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전 노숙거사 김지은씨가 기원한다.
아프지 말라는 간절함은 모든 빈자들에 대한 기도다.



사진, 글 / 조문호




햇살이 빌딩숲에 가린 동자동은 적막강산이다.
수급 날을 이틀 남겨 돈도 없다.
다들 쪽방에 들어박혔지만, 양지 찾는 사람도 있다.
그 얼굴에 그 소리지만, 사람이 그립다.

사진, 글 / 조문호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동자동 주민들을 줄 세워, 또 사람을 길들인다.





지난 5일은 삼성에서 주는 선물이라 묵직했다.
작년처럼 물량까지 충분해 천천히 나누어주어도 될 일이었다.
아홉시 반부터 나눠주기 시작해 열두시에 끝났는데,
그것도 하필이면 날씨까지 추워 두 시간을 벌벌 떨어야 했다.






나누어 주는 절차는 뭐가 그리 복잡한지, 도무지 줄이 줄어들지 않았다.
삼 백미터나 되는 긴 행렬이 가관이었다.
그런 걸 노렸는지, 이엔지 카메라까지 동원되어 짐 날라 주는 봉사활동까지 샅샅히 찍었다.
제발, 선심을 써도 조용히 소리없이 모르게 하라.






2년 넘게 쪽방 촌에서 살다보니, 나도 슬슬 길들기 시작한다.
공짜 좋아하며, 은근히 주는 게 기다려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얻어먹는 게 부끄럽지 않고, 뻔뻔해 졌다는 것이다.






처음 동자동 들어오니, 보컬그룹 레이더스의 ‘인디안 보호구역’이 생각났다.
인디안은 아니지만, 빈민 보호구역으로 여겨졌는데,

우리들을 보호구역에 가둬 버리고, 우리의 생활방식, 돌도끼 그리고 칼과 할마저 빼앗아 갔다

노래 가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수시로 먹을 것 나눠주며, 다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사육이나 다름없다.
주는 떡이나 받아먹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거 아니가?

우범자들을 한 군데 모아 관리하는 것 같기도 한데, 종종 정치적 쇼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서울시에서 ‘쪽방상담소’란 것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오갈 때 없는 노숙자를 위한 ‘노숙자상담소’라면 모르겠다.
주민자치센터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별도로 만든 것은 다른 저의가 있는 것 아닌가?
차마 줄 세워 길들이는 일을 공무원한테 맡겨, 똥바가지 덮어 쓸 필요 없다는 거지...






이 날도 '삼성화재'에서 50여명의 도우미가 나왔으나, 노약자들 짐 옮겨 주는 일만 했다.
내 앞의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일어 설 수 없어, 시멘트 바닥에 퍼져 않아 한사람 빠지면 자리 옮기기를 반복했다.
지나가는 삼성 직원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며 신분증을 줘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흔쾌이 그러겠다며 받아 가더니, 한 참 있다 와서는 본인 확인이 안 되면 불가능하단다.






에라이! 이 융통성 없는 죽일 놈들...
쪽방상담소 직원들이 권위적이고, 갑질하는 못된 짓만 배웠다.
그런 원칙이 똑 같이 지켜지면 말도 안한다.






할머니께서 한 시간이나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하시니,
쪽방사무소를 들락거리는 완장부대가 신분증을 받아가 해결해 주더라.
아는 사람은 새치기도 받아주면서...






마침내 두 시간 만에 내 차례가 돌아 왔다.
한 사람이 컴퓨터에 입력하여 넘겨주면, 한 사람은 신분증에 적힌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고 적더라.

그리고는 본인에게 서명까지 하라는데, 그 것도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나...





글과는 거리가 먼 분들이 많은데, 해보지도 않은 사인을 두 군데나 하려니
오죽 시간이 걸리겠는가? 추워 손가락도 제대로 펴지 못하는데...
시간이 지체될것 같으면 일하는 사람을 늘리면 될 텐데, 끝까지 노인들을 추위에 떨게 했다.






선물을 받아 열어보니, 작년처럼 쌀, 라면, 통조림, 김 등 꼭 필요한 것만 있었다.

그걸 보니, 한국전쟁 때 미군들이 구호물품으로 준 시레이션 박스가 연상되었다.





주민자치센터에서는 ‘나라미’ 쌀 주지, 푸드마켓 에선 김치 주지, 토요일은 교회에서 빵 주지,
수시로 이런 저런 것들을 나눠주니, 줄만 서면 가만있어도 굶어 죽을 염려가 없다.






