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자 몰려드는 곳이 서울역이다.
오 갈 데 없는 방랑자의 종착역이다.






가진 것이 없으니 욕심이 없고,
희망이 없으니 일하지 않는다.
더러는 빈자의 자부심을 위안 삼는다.





육신은 무너졌고, 정신은 황폐하다.
천국의 복음보다 컵라면 한 그릇을 믿으며,
막걸리로 시름 달랜다.






이젠, 지하도에 자리 깔면 끌려 나온다.
야생의 삶이 서서히 길들어 간다.






온 종일 ‘다시서기’에서 티브이보다,
밥 때 되면 줄 서서 밥 타먹고,
밤 되면 합숙소에서 잔다.


“바르게 살자” 새마을 구호처럼...






굴하지 않는 역전의 용사도 있다.
끝까지 바람찬 광장에서 버틴다.
파지박스를 벽 삼아 두더지처럼 잔다.






왜 추운데서 개고생 하는가?
“길들기 싫은 노숙자의 자존심이다.”


세상을 원망하며 죽음을 재촉한다.


사진,글 / 조문호




















'조문호사진판 > 동자동 쪽방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쉬기도 힘들고, 죽기도 힘들다.   (0) 2019.03.11
죽지 못해 산다.  (0) 2019.02.08
동자동 빵 나눔은 끝나지 않았다.  (0) 2019.01.20
노숙자의 기도  (0) 2019.01.19
사람이 그립다  (0) 2019.01.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