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자동 거지들의 입이 코에 걸렸다.
날씨가 술 마시기 딱 좋은 날이기도 하지만, 좋아하는 꾼들이 다 모였기 때문이다.
술을 쌀쌀할 때만 마시는 건 아니지만, 추워야 제 맛이 난다.
술이 고파 한 잔, 떨려 한 잔, 하다보면 춘 삼월이 다 오간다.





대부분 추운 겨울을 더 걱정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다.
요즘 없는 놈들은 여름이 더 힘들다.
아무리 쪽방이지만 전기장판만 있으면 추운 줄 모르지만,
여름철엔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고, 술 마시기도 지랄같다.






날씨가 쌀쌀해지니, 쪽방촌에 구호의 손길이 이어졌다.
몇일 전에는 '대한적십자사'와 '용산복지재단'에서 김치를 나누어주었고,
KT에서는 겨울 옷가지를 나누어 주기도 했다.
거지 상팔자라는 옛 말이 실감나는데,
이런 온정이 없는 자들에 골고루 나누어지는지 모르겠다.






지난21일에는, 이틀 동안 정영신씨 장터여행길 가방 모찌로 따라나섰다.
경상북도 군위에서 영덕을 두루 거쳐, 밤늦게 돌아와 잤는데,
이것도 나이라고, 늦잠에 빠져버렸다.
후닥닥 나갔으나, 화요일의 먹거리배급은 종쳐 버렸다.





다 떠나버리고, 공원을 어슬렁거리던 이준기가 날 반긴다.
“행님! 오데 갔다 이제 오요?” 죽은 기집 살아온 듯 반기면서,
목발로 쩔뚝거리며 매점에 가서 뚜꺼비 한 마리를 잡아왔다.






컵 두개에 나누어 부어  단판에 끝낼 기세다..
이준기는 원 샷을 했지만, 따라했다간 죽는다.
시름시름 마셨더니, 지루한지 준기가 캐물었다.






“행님 요새는 와 인터넷에 사진 안 올리는 기요?”
올리는 걸 싫어하는 놈도 있다고 했더니,
“그 자슥 사진은 빼 버리고 올리마 안 됩니꺼? 라며 투덜댔다.
오늘 올리겠다고 했더니, 공짜로 머리 깎아 주는 곳이 있단다.






술이 부족해, 막걸리 두 병 사들고, 노숙천사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는 유정희가 병원에 납치된 후로 조용술이 물러 받았는데,
쪽재비와 병학이를 비롯한 여섯 명이 술내기 화투짝을 돌리고 있었다.





화투와 거리가 먼 놈은 조용술이 뿐이라 둘이서 홀짝거렸다.
용술이는 참 착하다.






노가다로 하루 나가고 하루 쉬는데,
그 돈으로 어려운 친구들 술도 사주고, 고스톱 밑천도 대준다.
없는 놈들의 진득한 인정을 있는 놈들은 잘 모른다.
돈이란 마약에 중독되지 않은 유일한 희귀종이다.






“나이는 몇 살이고?”라고 물었더니, 제 나이도 잊었단다.
61년생 소띠라는데, 바뀌는 나이는 기억해 뭘 하냐는 것이다.
그런데, 기억력만 간 게 아니라, 정력까지 갔단다.
한참 꽃 띠에 거시기가 말을 안 듣다니, 귀가 막혔다.
하기야!~ 풀 곳도 없는데, 선들 어디에 쓸소냐?






여자 이야기를 어떻게 알았던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CCTV가 작동 중입니다. 쓰레기를 버리면 백만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사람만 나타나면 반복했는데, 머리 위에는 CCTV가 내려보고 있었다.
아! 기분 더럽더라. 24시간 감시당하는 곳에서 산다는 게..
술김에 욕을 퍼부었다. “야이 씨발 년아~ 사람이 쓰레기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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