이러니 임대주택에 독립해 나간 사람조차 다시 동자동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새집에 살면 뭐하냐? 먹을 것이 없고 친구가 없는데...






제발 줄세워 길들이는 짓은 그만해라.

"안자 마이 뭇다 아이가”



사진, 글 / 조문호

















요즘은 빈민들에게 베푸는 혜택이 다양해졌다.
일 년에 육만 원을 사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를 동사무소에서 만들어주더니,
얼마 전에는 푸드마켓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도 발급해 주었다.
‘용산 사랑 나눔 푸드마켓’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네 가지의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카드라 했다.






뭔지 궁금해 당장 푸드마켓을 찾아 나섰다.
조인형씨는 골목에서 냉장고를 분해하고 있었고, 마침 이기영씨가 지나갔다.

위치를 물었더니, 한강로 큰 길가에 있다며 자세히 알려 주었다.
어렵사리 푸드 마켓은 찾았으나, 뭘 골라야 할지 한 참을 망설였다.






처음엔 가격이 비싼 상품에 관심이 갔으나, 당장 먹을 수 없다면 짐일 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쵸코파이 한 상자, 일회용 커피 한 상자, 라면 5개를 골랐다.
나머지 한 가지는 생전 먹어보지도 못한 특별한 초콜릿을 골란 것이다.
포장지에 ‘마켓-오, 생 초콜릿 밀크’라 적혔는데, 냉동실에 보관하라는 주의말도 들었다.
그런데, 매장직원이 골란 상품을 살펴보더니, 고맙게도 냉동 닭 한 마리를 덤으로 줬다.





집에 돌아와 닭의 포장을 벗겼더니, 아주 야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 웃음이 절로 났다.
그리고 처음 본 초코릿을 한 점 집어 먹었더니, 입에서 살살 녹았다.
초코릿 상자 안에 얼음봉지까지 담긴 것으로 보아 싼 가격은 아닐 것 같은데,
거지 주제에 입 호강한 것이다. 언제 이런 맛있는 초코릿를 먹어볼 수 있겠는가?






바로 이런 게 빈민을 위한 제대로 된 복지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선착순으로 줄 세워 나눠주는 것은 주민들을 타자화 시키고, 자괴감을 높이는 나쁜 방법이다.
들어오는대로 나누어주는 상품은 비좁은 쪽방에 짐이되는 것도 있다.
생색내기 좋은 줄 세우기를 그만하라고, 그토록 목소리를 높였으나 마이동풍이다.






앞으로 빈민들을 위한 식료품 배급 라인은 푸드마켓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
온정으로 전달되는 상품은 모두 푸드마켓으로 보내어, 빈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량을 늘려주면 될 것 아닌가?
그리고 동자동에 거주하는 빈민만이 아니라, 노숙하는 이들도 카드를 발급해 주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쪽방상담소는 없애고, 그들이 맡은 업무를 동사무소에 이관하라.
왜 옥상옥을 만들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냐?



사진, 글 / 조문호























오늘은 동자동 거지들의 입이 코에 걸렸다.
날씨가 술 마시기 딱 좋은 날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꾼들이 다 모였기 때문이다.
술을 쌀쌀할 때만 마시는 건 아니지만, 추워야 제 맛이 난다.
술이 고파 한 잔, 떨려 한 잔, 하다보면 춘 삼월이 다 오간다.





대부분 추운 겨울을 더 걱정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다.
요즘 없는 놈들은 여름이 더 힘들다.
아무리 쪽방이지만 전기장판만 있으면 추운 줄 모르지만,
여름철엔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고, 술 마시기도 지랄같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쪽방촌에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다.
몇일 전에는 '대한적십자사'와 '용산복지재단'에서 김치를 나누어주었고,
KT에서는 겨울 옷가지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거지 상팔자라는 옛 말이 실감나는데,
이런 온정이 없는 자들에 골고루 나누어지는지 모르겠다.






지난21일에는, 이틀 동안 정영신씨 장터여행길 가방 모찌로 따라나섰다.
경상북도 군위에서 영덕을 두루 거쳐, 밤늦게 돌아와 잤는데,
이것도 나이라고, 늦잠에 빠져버렸다.
후닥닥 나갔으나, 화요일의 먹거리배급은 종쳐 버렸다.





