국민들의 저력으로 이겨낼 수야 있겠지만,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이라 가난한 이들의 삶이 걱정스럽다.

나라에 재난이 생기면 제일 먼저 위기에 몰리는 사람이 걸인들이다.

부랑자에게 밥 주는 곳이 코로나 때문에 모두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여유 있는 이는 버틸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그래서 돈 벌려고 눈이 벌겋게 설치겠지만...




요즘은 전염병 핑계로 전화기를 멀리하고 일에만 파묻혀 산다.

20일 동안 어디 떠날 일이 생겨, 가기 전에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하는 중이다.

쪽방에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기는 하나 끼니 잇는 게 제일 걱정이다.



이틀 동안 라면만 먹다보니, 밥 생각이 간절해 모처럼 밖에 나갔다.

급식소는 진즉 문을 닫았지만, 이젠 ‘식도락’마저 문을 닫아버렸다.

‘동자동 사랑방’을 비롯하여 푸드메켓 까지 모두 휴업에 들어갔다.

나야 어디서라도 먹을 수 있으나, 노숙인들은 굶기를 밥 먹듯 한다.

사람이 없어 구걸도 쉽지 않지만 구걸해도 술 마시지, 밥은 안 사 먹는다.



그런데, 거지들은 마스크도 없으며 소독은 커녕 손 한번 씻지 않는다.

아무도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걸 보니, 전염병까지 없는 놈을 차별하는 것 같다.

무임승차해 좀 편하게 떠나는 것도 좋으련만, 그마저 용납하지 않는다.



식당도 손님이 없어 가게나 뜯어 고치고, 거리는 유령도시처럼 텅 비었다.

언론에서 지나치게 나팔 불어 지레 겁먹어 외출도 외식도 일체 하지 않는다.



마침, 이태선씨를 만나 자판기 커피 한 잔 얻어먹고, 사진 한 장 찍어주었다.

이제 오십대지만, 고생으로 겉늙어 일흔은 되어 보인다.



공원에도 사람이 없어 ‘동자희망나눔센터’로 마스크 구하러 갔는데,

열 검사를 하더니 마스크 한 장을 공짜로 주네.

여지 것 마스크 사러 줄 한번 서보지 않았는데, 이럴 땐 거지 덕도 보는구나,

그나저나 이놈의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야 할텐데, 죄 없는 사람 다 잡겠다.



조용한 아랫 길로 내려가니 맞바람 부는 찬 바닥에 누군가 자고 있었다.

이른 시간이라 취한 것 같지는 않은데, 힘이 없어 쓰러져 자는 것 같았다.

무슨 놈의 팔자가 그리도 기구한지 모르겠다.




병학이가 펼쳐놓은 자리에서 술 한잔 얻어 마시며 아픈 마음을 달랬다.

코로나야 제발 선량한 사람 힘들게 하지말고, 나쁜 놈들이나 잡아가 다오.

돈과 권력에 환장해 나쁜질을 밥 먹듯 하는 놈들, 눈깔 뒤집힌 국개의원들, 정신나간 떡검들,

그기에 부화뇌동하는 기레기까지 모조리 청소해 주고 떠나라.


사진, 글 / 조문호














거지라 업신여기며 깔보는 것이 습성화 되어 버렸다.
마치 쓰레기 보듯 눈살을 찌푸린다.
그들은 육체적 고통보다 사람들의 멸시를 더 싫어한다.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소외와 외로움을 더 두려워한다.



떠도는 부랑자도 어엿한 사람이고, 이 나라 국민이다.

그들도 인간답게 살고 싶고, 사람 대접도 받고 싶어 한다.

다만 험악한 세상을 영악하게 살지 못해 밀려났을 뿐이다.

이제 그만 부정적인 시선은 거두어 다오.



얼마 전, 부랑자 최씨가 한 말을 한 번 들어보라.


“제발 우리를 괴물 보듯 피해 다니지 마라. 똑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냐고도 묻지 마라.

그 말은 네가 잘못 살아 그렇게 되었다고 나무라는 것이다.

그 말에 개인의 불행에 대한 사회의 책임이 빠져 있다.

지금 내가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잠자리와 일자리, 치료받을 권리다.

그건 모든 국민에게 똑 같이 주어져야 할 당연한 권리가 아니가?“




더 이상 부랑자를 불쌍하게 보지도말고, 더럽다고 피하지도 마라.
그들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 최소한의 권리는 있다.

이제 한 사람의 이웃으로 따뜻하게 껴안아 주자.


사진, 글 / 조문호





부산 남포동 1979, 5


가난의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50년대 겨울, 등굣길에서 마주친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노숙인이 길가 집 아궁이에 엎드린 채 얼굴이 새까맣게 불타 죽었는데,

연탄아궁이에 불을 쬐다 질식되어 머리를 불구덩이에 처박은 것이다.

 

70년대 봄, 아기를 안고 잠든 여성 노숙인과도 마주쳤다.

젓이 나오지 않아 울다 치친 아기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빈곤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심각성을 깨달았다.


서울 동자동 2017, 1

 

하기야! 한국전쟁 이후는 거리에 널린 거지만이 아니라

대개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빈곤의 문제는 결코 나라가 가난해서 만도 아니었다.

금융위기를 견뎌내지 못해 거리로 내 몰린 사람도 많았지만,

잘 살수록 빈부격차가 커져 절대빈곤자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구의 노숙자들은 물질문명을 부정하는 방랑자들이 더 많지만

우리나라는 생활전선에서 쫓겨 난 빈곤자들이 대부분이다.


서울역 2017, 2

 

서울역 주변을 맴도는 노숙인과 잠재적 노숙인에 해당하는

동자동 쪽방 촌 빈민들을 기록하며 지켜본 게 벌써 4년차다.


쪽방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독거들의 외로움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거처할 곳 없는 노숙인들의 위태로운 삶이다.


지자체에서 제공한 노숙인 쉼터를 마다하고 거리를 떠도는 것도 문제지만,

질서를 지켜야하는 공동생활을 기피하는 노숙인의 습성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막바지에 내몰린 처지에 누가 간섭 받으며 살고 싶겠는가?

세상 고통을 유일하게 잊게 해주는 것이 술인데...



서울 동자동 2018. 7

 

정부에서 주는 최소한의 혜택마저 비켜 선 그들은 추운 겨울에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자야 한다.

갖가지 고통을 잊기 위해 구걸하여 술을 사 마시며 죽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이 81세라지만, 노숙인들의 평균 수명은 48세이고,

한 해에 죽어가는 무 연고자가 3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의 처절한 삶을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그들에 대한 외면이나 방관보다 더 슬프게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다.


서울역 지하도 2016. 10

 

다들 젊은 놈들이 일은 안 하고 술만 마신다’며 손가락질 하지만,

그들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알콜 중독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폐인이나 마찬가지인 그들에게 누가 일자리를 주겠는가?

다들 부모 잘 못 만나 가난을 물려받았거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죄다.

 

벼랑에 내 몰린 노숙인들을 구제할 정책마련이 절실하다.

추위나 더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 규정을 보완하여,

그들도 쪽방에 입주할 수 있도록 해주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사진, / 조문호


 서울 도동 201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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