다 떠나버리고, 공원을 어슬렁거리던 이준기가 날 반긴다.
“행님! 오데 갔다 이제 오요?” 죽은 기집 살아온 듯 반기면서,
목발로 쩔뚝거리며 매점에 가서 뚜꺼비 한 마리를 잡아왔다.






컵 두개에 나누어 부어  단판에 끝낼 기세다..
이준기는 원 샷을 했지만, 따라했다간 죽는다.
시름시름 마셨더니, 지루한지 준기가 캐물었다.






“행님 요새는 와 인터넷에 사진 안 올리는 기요?”
올리는 걸 싫어하는 놈도 있다고 했더니,
“그 자슥 사진은 빼 버리고 올리마 안 됩니꺼? 라며 투덜댔다.
오늘 올리겠다고 했더니, 공짜로 머리 깎아 주는 곳이 있단다.






술이 부족해, 막걸리 두 병 사들고, 노숙천사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는 유정희가 병원에 납치된 후로 조용술이 물러 받았는데,
쪽재비와 병학이를 비롯한 여섯 명이 술내기 화투짝을 돌리고 있었다.





화투와 거리가 먼 놈은 조용술이 뿐이라 둘이서 홀짝거렸다.
용술이는 참 착하다.






노가다로 하루 나가고 하루 쉬는데,
그 돈으로 어려운 친구들 술도 사주고, 고스톱 밑천도 대준다.
없는 놈들의 진득한 인정을 있는 놈들은 잘 모른다.
돈이란 마약에 중독되지 않은 유일한 희귀종이다.






“나이는 몇 살이고?”라고 물었더니, 제 나이도 잊었단다.
61년생 소띠라는데, 바뀌는 나이는 기억해 뭘 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기억력만 간 게 아니라, 정력까지 갔단다.
한참 꽃 띠에 거시기가 말을 안 듣다니, 귀가 막혔다.
하기야!~ 풀 곳도 없는데, 선들 어디에 쓸소냐?






여자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던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CCTV가 작동 중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면 백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사람만 나타나면 반복했는데, 머리 위에는 CCTV가 내려보고 있었다.
아! 기분 더럽더라. 24시간 감시당하는 곳에서 산다는 게..
술김에 욕을 퍼부었다. “야이 씨발 년아~ 사람이 쓰레기냐?”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6일은 ‘서울역쪽방상담소’의 화요카페에서 식품을 나누어 주는 날이다.
모처럼 시간이 맞아 배급장소인 ‘새꿈어린이공원’으로 나갔는데, 주민들이 30분 전부터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이날 나누어 줄 식품은 고구마라는데, 220명에게 나누어 줄 분량이라 했다.
줄 선 인원을 짐작할 수 없어 차례를 기다렸으나,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줄도 서지 않고 돌아 다니던 김창헌씨가 내 앞으로 다가와 말 걸었다.
이 친구는 한 동안 사라졌다가 올 추석 무렵에야 나타났다.
듣기로는 교도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확인 차 물었다.
어제는 새벽 두시에 전화를 걸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일 년 2개월 동안 도대체 어디 갔다 왔어?”
“빵에 갔다 왔지”
“무슨 죄로 갔냐?”고 물었더니 “집시법 위반”이란다.
거짓말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런데, 하는 이야기가 하나같이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만 했다.
페이스북을 자기가 개발했다는 둥, 내일 히말라야로 떠난다는 둥,
대통령 전용기로 간다는 둥, 횡설수설해댔다. 아무래도 정신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다.
작년에는 멀쩡했던 사람이 일 년 남짓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마침 지나가는 김용만씨를 만나 프린트 해둔 사진을 가방에서 꺼내 주었다.
또 한사람 전해주지 못한 유정희씨를 찾았는데, 병원에 입원한지가 한 달가량 되었다는 것이다.
동자동에서 보이지 않으면, 교도소에 갔거나 병원에 수용된 것이다.
교도소에 간 사람은 언젠가는 나타나지만, 병원에 간 사람은 다시 만나기 힘들다.






시간이 되어 고구마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는데, 도무지 줄이 줄지 않았다.
30분을 더 기다려서야 차례가 돌아 왔으나, 나누어 주던 고구마는 소진되고 없었다.
내 뒤에도 백 명 가까이 줄 서 기다렸는데, 다들 허탕 친 것이다.
줄 세우기는 매번 타는 사람만 타는 불공평한 나눔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처사라 한사코 반대해 왔지만, 잘 시정되지 않는다.






몇일 전 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주민자치회의에 참석하였더니, 김갑록소장이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화요카페의 식료품은 봉사단체에서 나누어 주는 것으로, 매번 200명 정도의 분량이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몸이 불편한 분은 방문하여 나누어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매 주 나누어 주는 것을 한 달에 한번으로 조정하면 되지 않을까?
아니면 주민들을 네 파트로 나누어 첫째 화요일이나 둘째 화요일 등 해당되는 화요일에 찾아가게 하면 될 것 아닌가?
좀 더 주민들의 입장을 헤아려, 줄 세우기만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주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하면 싫다는데, 언제까지 이 노래를 계속 불러야 하는가?
제발 ‘줄 세우지 말라’는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 다오.

거지 배급주는 꼴로 그렇게도  생색내고 싶나?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일요일은 노숙자 김지은씨 만나러 서울역에 나갔다.
만나기만하면 사진 달라고 빚쟁이처럼 졸라대, 어렵사리 사진을 프린트해 두었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태극기부대가 소란을 떨어 다음 날 갔는데, 마침 서울역광장에서 패션쇼가 열리고 있었다.






김지은씨는 자리를 치워주지 않고, 행사장 한 쪽 구석을 지키고 있었다.
이젠 간이침대에다 비치파라솔 아닌 우산까지 세워 오야봉 가오를 세웠다.
사진을 주었더니, 누가 훔쳐 보기라도 할까 돌아서서 열심히 살펴보았다.
이 친구는 패션에 꽤 신경 쓰는 편인데, 한 수 배울 작정인지 쇼를 기다렸다.






고등학생들의 패션 컨테스트 수상작을 선 보이는 자리라, 나도 자리 잡고 앉았다.
군데군데 노숙자들도 많았지만, 멋쟁이 패션디자이너들도 많이 보이더라.
홍익대 패션대학원 원장인 이상봉씨 모습도 보였다.






올해로 3회째인 '365패션쇼'는 '고교패션 컨테스트'에서 수상한
고등학생 디자이너 60명의 독창성과 개성이 담긴 작품이었다.

K-패션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디자이너들의 꿈이 시작되는 뜻 깊은 자리였다.






가수들이 한 판 놀고나니, 수상 작을 몸에 걸치고 런웨이로 모델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는데,
작품들이 하나같이 파격적이었다. 김지은씨가 좋아할 스타일도 많았다.






“야! 이거 미친년 패션 아이가?”
지켜보던 노숙자 영덕이가 내뱉자 지은이가 조용히 충고한다.
“촌놈! 니가 패션을 아냐? 이건 쥑이는 패션이야”

앞날의 유행을 예견 한 듯, "앞으론 저런 패션이 유행할끼라 " 한다.






멋진 패션쇼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억수로 재수 좋은 날이었다.
고등학생 솜씨가 저 정도이니, 사회에 진출하면 다들 한 가락씩 할 것 같았다.
행인들은 발길을 멈추고 바라보았지만, 노숙자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별 관심 없는 듯 했다.
그들에게는 먹을 것이나 술이 더 필요했다.





몇몇이 둘러앉아 있었지만, 술이 떨어져 빈병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머니 뒤져 천 원짜리 석장 꺼내, 막걸리 두병 적선했다.






농담으로 분위기도 띄웠다.
“우리도 내일 서울역에서 노숙자 패션쇼 한 번 합시다.
어디 뒤풀이 술상 차려 줄 협찬사나 한 번 알아볼까?“


사진, 글 / 조문호
















































































'






서울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서울역쪽방상담소'는 '서울역노숙인상담소'로 명칭을 바꾸고,

동자동 쪽방에 대한 지원 업무는 동사무소(주민자치센터)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민등록지도 없는 노숙인들의 진로를 고민해야 할 상담소가

쪽방의 이름을 달고 빈민들을 거지로 길들이며, 자괴감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쪽방상담소'는 지난 2000년 당시 대통령 업무 지시에 의해 만들어졌으나, 현행법상 명시되거나 규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국적으로 열 곳이 있지만, 서울지역은 서울역, 돈의동, 동대문, 남대문, 영등포 등 다섯 곳으로

서울시와 각 소속 구청의 지원 아래 위탁 운영되고 있다.

상담을 통한 진로 문제를 주요 사업으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쪽방 촌은 한 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 놓은 작은 방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보통 방 하나가 0.8평에서 1평 정도의 크기로 겨우 발을 뻗고 누울 수 있는 정도로 매우 좁다. 

7년 전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4개 구 9개 동의 287개 건물에 총 3,504개의 쪽방이 있다고 한다.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은 3,201명으로 그중 삼분의 일이 서울역에 인접한 동자동에 몰려있다. 





거주민의 약 40%가 기초생활수급대상자이며, 홀몸노인과 장애인이 약 45% 정도를 차지한다. 

보통 방세는 일세와 월세로 계산되는데, 일세의 경우 하루에 만원, 월세의 경우 20만원대 초반 정도의 수준이다. 

쪽방촌 거주민들의 대다수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며, 절반이 넘는 약 54%의 가구가 휴대용 버너로 취사를 한다.







그동안 ‘서울역쪽방상담소’의 활동을 2년 넘게 지켜보며, 문제점에 대한 시정을 요구해 왔다.
특히 보내 온 물품을 수시로 줄 세워 나누어 주었는데, 이는 주민들의 타자화로 자립심을 잃게하는 일이다.
그리고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일하는 이의 마음에서 우러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정수현씨가 소장으로 있을 때, 주민들 줄 세우지 말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한 결과 조금씩 개선되어 갔다.

그러나 올 2월 ‘온누리복지재단’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고, 김갑록 소장이 부임하며, 오히려 전보다 더 못해진 것이다.

보여주기 위해 쪽방촌을 찾는 정치권 인사들 안내자 역활에 더 충실해 보였다. 





'서울역쪽방상담소'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찾아가게 하는 밑반찬 지원이 사라졌고,
‘화요카페’라는 이름을 단, 식품들을 줄 세워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한 번은 계란10개, 한 번은 라면5개식으로 화요일마다 나누어 주었는데, 쪽방 사람들에게는 밑반찬 지원이 더 절실하다.
주방 없는 쪽방의 살림살이는 김치나 짱아치 등의 밑반찬이 더 필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주민들의 필요보다, 보여주기 좋고 손 쉬운 그들의 생각이 중요했던 것 같다.






그 것도, 전 처럼 시간 나는 대로 찾아가는 게 아니고, 거지 구호물품 나누어 주듯 시간을 정해 줄 세웠다.
그렇게 생색을 내고 싶고, 그리도 갑 질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더구나 올 여름은 날씨가 얼마나 더웠나?
그 땡볕에 노약자들을 한 시간 이상 줄서서 기다리게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제발! 빈민들을 거지로 보지 말고, 주민으로 보아 달라.
주민을 타자화 시키는 이런 짓거리야 말로 개가 들어도 웃을, 시대에 뒤 떨어진 일이다.






앞으로는 날짜를 정해 주민들이 직접 찾아가게 하고, 찾아가지 않는 분은 전화를 해야 한다.
고독사가 잦은 쪽방에서, 전화를 받지 않으면 한 번 찾아보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늘 상 받는 사람만 받아가고, 몸이 불편하거나 정보가 어두운 분은 매번 소외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한가위 공동차례상도 이런 식으로 하려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추석 당일에 지낼 제사를 삼일이나 앞 당겨 지낸다는 게 말이 되냐?
직원들도 명절에 쉬어야한다면, 제사를 주민자치회에 넘기면 될 것 아닌가?
증거자료로 사진이 필요하다면, 부탁만 하면 얼마든지 찍어 줄 수 있다.






정수현씨가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으로 있던 지난 명절에는 그러지 않았다.
명절 당일 제사를 치 루어, 고향에 가지 못하는 주민들이 다 같이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
그 때 나왔던 상담소 직원은 고향도 없고, 가족이 없어 나온 것이 아니다.
주민들에게 마음이 가지 않는, 편한 밥벌이로 여기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만약 공무원이 맡아 한다면 책임의식에 그렇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가지 대안으로, 공무원 중 한 명을 소장으로 발령하여 족방촌에 파견할 것을 서울시에 제안한다.
그의 책임아래 동네 인력을 활용하거나, 주민자치회를 활성화해 운영하라는 것이다.
'쪽방상담소'는 '노숙인상담소'로 명칭을 바꾸어, 본래의 취지대로 노숙인 상담과 진로에 전념하게 하라.

그리고 쪽방 지원 업무 전부를 동사무소에 통합시켜, 빈민을 차별화 하지마라.





빈민들은 짐승이 아니다. 제발 사람대접 좀 해다오.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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